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9-01   5493

[기획4] 보건의료운동과 함께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30년

정형준ㅣ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의사

들어가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활동은 복지영역과 사회정책 전반에 걸쳐 있었다. 복지기본권을 쟁취할 수 있는 제도적, 사회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발족 이후 전념해왔으며, 1998년부터는 ‘복지동향’을 발간해 시민운동과 사회복지의 가교역할은 물론 운동의 역사도 남겨왔다. 이런 사회정책 전반의 시민사회 참여에서 사회복지위원회는 보건의료부분도 빼놓을 수 없었다. 참여연대가 발족할 당시 한국의 의료복지는 전국민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5년 정도가 지난 상태로 현재와 비교해서 매우 낮은 수준의 보험재정과 훨씬 불투명한 의료공급구조가 결합되어 있었다. 특히 공급 부분에서는 1990년대 수도권 대형병원이 늘어가면서 공공의료기관이 축소되거나 경쟁력을 잃고 있었으며,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으로 민영보험의 시장확대1)가 중요한 쟁점이 되는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영역의 사회정책을 시민사회에서 대변한 것은 다름 아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였다.

건강보험운동

기간의 보건의료운동이 주되게 보건의료전문가(단체)와 보건 부분 노동운동이 주도하는 연대체가 왕성히 활동하는 시점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또 다른 주체로서 그 역할을 시작했다. 그 시발점은 1994년 ‘의료보험 통합일원화와 보험적용 확대를 위한 범국민연대회의’(의보연대회의) 참여였다. 의보연대회의는 노태우 정부가 전국민건강보험을 도입하고도 방치한 빈자조합과 부자조합의 통합거부를 해결하고자 결성된 연대체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4월 보건의료단체와 노동단체가 중심으로 출범했으나 시민단체 몫으로 참여연대, 경실련 등이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그 활동영역은 확대되었다. 의보연대 정책위원회는 조홍준 교수가 위원장으로 김연명 교수2)가 정책위원으로 참여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들의 역할이 컸다. 특히 사회보험정책에 대한 복지전문가로서 입장을 반영해, 의료보험 통합과 보장성 강화의 원칙을 구성하는데 이바지하게 된다.

이처럼 시작부터 건강보험과 관련된 일련의 보건운동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건강보험통합투쟁부터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고, 이후 건강보험정책 전반에 대한 다양한 연대운동에 함께 하게 된다. 특히 의약분업개혁과 관련된 논쟁이 한창이던 1998년 11월 참여연대는 당시 약가문제를 분석해 세 차례나 발표를 했다. 그간 베일에 쌓인 약가 마진 발표는 각종 언론을 통해 의약품과 관련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였고, 정부도 여론의 압력으로 개선 의지를 밝힐 수밖에 없게 된다. 약가 문제는 의약분업의 근본적 갈등인 약가 마진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의약분업 논의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으며, 국민들에게 의약분업 논쟁의 실상이 약가 마진을 둘러싼 경제적 이해관계라는 점을 알린 기점이 되었다. 이후 ‘의약분업 연기론은 직능이해를 반영한 논리’라는 점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의협, 약사회, 병협이 차례로 의약분업 연기 국회 청원을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11월 26일 의약분업 연기 반대와 완전 의약분업 실시를 주장할 여론의 지지를 얻게 된다. 이후 참여연대는 의보연대회의를 계승해 1999년 발족한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범국민연대(건강연대)’에서도 적극적 역할을 수행한다.

2000년 7월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단일보험자로 출범하고 2003년 재정통합까지 이루게 되면서 건강보험 통합운동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지만,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에 대한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해지게 된다. 건강보험 통합운동 측면에서는 마지막 6년간(1994-2000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시민사회를 대표해 건강보험 강화운동의 저변을 넓히는데 크게 이바지했을 뿐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이해당사자인 직장건강보험조합, 의협, 병협, 약협 등을 견제하는데 기여했다.

특히 2000년 의약분업 시행에 반대해 의사단체들이 3번에 걸쳐 진료 거부 등을 하였을 때도 앞서 보았듯이 참여연대는 약가 마진 문제 뿐만 아니라 과잉처방과 근거마련 등을 이유로 의약분업추진에 앞장서 의료계를 질타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냈다. 참여연대는 여러 시민사회노동단체와 함께 2000년 6월 2일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를 조직하여 의료계의 저항에 맞섰다. 의약분업사태와 관련해 시민사회 및 정부의 대응은 여러 가지 문제점3)을 남겼으나, 약품의 투명한 사용과 과잉투약이 제한되고 투명한 약가공개가 되는 의약분업 본연의 성과는 남겼다. 다만 의료계의 강경투쟁에 대한 양보와 이후 의료개혁과제가 유보됨에 따라 건강보험재정확충, 지불제도개혁은 지연되거나 철회되게 된다.

2000년대 이후 건강연대 활동을 통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역의료 국고분담금 확대 요구, 보험료 인상반대와 국민건강보험재정확충운동, 의료보호법 개정운동, 민간의료보험도입 반대 등을 함께 했다. 2003년 발전적 해체를 한 건강연대를 뒤로하고 2004년 ‘의료시장개방 및 영리법인화 저지’, ‘의료의 공공성 강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3대 과제를 도출한 ‘의료연대회의’에도 중심단체로 함께하였다. 의료연대회의의 과제는 이미 2002년 시작된 외국인 영리병원 허가, 민영의료보험확대, 낮은 보장성 방치 등의 문제에 기인한 것이었다. 의료연대회의와 함께 참여연대는 2005년 ‘암부터 무상의료’운동을 시작했다. ‘암부터 무상의료’운동은 3대 비급여와 암,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율 80%를 요구한 운동으로 2000년 건강보험통합 이후 보장성 확대를 위한 논의배경 등을 제공하고, 현재는 산정특례적용으로 국민들이 보장성 강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 성과를 얻었다. 다소 선별적이지만 보장율을 높이는 성과도 낳게 된다.

하지만 이런 선별적 보장율 강화에 제한점에 대한 비판과 획기적 보장성 강화의 요구가 높아지게 되고, 보험료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인상해 해결하자는 운동이 2010년 시작된다.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는 ‘만천원의 기적’이란 구호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해 보장성을 높이자는 주장을 재정 운동으로 만들려 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보장성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시민들이 스스로 보험료를 먼저 인상하는 운동은 낮은 보장성이 시민들의 낮은 재정참여와 의식 때문이라는 수익자부담원칙을 강조한다는 문제점 때문에 이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이었던 신영전 교수는 ‘백만 원 상한제’와 같은 보편적인 보장성 강화방안을 관철시켜야 하고 건강보험재정은 국고지원과 기업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의 선보험료 인상운동은 실제로 2013년부터 막대한 금액이 누적되었으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이후 벌어질 적자 국면을 대비해 쌓아놓기만 하는 문제로 재정문제가 보장성문제의 중심과제가 아니라 잘못된 운동임이 드러났다. 실제 2016년 17조 원(당시 건강보험 1년 재정이 50조 수준) 누적흑자를 보장성 강화에 쓰자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재정당국은 2023년에야 벌어질 적자를 핑계로 긴축만 강요한 바 있다. 2011년 발족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주도적 역할을 한 ‘복지국가 실현 연석회의’를 통해서도 7가지 핵심 요구 중 보건의료 요구로 ‘모든 진료에 건강보험 적용과 연간 의료비 100만 원 본인부담 상한제 실현’을 내걸었다.

거꾸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014년부터 누적된 건강보험 흑자를 보장성 강화에 쓰자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2015년부터 시작된 ‘건강보험 흑자를 국민에게’ 운동은 보험료인상이 아니라 그간 누락한 국고지원금과 당장 적립된 누적흑자를 보장성 강화에 투입하라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재정문제에 대한 재정당국의 공포 조장은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016년 정부의 무차별적인 재정효율화, 긴축 기조를 비판하는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 비판’ 이슈페이퍼 등을 내면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2014년에는 정부의 무려 2060년까지 전망하는 ‘중장기 사회보장 재정추계’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가 벌이고 있는 복지긴축 시도에 비추어 여전히 의미있는 언급이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선언한 ‘문재인 케어’가 발표되면서 보장성 강화 이슈가 정부의 핵심정책에 반영되어 시민사회운동의 역할은 제한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다만 ‘문재인 케어’는 목적한 바를 전혀 이루지 못했으며, 보장성 강화 쟁점은 구조적 단계로 넘어가게 되었다. 과거 비급여 영역을 필요에 따라 급여영역으로 넣더라도 비급여영역이 늘어나고, 의료공급자의 수익추구를 제한할 수 없는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 과제가 몇 가지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혼합진료금지’를 통한 비급여없는 진료행태를 만드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불제도를 총액예산제 등으로 개편해 낭비를 줄이고 본인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이런 구조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사회복지위원회는 폭넓은 의견을 교류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에 깊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 30여 년간 건강보험통합운동, 의약분업, 보장성 강화, 건강보험재정의 국고확충, 암부터 무상의료, 건강보험흑자를 국민에게, 혼합진료 금지 등 건강보험과 관련된 운동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다음으로 이야기할 의료민영화 반대와 공공의료 운동을 통해서 단순히 건강보험 영역에 대한 복지운동의 정책적 운동에만 매몰되지도 않았다.

의료민영화 반대운동

한국에서 민간보험확대, 영리병원 도입 등으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 시도는 김영삼 정부시절부터 시작되었으나,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린 시점은 IMF 구제금융 이후 시장화 경향이 가속된 몇 년간 이었다.4) 2001년 5월 김대중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재정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민간의료보험 저지와 건강보험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결성하고 당시 논란이 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Task Force 보고서’ 문제점을 발표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민간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의 질병정보를 넘겨받는 것을 비롯해 건강보험은 기본보험으로 하고 민영보험을 보충급여로 하는 이중구조 고착화가 명시되어 있었다. 추가로 ‘공보험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를 자유계약제로 전환’해 ‘공보험의 요양기관 계약제도가 시행될 경우 민간보험 활성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이는 이후 20여년 이상을 시민들의 저항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영리병원 도입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의 의료민영화 계획의 핵심이었던 ‘당연지정제 폐지’ 주장은 실제로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대책과 연결되어 과거부터 주장된 부분임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도 진행중인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의 시발점은 무려 20여년 전부터 다각도로 시도되고 있었는데, 참여연대는 이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반대하는 운동에 함께해 왔다.

2002년 11월 재정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편의 제공 목적의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려 하였다. 이는 결국 2004년 경제자유구역법 개정법률을 통해 외국병원의 투자설립주체를 투자기업까지 확대해 최초의 영리병원 허용법안이 되었다. 영리병원은 이후 한국에서 의료민영화의 가장 큰 쟁점이 되었는데, 무엇보다 한국은 의료공급의 주체가 대부분 민간이고, 민간병원의 50%도 법인이 아닌 개인병원이어서 영리적 변화가 손쉽다는 문제 때문이었다. 만약 영리병원을 허용할 시 의료영리화 수준은 미국보다 더 가속화될 것이란 근거도 많았다. 이 때문에 2002년부터 참여연대는 영리병원 반대투쟁에 앞장서 왔으며,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제주도 영리병원을 승인하고, 2018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를 허가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저항하고 총의를 모아왔다. 실제 영리병원 문제는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으로 인한 과도한 가계의료비 부담에 대한 대중적 반감과 함께 미국식 시장의료로 변화할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핵심 의료민영화 사안으로 인식되었다.

2005년 8월 노무현 정부는 시민들의 의료비 부담과 일차의료 부재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료산업화를 밀어붙였다. 당시 만들어진 ‘의료산업화선진화위원회’는 영리병원, 병원의 영리부대사업, 의료광고 확대, 민영보험 활성화 등등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참여연대는 ‘의료민영화 저지 공대위’에 참여하여 정부의 의료산업화 시도에 정책적 이론적 반대를 제시했다. 특히 2008년에는 건강연대와 함께 ‘식코5)보기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미국식 의료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공동체 상영을 확대해 시민과 함께 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운동에도 연대했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검토, 영리병원 전면허용 등을 거론했으나, 2008년 광우병촛불집회의 핵심요구 중 하나인 의료민영화 반대에 직면해 ‘의료민영화’는 시도하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나서서 후퇴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이름만 교묘히 바꿔 의료선진화를 표명하며 의료채권법,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법, 서비스산업선진화, 건강관리서비스, 원격의료 등을 차례로 추진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집권 1년차에 영리자법인도입, 병원 부대사업확대, 원격의료, 영리병원승인, 외국인의료관광 활성화 등을 추진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보건의료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보건의료를 서비스산업으로 활성화시켜 민간자본의 핵심돈벌이 수단으로 전환시키려는 다각도의 노력이었다. 물론 이런 돈벌이의 희생양은 시민들이 될 것이었기 때문에 참여연대는 각종 연대운동과 의료민영화 반대에 꾸준히 앞장서게 된다. 각종 성명과 캠페인에 적극적인 시민참여까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저지에 항상 앞장서 왔다.

문재인 정부는 직접적인 의료산업화보다는 첨단재생의료법, 혁신의료기기법, 체외진단기기법 등의 규제완화책을 중심으로 의료영리화를 부추겼다. ‘규제샌드박스’라는 이름으로 유전체검사, 임상시험 규제완화 등을 추진했다. 특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015년 11월 ‘임상시험의 숨겨진 진실: 국민이 마루타인가?’ 토크쇼를 진행했다. 이 토크쇼는 당시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가 청년들의 꿀알바가 되는 끔찍한 상황을 묘사해 큰 이슈가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2016년 이후로는 임상시험 대상자 보호를 위한 상담 등도 진행했고, 일부 임상시험 피해자들을 구제하기도 하였다. 이런 운동들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임상시험의 영리화를 주의깊게 파고든 이슈들이었다. 그 와중에 2019년에는 세계최초 유전자치료제로 알려진 ‘인보사’가 미국에서 가짜약으로 밝혀진 사건이 있었다. 참여연대는 인보사 사태를 기점으로 ‘첨단재생의료법’ 반대 등의 약품안전과 환자중심 진료체계 확립에도 앞장섰다. 별도의 칼럼과 성명을 내면서 ‘인보사 사태’의 확산을 막고 환자안전과 합리적인 약품 관리를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꾸준히 추진되는 각종 의료산업화 쟁점에 대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반대 공대위에 참여해 연대하고 있고, 의료건강정보 민영화 법인 ‘디지털헬스케어법’에도 반대하고 있다.

공공의료확대운동

한국의 공공의료는 앞서 살펴본 건강보험확대에 의한 수요창출을 민간이 거의 대부분 흡수하면서 괴멸적 수준으로 침체되었다. OECD 최저의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국제적으로 놀라움의 대상이다. 이는 1988년 거대재벌병원의 진출 이후 공공의료 혁신을 가져오기도 전에 IMF 구제금융으로 공공의료기관이 2000년 전후로는 구조조정과 효율화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박정희 정부 시절 직장건강보험을 도입하면서도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공공의료기관을 건립하지 않고 저리의 차관으로 민간의료기관 건립을 부추긴 결과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의 부족은 이미 2000년부터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03년 2월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공공의료 30%확대’를 공약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공공보건의료 4조원 투자방침과 2005년 ‘공공보건의료 확충종합대책’이 마련되었으나 실질적인 확대는 이뤄지지 못했다. 무엇보다 의료산업화에 대한 쏠림과 민간병원과 의료영리화론자들의 저항때문이었다. 이런 답보상태에서도 민간의료기관의 확대와 팽창은 날로 더해갔다. 여기에 앞서 살펴본 의료산업화 파상 공세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있었으며 그 결과 공공의료기관은 잔여적 의료공급(저소득 취약계층, 장애인 등)에서도 그 역할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와중에 2013년 초 역사상 최초로 의료원(진주의료원)이 폐원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013년 진주의료원 폐원사태로 인한 의료공백에 대처하면서 폐원철회를 요구하고 공공의료강화를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주장했다. 2015년에는 전세계 유례없는 병원감염으로 치명률이 높은 메르스가 한국을 공포에 빠뜨렸다. 메르스 사태는 거대재벌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의 민낯을 보여줬고, 확진자들 대부분을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등의 공공병원이 수용함으로써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보여줬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당시 ‘메르스 사태 이후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하는 보건의료 8대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공공의료 확충, 간병공공화, 공중방역체계 개혁, 주치의제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약속한 국가중앙감염병원도 짓지 않았다. 메르스가 끝나자 언제 감염병이 있었다는 듯이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의료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소리만 반복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자 결국 공공의료기관이 그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공공의료기관이 병상을 소개하고 코로나전담병원이 되었다. 코로나 중환자도 초기에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중환자치료가 가능한 의료원의 몫이었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020년 5월부터 ‘공공병원 원해 많이 서명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공공의료확대운동을 시민과 함께 하는 시발점을 열게 된다. 2020년 11월에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전국 공동행동’인 ‘삐보삐뽀 공공의료119’ 캠페인도 시작했다. 이 캠페인으로 시민사회단체의 대국민 공공의료운동은 활력을 받게 되었고, 2022년 ‘좋은공공병원 만들기 운동본부(준)’ 출범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공공병원 신증축 예산 ‘0’원 선전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주축으로 진행해 2021년 말 공공의료예산을 일부나마 다시 복원시키기도 했다.

공공의료확대운동은 비교적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늦게 시작한 운동이지만, 시민들의 직접 참여, 지역단체들과의 연대, 그리고 광범한 쟁점확대 등으로 참여연대가 중심으로 해낼 수 있는 참여운동이 되었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한국의 보건의료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의료민영화저지와 같은 핵심 주제를 추동할 수 있는 쟁점으로 향후 더 많은 활약이 기대된다.

시민참여형 보건의료운동과 향후 과제

보건의료운동은 1970년에서 1980년대로 이어진 민주화운동 과정의 산업보건운동, 건강보험운동이 기반으로 대체로 진보적 보건의료전문가와 해당 노동단체들이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결성되고 시민단체의 보건의료운동 참여가 공식화되면서 보다 광범한 운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 시민들에게 건강문제, 보건문제, 의료문제를 전파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역할에는 참여연대의 기여가 컸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여타 시민단체의 의료소비자운동이나 질병권운동, 단일쟁점운동 등과 달리 복지국가와 사회정책 차원에서의 균형과 일관성을 보건의료부분에서도 유지해왔다. 비슷한 평가의 대상이 되곤 하는 경실련이 환자 편의를 우선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찬성했던 것에 비추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개인건강정보의 보호와 민영보험활성화에 반대하는 큰 그림에서 이를 옳게 반대했다. 또한 ‘무상의료’라는 구호의 실현가능성 같은 지엽적 문제가 아니라 그 본질을 파악해 서구복지국가 수준의 의료복지를 위해 그 구호를 차용해 꾸준히 주장해왔다. 엘리트주의운동이었던 선보험료인상운동(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과도 선을 그어왔으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같은 정부위원회의 위원 선임의 공정성과 이해상충 문제에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시민들이나 전문가들을 추수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와 시민사회운동의 대의 속에서 실용주의가 아닌 시민사회의 독립성을 지켜왔기에 가능했다. 의료산업계와 의료공급자단체의 후원이 아니라 시민들의 독립적 참여와 활동가의 헌신으로 가능한 성과였다.

다시 말해 사회복지위원회는 여타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나 보건단체들의 요구에 연대로써 응하기만 한 것이 아니고, 복지국가 건설과 사회복지 측면에서 보건의료운동이 가져야 할 가치를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런 역사와 과정이 있어 진보적 보건의료전문가단체도 참여연대와 사회복지위원회의 공동입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보건의료운동의 확고한 유산이고 긍정적 효과의 하나다.

끝으로 과거 30년간 사회복지위원회의 보건의료운 동과 그 연대운동은 긍정적 방향을 가져왔으나, 이 를 다른 한국사회복지담론과 연계해 풀어가야 할 숙제도 많이 남아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사 증원안이 촉발한 전공의 집단파업은 민간의료공급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지만 정부는 ‘의료개혁’ 언사만 할 뿐 실제로는 의료산업화 추진을 위해 이를 활용하려고만 하고 있다. 제한된 보건의 료개혁으로는 이제 더이상 민간중심의 의료공급과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다시 말해 공공의료부족,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뿐만 아니라, 돌봄과 의료가 연계되어야 하고, 탈시 설화와 지역사회의료도 연계되어야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원 래 의료에서 예방과 치료는 분리되는 개념이 아니었고, 돌봄과 의료도 별개의 사안이 아니었다. 분절적으로 발전하고 고도화된 영역이 이제는 다시 통합되어 공통의 이해관계를 지향하도록 해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지역사회통합 돌봄에도 보건의료가 단순히 결합되는 덧붙여지는 영역이 아 니고 함께 진정한 그림에서 통합되어 발전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역할을 누가 주도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 역할을 수행할 주체 역시 다양해야겠지만 이는 결국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보건의료 프로그램이 될 것 이라고 예상해 본다. 보건의료의 입장이 아니라 시 민의 관점에서 이제 이런 통합적 사안을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세력을 우리 사회는 요구하고 있다.

| 미주 |

1) 김영삼 정부 시절 출범한 ‘의료보험개혁위원회’는 공적의료보험의 보장성을 올리는 방법을 강구하기 보다는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해 고도의 의료장비사용료, 검사료, 특실료 등을 별도로 보장하는 ‘사보험’ 도입에 열을 올렸다. “보험社(사)에 醫保(의보)상품 허용” , 경향신문 1994.04.15.
2) 1996년 국민연금 관련법 위헌 문제와 개혁방안, 의료보험 통합일원화, 생활보호법·노인복지법 개정, 소년소녀가장문제 등 아동·청소년 복지정책, 사회복지예산 확보 문제 등 복지 현안에 대한 15대 국회의원 면담에도 참여하였다.
3) 초기 의약분업 목표훼손(적용범위 축소, 성분명 처방 등), 높은 수가 인상으로 인한 국민건강보험재정 악화, 시민사회 내부, 또는 시민사회-의료계간의 관계 악화 등을 낳게 된다.
4) “병원 이윤 보장해야 서비스 개선”, 매일경제 / 1999.04.13.
5) 마이클 무어의 영화‘ Sicko’로 미국시장의료의 민낯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월간<복지동향> 2024년 09월호(제3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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