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3-01   1916

[기획3] 복지정치와 시민사회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22대 총선, 복지정치의 현주소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총선 모드’로 돌입했다. 그러나 좀처럼 복지 의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복지 의제를 선도적으로 던지고 정치권에 제안해 온 시민사회도 이번 총선에서는 어느 진영에 힘을 실어야 할지, 어떤 통로로 정책을 제안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지난 정권에서 많은 시민사회 인사들이 행정가로, 정치인으로 진출했고, 제도권으로 진출하여 복지정치에 적극 기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로 정권 교체는 이루어졌다. 많은 시민사회 인사들은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만들겠다며 힘을 모았고, 정치권에 여러 방면으로 복지 정책을 요구하였지만, 그중 소수만이 받아들여졌고 어렵게 만든 정책들도 윤석열 정부에서 축소되거나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지는 결국 한 사회의 자원을 정치적으로 재분배하는 것이며, 한 사회의 복지 수준은 복지정치의 결과이다. 복지정치를 주도하는 주체는 정치권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정치권에 복지 의제를 던지고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온 것은 그간 시민사회의 역할이었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시민들이 어떤 복지국가를 택해야 할지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하며, 그 결과로 도출되는 정치적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정권의 성격에 따라 기존의 복지제도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 2022년 대선 결과, 보수편향적 정권 교체로 인해 수많은 복지 축소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시민사회의 미미한 힘으로는 정권에 대항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총선에서 시민사회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

총선과 같은 선거 체제에 돌입했을 때 시민사회는 주로 정책을 생산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부여받아왔다. 공약 또는 정책을 만들고, 정당 또는 후보자와 정책 이행을 위해 연대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기도 했다. 최근 시민사회에서는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이하 ‘총선넷’)’라는 단체를 발족하여 선거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노력 중이기도 하다. 총선넷은 기후환경, 의료복지, 민생경제, 종교, 역사 등의 부문에 걸쳐 100여 개가 넘는 연대기구 및 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총선넷은 반개혁적인 입법·정책을 추진해온 후보자, 인권침해나 차별·혐오 등 사회적 논란이 큰 발언과 행보를 보인 후보자, 대통령실 및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출신으로 정부 실정에 책임이 있는 후보자를 중심으로 공천에 반대하는 후보자 35명을 공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정책을 공약화하거나, 잘못한 정치인을 모니터링하여 다시 당선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선거철에 시민단체들이 주로 하는 역할이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와 거대 양당 복지 정책의 문제점

윤석열 정부는 ‘약자복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약자복지’의 개념은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최약자층부터 정부가 사각지대 없이 찾아내어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복지”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기조 아래 윤석열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 대한 생계급여를 높였고 대상을 확대하였다. 그 자체로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약자복지를 늘리는 한편, 실업급여의 기준을 더 엄격하게 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취약계층의 고용지원 예산을 삭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누가 봐도 ‘불쌍한’ 사람, 자신의 ‘노오력’으로 극복되지 않는 사람만을 선별하겠다는 강한 선별주의 방식으로 후퇴한 것과 다름없다.

 국회도 마찬가지이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예산안에서 이루어진 가장 큰 규모의 실질적 감액은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을 위한 예산 2,626억 원을 정부 원안에 비해 삭감한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강령에 ‘보편적 복지’를 명시하고, 지난 정권의 ‘문재인 케어’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이 같은 예산 삭감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의 ‘약자복지’라 불리는 선별주의 복지를 견제할 세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주된 증액은 총선을 염두에 둔 지역구 예산 따먹기였다. 한 해 동안 국민의 삶을 책임질 나라 예산이 총선을 위한 득표 전략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처럼 국회는 복지는커녕 지역 민원성 사업과 지역 개발 사업, 종교단체 지원 금액 증원으로 지역 득표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나라예산감시 공동행동’을 통해 다양한 시민단체가 모여 복지 축소를 우려하고,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시민사회의 현주소

시민사회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시민 없는 시민사회’라는 말이 이제는 더 이상 말뿐만은 아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수는 나날이 줄고 있다. 정기후원,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의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 작은 시민단체들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 민주화운동 세대 이후 세대를 시민사회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정치적 효능감과 참여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슈파이팅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여, 신규 시민들을 유입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다음은 시민사회의 세대교체 문제다. 시민사회에는 젊은 신규 활동가의 유입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기존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활동가로 남아있는 것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윗 직급이 계속 활동을 지속하는 경우 젊은 활동가들은 결정권을 갖지 못한 채 계속 동일한 일을 반복하게 되어 일의 효능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선배-후배 세대가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도록 권한을 나누어 갖고, 대표자·사무국장 직급의 일을 청년 활동가들이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공적영역(공무원 등)과 사적영역(기업 등)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정치권이나 행정 영역으로 모두 빠져나가서 해체된 조직들을 더러 발견할 수 있다. 시민단체 활동의 끝으로 정치권 입성, 행정조직 편입, 각자도생식의 기업 입사 외에 활동가 경력을 살려서 미래를 꾸려갈 방법과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 이로 인해 많은 청년들이 활동가로서 삶을 지속하는 데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시민사회에서 공적영역으로 갔을 때, 행정과 시민사회의 영역 구분이 불분명해짐으로 인해 비판과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행정이 해야 할 역할을 시민사회가 대신 해주는 방식으로 시민사회가 생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의 연대를 매우 경계함으로 인해 타협(연대)지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절대선과 절대악이 없는 상황에서의 운동방식, 미래세대 육성, 비전 제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 고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가 시민과의 소통 창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시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시민사회 내에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을 계속 열 수 있도록 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앞서 언급했듯 시민사회는 선거 때마다 정책 제안, 정책 및 후보 모니터링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철에는 다양한 연대기구들이 작동했고, 연대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왔다. 이번 총선에서는 우선 윤석열 정부의 ‘약자복지’ 프레임에 의한 선별주의적, 잔여주의적 복지를 강하게 비판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부터 지금까지는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왔다. 그 결과 무상급식, 사회서비스원 등 의미 있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선별주의적, 잔여적 복지로 바꾸고 있다. ‘빈곤하고 불쌍하다고 입증된 사람’에 대해서만 복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어 낼 것이며, 복지 수혜자들에게 낙인감을 줄 수 있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선별주의 복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국회도, 행정부도 아니다. 시민사회만이 철저하게 국민의 편에서 ‘약자복지’의 허점을 짚어내고, 선별주의, 잔여주의 복지의 한계를 널리 알리며 정권의 기조를 바꿔낼 힘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담고 언론과 정치인들과의 다리 역할을 하며, 끊임없이 옳은 방향을 외칠 때 생기는 작은 변화로부터 바람직한 정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시민단체의 현주소가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도 부침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단체 간 연대를 끈끈히 하고, 선거 기간 동안 시민단체로서 감시자와 제안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때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 문헌 |

김정목. “윤석열 정부의 복지전략과 우리의 과제 .” 월간 한국노총 593.- (2023): 12-13.

윤홍식. “정권 교체와 한국 복지체제의 지속, 변화, 전환 :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한국 복지체제 전망.” 비판사회정책 -.76 (2022): 188-217.

윤홍식. ”윤석열식 약자복지, 복지 확대인가 퇴행인가“ 2023년 09월 10일자. 한겨레

이창곤. ”윤석열 ‘약자복지’ 1년의 실상과 허상“. 2023년 5월 14일자. 한겨레.

이상민. ”2024년 예산 국회 심의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 국회 증액 및 감액사업 리스트 공개 및 분석“. 2022년 12월 24일 발표. 나라살림 358호 리포트.

월간<복지동향> 2024년 03월호(제3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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