편집인의 글
정형준ㅣ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실장, 의사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이제 끝나려 한다. 올 한 해가 끝나는 와중에 올해를 관통한 복지쟁점이라면 단연코 복지축소를 획책하는 박근혜 정부의 일관된 반복지노선이다. 3월에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을 주된 목표로 한 복지재정 효율화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중순부터는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을 중첩된다는 빌미를 잡아 제지하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이런 복지축소는 의료복지영역에서도 가중되었는데, 우선 올 2월에 발표된 입원비 본인부담금 인상시도가 있었고,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본인부담금 인상, 의료과다이용 경고문자발송 등의 정책이 도입되었다.
올해는 기존의 무상보육, 무상급식 정책의 후퇴를 주문한 경우와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 있었다. 우선 무상보육, 무상급식은 재정파탄 프레임을 주된 복지축소의 근거로 가져간 반면, 지방정부의 복지정책 제지는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재정여력에도 불구하고 일단 복지정책을 중단시키겠다는 정치적 목적이 더욱 분명해진 경우다. 특히 특정지역의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맹공격하는 중앙정부 관료들의 행태는 박근혜 정부의 반복지 성격뿐 분명히 드러내준다. 그리고 다가올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그나마 쥐꼬리만한 복지조차도 쥐어짜려는 시도가 노동개악으로 대표되는 일반해고 도입과 함께 강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런 정책들 중에서도 의료복지 영역의 축소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막대한 건강보험 흑자를 배경에 두고 정부는 건강보험 긴축정책을 내놓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은 7월말 약 16조 2천억 원이 누적흑자이고, 이런 방향이라면 올해 말까지 누적흑자 18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의 연간 운영재정이 44조 원 정도라는 점에서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건강보험이 연금처럼 현금급여도 아니고, 매년 걷어서 다 써야 하는 현물급여중심이란 점에서 보면 건강보험 흑자는 정부의 의료정책실패를 방증한다.
문제는 건강보험 흑자가 한두해만의 일이 아니라 올해까지 5년에 걸친 상황이라는 점이다. 5년간 매년 누적흑자가 늘어났음에도 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이 흑자의 사용결정과정에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재정은 국가세비가 아니라 대부분을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결정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
건강보험 결정구조에 대한 문제도 여러해에 걸쳐 지적되어왔다. 작년에는 정부가 건강보험공단과 수가협상을 하는 당사자격인 병원협회장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또한 최근 들어 정부는 의료기기 임상시험이나 줄기세포 임상시험 등에 건강보험적용을 확대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국민들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병원 이용을 자제하고 있는데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의료산업자본의 연구비로 쓸 계획을 하고 있다.
지금의 건강보험결정구조는 보험료를 내는 국민들(가입자)은 거수기 역할밖에 안 되는 상황으로 건강보험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처럼 오랫동안 문제제기 되어온 건강보험결정구조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번 복지동향 12월호는 건강보험 결정구조에 대한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5년 12월호(제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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