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8-01   5684

[복지칼럼] 디지털 시대의 돌봄

한은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노인 돌봄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빅데이터, IoT, AI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상하고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이미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생활밀착형 돌봄의 확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보건복지부는 ICT 기술을 활용한 응급안전안심서비스와 AI·IoT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사업을 이미 수년 전부터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돌봄로봇·AI 등 혁신기술을 결합한 사회서비스를 지역에서 제공하는 스마트 사회서비스 시범사업을 수행 중이다. 또한 많은 지자체들이 민간 기업과 협력하여 AI스피커 및 ICT 기술을 활용한 고독사 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는 현재의 기술이 아직 사람의 돌봄 수준만큼 섬세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챗GPT로 대표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발전으로 인해 너무나 사람과 흡사한 AI가 등장하자,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새로운 윤리적·사회적 딜레마를 야기하고 있다. AI 윤리학자들은 기술적으로 인간을 잘 흉내내는 AI를 만들 수 있더라도, 그것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 모호화, 감정적 조작 가능성, 프라이버시 침해,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윤리적 우려를 반영하여 대부분 국가에서 AI 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법제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유럽연합이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인공지능법(AI Act)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법은 위험도에 따라 AI를 구분하고, 고위험 AI를 제공하는 기업과 운영하는 기관에게 기본권 영향평가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에서 여러 인공지능법안이 발의되어 논의 중이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법안이 AI 산업 육성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어, AI 개발 및 사용에 대한 윤리적 규제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법안 마련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시대의 노인 돌봄은 기술의 효율성과 인간의 존엄성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도전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과제가 아닌 사회적, 윤리적, 법적 과제이며, 지속적인 대화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특히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현시점에서 이에 걸맞는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다. 이러한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학계 전문가와 실천 현장의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돌봄의 주체이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모든 시민의 관심과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월간 <복지동향> 2024년 8월호(제3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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