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민 국립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특정 집단의 정체성은 제도, 법, 규범, 가치 등 사회적 조건의 조합으로 형성된다. 이에 따르면, 청년의 정체성은 원가족과 교육제도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으로 이행하는 시기이자, 취업과 독립 등 생애 과업 수행으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시기라는 사회적 통념 하에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을 둘러싼 사회적 여건의 변화로 청년을 향한 통념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근거가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는 심화하는 청년 실업률, 꾸준히 상승하는 청년 빈곤율,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청년 니트족(NEET) 등 수치화된 지표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교육을 마친 청년이 노동시장으로 이행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결혼과 출산을 비롯하여 인생의 많은 선택을 지연하거나 포기하는 ‘N포 세대’,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으로 대표되는 청년의 열악한 주거환경인 ‘지옥고’ 등 신조어에 내재한 부정성과 비관적 의미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길어지는 것을 넘어 얼어붙은 이행기는 그동안 사회복지 정책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었던 청년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추동하였다. 특히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은 청년정책의 변곡점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추가경정예산에서 청년을 직접 명시한 지원이 확대되었고, 같은 해 3월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청년의 삶 개선 방안에서도 생활지원, 참여권리, 일자리, 주거, 교육 등 청년 삶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대책이 수립되었다. 이후에도 청년을 위한 복지정책은 확대되고 있으나 청년이 직면한 위기와 위험은 가중되고 있는 듯하다. 이에, 복지동향 8월호에서는 ‘청년을 위한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청년이 경험하는 다양한 위기의 원인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변금선 박사는 전통적인 복지대상의 범주에서 제외되었던 청년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확대되었으나 여전히 ‘취약계층’ 청년을 위한 복지에 수렴하는 청년 정책을 비판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복지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발전 경로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청년의 복지권 축소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년이 직면하는 다차원적 위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청년복지정책이 청년의 복지권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청년복지정책 프레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청년 정신건강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장숙랑 교수는 자살예방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살 현상의 젠더 차이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청년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요인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함을 제안하였다. 김성아 박사는 청년의 고립 현황과 실태를 통해 청년이 스스로 가둘 수밖에 없는 다양한 원인을 분석하였다. 이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목도되는 수많은 현상은 청년이 직면하는 다차원적이고 중첩된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경제적 자본의 결핍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지 못하는 복지국가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복지국가는 청년의 고립을 넘어 연대할 수 있는 물리적, 제도적 기반이 되어야 함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수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청년의 주거권이 피상적인 권리에 불과한 현실을 문제제기 한다. 박탈된 청년의 주거권이 청년의 자살과 부채, 청년전세대출과 전세사기, 지옥고에 사는 청년 문제로 심화되는 현실을 통해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주거불평등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변화의 시급성을 강조하였다.
네 편의 글은 청년복지정책이 청년의 다차원적이고 심각한 위기에 제대로 조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청년(靑年)은 말 그대로 푸른 나이이다. 푸른 나이라는 호명에 배태된 긍정의 의미와 상반된 이들의 지난한 삶은 청년복지정책의 양적 확대가 청년의 삶의 변화를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청년의 복지권이 피상적인 권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행동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월간 <복지동향> 2024년 8월호(제3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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