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6-01   1380

[편집인의 글] 기본권 보장의 실패로서의 장애인 차별,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송아영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창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지하철 시위가 이루어지던 어느 날, 수업 시간에 몇 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늦었던 적이 있습니다. 중간에 사유를 문자로 보냈던 학생도 있고 수업 후 지하철 운행 문제로 늦었다고 하던 학생들도 있었죠. 그 날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서 휠체어를 타거나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본 적이 있는지 말입니다. 50명쯤 되는 수업이었는데 그 누구도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동하면서 장애인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인가요?

약 이십여 년 전에 잠깐 영국의 윔블던에서 몇 달 머물던 때가 있었습니다. 영국의 빨간 버스가 동네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었죠. 그 당시 아직도 기억나는 저로서는 너무나 생경했던 장면이 있습니다. 버스정류장에 휠체어를 타신 두 명의 장애인이 있었죠. 한국에서 저상버스가 도입되기도 전이라 이 분들은 버스를 타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차를 기다리는 것인지 속으로 궁금 반, 걱정 반인 상태였었죠. 그때 버스가 도착을 했고 저상버스가 일찍이 도입된지라 영국 버스는 정류장의 높이에 맞게 공기를 뺐고 운전기사가 휠체어가 탈 수 있도록 보조판이 설치될 수 있도록 장치를 움직였으며 그 두 분은 버스를 탄 후 휠체어를 기구에 고정을 하고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그 누구도 이 장면을 신기해하지도 불편해하지도 않았고 그 정류장에서 머무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났지만 이 모든 장면이 별 것 아닌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 어린 나이에 꽤나 충격이었죠. 

이십년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저상버스가 도입이 되었고 버스에 장애인 전용 공간, 즉 휠체어 등을 고정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는 버스들이 운행이 되고 있지만 그렇게 버스를 타고 다녀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지하철 휠체어 전용 리프트가 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사고율이 매우 높죠. 그나마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가끔은 엘리베이터가 너무 불편한 곳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이렇듯 기본적인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 후진적인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배웠던 헌법에서 모두에게 보장된다던 그 기본권이 차별적으로 보장된다는 것이죠. 기본권으로서의 이동권이 혐오와 차별의 탈을 쓰고 공공연하게 정치적 논리로 악용되는 상황을 우린 현재 목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회가 복잡해지고 개개인의 성취를 위해 더 많은 기회와 더 많은 자원이 요구되는 지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복지동향 5월호에서는 알고는 있었지만 잘 몰랐던, 또는 몰랐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기획주제로 선정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네 분의 집필진이 수고해주셨습니다.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김경식 이사님은 배리어프리와 유니버설디자인의 관련성과 장애인의 이동과 삶에 있어 이들이 갖는 의의를 여러 사례를 통해 전달해주셨습니다. 특히 최근 변화하는 다양한 기술적 진화 속에서 배리어프리가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이와 더불어 배리어프리와 유니버설디자인이 장애인에게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노력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동석 대구대학교 교수님은 우리 삶에 있어 이미 보편화가 된 디지털 매체들의 활용에 있어 장애인이 겪는 차별을 디지털 격차의 개념을 통해 설명하셨으며 디지털 자원과 정보 활용에 있어 접근, 활용 역량, 활용 수준에 있어 비장애인에 비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설명하셨습니다. 디지털 격차는 장애인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소될 수 없으며 디지털 포용을 위한 포괄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셨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원석 부연구위원님은 개인의 삶의 질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 문화활동에 있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문제를 다루어주셨습니다.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문화활동 현황과 문화활동과 관계된 자원 접근성 문제 등과 관련한 현황과 함께 장애인 문화접근성 보장을 위한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보건사회연구원 전진아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장께서는 지역사회 거주하는 정신질환자의 복지서비스 이용 경험에 관련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자립을 위해 필수적인 주거와 고용 및 직업 관련 지원서비스 이용 현황과 함께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들과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우리 사회 장애인이 경험하는 다양한 차별을 고려하면 배리어프리, 디지털 활용에서의 차별, 문화활동 접근성,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이용의 네 가지 주제 외에 더 많은 논의의 장이 필요해 보입니다만 그 장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복지동향 6월호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장애인 권리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논의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월간 <복지동향> 2023년 6월호(제2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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