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의 복지서비스 이용경험1)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장
들어가며
전 세계적으로 정신질환자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정신건강 정책의 핵심 내용이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통합적 지원체계를 제공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하경희 외, 2019)2).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기존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로 전면 개정되면서, 전 국민에 대한 정신건강증진의 중요성 강조, 정신질환자3)의 인권 보호를 위한 치료 서비스 강화와 더불어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면서 회복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 고용, 교육, 문화, 여가 등의 복지 서비스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1-2025)에서도 정신질환자를 위한 안정적 주거지원, 맞춤형 고용지원과 함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즉,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거주의 개념을 강조하고 있으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나 기본계획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현재까지의 정신건강복지 정책은 정신질환자 대상 복지서비스 개발 및 지원에 초점을 두고있다고 보기 어렵다(전진아 외, 2019)4). 현실에서는 다수의 정신질환자가 여전히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거주하고 있고 중증 정신질환자의 1/3 정도만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지역사회 거주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국가인권위원회, 2020)5)
이와 관련하여 선행연구는 다수의 장애인으로 등록한 정신질환자가 자립생활을 원하고 있으나 지역사회 거주 및 자립을 지원하는 전달체계의 물적, 질적 수준이 확보되지 않아 지역사회 거주 비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서울복지재단, 2021) 6) 7)
이러한 문제 인식에 기반하여 이 글에서는 2022년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수행된 ‘지역사회거주 정신질환자의 건강 증진 및 복지서비스 지원방안’ 연구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의 복지서비스 이용 경험이 어떠한지, 어떠한 수요를 가지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또한 최근의 법제도 변화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복지서비스 이용과 관련하여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가 경험하는 제약은 어떠한 것들인지를 살펴보았다.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의 복지서비스이용 경험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의 복지서비스 이용 경험은 어떠할까? 정신건강복지법에 명시되어있는 복지서비스 중 주거와 고용 및 직업 관련 지원 서비스 이용경험과 수요를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주거 관련 자립생활 지원 서비스 이용 경험과 서비스 수요

전진아 외(2022) 연구에서 정신질환자의 주거 관련 자립생활 지원 서비스 이용 경험을 살펴본 결과,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가 가장 많이 이용한 서비스는 ‘월세 및 공공요금 지원 서비스(39.1%)’였으며,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68.7%로 가장 높았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아파트)(23.9%)’, ‘공동생활가정(23.0%)’, ‘자조집단지원(23.0%)’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들도 2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용경험과 달리 정신질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월세 및 공공요금 지원 외에 공공임대주택(아파트), 전·월세계약 지원 및 임차인의 권리 보호, 주택의 수리, 개조 등 주거 환경 개선 지원 서비스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대체로 주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서비스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고용 및 직업 관련 지원 서비스 이용 경험과 서비스 수요
정신질환자의 고용 및 직업관련 지원 서비스 이용 경험을 살펴본 결과, ‘취업 전 훈련 및 직업기술 훈 련’을 가장 많이 이용(51.7%)하였고, 그 다음으로는 ‘이력서 작성, 면접기술 등 구직역량 강화 프로그램’(45.6%), ‘직장 정보제공 및 연결, 직장 알선 서비스’(43.4%) 순으로 이용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전 훈련 및 직업기술 훈련을 가장 많이 이용한 것과 달리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자에게 적합하도록 직장에서 근무일, 근무시간, 업무의 조정과 배려(65.8%)’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직장 정보제공 및 연 결, 직장알선 서비스(62.6%)’, ‘이력서 작성, 면접 기술 등 구직역량 강화 프로그램(60.0%)’ 등 취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나 ‘취업 후 정신건강복지센터 실무자의 지속적 지원 및 옹호(63.5%)’와 같은 취업 후 지원 서비스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복지 및 전반적인 복지 서비스 이용에서의 제약

그동안 정신질환자 중 장애인으로 등록한 등록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다른 법률과의 관계)10) 에 따라 등록 정신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을 받는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에서 명시하는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관련해서 그동안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를 통해 장애인으로 등록한 정신질환자도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으며11),
지난 2021년 말 장애인으로 등록한 정신질환자라고 하더라도 지역사회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명시한 규정인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정신질환자의 장애인복지서비스 이용가능성, 장애인복지서비스 내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특화된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 기존 장애인복지서비스 제공 체계의 정신장애인 대상 서비스 제공에의 역량 이슈, 기존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전달체계와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간 기능 및 역할 정립, 정신건강증진시설 중 정신재활시설의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편입 등 다양한 정책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 과연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는 자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복지서비스 및 전반적인 복지서비스를 알고 있을까? 전진아 외(2022) 연구에 참여한 정신질환자 당사자 중 15.6%만이 장애인 대상 서비스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에 따른 전달체계를 어떻게 개편할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WHO가 강조하는 정신질환자 당사자 중심의 접근, 당사자의 선호와 선택에 기반한 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가 자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서비스를 잘 모르고 있다는 문제도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해도 서비스 이용에의 제약이 존재하기도 한다. 최근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기는 했지만, 장애인복지법은 기본적으로 장애인으로 등록한 사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정신질환자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장애 미등록 정신질환자의 서비스 공백에 대한 우려가 다수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이용표, 배진영, 2022)12).
또한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가 이용가능한 서비스 자체가 적어서, 혹은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불편해서 서비스를 이용 못 하는 경우들도 있다. 전진아 외(2022) 연구에 참여한 정신질환자의 보호자의 약 절반정도인 54.4%가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다음의 그림과 같이 이용가능한 프로그램이 적고(41.0%), 어떤 서비스가 있는지 모르거나(36.4%), 물리적인 제약(거리가 멀고 교통이 불편하다, 28.6%; 서비스 이용절차가 복잡하다, 24.9%))이 언급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앞서 언급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 대상 서비스들을 추가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지역사회에서 이미 운영중인 프로그램들에 대한 정보들을 취합하고 정신질환자 당사자와 가족에게 공유하는 것과 더불어 정신질환자 당사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서비스 내용이 욕구에 부합하도록 구성 및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가며

그동안 정신건강복지 정책에 관한 논의는 지역사회 거주, 자립을 지원하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논의보다는 주로 정신의료기관의 치료환경 개선, 동료지원가 등 정신질환자의 사회참여,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서비스 전달체계 확대(예. 정신건강복지센터 개소수 확대 및 인력 확충 등) 및 개선(예. 정신의료기관과 정신건강복지센터 간 연계 강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 및 기능 표준화 등) 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이화영 외, 2021) 14) . 그러다보니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에 대한 개념은 전문가, 정신질환자 당사자 및 가족에게 모호하게 인식되어왔다. 특히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정의하는 복지서비스의 범위가 넓다 보니, 어느 범위에서 어떤 내용의 서비스를 어느 수준까지 필요로 하며 지원을 해야 하는지 등 서비스 및 정책의 구체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면서 정신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정신질환자들의 복지서비스 이용에서의 배제 이슈가 함께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에 따라 정신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이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지역사회 기반 복지서비스 제공에 대한 정책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가 복지서비스와 관련해서 어떠한 욕구를 가지고,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작업이 빨리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확대 된다고 하더라도 정신질환자 당사자, 가족 혹은 보호자가 스스로 가지는 서비스 이용에 대한 편견 혹은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입도 필요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 당사자 및 가족 혹은 보호자 스스로가 자신의 강점과 역량을 인지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통합되어 독립적으로 살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 역시 필요하다.
1) 이 글은 2022년 전진아 등이 수행한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의 건강 증진 및 복지서비스 지원방안’ 연구의 내용의 일부를 요약정리하였음
2) 하경희, 강상경, 김낭희, 김성용, 김경희(2019). 정신장애인 공공후견제도와 사회복지사의 역할. 한국사회복지교육, 48:31-61
3) 이 글에서는 정신건강복지법에서 명시하는 ‘정신질환자’ 용어를 활용하고 있음.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제공 현장에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라는 용어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신장애인’이라는 용어는 장애 등록을 한 정신장애인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정신질환자 중 장애인으로 등록한 정신질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 또한 당사자라는 용어 역시 일부에서는 정신건강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두가 당사자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어 글에서는 정신질환자라는 용어로 표현하였음
4) 전진아, 채수미, 강상경, 고숙자 외(2019).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2021~2025) 수립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5) 국가인권위원회. (2020). 정신재활시설 운영·이용실태 및 이용자 인권실태조사
6) 실제로 73.7%의 정신질환자가 시설퇴소를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 주거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는데, 이는 전체 장애 평균 49.6%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임(서울복지재단, 2021). 서울복지재단(2021)의 연구에 의하면 정신질환자가 시설에서 퇴소를 결정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생활할 돈이 없어서’, ‘당장 살 곳이 없어서’, ‘일상생활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를 꼽고 있어 살아갈 집 마련과 생활을 위한 경제적 부담, 지원체계 부족을 언급하였음
7) 서울복지재단(2021). 2020년 서울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실태조사
8) 전진아 외(2022) 연구에서 수행한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의 건강 및 복지서비스 인식 및 이용 경험 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그림으로 제시한 것임
9) 전진아 외(2022) 연구에서 수행한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의 건강 및 복지서비스 인식 및 이용 경험 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그림으로 제시한 것임
10) 폐지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법률은 동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른 법률을 적용받는 장애인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었음
11) 물론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전에도 장애인으로 등록한 등록 정신장애인이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기도 하고, 장애인 대상 고용지원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었으나 제도의 벽에 막혀 이용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음
12) 이용표, 배진영. (2022). 장애인복지법 제 15 조 개정에 따른 대안입법 방향에 관한 질적 연구-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중심으로. 법과 정책연구, 22(1), 263-294. 284-285p
13) 전진아 외(2022) 연구에서 수행한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의 건강 및 복지서비스 인식 및 이용 경험 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그림으로 제시한 것임
14) 이화영, 이유리, 이인숙, 나경세, 안성희, 조철현, 조성준, 서화연, 정수봉. (2021). 정신건강 증진 사업기관 역할 정립 및 인프라 확충방안 연구. 순천향대학교산학협력단
월간 <복지동향> 2023년 6월호(제2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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