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론
지난 5월 31일 사회보장전략회의(이하 ‘5·31 전략회의’)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사회복지계에서는 복지를 시장화하고 산업화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터져나왔다(한겨레신문, 2023.06.09. 참조).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5·31 전략회의의 발언 내용은 당일 회의문건의 내용과 차이가 있으며 설사 시장화·산업화라 해도 그것이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되기도 한다. 이 견해가 일부 맞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5·31 전략회의에서의 대통령의 발언은 당일 문건 내용 중 핵심적인 내용을 뽑아낸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바꿔 말하면 5·31 전략회의는 복지의 시장화 및 산업화를 지향한 것이며 당일 회의의 문건 내용은 그러한 복지의 시장화·산업화를 뒷받침한 것으로 대통령의 발언을 구체화한 것으로 채워져 있다.
이하 본문에서는 5·31 전략회의의 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이러한 내용의 시장화·산업화 전략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와 관련하여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및 자본의 조세저항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5·31 전략회의의 내용과 성격
1) 5·31 전략회의의 대통령 발언
정부의 보도자료(보건복지부, 2023a, 2023b)와 언 론의 보도1)등을 종합하면 5·31 전략회의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그것은 “현금복지의 최소화, 사회서비스 시장화·산업화, 재정범위 내의 복지”이다.
현금복지라는 용어는 실제로는 현금급여 및 이를 통한 소득보장을 가리키는 것인데2) 대통령의 발언에 의하면 현금급여는 선별복지로 해야 하고 보편복지는 불가하다는 것이며 현금급여를 하려면 바우처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편복지는 사회서비스로 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사회서비스를 보편복지로 할 때 그 장점은 서비스를 시장화할 수 있고 공급자 간의 경쟁을 조성할 수 있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고도화할 수 있고 수요자에게 선택권을 보장해줄 수 있으며 그렇게 해서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금복지의 최소화와 사회서비스 보편화를 관통하는 핵심 논리가 재정범위 내의 복지인데 이와 관련하여 대통령은 재정범위를 넘어서는 사회보장은 사회를 갉아먹는다고 말하면서 일률적으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화하여 성장에 기여하게 해야 한다고 하였고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2) 5·31 전략회의 문건의 내용
당일 회의에 배포된 회의문건은 일부 내용에서 대통령의 발언과 다른 점이 있지만 핵심기조에서는 대통령의 발언과 사실상 일치한다. 문건(보건복지부, 2023a, 2023b)에 의하면, 현 정부의 복지국가 전략은 약자복지, 서비스복지, 복지재정혁신의 세 가지인데3) 이 세 가지는 대통령의 세 가지 발언 내용에 대응된다. 즉, 약자복지는 현금복지 최소화에, 서비스복지는 서비스 시장화·산업화에 그리고 복지재정혁신은 재정범위 내의 복지에 각기 대응된다(<표 1-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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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세 가지 복지국가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문건에는 두 가지 전략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것은 사회보장제도 통합관리와 서비스 고도화이다. 이들의 내용을 보면, 사회보장제도 통합관리는 전달체계 및 복지안내방식 개선과 제도의 全주기에 걸친 관리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여기서 전달체계 및 복지안내방식의 개선은 유사한 전달체계는 연계하여 운영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며4), 제도 全주기 관리 강화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규정된 이른바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를 강화하는 한편 지자체에 대한 사후분석평가를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한편 사회서비스 고도화는 대상자 확대와 고품질 서비스, 양질의 공급자 육성, 서비스 기반 조성을 내용으로 하는데, 대상자 확대는 차등 부담을 통한 중산층 진입으로 수요를 확대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며, 고품질서비스는 융합형 서비스와 가격탄력제·비용상한완화 등의 가격제도 개편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양질의 공급자 육성은 경쟁 원리를 통한 서비스 품질 제고와 규모화를 내용으로 하며, 서비스기반조성은 디지털 기술 도입 및 사회서비스원의 진흥기관으로의 개편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3) 5·31 전략회의 내용 및 대통령 발언에 대한 평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통령의 발언과 문건 내용 중에는 일부 일치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5). 예컨대, 약자복지 중 사각지대에 대한 대응 강화나 사회보장 내실화, 서비스복지 중 건강·돌봄 국가책임 강화, 사회보장제도 통합관리 중 기능중심에 의한 핵심부처 설정 등은 대통령의 발언과 일치하지 않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들을 근거로 5·31 전략회의에서의 대통령의 발언을 시장화·산업화로만 볼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대통령의 발언과 불일치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대통령이 이들에 대해서는 5·31 전략회의에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봐야 하고, 이처럼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는 것은 이들이 이 정부의 복지국가 전략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5·31 전략회의의 핵심기조는 대통령의 발언 내용 그대로라고 봐야 하며 문건에 제시된 두 가지 핵심 전략은 대통령의 발언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봐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대통령의 발언 중 이 정부의 복지국가 전략을 꿰뚫는 핵심기조는 ‘재정 범위 내의 복지’이다. 그리고 이 재정 범위 내의 복지는 곧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복지,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복지를 의미한다.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지 않고 그것에 기여할 수 있는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하위전략이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약자복지와 서비스복지로 표현되었으며 5·31 전략회의 문건에서는 사회보장제도 통합관리와 서비스 고도화로 표현된 것이다.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지 않고 그것에 기여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금급여를 통한 소득보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현금급여는 약자에게 표적화되어야 하는 것이며, 그렇게 표적화되어야 하므로 현금급여는 최소화되어야 하고 선별적으로 설계되어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약자복지 기조는 사실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공약한 기초연금 40만 원으로의 인상이나 집권 후 양육수당을 확대한 것과 모순되지만 그것과 별개로 현금급여에 의한 소득보장을 기본적으로 성장과 발전에 방해되는 낭비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현금급여를 억제하려 하지만 지방정부에 의해 현금급여가 도입되거나 확대될 수도 있다. 사회보장제도 통합관리가 여기서 작동한다. 즉, 유사·중복사업 연계 운영과 신설·변경 사전협의 강화 그리고 사후분석평가 강화를 통해 돌출적인 지방자치단체가 돌출적으로 현금급여를 도입 혹은 확대할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려는 것이다.
현금급여는 이처럼 선별복지 기조에 의해 최소화하지만 사회서비스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접근을 취하는데 즉 사회서비스에 대해서는 보편복지 기조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사회서비스 보편화는 서비스 수요자들의 욕구를 보편적으로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위한 것이다.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위해서는 사회서비스가 너무 작게 분할되어서는 안되며 어느 정도의 규모화를 이루어야 한다. 여기서 또다시 유사·중복사업 연계 운영과 신설·변경 사전협의 강화 및 사후분석평가 강화가 작동한다. 대통령은 중앙부처가 시행하는 사회서비스가 1천여 개이고 지방정부가 시행하는 사회서비스가 1만여 개라고 하면서 이처럼 서비스가 난립하여 국민들은 서비스를 알지도 못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각 지역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사회서비스를 일일이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 전국의 220여 개가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1만여 개에 달한다는 그 많은 사회서비스를 모두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서비스만 알면 된다.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서비스를 주민들이 모두 알지 못해도 그것을 잘 설명해주고 연계해주는 전달체계가 있으면 된다. 그런데 5·31 전략회의의 문건과 대통령은 마치 전국 각 지역에 흩어져 살아가는 주민들이 다른 지자체가 시행하는 서비스까지 모두 알아야 하는 것처럼 허구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는 그들 중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것들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신설·변경 사전협의와 사후분석평가의 강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서비스를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사회서비스가 지자체별로 작은 단위로 분리되는 것을 막아 시장적 경쟁이 가능할 수 있는 규모로 운영되게끔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작은 단위로 분절되는 것을 막는 한편 사회서비스에 대해서는 고도화 전략이 추가적으로 적용된다. 이 고도화 전략 역시 주민들의 복지욕구를 보편적으로 충족하려는 목적보다는 시장화와 산업화를 추진하려는 목적을 위한 것이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서는 우선 중산층을 사회서비스 수요자로 끌어들여야 한다. 중산층을 사회서비스로 진입시키기 위해 본인부담을 차등화하는 한편, 가격탄력제를 도입하고 비용 상한을 완화하여 중산층으로 하여금 그들이 가진 구매력으로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구입토록 유도하는 한편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공급자들 간 경쟁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려고 한다. 만일 이것이 실제로 실현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사회서비스는 계층 간 통합이 아니라 계층 간 경제력에 따라 차등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5·31 전략회의는 경제부처의 재정 논리에 강하게 지배된 것으로 보인다. 즉,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부담을 주지 않게끔 복지를 제약하고(현금복지, 약자복지), 이렇게 최소한의 범위로 제약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사회서비스에 대해서는 시장화 전략(서비스복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며 이와 같은 현금복지 최소화 및 서비스 시장화를 가능케 하기 위해 복지재정혁신을 추진하는데 이를 위해 공권력은 유사·중복 통폐합 및 신설·변경 사전협의제 강화, 사후분석평가 강화를 수단으로 하고 시장화 전략에는 가격탄력제와 차등부담제, 경쟁강화, 디지털 기술 도입 등의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재정 논리가 관철되는 상황 속에서 복지부는 사각지대 해소, 긴급복지 강화, 건강·돌봄 국가책임 강화, 기능 중심의 핵심 부처 설정 정도를 문건에 반영한 것으로 보이나 대통령 발언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아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라 하겠다. 대통령의 발언과 전략회의 문건에 등장한 재정적 지속가능성이나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신설·변경 사전협의제 등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나온 이야기들이다. 민주당 정권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 어떠한 수정도 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이 정부 내에서 정책화한다면 우리 사회의 복지에는 ‘권리’가 실종되고 재정 논리를 관철하기 위한 ‘관리’로 점철될 것이다.
연금개혁과 연결된 복지의 시장화·산업화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 재정 논리는 우리 사회에 상당히 지배적인 논리로 관철되고 있으며 이는 그간의 연금개혁에서도 지배적이었고 최근에는 더욱 강력하게 유포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간 진행된 두 차례의 연금개혁(1998년 1차 연금개혁, 2007년 2차 연금개혁)에서 크레딧 도입 등 다양한 조치가 취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개혁의 기조는 재정 논리에 입각한 재정안정론에 지배되었다.
재정안정론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논리를 가지고 있다: 즉, ① 국민연금은 낸 것보다 많이 받아가는 재정불균형을 내장하고 있다(수익비가 모든 계층에서 ‘1’을 상회); ② 기금소진은 이러한 재정불균형의 극단적인 표현이자 재정불균형의 불가피한 결과이다; ③ 재정불균형은 재정적으로만 문제가 아니라 후세대에 끊임없이 부담을 전가하는 것으로 불공정한 것이다(부과방식비용률과 미적립부채(연금충당부채)). 하지만, 이와 같은 재정안정론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사적연금을 전제한 시각이어서 공적연금에는 맞지 않는 논리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기금소진=연금지급불능론’, ‘미래연금지급=보험료폭탄=미래세대착취론’, ‘현세대책임=시급한 보험료 인상필요론’ 등으로 표현되면서 연금을 바라보는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 또 사적연금의 시각을 전제한 이와 같은 시각은 최근에 와서는 연기금에 대한 통제권 확보로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이면에는 금융자본의 이해관계가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이는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연금개혁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 흐름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표 1-3> 참조).
이러한 보도 흐름은 현 정권 및 금융자본들이 그리고 있는 연금개혁정치 구상의 일단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즉, 연금보험료 인상은 민간보험시장의 확장성을 제약할 수 있으므로 금융자본도 원하는 바가 아니며 정치적 부담이 되므로 현 정권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소득대체율 인상 역시 금융자본이 원하는 바가 아니며(민간보험시장을 축소시킬 것이므로) 재정논리에 지배당하는 현 정권이 선택할 대안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제도개혁(모수개혁)은 이번에도 상당히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수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낮은 소득대체율이 정체될 뿐만 아니라 보험료율도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 정체로 인한 낮은 급여수준은 기초연금 10만 원 인상으로 무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이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도 매력적인 선택이다). 또 보험료율 정체로 인한 재정안정화 미달성과 관련해서는 기금운용수익률 1% 인상이 보험료율 2% 인상의 효과가 있다는 식의 논리로 대체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기금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전문가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기금운용거버넌스를 개편하여 이것을 연금개혁으로 포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여 현 정권과 금융자본이 그리고 있는 연금개혁의 시나리오는 “국민연금은 현재의 규모 그대로 정체시키고(좀 더 축소시킬 수 있다면 더 좋고), 그로 인한 낮은 급여수준은 기초연금 10만 원 인상으로 무마하고, 그동안 국민연금이 모아놓은 기금에 대해서는 수익률 제고를 명분으로 금융자본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베이비붐세대의 퇴직과 복지의 시장화·산업화
앞에서 본 사회서비스 시장화·산업화는 연금개혁의 시나리오와 연결지어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인구고령화는 그 속도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데 흔히 이러한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관련하여 생산연령인구 감소 및 그에 따른 생산여력 감소 그리고 미래세대부담(부양비 증가)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시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도 있다. 즉, 현재 예측되는 인구고령화는 사실상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에 따른 것이며 이는 달리 말하면 인구규모가 가장 큰 베이비붐 세대가 자본에게 대단히 큰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한국의 베이비붐 기간(’55~’74년)은 일본(’47~’49년)보다 훨씬 장기간이었고 미국(’47~’64년)보다 약간 더 길었으며 이들 세대는 그 이전 세대보다 학력이 더 높고 따라서 이전 세대보다 사회·문화적으로도 더 세련되었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소득수준도 더 높고 구매력도 좋은 편이다(물론 세대 내 불평등이 존재한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는 정보통신기술(IT)이나 인공지능(AI)과 연결되어 지금도 개발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개발될 각종 디지털 돌봄 기술의 매우 큰 수요처가 될 것이다.
따라서 과거 1980년대 중반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국민연금이 도입되어 거대한 연기금을 축적했다면 이제 이들이 본격적으로 퇴직하는 시기에 이들을 민간연금과 민간사회서비스의 수요자로 삼는다면 이는 금융자본에게 매우 큰 이윤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그나마 국민연금급여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세대인데 이들이 받는 국민연금 급여는 민간사회서비스 구매 원천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산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사회서비스 시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 이후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국민연금급여수준이 낮지만 그처럼 급여수준이 낮아서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야기보다는 가능하면 재정불안정과 세대부담론에 기초하여 국민연금의 불신을 끊임없이 조장함으로써 이들을 민간연금의 구매자로 묶어둔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둘 다가 인상되어서는 안 된다. 이들 후세대들에게 국민연금은 거의 기초연금에 가까운 수준이 될 것인데 기여방식이면서 약간의 차등급여화된 기초연금 정도가 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그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적립해둔 기금은 금융자본의 통제권이 강화된 기금운용거버넌스를 통해 운용하게 함으로써 금융자본의 이윤추구 원천으로 활용하게 하고 필요하면 국민연금의 향후 급여방식을 완전소득비례로 전환하여 일정규모의 기금을 계속 유지하여 금융적 이윤추구의 마르지 않는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더 나아가 국민연금기금의 대체투자를 활용하여 요양산업이나 보건의료재벌에도 투자할 수도 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국민들로부터 의무적으로 징수하는 연금보험료로 조성된 기금으로 일부 연금급여를 지급하지만 그렇게 지급한 연금급여는 다시 자본이 투자해둔 돌봄디지털 서비스와 요양서비스, 보건의료서비스로 모두 회수가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이는 콜린 크라우치(Colin Crouch, 2009)가 말한 ‘민영화한 케인스주의(privatized Keynesianism)의 한국판’이 될 것임(K-민영케인스주의). 현재 세대론에 갇힌 한국 사회는 그나마 희미하게 존재하는 복지국가가 ‘K-민영케인스주의’로 흘러갈 흐름을 포착할 가능성이 낮아 보이며 더욱이 언론과 정부가 유포하는 재정논리의 포로가 되어 스스로의 상상력을 제약당하고 있다. 오늘날 재정논리와 세대부담론은 공정의 이름으로 포장되어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빨갱이론’만큼이나 한국 사회의 사고력과 상상력을 질식시키고 있다.
결론에 대신하여: 복지의 시장화와 조세부담
그러면 왜 이러한 노골적인 복지의 시장화·산업화가 추진되는가? 그 배경의 하나로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에 대해서는 앞에서 살펴보았고 다른 하나의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이 상당 정도로 증가했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한국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OECD의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편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내적으로 보면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이 그동안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해온 것도 사실이다. 즉, 여 2000년에 OECD 평균보다 7.2%p(조세부담률) 내지 12%p(국민부담률) 낮던 것에서 지금은 4%p(조세부담률) 내지 6%p(국민부담률)로 그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그림 1-2]).
또한, 세목별 GDP 비중을 보면 한국은 간접세 비중이 매우 높은 대단히 역진적인 조세구조에서 최근 들어 간접세 비중이 상당 정도로 감소하고 직접세의 비중이 좀 더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1-3]). 물론 직접세를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보다는 개인소득세와 사회보장세의 부담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였다. 소득세는 2000년에 GDP의 3.06%였는데 2020년에 GDP 5.22%로 증가하였고 사회보장세는 1990년에 GDP의 1.88%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 3.49%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GDP의 7.77%까지 증가하여 소득세와 사회보장세 중에서는 사회보장세의 증가세가 좀 더 빨랐다. 그리하여 OECD 평균과 비교할 때 한국의 2020년 소득세는 62.8% 수준(3.09%p 차이)이며 사회보장세는 84.4% 수준(1.44%p 차이)까지 올라갔다.
사회보장세 부담 추이만 별도로 보면([그림 1-4]) 사회보장세가 대단히 가파르게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한국의 사회보장세 부담은 기업과 노동자 간에 매우 균분되어 있어 OECD의 다른 회원국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OECD의 다른 회원국들도 근로자 부담분이 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기업의 부담분이 더 크다). 결국, 한국의 조세부담 추이를 보면 직접세의 비중이 점차 높아져온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기업과세보다는 개인소득세와 노동자분 사회보장세의 증가에 의해 뒷받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부담을 더이상 증가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자본 쪽에서 주도되었고 이것이 재정논리에 의해 뒷받침되고 세대논리에 의해 포장되고 있다. 이것이 복지국가 성장의 한국적 한계(growth to K-limits)라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자본에 의한 비용분담 회피 시도는 이를 반드시 극복해야 하며 이를 위한 노동의 단결이 긴요하다.
5·31 전략회의는 28년 전 이 땅의 교육을 시장화한 5·31 교육개혁을 복지국가에 적용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모색되어오고 추구되어왔던 시장화 경로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히는 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5·31 전략회의는 금융자본의 이해관계가 복지부문에 관철된 회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자본에 의해 끊임없이 모색되고 있던 시장화 경로를 대체할 대안적 경로를 제시하지 못한 민주화 세력의 실패는 매우 큰 과오이다. 이러한 과오에 대한 반성을 위해서는 5·31 전략회의를 단지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연금개혁 및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 금융자본의 발호 등 보다 큰 흐름에서 접근하고 그런 큰 흐름에서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 참고 문헌 |
노컷뉴스. 2023.05.31. “윤 포퓰리즘 기반한 정치복지 유혹 흔들리지 말아야.” (https://n.news.naver.com/article/079/0003775751?cds=news_edit)
보건복지부. 2023a. 「국민이 체감하는 선진 복지국가 전략 수립」,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5월 31일.
보건복지부. 2023b. 「사회서비스 고도화, 지역과 함께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간다」, 보건복지부 보도참고자료, 6월 1일.
오마이뉴스. 2023.05.31. “윤 대통령 “사회보장 서비스는 시장화, 산업화, 경쟁체제 돼야”.” (https://v.daum.net/v/20230531142407872)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2019. 「복지대타협 특별위원회 출범식」 자료집, 7월 4일.
프레시안. 2023.05.31. “尹대통령 “사회복지 통폐합, 경쟁·시장화·산업화해야”.”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53113433684704)
한겨레신문. 2023.06.09. “사회복지도 경쟁 붙이자는 ‘윤석열표 뇌피셜 복지’의 오작동.”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643341?cds=news_edit)
한겨레신문, 2023.02.14., “돌봄서비스에 140억 펀드 조성…“복지 시장화 부추길 것”.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1079654.html)
Crouch, C. 2009. “Privatised Keynesianism: An Unacknowledged Policy Regime.” The British Journal of Politics and International
Relations, 11(3): 382~399. https://doi.org/10.1111/j.1467-856X.2009.00377.x
OECD. 2023. OECD Revenue Statistics.
1) 언론 보도로는 오마이뉴스(2023.05.31.), 프레시안(2023.05.31.), 노컷뉴스(2023.05.31.) 등 참조
2) ‘현금복지’라는 용어는 지난 정부 시절 민주당 출신의 한 구청장이 2018~2019년경에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퍼진 용어이다. 당시 그 구 청장은 인접 자치구에서 노령수당을 제공하면서 그 구청장이 관할하는 자치구 주민들로부터 우리는 왜 저런 노령수당을 실시하지 않느냐라는 문제제기를 받게 되었고 이에 대응하여 지방정부가 손쉽게 현금을 나눠주기보다는 서비스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현금복지와 사회서 비스를 대비시키고 무차별적인 현금복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 시기 사용된 현금복지라는 용어는 5·31 전략 회의에서 대통령이 말한 복지의 시장화·산업화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즉, 2019년 7월 4일에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는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를 결성하였는데 이때 그들은 현금복지는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지방정부는 현금복지 증액보다는 사회서 비스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2019)
3) 현 정부 들어와 ‘복지’라는 단어를 이곳저곳에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경향이 크게 증가했는데 현금복지도 그런 사례 중 하나이지만 약자복지도 그 중 하나이다. 더욱이 약자복지는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약자’라고 노골적으로 지칭함으로써 낙인을 초래할 수도 있는 용어를 정부가 공식문건에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사용하여 ‘이차가해’의 소지마저 있다고 할 수 있다
4) 정부 문건에는 유사전달체계 연계 운영의 예시로 가정폭력 및 각종 학대(아동·노인·장애인 등) 대응체계 연계가 제시되어 있는데 이와 관련한 연계가 과거에도 제시된 바가 없지는 않았지만 사실 이들은 유사·중복사업 정비와 같은 틀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5) 또한, 일부 내용, 예컨대 투자펀드 140억 원 조성이나 사회서비스진흥법 제정 등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기도 하다. 이들 내용에 대해서는 한겨레신문 (2023.02.14.) 참조
월간 <복지동향> 2023년 7월호(제2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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