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헌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
인터뷰 및 정리 |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지난 9월 4일,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 및 명목소득대체율 조정, 자동조정장치 도입검토, 세대별 차등보험료율 인상 등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공론화 과정까지 거쳐놓고 뒤늦게 내놓은 연금개혁안은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이 아닌 국민연금의 재정만을 고려한 연금개악안이라는 평가다. 특히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세대별 차등보험료율 인상은 국민연금의 근간인 ‘세대 간 연대’와 ‘세대 내 재분배’를 훼손하고, 국민의 노후불안과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한 노후를 꿈꿀 권리가 있다’라며 존엄한 노후의 권리보장을 위해,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애쓰는 오종헌 연금행동 사무국장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오종헌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직원으로 일했고,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정책위원과 정책국장으로 활동했어요. 지금은 노동자, 시민, 청년, 고령자가 함께 공적연금 개혁 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계신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전에는 노동시민사회가 연금제도나 기금운용 등 연금 의제에 관해 관심이 다소 부족하고, 관련 대응도 느슨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정부가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면서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이자를 요구하는 국민연금 이차보전 투쟁을 하는 등 기금 거버넌스 개편 운동도 하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입자의 영향력은 미미하고 정부와 자본의 강한 영향력 속에서 금융시장 중심의 기금운용이 지속되었죠.
연금제도 자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부는 2007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급여수준)을 60%에서 40%로 하락시켜버렸어요. 노후의 빈곤예방이나 소득안정보다 재정안정에만 초점을 맞춘 개악이었죠. 이로 인해 공적연금의 존립기반이 위태롭게 되고, 국민의 불안한 노후는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2년 ‘가입자와 함께하는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기치 하에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노동시민사회가 ‘국민연금바로세우기국민행동’을 발족했어요. 그리고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이 화두가 되면서 공무원단체까지 포괄하여 ‘국민 노후는 국가책임으로, 공적연금으로’라는 슬로건 하에 306개 단체가 함께 활동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으로 확대, 개편되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연금행동은 공적연금을 강화하여 시민의 노후 빈곤을 예방하고, 시민이 노후를 위해 모은 국민연금기금이 시민을 위해 제대로 관리되고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연대기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연금행동은 연금제도 및 기금운용을 좀 더 진보적 방향으로 개선하자는데 동의하는 노동시민사회의 참여를 포괄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했는데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참여단체 대표자회의, 참여단체 집행책임자가 모여 실질적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집행위원회, 전문가 중심으로 정책대안을 생산하는 정책위원회, 사업기획 및 실무추진을 하는 사무국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직원으로 일하시다가 노조활동을 시작하셨고, 이후 연금행동의 상근활동가로 연금개혁을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계기로 연금공단에 입사하게 되었고, 노조활동을 하게 되셨어요?
저는 아주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집에서는 조선일보를 봤고, 대학에서는 영어를 전공했고, 포병 학사 장교로 군복무를 했던 사람이에요. 삶에 있어 연금제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지극히 보수적인 사람이었습니다. 2009년 전역을 앞두고 한 달 휴가기간 중 서울로 상경하여 공무원학원 수업을 듣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수강생들이 노 대통령이 죽었다며 눈물을 흘리고, 강사도 울더라고요. 저는 속으로 ‘노태우 대통령이 나이가 많으니 죽을 때가 되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죽었다며 슬피 울고 있는데 말이죠. 그때 제가 세상에 대해 너무 관심없이 어리석게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대해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남부발전’이라는 공기업에 근무 중이던 군대 사수가 공공기관 입사를 추천하더라고요. 당시 검색해보니 남부발전과 국민연금공단이 채용을 진행 중이었고, 결국 국민연금공단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연히 입사하게 된 것이지요.
노조활동을 하게 된 것은 입사 이후 만난 사람들의 영향이 컸어요. 강릉지사 출근 첫날 노조가입을 하고, 당일 오후에 있었던 분회 총회에 참여했는데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노래를 태어나서 처음 들었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산자여 따르라’ 이런 가사가 왠지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이후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강원지회 강릉분회의 사무장을 하게되면서 지역 노조활동가들과 교류가 시작되었습니다. 노조활동가 말고도 제가 주로 만나던 사람들은 ‘적정기술’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연금공단 입사 전에는 강원도 인제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는데 당시 이명박 정부가 심야전기료를 인상하면서 집 보일러를 심야 전기에서 화목보일러로 바꾸었는데요. 나이가 드신 아버지가 도끼질을 하시니 당시 취업 준비를 하던 저도 어쩔 수 없이 도끼질을 했는데, ‘21세기인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화가 나더라구요. 어떻게 하면 품을 적게 들여 나무를 조금만 태우고 효율적으로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지 방법을 찾던 중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적정기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흙부대 생활기술 네트워크’라는 카페에 들어가 보니 난로의 효율을 높이고 태양광, 태양열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기술이 있었고, 이를 교육하는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이 있었어요. 취업 준비 중에는 시간이 부족해 그림의 떡이었지만, 공단 입사 후 적정기술 관련 다양한 교육 워크숍 등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정기술 활동하는 분들과 만나보니 다수가 진보적 활동 경력이 있는 분들이었고, 저도 차츰 진보적 의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죠.
또 당시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강원지회에서 투쟁 현장에 가는 경우 교통비를 지원해줬는데요. 처음으로 투쟁현장에 가게 된 곳이 밀양 송전탑 투쟁 현장이었어요. 거기서 탈핵, 환경운동 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분들의 삶을 동경하게도 되었어요. 강릉지역의 청년활동가들과의 교류도 제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녹색당 활동을 하는 지인과 현수막을 같이 달러 다니기도 했어요. 당시 이계삼의 ‘고르게 가난한 사회’, 홍기빈의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를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 신문에서 연세대 학생들이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단체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대학 시절 주거에 불편을 많이 느껴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내가 하려던 운동을 하는구나 싶어 후원을 시작했죠. ‘민달팽이 유니온’이라는 단체였습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설립되고, 달팽이집을 새로 준비할 때 조합원으로 같이 페인트를 칠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2015년에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청년과 국민연금’이란 행사를 진행해서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요. 당시 강사가 열정적으로 연금제도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연금공단 직원이자 연금지부 조합원이면서 정작 국민연금 의제에는 무관심한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부끄럽기도 했고요. 이후 연금제도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이후, 2003년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연금을 만들어달라는 유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연금공단 노동자 송석창 열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제도 공공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사내 노조 게시판에 올렸는데, 제 글을 본 연금지부 선배 노조활동가들이 연락을 해오면서 가깝게 지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연금제도 관련 토론회 등에도 참석하고, 노조활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지사 현장에서 일하면서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정책위원회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게 된거죠. 이후 2017년부터 노동조합의 전임자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금행동 사무국장으로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활동을 하게 되셨어요?
연금행동 사무국은 연금 의제에 관심이 많은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민주노총,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참여연대,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단체 실무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함께 논의해서 각종 사업과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는 노동조합 전임 활동을 시작한 2017년부터 연금행동에서 함께 활동하다가 2021년부터는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연금행동이 시민의 노후를 지키고, 빈곤을 예방하는 일과 국민연금 기금이 시민을 위해 관리, 운용되도록 견인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장님을 옆에서 지켜보면‘ 아, 이분은 정말 연금 밖에 모르는 분이구나’,‘ 연금개혁을 위해 정말 온 힘을 다해 일하는구나’란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이런 활동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저는 국가가 시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복지국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고, 복지국가의 핵심 제도 중 하나가 바로 공적연금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노인이 됩니다. 시민들의 기대여명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정말 30년에 가까운 노후 생활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어요. 노후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불안은 다시 차별과 착취, 각자도생의무한경쟁으로 이어집니다. 한국은 복지국가의 역할이 취약한 가운데, 각자도생의 논리만 강화되고 있어요. 정부가 다른 국가와 달리 필요한 만큼 노후를 보장해주지 못하니, 시민 다수가 부동산 투기에 나서며 부자가 빈자를 착취하는 방식으로 노후 불안을 해소하려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시민 대다수가 노후 빈곤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에서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적연금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너무나 부실하죠. 시민 다수는 노인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연금이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잘 주목받지 못하고 있고, 공적연금 제도를 무너뜨리려는 자본의 시도는 날로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같은 약탈적 투기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시민의 필요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제도와 연금 현실에 대해 점점 알면 알수록, 사회연대에 기반한 공적연금 강화만이 시민들의 노후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사명감이 활동의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연금행동은 오랜 기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여러 단위가 함께 하는 연대체인데요. 연대체의 사무국장을 맡으며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갈등이 발생할 때 제일 힘들죠. 활동을 하다 보면 바쁘다 보니 서로를 생각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날카로워질 때도 있습니다. 서로 비판하고 날이 선 의견을 제시할 경우도 있고요. 그러다 보면 연대하고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힘을 빼게 하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사실 연대체 활동은 서로 잘하려다 보니 생기는 의욕과 현실의 괴리로 어려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올해는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대응,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에 대한 대응 등으로 정말 바쁘게 지내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21대 국회에서 진행된 연금특위와 공론화위원회 관련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내걸고 대선을 치렀습니다. 그러나 당선된 이후 연금의제가 정치적 부담이 되니 국회로 공을 떠넘겼죠. 그래서 21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의 요구에 따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가 설치되었고, 연금특위 산하에 연금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자문위원회(이하 전문가자문위)가 설치되었습니다. 연금특위는 2022년부터 총 11차례 회의, 전문가자문위는 총 26차례 회의와 토론회를 거치며 국민연금 모수개혁 및 연금제도의 구조개혁 등 전반적 분야를 논의했습니다. 연금개혁의 주요 의제와 쟁점을 정리하였고, 최종적인 연금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여 2024년 3월부터 시민공론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처음 연금행동은 연금특위 및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어요. 사회적 합의과정에서 노동시민사회가 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시민사회는 지속적으로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려와 달리 시민 공론화는 객관적으로 잘 진행이 되었습니다.
인구통계학적 표본 추출로 모집된 500인의 시민대표단은 두 달에 걸친 학습, 숙의과정을 토대로 시민공론화를 실시했는데요. 그 결과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의 ‘더 내고 더 받는’ 보장성강화 방안을 오차범위가 넘는 다수가 선택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의무가입 연령을 만64세로 상향하는 것에 80.4%가 찬성했고, 크레딧 확대 방안으로 출산크레딧 확대가 82.6%, 군복무크레딧 확대가 57.8%로 가장 많은 동의를 얻었어요. 플랫폼, 원청기업 등 국민연금 사용자 보험료 부과, 특수형태 근로자 가입 촉진에도 91.7%가 동의했습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담 완화에 대해서는 87.3%, 기초연금 현행유지 및 급여수준 강화는 52.3%,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형평성 제고를 위한 정부와 당사자 간 대화기구 구성에 68.3% 가 동의했어요. 또한,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에 대한 의무를 국민연금법에 명시하는 지급보장 명문화에 대해서도 92.1% 동의했습니다.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연금개혁안에 대해서도 연금행동은 ‘연금개혁안’이 아닌 ‘연금개악안’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특히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세대별 차등보험료 관련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시민들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국민연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보장성이 강화되어 노인빈곤이 예방되고, 국가와 사용자의 재정책임이 강화되어 더 많은 시민을 더 든든히 보장하는 국민연금을 만들어달라고 결정한 거죠.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시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차별과 삭감의 연금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에 대한 자동삭감장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가상승률만큼 매년 국민연금액을 높이는 실질가치보장을 무력화하여 사실상 연금을 동결시킵니다. 올해 국민연금은 물가인상률 3.6%만큼 연금액을 올려 지급했는데 이는 연금액이 보장하는 노인의 의식주 등 생활 수준이 감소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자동조정장치는 가입자 감소율과 기대여명 증가율을 더한 삭감률만큼 물가상승률에 빼겠다고 하며 그 값이 0일 경우에는 0.31%만 인상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정부안대로 하면 상당 기간 연금액은 3.6%의 10분의 1도 안 되는 0.31%만 오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고령자가 될수록 연금액의 실질가치가 삭감됩니다. 연금총액으로 보면 자동조정장치 도입 전후로 연금액의 1/5이 삭감되는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세대 간 차등보험료율 인상은 전 세계에서 찾기 어려운 기괴한 방식입니다. 정부안의 논리적 배경에는 ‘국민연금은 낸 만큼 받아야 한다’라는 사적연금의 논리가 투영되어있습니다. 국민연금 제도에 사적연금의 수지상등 원리를 병적으로 적용하니 이러한 기괴한 방안이 도출된 거죠. 국민연금은 건강보험과 같이 ‘사회연대 원칙’에 기반한 사회보험제도입니다. 사회보험의 보험료는 ‘받는’대로 내는 것이 하니라 ‘버는’대로 내는 것이지요.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되어 사적부양이 공적부양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초기 보험료가 낮다가 후기 보험료가 높아지는 것은 대다수 국가에서 나타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회보험에 대한 이해 없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통합을 지향해야 할 정부가 할 일이 아닙니다. 연령별로 사회보험료의 부담의 차이가 발생하면 고용 비용의 차이로 작용하여 나이든 노동자에 대한 고용 패널티의 문제도 발생합니다. 문제가 많은 방안입니다.
연금개혁은 결국 법 개정을 통해 가능할 텐데요. 얼마 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 개혁 과제 중 모수개혁에 해당하는 소득대체율 관련해서 정부안인 42%와 야당안인 45%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연내 여야합의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처리하고, 내년 정기국회까지 1단계 구조개혁을 완수하자고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는데요. 현재 국회 상황은 어떻게 보시나요?
시민의 뜻이 국회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 다수는 보험료율을 13% – 소득대체율 50%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소득대체율 50%를 전제로 보험료율 13%로 높이자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2% 또는 45%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는 노사교섭에 있어 일하는 시간을 늘릴 테니 급여를 높여달라고 하는데, 노사가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합의가 되었으니 급여 높이는 부분은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망스러운 현실입니다.
정부는 구조개혁안을 내겠다면서 지난 국회의 연금개혁 합의를 모두 무산시켜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제출한 정부 연금개혁안은 구조개혁의 내용이 없고 그저 소득대체율 논의의 출발점을 42%로 낮추는 효과만 의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야당의 논의 내용도 존중하지 않고 안을 낸 셈으로 국회의 합의가 이루어지려면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분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회는 연금개혁에 대한 시민의 뜻을 충실히 반영하고 대의해야 할 것입니다.
연금행동은 재정안정론에 편향된 정부 재정계산위원회의 보고서를 규탄하고 이에 대항하는 대안보고서를 2023년에 발표하신 적이 있습니다. 연금행동이 주장하고 있는 바람직한 연금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국민연금은 노인빈곤 예방이 제도의 목적입니다. 노인빈곤율의 기준선은 가계금융복지 조사상의 중위소득의 50%입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위치한 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살아간다면 빈곤이라 정의하는 겁니다. 2023년 말에 발표된 2022년 중위소득(1인 균등화, 가처분)의 50%는 월 144만 원입니다. 연금소득, 사적이전소득, 노동소득 등 모든 소득을 모아서 144만 원이 넘어야 탈빈곤이 됩니다.
통계청 연금통계(2022)상 가입률 91%인 국민연금이 국민의 보편적 노후보장수단으로 역할을 하면서 노인빈곤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50~60만 원 가량의 국민연금, 수급자의 절반이 40만 원도 못 받는 국민연금으로는 탈빈곤하기 어렵습니다. 빈곤노인 소득과 노인빈곤선의 격차를 어떤 제도로 채워나가야 할까요? 조세 기반의 생계급여, 기초연금 역시 미래세대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퇴직연금은 가입률이 31%로 세액공제를 받는 중상위 계층에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연금이 노인빈곤예방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크레딧 확대, 저소득가입자 보험료 지원, 특고노동자 사업장가입자 전환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여 더 많은 시민을 포괄하고, 가입기간을 늘리며, 소득대체율을 높여 적정부담-적정급여의 국민연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되면 탈빈곤을 꿈꿀 수 있습니다.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고, 사용자도 부담하며, 국가도 재정책임을 하고, 현재 1,100조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을 잘 관리한다면 적정급여에 필요한 재정도 충분히 부담할 수 있습니다.
2060년이 되면 1명의 노인을 1명의 노동세대가 부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 1명의 노인이 어떤 노인이냐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국민연금이 평균 60만원 선에서 40만원대로 자동삭감되어버리면 결국 비기여급여인 기초연금이나 생계급여의 감당 폭이 커지게 되고 이는 노후보장 공공재정에 막대한 부담으로 다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만 너무 치우쳐 광범위한 저연금 노인이 많아졌을 때 부족한 노후소득을 비기여 조세기반 급여인 기초연금, 생계급여로 다 채우기는 매우 어려워집니다. 연금개혁에 있어 국민연금의 수입, 지출만 바라보는 우리의 좁은 시각은 전체 노후소득보장 차원에서 시민의 필요와 이를 어떤 재원으로 채워갈 지로 넓혀져야 합니다. 충실한 국민연금 가입은 노후보장을 위한 권리이기도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의무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금행동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고 그에 따라 보험료도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봅니다. 크레딧 강화와 저소득층 가입에 대한 국고지원 확대도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실업크레딧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출산크레딧은 양육 크레딧으로 전환하여 첫째 자녀부터, 자녀 1명당 최소 24개월 적용되도록 해야 해요. 군복무 크레딧도 확대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크레딧의 사회투자적 성격의 강화를 위해 직업 훈련 크레딧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요.
고소득자의 소득이나 각종 금융소득, 자본소득, 기타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로 국고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재원 기반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금 국민연금 보험료는 주로 근로소득에만 부과되고 있어서 그러다 보니 고소득자의 소득이나 각종 금융소득, 자본소득, 기타 불로소득은 보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국고지원을 늘리고 다양한 소득에 부담을 골고루 분담시켜 재정을 마련하는 것이 공적연금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년연장, 재고용제도 등 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 공백 해소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지만, 퇴직 연령은 늘지 않고 있습니다. 연금 여생은 연금수급개시연령 조정과 밀접히 연결된 문제지만 그와 동시에 정년연장, 재고용제도 등 고용 관련 제도 및 그 성과, 연금 수급 전 소득공백 해소 등을 전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출생률, 고용률, 고령자 고용 등에 투자하는 ‘사회투자’도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연금개혁 논의에 시민이 바라는 바람직한 연금개혁의 방향성이 담길 수 있도록 활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언론 기고, 토론회 등을 통해 연금개혁의 방향을 알리고, 필요한 시점에 기자회견, 집회 등을 조직하여 더 나은 국민연금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의 열망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연금제도, 기금운용과 관련하여 노동시민사회의 대표성을 훼손하고, 시민의 참여를 억압하며 이루어지는 윤석열 정부의 각종 파행을 막고, 삼성물산합병사건으로 받았던 시민의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촉구하고 견인하는 활동도 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국민연금 개혁은 필요합니다. 시급성도 중요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라는 사회보험의 사회연대성이라는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방향의 연금개악은 막아내야 합니다. 국민연금의 사회연대성이 무너지고, 사적연금의 수지상 등 원칙이 강화되는 것은 실질적인 연금민영화입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국가의 책임으로 시민의 권리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부담 여력이 있는 기업과 고소득자가 더 부담하고 시민 누구든 노후빈곤예방이 가능한 보장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사회연대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더 많은 시민을 포괄하고, 시민의 노후를 든든히 보장하고,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며, 시민의 참여가 보장되는 더 나은 국민연금으로 만드는 연금개혁이 필요합니다. 복지동향 구독자분들도 함께 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월간 <복지동향> 2024년 10월호(제3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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