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ㅣ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운영위원
기초연금은 2008년 기초노령연금으로 시작한 노인 소득 보장제도다. 2007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면서 국민연금을 수급하지 못하거나, 수급액이 낮은 노인들의 소득 보장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특히 노인빈곤율이 OECD 가입국 중 1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꼭 필요한 노인복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급액은 세 번의 대선을 거치며 8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인상되었고, 지난 5월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약속한 바와 같이 40만 원으로 인상을 앞두고 있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는 지난 2014년부터 기초연금액 인상을 환영하면서도 국민기초생활수급권 어르신들이 받는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어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현실을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명명하고 있다. 사실상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이 기초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을 비판하며, 기초연금을 기초생활보장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는 와중에 「복지동향」 7월호에 기고된 남찬섭 교수의 관련된 글이 주목된다. 이 글은 무상급식으로 촉발된 복지국가 운동에 대한 서술과 평가를 기술하면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그러나 우리 연대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대한 남 교수의 논지와 다른 견해가 있어 반론하고자 한다.
사실을 사실대로만 보자
첫 번째, 남교수는 복지국가운동 진영이 분열된 대표적 원인의 예를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들고 있다. 정말 그러한가? 과도한 비판이고 ‘사실’에도 맞지 않다.
처음에 보충성 원리를 둘러싸고 복지국가운동 진영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쪽이 자신의 주장을 적절히 반영하여 조정안이 마련되었고 그것이 생계급여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기초연금에 대한 공제율 도입이다. 나아가 복지국가 운동진영은 합심하여 이를 정치권에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려 노력하였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2020년에 기초생활보장제도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근로소득을 30% 공제하면서, 기초연금도 일정 공제율을 적용하자는 방안은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아직 기초연금에 대한 공제율이 도입되지 못하였고,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 복지국가운동 진영이 풀어야 할 숙원 과제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었음에도 이 사안이 ‘분열’의 원인이다? 남 교수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걸 복지국가운동 분열과 연관 짓는 건 적절치 않다. 자신만의 시야에 갇힌 주관적 과잉 규정으로 보인다.
입법 정신을 무력화하는 원리는 누구를 위한 원리인가
두 번째, 남 교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주장이 사회보장의 보충성 원리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참으로 협소한 시각이다. 오히려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남 교수는 보충성 원리를 지나치게 경직되게 이해하여, 현실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보충성 원리 밖 제도들을 간과하고 있다.
남 교수는 기고문에서 생계급여 수급자의 국민연금, 기본소득을 소득인정액 포함할 것인가를 질문하며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고 답한다. 이에 따르지 않은 것은 현금 급여제도의 정합성을 무너뜨리는 처사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의 의미를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미 현금 급여에서 보충성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남 교수의 주장을 그대로 적용하면, 장애인 연금, 장애 수당, 양육 수당, 국가유공자 수당 등은 생계급여 산정에 있어 소득인정액에 포함하지 않으니, 정합성을 무너뜨리는 실제 사례들이다. 그러면 위 급여들이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보충성 원리를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더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아이를 키우면 부가적인 지출이 예측되므로 생계급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 국가를 위한 헌신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도 국가유공자수당으로 생계급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기초연금은 어떤가? 기초연금의 목적은 노인 빈곤 개선이다. 그런데 아직도 빈곤 노인에 대한 현금 급여는 불충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기초연금은 생계급여와 별개로 지급될 필요가 있다. 백번 양보하면, 최소한 일부라도 별개로 지급하는 공제율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원리와 현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세 번째, 남 교수가 말하지 않지만,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초래하는 ‘형평성’ 문제는 무척이나 심각하다. 가장 가난한 노인들이 기초연금 혜택에서 배제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금은 생계급여가 시행된 이후 도입되었다. 또한 노인 소득 보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초연금은 빠르게 인상되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기초연금 인상은 늘 공통 공약으로 제안되었고, 그 결과 정부가 바뀔 때마다 10만 원씩 올라 윤석열 정부에서 40만 원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막상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기초연금 인상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다. 기초연금이 10만 원 인상되면 생계급여에서 다시 10만 원이 추가로 삭감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때문이다. 기초연금 수급자 중에서 차상위계층 이상 노인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초연금 인상 혜택을 받아 가처분 소득이 그만큼 증가하는 반면,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기초연금이 오른 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되니 늘 제자리이다. 기초연금 인상 효과에서 배제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 결과 기초연금이 오르면 오히려 기초생활수급 노인과 차상위계층 이상 노인 사이 가처분소득 격차가 증가하는 ‘역진성’이 발생한다. 기초연금 인상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초래하는 형평성, 역진성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는 생계급여를 인상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지금까지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상쇄할 만큼의 생계급여가 오르지 못했다. 실제 어떤 제도가 구조적 개편을 하지 않는 한, 생계급여가 대폭 인상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선은 기초생활수급 노인도 기초연금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이다.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의 소득인정액 항목 중에서 ‘기초연금’ 네 글자만 삭제하면 되는 일이다.
결국,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직시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기존 ‘보충성 원리’에 대한 경직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지정책에서 ‘원리’ 이전에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지금도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가슴이 무너진다. 대부분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을 사실상 얻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도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
보충성의 원칙은 정부가 공공부조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다. 다만 이 원칙이 다른 어떤 것보다 ‘무조건’ 우선하는 원칙이 아님은 분명하다.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있다면, 제도의 목적에 일치한다면 보충성의 원칙에 예외를 둘 수 있다.
사회적 합의로 가는 길이 열리고 있다
최근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하자는 전향적 움직임이 보인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는 2023년 11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소득으로 규정한 기초연금의 성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또한 2023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기초연금을 생계급여 소득평가액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안 마련을 권고하였다. 즉 기초연금 제도 목적의 관점에서, 또한 인권의 관점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의 문제가 현재 정부 내 논의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
남 교수는 기고문에서 “복지국가에 있어 재원은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안 사회로서 복지국가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관한 청사진과 결합해 논의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돈’ 문제 자체로만 논의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라고 했다. 남교수가 연금 개혁에서 노후 소득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는 말이다. 왜 이러한 논리를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는 적용하지 않는가? 우리 연대는 사회복지 전문가(집단)와 정치권과 수급 노인 당사자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노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에 함께 나서기를 촉구한다. 덧붙여,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다.
월간<복지동향> 2024년 09월호(제311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