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7-01   3764

[기획4] 진보정치와 함께 걸어온 복지국가에 대한 청년주체의 평가

주수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이사

가장 최근에 치러진 두 번의 선거에서 2030 세대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대 대선을 거쳐 22대 총선에 이르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이들의 표심이 어느 한 곳에도 머물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던 터라 더욱 그러하였다(한겨레, 2024).1) 2030 세대가 제공한 정치적 여백은, 각기 다른 이념과 지향을 지닌 이들 간의 일사분란한 이합집산으로 메워졌다. 그 결과 선거 날 받아본 투표용지에는 ‘새로움’, ‘혁신’, ‘개혁’, ‘혁명’, ‘미래’, ‘연합’, ‘통합’과 같은 낱말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는데 좋아하는 맛이 하나도 없다면, 아마 이런 기분이려나. 이러한 가운데 멀리 유럽 대륙에서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얼마 전 있었던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민족주의를 내건 정당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3당인 중도 자유당 그룹을 앞설 수도 있다는 소식이었다(머니투데이, 2024).2) 역대급 길이를 자랑한 투표용지에 ‘반이민, 반환경, 반평화’와 같은 단어는 없었던 것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렇게 계속 무당층에 머물다가 최소한의 민주주의 원칙도 지키지 않는 세력에 한국 사회도 잠식당하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가 생겨났다.

그렇지만 한국은 다를 것이란 생각에 이내 안도하였다. 청년층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선택하지 않기를 ‘선택’한 이들이 쉽게 극우 포퓰리즘 정당을 택할 것 같진 않아서다.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제각각이겠으나 이런 신중함이라면 보통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기성의 정치를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어진 선택지 중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무당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현재의 2030 세대 유권자 정치 지형은 한국 사회가 발전시켜온 복지국가에 대한 청년이 매긴 성적표 같다. 복지로 환심을 사보려는 포퓰리즘식 정쟁에 대한 염증과 자가 동력을 상실한 한국 사회의 분배와 재생산 시스템에 대한 거부를 비롯한 여러 말들이 적혀있는 듯하다. 이에 2030 세대 무당층에 속한 사람으로서 이 지면을 성적표 삼아 진보정치와 함께 걸어온 한국의 복지국가를 평가해보고자 한다. 아울러 지금 지지하는 정당은 없어도, 앞으로 내가 살아갈 한국이 어떤 나라였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토론하여 복지국가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청년 주체의 복지국가 운동을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향후의 대안과 과제도 모색해보겠다. 

청년은 복지국가를 지지하는가?

‘진보정치와 함께 걸어온 복지국가’에 대한 성적표를 쓴다고 하면, 언제를 기점으로 평가를 시작해야 할까?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에 해당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대학 시절에 해당하는 보수정권 1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자니 오늘날 한국의 복지국가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한 데에서 진보 정치의 기여분과 보수 정치의 기여분을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집권 여부와 별개로 진보 정치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 많은 이들의 노고로 오늘날 한국의 복지국가가 존재하기에 정권의 집권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시기를 정하려 한다. 기준은 철저히 주관적으로 설정했는데, 내가 처음으로 보편적 복지를 경험한 때부터다. 때는 바야흐로 2013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일원이 되어 복지국가 운동에 가담한 시절부터이다. 처음 단체가 만들어지고 친구들과 복지국가 관련 이론들을 학습하였다. 그러면서 계급, 연대, 동맹과 같은 개념을 처음으로 접했다. 시위 장면 등을 연상시키는 계급이나 연대에 비해서 ‘동맹’은 더욱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생각보다 빨리 익숙해졌다. 

우리가 채택한 복지국가 운동 전략의 중심에 ‘동맹’이 있었기 때문이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었던 2012년, 보편복지 확대의 창이 열린 틈을 타 청년도 노인이나 어린이처럼 자격 있는(deserving) 복지 참여자임을 호소하였다.3) 또 이미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 자리하고 있던 반값 등록금 외에도 청년의 정체성을 학생에 한정하지 않고 생활을 살아가는 시민으로 넓혀 사회보장제도, 일자리, 주거 등에도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였다.

생애주기의 보편화와 정책 영역 상의 보편화를 꾀하였던 것인데, 그러한 방식은 그 자체가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핵심 내용이기에 의미 있을뿐더러 복지국가 지지 세력을 형성하는 정치 전략으로도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당시 주변 친구 중에는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뽑은 사람이 여럿 있었다. 정치 노선은 달랐어도 우리는 여전히 친구였는데 아르바이트나 학업 등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착안한 것이 청년도 이용하는 사회정책을 통한 ‘친복지동맹’ 형성 전략이었다. 전략의 실행 단계는 다음과 같았다. 하나, 젊다는 이유만으로 창문도 없는 고시원에 사는 것이, 생활비 걱정에 새벽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에 가서는 졸면서 수업을 듣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니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청년복지정책의 필요성을 도출한다. 둘, 필요성에 기반하여 정책 입안을 촉구한다. 셋, 정책 시행으로 복지정책 경험을 확대한다. 넷, 긍정적인 정책 경험을 통해 복지 확대를 지지하는 세력을 넓힌다. 

이렇듯 ‘친복지동맹’은 생활과 밀접한 공통의 이해관계에 기반하여 복지정책을 수립·시행하고 긍정적인 복지 경험이 확대되면 복지국가 형성을 지지하는 ‘동맹’이 형성된다는 가정에 기초해 있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전략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10년 중 첫 5~6년 동안에는 전략의 첫 번째, 두 번째 단계가 실행되었다. 고용이나 일자리 외에 주거, 건강, 일상생활 등 생활 전반에서 청년이 겪는 삶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게 되었다. 관련 예산도 크게 확대되어 2013년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으로 1조 7,903억 원이 책정된 데에 반해(하현선, 2013), 2017년에는 일자리 포함 주거, 교육, 생활 영역을 아우르는 청년 관련 사업 규모가 9.7조 원으로, 2020년에는 22.3조 원으로 늘어났다(관계부처합동, 2020). 이렇게 보면 전략의 절반은 성공을 거두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친복지동맹’의 핵심적인 지점, 즉 복지 경험이 복지 확대를 지지하는 태도로 이어졌는지 여부를 살펴보자. 사실 이 부분은 정책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어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이후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이 이전보다 넓어진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충분하지는 않고, 또 평가 대상 기한이 짧기에 아직까지는 청년을 겨냥한 ‘친복지동맹’ 전략이 효과를 거두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대신 청년세대가 경험한 정책의 범위를 2011년 무상급식으로 넓혀, 정책 경험의 확대가 복지 확대 지지 태도의 기폭제가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2004년, 2011년, 2014~2022년(2017년 제외)에 걸쳐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사회보장정책 확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문항을 20대와 50대 연령 집단별로 분석해보았다(김미숙 외, 2011; 최성은 외, 2011, 김미곤 외, 2014; 김미곤 외, 2016; 김미곤 외, 2018; 이태진 외, 2019; 김태완 외, 2020; 김태완 외, 2021; 김문길 외, 2022).

[그림 4-1]에서 볼 수 있듯, 2004년부터 2019년까지는 전체 연령집단과 50대에 비해 20대에서 사회보장정책 확대에 대한 찬성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으며 반대 비중은 더 적게 나타났다. 20대 청년층이 직접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복지정책이 없었던 2004년과 2011년에도 20대의 복지확대 찬성 비중이 다른 연령집단에 비해 높아, 이후 시점과의 비교를 통해 정책 경험이 복지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뚜렷하게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이후의 변화를 보면, 20대가 경험한 무상급식이나 청년정책이 복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2015년까지는 20대 찬성 의견 비중이 50대를 크게 상회하여 두 그래프 사이의 간격이 꽤 컸는데 2018년부터는 이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2020년에는 복지 확대에 대한 20대의 반대 비중이 50대와 전체 연령집단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2020년 무렵부터는 2011년 이후 시행된 무상급식을 경험한 세대가 20대로 편입되고 보편적인 형태의 청년복지정책이 확대되기 시작되었기에 이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할 수 있다. 또 이때에는 코로나 지원금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복지 경험이 확대되기도 하였기에, 복지 확대에 대한 20대의 지지 철회가 돋보인다. 50대와 전체 연령집단에 비해 20대에서 복지 경험이 복지 확대 지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해져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2021년 이후에는 20대와 50대 간의 복지확대 동의 수준이 거의 유사해졌다. 20대와 전체 연령집단을 비교해도 그래프가 가까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 이상 복지국가 지지 태도에 있어서 타 연령집단과 비교되는 20대의 특징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물론 이러한 간단한 통계 수치만으로 청년층을 겨냥한 복지 경험 확대가 복지국가 지지세력 형성에 미친 영향을 알기는 어렵다. 청년층 외에 여러 연령집단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정책이 비슷한 시기에 확대되었고(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또 본인이 직접 이용하지는 않더라도 가족이나 친지의 복지 경험을 통해서도 복지 태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며, 정책 경험 외에도 복지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실 몇 가지가 있다. 첫째, 2010년 초반과 비교하여 2020년대의 20대 청년은 복지 확대에 보다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시점 사이 20대의 복지 확대 찬성 의견 비중이 줄어들었고, 50대 및 전체 연령 집단과 20대의 복지 확대 동의 수준이 점차 수렴하게 된 것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2020년 전 국민 코로나 지원금 지급 이후, 20대의 복지 확대 지지 의견이 50대와 전체 연령집단에 비해 낮아졌다. 청년을 겨냥한 우리 단체의 ‘친복지동맹’ 전략이 성공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뼈아픈 사실이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머릿속 구상이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은 데에는 어떠한 원인이 있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바꾸고 또다시 실험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앞으로 청년은 복지국가를 지지할 것인가?

앞서 확인한 사실을 복지국가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 철회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복지 확대’에 대한 동의 여부와 ‘복지국가’에 대한 태도 간에 존재하는 개념적 격차를 고려하면, 이는 확대 해석일 것이다. 또 10여 년간의 보편복지 확대 흐름 속에서 ‘복지 확대’라는 아젠다를 진보가 배타적으로 점유할 수 없게 되면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복지 확대의 필요성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유권자 지형이 형성(경향신문, 2024)4)된 까닭에 ‘복지 확대’에 대한 의견으로 ‘복지국가’에 대한 지지 정도를 파악하기는 더욱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청년층에서 ‘복지 확대’ 찬성 의견이 줄어든 점을 예리하게 주시해야 한다. 무상급식 10년, 보편복지 운동 10년의 성과가 청년으로 하여금 복지를 오래되고 낡은 것, 기성세대만의 것으로 연결 짓게 하는지 모르겠다. 

복지 확대로 청년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많아지기는 하였어도, 그것이 청년의 삶을 질적으로 개선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이 이를 방증한다. 재생산 시스템의 마비가 극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낳지 않는 현실 외에 우리가 더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점이 있다. 수많은 한국의 청년들이 자신이 속한 세상을 스스로 저버리기를 택한다는 것이다. 청년의 자살 문제는 과거 한국 사회를 살아온 세대와 비교해 보았을 때 그 심각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1951년생 여성이 20대였을 때의 자살률과 1982, 1986, 1996년생 여성이 20대였을 때를 비교하면 이들은 엄마 세대보다 자살 위험이 각각 5, 6, 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겨레, 2019).5)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낳지 않는 것은 차치하고 살아있는 사람마저 지키지 못하는 것이 한국 복지국가의 재생산 시스템의 현실이다. 

청년은 구조적 한계를 건드리지 않은 채 피상적으로 복지 확대를 꾀하는 방식을 새로운 정치의 일면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기성의 생활 방식을 연장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할 뿐이다. 그리고 출산율과 자살률 지표가 보여주듯 기존의 시스템은 지금의 청년의 삶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숫자를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지표가 있다. 한 사회의 고용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이지만 정부의 정책 성과를 선전할 때는 잘 등장하지 않는다.

 [그림 4-2]와 같이 2000년 이후 한 차례도 줄어든 적이 없기 때문이다(남재량, 2019). 니트의 증가가 문제인 이유는 기존의 한국 사회의 질서 속에 위치한, 다시 말해 기성의 사회적 문법을 따르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수행하지 않는 사람이 자꾸만 늘어나는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니트는 고용된 상태가 아니지만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 다니지도, 직업 훈련을 받지도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가사나 육아를 전업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 회사, 학교, 학원 같은 곳에 다니지 않고 결혼하여 가사나 육아를 전업으로 하지도 않으면 일자리 통계에서 니트로 분류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정체성을 획득하지 못하거나 획득하기를 거부하는 청년이 느는 것은 한국의 복지국가 시스템을 지탱해온 생산-재생산-분배 체계의 순환 과정이 오늘날 한국에 사는 청년 세대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복지 확대라는 개혁 과제를 청년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 청년을 복지국가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려면 이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정규 노동, 정규 가족, 정규 사회라는 울타리로 사람들을 몰아넣는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복지국가는 그 너머로 나아가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얻어, 몇 년 안에 돈도 적당하게 모으고, 결혼할 사람도 찾아서, 아이 낳고 사는 식의 정규 트랙이 아니더라도 삶이 그럭저럭 나쁘지 않고 중차대한 위험과 불안에 휩싸이지 않게끔 포용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과거와는 딴판인 이 세상에 내던져져 비정규직, 프리랜서, 프리터, 히키코모리, 니트족, 비혼족 등과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이 시대의 청년을 지지세력으로 포섭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안과 과제

마지막으로 그간의 복지국가 전략에 대한 반성을 통해,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싶다. 가장 크게 걱정이 되는 부분은 연대의 전선을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과거와 달리 적과 아군이 뚜렷하지 않은 세상이다. 민주 진영이 반민주 진영과 맞서 싸우던 때처럼 전선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또 청년을 중심으로는 온갖 담론이 범람하면서, 때로는 선량한 시민을 적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세대 갈등이나 젠더 갈등을 유포하는 자들이 노리는 것이 선량한 시민들 간의 분열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우리 단체 활동 중에도 세대 갈등 담론의 영향으로 사소한 오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

지난 대선, 이재명 후보 광화문 유세 현장에 갔을 때의 일화이다. ‘불평등끝장 2022 대선유권자네트워크(약칭 불평등끝장넷)’에서 대선 후보 유세장을 다니며 사회보장 강화를 위한 공약을 제안하였다. 그때 우리 단체 활동가들도 ‘사회보장의 국가책임 강화’, ‘공공의료 확충’, ‘부동산 투기 근절과 주거 불평등 완화’ 등의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유세장에 나갔다. 지지자와 불평등끝장넷 활동가들로 유세장은 북적였는데, 하필이면 우리는 그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한 나머지 지지자들에게 적으로 오인을 받게 되었다. 엄청난 화력을 발휘하는 지지자 분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쏘아붙였다. “젊은 사람들이 말이야, 남의 유세장에 와서 왜 이러고들 있는 거야?”라고 큰 소리로 말씀하시며 우리를 유세장 밖으로 몰아내려고 하였다. 피켓 내용을 한번 읽어보시라면서 “우리도 다 같은 편이에요!”라고 항변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당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진석 교수님이 등판하여 우리가 진짜 같은 편이 맞다고 증언해주시고 나서야 상황이 종료되었다. 항간을 떠돌던 세대갈등론의 망령은, 지난 4월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를 통해 허상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대갈등론에 따르면 세대 간 형평에 어긋난 국민연금 제도에서 청년 세대는 가장 손해를 보는 집단으로 재정안정화론을 채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였는데, 실제 조사를 해보니 세대연대의 관점에서 국민연금 제도를 바라보는 20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간 연대 제고를 위한 방안(연기금 사회투자, 미래세대 지급 보증을 위한 지급 의무 명시 등)에 대한 동의 수준이 높았고, 또 재정안정강화안보다 소득보장강화안을 지지하는 20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44.9% 대 53.2%)(남찬섭, 2024). 

비록 앞선 논의에서 청년을 겨냥한 친복지동맹 전략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고 자평하였지만, 세대 간 연대가 형성되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니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투지가 생겨난다. 연대 전선을 구축하는 게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지만, 몇 가지 원칙을 통해 달성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혐오와 갈라치기를 일삼는 세력을 멀리하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반목하게 하고, 내국인이 외국인을 문제의 원인으로 삼는 담론을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차별금지법과 혐오발언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아젠다가 복지국가 전략에 담겨야 한다. 

둘째는 ‘공통의 이해’를 형성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만큼 일생에서 경험하는 생애주기가 다양하지 않은 요즘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손녀, 조카, 삼촌이 한 집에 모여 살던 때와는 다르다. 혼인이나 육아를 중심으로 공통의 삶의 경험을 형성하는 생활 단위도 줄어들었다. 각자의 삶을 살다보니 서로를 이해하기가 통 쉽지 않다. 억지로라도 공론의 장에서 만나서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즐거운지를 나누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시민이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들로 확장되어 가고 있기에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만나야 하고 이어져야 한다. 계급적, 민족적, 문화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동맹’해야 한다. 이것이 복지국가 운동과 진보 정치의 역할일 것이다. 

| 미주 |

1) 한겨레, “청년 셋 중 하나, 표심 못 정해 ‘최대 변수’”, 2024.04.03. https://www.hani.co.kr/arti/politics/election/1135143.html

2) 머니투데이, “”부모보다 가난한 게 당연해?”…유럽 청년들 ‘극우’로 돌아선 이유”, 2024.06.05.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60411082650336

3) 그간 우리 사회에서 청년은 근로능력을 지녔기에 자력으로 생활을 보전해야 하며, 복지를 수혜하려면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혹은 일하지 않기를 선택해야만 복지 일을 하지 않기로 선택할 것을 강요받는 존재였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는 주당 30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은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할 수 없는 문제점을 인식, 이슈파이팅 끝에 2017년 주당 30시간까지 일하는 청년도 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4) 경향신문, “이념 안 가린 사형제 찬성…노란봉투법·대일협력엔 ‘극단’”, 2024.01.05.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1040600021

5) 한겨레, “지금의 20대는 부모의 20대보다 나아졌을까?”, 2019.06.27.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99634.html

|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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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선. (2013). 청년일자리사업 평가. 국회예산정책처. 

관계부처합동. (2020). 청년의 삶 개선방안

남재량. (2021). COVID-19 충격이 청년니트 (NEET) 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2021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 발표논문.

남찬섭. (2024).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와 그 의미 – 공적보장강화, 세대연대, 사회전체적 노력 -. 월간 복지동향,(308), 33-45.

월간<복지동향> 2024년 07월호(제3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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