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
보건의료 노동자1)의 권익과 처우
경제 불황 시 정부의 긴축 정책은 사람을 죽인다. 지난 시기 경험이 말해주는 바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불황이 지속되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먼저 타격을 받는다. 정부가 이들을 위해 돈을 쓰고 정책을 펼친다면 살릴 수 있지만, 부자 감세하고 규제 완화하고 정부의 사회 지출을 줄이면 이들은 여러 경로로 병들고 죽어간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경제 불황 시에는 자살이 늘어나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늘어난다고 한다. 감염병도 늘어나고 정신 건강 수준도 악화한다. 특히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이들이 받는 타격이 크다. 정규직 노동자도 예외는 아니다. 더 많이 더 힘들게 일하라는 압력을 받게 되고 이를 거부하기 어려우므로 적절한 보상 없이 장시간 노동과 강도 높은 노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연료비와 전기세도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월세 내기도 버거워지는 이들이 많아지면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경제 불황 시에 벌어지는 이 모든 상황이 사람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한다.
어려운 시기라도 정부가 나서서 사회 지출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공공 정책을 펴면 경제 불황으로 인한 건강 파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지출을 줄이고 공공 부문을 감축하고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면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진다.
고용 정책, 주거 정책,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과 더불어 의료 정책은 경제 불황 시에 필수적이며 충격 완충 효과가 매우 큰 정책 영역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의료 이용을 포기하거나 줄일 수밖에 없는 이들은 경제 불황 시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병원 갈 일도 많아지는데, 사회경제적 이유로 병원에 못 가게 되거나, 재난적 의료비 부담으로 파산하게 되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의료 부문 예산은 줄이면 안 되고 의료 공급은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유행 역시 경제와 건강은 상호 대항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사람들이 건강해야 경제도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에 의료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라면 그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보건의료 노동자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시설, 장비 등보다 사람과 노동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 보건의료 노동자의 노동의 질, 삶의 질은 그리 높지 않다. 적은 인력으로 스트레스가 큰 노동을 높은 노동 강도로 수행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노동자들이 많다. 몸과 마음을 다친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의료의 질이 높을 리 없다. 경제 불황, 기후 위기, 다시 올 수밖에 없는 감염병 유행 등으로 갈수록 중요해지는 의료서비스의 충분하고 적절한 공급과 질 높은 서비스 보장을 위해 보건의료 노동자의 권익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 현황 및 노동 조건2)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보건의료 인력 실태조사(2022)에 따르면,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 수는
2020년 216,408명이다. 이들은 2020년 기준, 상급종합병원에서 26.7%, 종합병원에서 34.6%,
병원은 16.5%, 요양병원은 12.6%, 의원 6.5%, 보건소 및 보건기관과 기타는 약 1%대를 유지하
고 있다.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는 여성 인력 비중이 높은 직종으로 전체 인력의 약 96%가 여성이다. 지난 10년간 남성 간호사의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이지만 2020년 기준 전체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 중 약 5%(10,965명)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전체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 중 20대 여성과 30대 여성 인력이 가장 많으나(각 평균 35.7%, 34.2%)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소하는 추세이고 40대와 50대의 인력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2010년 20.2% → 2020년 30%).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의 평균 임금은 2020년 평균 47,448,594원이다. 그러나 간호사의 임금은 요양기관 종류별, 지역별로 편차가 큰 것이 특징이다. 2020년 기준 상급종합병원 간호사의 평균 임금은 60,467,627원인데 종합병원은 48,761,100원, 병39,644,196원, 요양병원은 34,435,020원이었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큰데, 서울과 강원 지역의 평균 임금이 2020년 기준 각 54,352,188원, 50,617,722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에 견줘, 경북과 세종은 가장 임금이 낮은 지역으로 2020년 기준 37,149,820원과 40,166,916원을 받았다. 이는 전국 평균 임금의 78.3%, 84.7% 수준이고 지역 최고 임금인 서울 평균 임금의 각 68.4%, 73.9%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19.7%이다. 요양기관 유형별로는 요양병원의 이직률이 35.0%로 가장 높았고 병원이 27.3%, 종합병원은 16.2%, 상급종합병원은 10.7% 수준이었다.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 이직 현황은 간호사들의 직무 만족도를 대리하는 지표로 볼 수 있어 의미가 있는데 간호사의 이직률은 고용노동부의 2023년 1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상 전체 노동자의 평균 이직률 5.3%에 비해 높았다. 이직 경험이 있는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들이 이직 이유로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낮은 보수 수준’이었으며, 그다음은 ‘과중한 업무량’ 때문이었다.
간호사의 업무량은 간호사가 간호하고 있는 환자 수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들은 일평균 96.65명의 외래 환자를 간호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간호사들이 간호하는 입원 환자
는 일평균 22.64명이며, 상급종합병원은 19.87명, 종합병원은 25.51명, 병원은 21.28명, 요양병원은 38.54명 수준이었다. OECD 국가의 평균인 10명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 간호사들의 업무량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연차휴가 사용 가능 일수는 16.44일이지만 실제로 연차휴가를 사용한 일수는 연평균 11.53일이었다. 연차휴가를 부담없이 사용 가능하다고 응답한 간호사는 약 68.8%지만 휴가 사용이 어렵다는 응답이 29.7%, 부여된 휴가가 없는 간호사는 1.5%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간호사의 건강과 안전
간호사 노동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건강 및 안전 위험이다. 높은 업무량과 노동강도에 더해 업무가 가진 특성으로 간호사의 업무는 고위험 작업이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다양한 건강 위험 요인에 둘러싸여 일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건강 문제와 더불어 사고를 경험한다. 충분한 인력 수준으로 잘 관리되며 일해도 여러 위험에 노출되어 건강 문제를 가지기 쉬운데 한국에서는 부족한 인력과 관리되지 않는 노동 조건으로 인해 그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간호사는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건강 문제를 경험할 확률이 높다. 항암제, 소독약품, 마취 가스 등 (심한 경우 발암물질에 속하는) 다양한 화학물질들을 다루고 있다. 이로 인해 호흡기계 질환, 피부질환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장기간 관리없이 노출되면 암 발생 등의 심각한 건강 영향을 경험할 수도 있다. 수술실, 방사선실 등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경우 전리 방사선(Ionizing Radiation)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아 이로 인한 건강 영향 우려도 존재한다. 이러한 원인에 더해 장시간 서 있는 노동 등이 겹쳐 유산 등 여성 생식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는 이들도 많다.
업무 특성상 야간노동 등 교대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은 그로 인한 건강 문제 발생 빈도도 높인다. 수면장애, 위장장애 등은 아주 흔하고, 이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 심혈관계질환, 고혈압, 비만, 당뇨병 발생 위험도 안고 산다. 야간노동이 오래 지속되면 유방암 발생 위험도 크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 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심각하다. 강경화 등(2022)에 의하면, 간호사는 언어폭력, 원치 않는 성적 관심, 신체 폭력, 성희롱 피해 경험자 비율이 전체 임금노동자보다 높게 나왔다. 보건복지부 조사(2022)에 따르면 현재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간호사는 약 30.1%로 이들이 당한 괴롭힘 유형은 ‘폭언’이 77.8%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업무 몰아주기’(36.0%), ‘따돌림’(34.5%) 등의 순이었다.
목, 어깨, 허리, 손목, 팔꿈치 등의 관절, 근육, 힘줄 등에 통증을 경험하는 근골격계 질환 문제도 심각하다. 환자 체위 변경, 환자 이송, 주사 주입이나 혈압 체크 등 처치, 침대 시트 교체 때 허리에 부담되는 작업이 많다. 수술실의 경우 장시간 서 있으면서 무거운 수술 기구를 다루며 부적절한 자세로 일하다 보니 어깨, 팔꿈치, 허리, 무릎 등에 무리가 간다. 이로 인해 다양한 어깨질환, 팔꿈치 질환, 허리 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결핵, 간염 바이러스 등 감염성 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다.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에 감염된 환자를 돌보며, 자신도 그러한 감염성 질환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감염관리를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장갑 등을 끼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습진, 피부염 등 피부질환에 시달리는 간호사들도 많다.
바쁘게 이동하다가 계단 등에서 발을 헛디뎌 발목을 다치거나, 바닥에서 미끄러져 손목을 다치거나 장애물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환자의 이동을 돕다가 다른 침대나 세면대에 부딪히거나 유리문 등에 부딪혀 큰 사고를 당하는 일도 있다. 주사침이나 칼 등에 찔리거나베여 크게 다치는 경우도 많다. 약품 병 등의 유리 제품이 깨지며 베이는 경우도 많다. 소독기 등 뜨거운 증기나 기구에 화상을 입는 일도 있다.
이처럼 다양하고도 많은 유해 위험 요인을 안고 일해야 하는 간호사의 노동의 질과 건강, 안전은 간호의 질 및 환자 안전 수준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위험하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공되는 간호의 질이 좋을 리 없고 이는 의료의 질 및 환자 안전 수준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간호사 권익과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
한국 병원에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국 병원의 간호 인력 수준은 OECD 국가의 1/2~1/3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에도 한국의 환자들이 외국 환자들에 비해 더 적고 질 낮은 간호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국의 간호사들은 외국 간호사들에 비해 더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병원의 간호사 인력 수준을 다른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간호사 1인이 근무 시간에 간호하는 환자 수가 적어야 간호의 질이 높아지고 환자의 사망률 및 부작용 발생률도 낮아진다. 한국 병원에서 간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간호 인력 배치의 하한선을 법제화하여 이를 요양병원을 제외한 한국의 모든 병원에 강제하여야 한다. 이 기준은 어느 규모 어떤 병원이라도 꼭 지켜야 하는 하한선으로 하도록 하고 병원별, 병동별 특성에 따라 하한선을 넘어서는 간호 인력 필요에 대해서는 병원별로 해당 병동의 평간호사가 참여 하는 (가칭)‘병동 간호 인력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위원회에서 하한선을 넘어서는 간호 인력 수준은 자체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한국에는 간호사 공급이 부족하기보다 간호사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직을 많이 해서 병원 현장 간호사는 늘 부족한 상태가 되고 있다. 간호사 부족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보람을 가지고 직무에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신규 간호사 및 경력이 5년 이내인 간호사들에 대해 이직 방지 대책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간호사들은 낮은 임금, 휴가 사용의 어려움, 과중한 업무, 긴박하고 위험한 업무 환경, 교대근무로 인한 일과 삶의 균형 문제, 경력 향상의 기회부족,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경력 단절의 문제 등 때문에 이직을 결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규 간호사 교육 훈련 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효과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확립이 필요하다. 저연차 간호사의 경우 전문적이고 경험 많은 육간호사의 지도로 애정 어린 조언을 받으며 충실한 교육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오랜 기간 비슷한 일을 경력 구축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은 간호사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어 이직을 결심하게 한다. 간호사들의 경력 구축 경로를 만들어야 하고 간호사들이 자신의 병원에서 오래 일하게 되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떠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비전과 희망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근무 연차별로 현 직무를 잠시 떠나 재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여 적절한 경험과 지식을 쌓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고, 가치 있는 행동에 대한 인정과 보상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간호사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병원의 리더십을 보다 민주적이고 포용적이며 소통적인 리더십으로 변화시켜 병원의 조직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병원의 리더십과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간호사 이직 방지를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둘 수 없다. 민주적이고 포용적이며 소통적인 병원 리더십 형성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공공병원부터 의사, 간호사들이 이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받도록 해야 한다. 공공병원부터 시작하여 민간병원까지 병원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 미주 |
1) 보건의료 노동자에 포함되는 노동자의 범위는 매우 넓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 의료인,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 그밖에 약사,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전문 직종이 근무하고 있고, 전문 직종 외에도 시설관리, 청소 등의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도 넓은 의미에서 보건의료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주로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권익과 처우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필자 역량의 한계로 타 직종과 병원 외에 보건소나 지방정부 등 지역사회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 노동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 노동자는 이 글에 포함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2) 이하 내용 중 현황 자료와 관련된 것은 따로 언급이 없는 한 보건복지부(2022),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24년 6월호(제3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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