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7-01   3464

[복지칼럼] 허울뿐인 반지하 대책, 언제까지 운에 맡겨야 하나

송아영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6월 중순을 넘어가는 지금, 쏟아지는 햇빛과 더운 바람을 맞으며 올해 여름에 예고된 폭염과 폭우를 걱정한다. 2022년 여름 갑작스러운 폭우는 많은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성을 위협했으며 그중에서도 침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반지하 거주자들의 피해는 매우 컸다. 이후 서울시 및 국토교통부는 너나 할 것 없이 반지하 대책을 발표하였고 반지하의 침수 위험은 곧 사라질 것만 같은 호언장담이 난무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의 기개 넘치던 대책 마련의 의지는 흐리멍덩해진 지 오래다. 

국토부는 반지하 침수 및 사망사고 이후 반지하 신축금지 및 반지하 밀집 지역 재개발 계획과 반지하 거주자에 대한 침수 방지시설 지원 등을 발표하였다.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 주거이전 지원, 반지하 주택 공공 매입, 침수 방지시설 설치 등을 지원하는 정책안을 발표하며 지원 대책을 발표하였지만, 반지하에 거주하는 주민들 삶의 특성과 이주 결정의 복잡성, 민간 임대시장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보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가장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침수 방지시설 설치의 경우 침수 가구로의 낙인을 불편해하는 임대인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여 임차인에게 적절한 주거지를 임대해야 할 임대인의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또한 반지하 안전의 문제로 방범창 등을 설치하는 경우, 침수 시 대피가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침수 방지시설 설치 시 안전에 대한 이슈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반지하 가구에 대한 주거 상향 및 주거 이동 지원도 중요한 반지하 대책 중 하나인데, 저소득 가구가 밀집한 반지하 거주 가구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주거지 이주 지원 대책은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거주지 근처 매입임대주택의 절대적 부족은 지상으로의 주거지 이동을 어렵게 하며, 전세 임대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현재 지원체계에서는 ‘조금 덜 위험한’ 반지하로 이동을 지원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 문제가 존재한다. 또한 가구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주거지 이동 지원은 지원 포기 문제를 일으킨다. 이렇듯 엉성한 이주 대책은 실제적인 이주로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이주를 완료한 반지하 가구는 소수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서울의 매입임대주택 공급은 오히려 줄고 있어 반지하 거주 가구의 이동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점차 대상을 확대하면서 오히려 주거 소요가 높은 저소득층이 소외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반지하 거주자 대책은 제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반지하가구 중 임대가 아닌 자가소유인 경우 재산적 이슈로 더욱 문제가 어렵고 복잡함에도 이에 대한 관심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규모 반지하 침수와 사망사건으로 인해 사회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던 반지하 문제는 어느새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으며 세심하지 못한 대책은 큰 실효를 거두지도 못하고 있다. 주거권에 대한 몰이해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반지하는 오랫동안 저소득층 최소한의 주거지로서 기능해 왔고 주거 상향을 꿈꾸던 곳으로서의 의미가 컸다. 그러나 주거 시장의 과열과 자력에 의한 주거확보가 어려워지는 현시점에서 반지하는 이제 더 이상 주거 상향의 꿈을 꿀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반지하의 안전을 급속도로 위협하고 있으며 예고된 폭염과 폭우는 주거권뿐만 아니라 생존권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만으로 버티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우리 사회는 반지하를 사회구조적으로 용인하면서 더 나은 주거 보장을 고민하지 않는다. 반지하뿐만 아니라 쪽방, 비주택 등 우리 사

회에 폭우와 폭염의 위험에 던져진 가구들은 매우 많다. 언제까지 개인의 노력과 운에 주거권을 맡길 것인가. 더 많은 이가 희생되기 전에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월간 <복지동향> 2024년 7월호(제3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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