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12-01   5643

[기획3] 중장년의 자살문제와 사회적 과제 

최명민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우리나라 자살문제의 핵심에는 중장년층의 자살이 있다

이제는 거의 모두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해 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이끄는 가장 핵심층으로 중장년의 자살이 꼽히고 있다. 그 이유는 가장 최근의 자살통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먼저 2021년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을 살펴보면, 30대 자살률이 27.3명, 40대 28.2명, 50대 29.1명이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자살률 26명과 비교했을 때 모두 다 상대적으로 높은 자살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자살률만 보면 60대 28.4명, 70대 41.8명, 80대 이상 61.3명으로 노년기 후반으로 갈수록 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노인층의 자살률이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자살문제의 주요인이 중장년층에 있다고 하는 이유는 실제 자살자 수에서 중장년층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연령대별 자살자 수를 보면 전체 13,352명 중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해당되는 10대는 338명, 20대는 1,579명이고 노년기에 해당되는 60대는 1,951명, 70대는 1,535명, 80대 이상은 1,239명인데 비해, 중장년에 해당되는 30대는 1,842명, 40대는 2,298명, 50대는 2,569명으로 파악되고 있다(보건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3: 35). 여기서 보듯이 특히 40대와 50대 자살자 수는 각기 2,000명을 상회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해당 인구 대비로 보면 노년층의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실질적인 자살자 수에 있어서는 30대에서 50대가 대다수를 차지하며 그중에서도 40대와 50대 자살자 수가 특히 더 많다는 것이다.

중장년 자살의 양상은 성별에 따라 다르다

중장년이라고 하면 사람의 일생 중 가장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생산활동을 책임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주어지는 책임이 무겁지만 그 책임을 왕성하게 감당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존재의미를 확인하고 성숙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중장년층 자살자들은 어떤 이유로 이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는 것일까? 

우선 성별 비교부터 살펴보자. [그림 3-1]에서 보듯이 10대 이상 전 연령대에 있어서 여성보다 남성의 자살률이 높다. 실제 자살자 수에 있어서도 남녀 비율이 30대는 남 1,164명:여 678명, 40대는 남 1,612명:여 686명, 50대는 남 1,881명:여 688명으로 남성자살자가 여성자살자보다 2~3배 정도 더 많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위험한 자살 수단을 사용하고 자신의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남성자살률이 더 높은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경향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다만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남녀 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인 자살의 원인을 파악해 보자. [그림 3-2]에서 보는 바와 같이 30대와 40대는 경제생활 문제가, 50대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장년보다 젊은 층에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그 원인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60세 이상에서 육체적 질병 문제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양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살과 그 동기는 성별에 따라 그 양상이 또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표 3-1>에서 보듯이 30~50대 남성의 경우에는 경제생활 문제가 1순위,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2순위, 가정 문제가 3순위 동기지만, 동년배 여성의 경우에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1순위, 경제생활 문제가 2순위, 가정 문제(3,40대)와 육체적 질병 문제(50대)가 3순위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중장년층의 자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은 경제생활 문제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많지만 여성들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 인해 자살에 이르는 사례가 더 많다는 차이를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중장년 남성에게 경제적 책임이 더 많이 부과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남녀불평등과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자살의 양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1~3순위를 놓고 보면 중장년층의 남녀 모두 결국 경제생활 문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그리고 가정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살에 이르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하더라도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때 가정적으로 화목하기 어렵고 이러한 복합적 문제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정신적 문제가 먼저 있었다고 할 때 이런 상황에서 경제생활이나 가정생활이 원활하기도 힘들 것이다. 역으로 별거, 이혼 등 가정 문제가 주된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수반되기 쉽고 이것이 정신적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살의 원인은 상호 연결되어 순환적으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중에서도 통계적으로 중장년층 자살의 주요인으로 경제생활의 문제가 지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초일류 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그 생산성의 중심을 지탱하고 있는 중장년층이 경제생활 문제를 주된 원인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자살은 개인의 극단적 선택인가?

우리는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부르면서 자살이 개인적 선택의 결과라는 사회적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 자살이라는 용어가 주는 거부감이나 자살이 그 행위를 직접 떠올리게 하여 부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이유로 이런 용어를 쓰고 있다. 그러나 과연 경제생활 문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그리고 가정 문제는 개인의 사적 차원의 문제일까? 각자 자신을 계발하고 스스로 관리하며 살아가야 할 책임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낙오하여 스스로 경제고, 정신적 문제, 가정적 어려움을 초래한 개인이 감행하는 자살은 실패한 주체의 개인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러한 사회적 시선을 내면화하며 살아가고 또 죽어가고 있다.

다음 그림은 한국 농촌지역 자살자에 대한 심리사회적 부검을 통해 밝힌 자살의 구도인데, 이 중 귀향 중년 자살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첫째, 경력 단절이나 사업 실패 등 사회적 역할상실 후 좌절감을 안고 마지막 출구로 귀향했으나 둘째, 가족 및 사회적 관계 단절 속에서 셋째, 더 이상 재기의 돌파구나 해결책을 구할 수 없다는 절망감을 경험하며 자살을 선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유능한 사회인으로서 성공과 성취가 요구되는 사회에서 실패한 낙오자로 자신을 인식하고 있었던 공통점이 도출된다(최명민 외, 2014: 74). 결국 이러한 귀향 중년뿐 아니라 노인들까지 아우르는 공통적 특성은 건강과 경제적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또는 ‘남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인식을 주변인과의 관계 및 관계 단절을 통해 확인하게 되면서 깊이 좌절하며 고통스러워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자살에 대한 이해는 자신(I)이 스스로(myself)를 파괴하는 것에만 초점이 주어졌지만, 이 연구를 통해 구성된 자살의 구도에서는 사회적 자아, 즉 사회적 기대를 내면화한 자아의 손상이 결국 자기 자신 전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양상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자살은 개인의 자살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이웃과 친구, 그리고 사회를 모두 파괴하는 그런 성격의 죽음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최명민 외, 2014: 74-75).

다시 말해, 자살은 개인적 선택의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적 가치와 구조가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자기 자신을 죽이는 자살에는 사회적 타살의 개념이 개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자살자뿐 아니라 그 유가족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자살들은 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의외의 자살들이다. 사회유명인의 자살이라던가 자살위험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자살에 이르렀을 때 뉴스가 된다. 그러나 뉴스가 되지 못 하는, 다시 말해 누구나 자살에 이를 만하다고 생각되는 다수의 자살자들은 상대적 빈곤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다음 도시 빈곤층이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탐색한 연구(최명민, 2020)는 이를 보다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나타난 도시 빈곤층 자살을 살펴보면 자살이 성년 이후에 감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장 과정에서부터 심각한 빈곤이나 방임, 학대와 폭력, 차별과 배제를 경험함으로써 취약한 내외적 조건을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트라우마와 취약한 관계망이 일정한 성취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발목을 잡고 문제를 악화시키면서 삶을 포기할 정도의 좌절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자살이 개인의 극단적 선택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중장년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적 과제의 핵심은 불평등 해소에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문제들은 우리나라의 자살문제에 대한 대책이 어느 한 부분에만 집중하기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이뤄져야 함을 보여준다.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문제들인 경제고, 정신적, 신체적 건강 문제, 가정 문제 등이 서로 얽혀 있으며 특히 중장년의 경우 사회적으로 부과되는 책임과 기대가 커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에 1:1 대응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인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살 예방을 위한 법(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 서비스 전달체계(자살예방센터 등) 수립, 관련 예산의 증액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의 자살 예방 정책 중 우수한 정책들을 도입하여 자살 예방과 관련된 대안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그 결과 일정 정도의 자살률 감소를 이룬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획기적인 전환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것이 자살 예방 정책에 대한 재원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타당성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문제들을 양산해 내는 핵심에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가 도사리고 있음을 외면하면서 대중적인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생활 문제가 대다수 중장년 자살자들이 호소했던 문제라는 의미는 우리 사회의 부가 증가해 왔지만 이를 정의롭게 배분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음을 역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단순히 먹고사는 경제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적 조건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고 그 판단을 내면화하는 기제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심각한 빈부격차는 곧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설 자리인 인간관계의 훼손, 그리고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자살을 하나의 사건으로 들여다보면 개인의 선택 결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몇십 년째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는 사회적 현상이라면 더이상 개인적 차원의 문제일 수는 없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사회의 근본적인 방향을 재설정해야 할 것을 요구하는 전체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역설해주고 있다. 결국 그동안 놀라운 경제성장이라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불평등, 성별 불평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오지 못한 결과가 많은 중장년 성인이 자연적 본성에 반하여 스스로를 낙오자로 규정하며 목숨을 끊게 하는 사태를 빚어낸 것이다. 

이 문제를 인정하고 바로 잡고자 하는 국가적 차원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것만이 자살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심화된 고통을 치유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보건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3, 2023 자살예방백서.

최명민·김도윤·김가득, 2015, “한국 농촌지역 자살에 대한 심리부검 연구”, 한국사회복지학 67(1): 55-81. 

최명민, 2020, “도시 빈곤층 자살경로 탐색: 박탈경험을 중심으로”, 한국사회복지조사연구 66: 65-99.

월간 <복지동향> 2023년 12월호(제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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