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10-01   7343

[편집인의 글] 의료대란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시민사회의 역할 모색

정형준ㅣ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의사

지난 2월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의사증원안이 불러온 전공의 집단사직은 현재의 의료대란도 문제지만 장기적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응급실 대란과 중환자 치료능력의 급감, 내년 신규 전문의와 의사 공급 부재, 의대생 동맹휴업으로 인한 집단 유급 등 누적된 충격은 의료체계 전반에 심각한 불가역적 변화를 추동하는 중이다. 의정 협상이 완료되어 전공의가 복귀하더라도 기피 진료과 충원율이 줄어들 공산도 크고, 의료공급에 변화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 와중에 대형병원은 수익률을 높일 고도화에 착수하고, 비대면 진료 활성화, 의료기기 산업화, 민영보험 활성화 등의 재난 자본주의도 발동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제 의정갈등 혹은 의료대란은 단순히 의사증원을 하느냐 마냐의 문제도 아니고, 의료개혁정책의 문제도 아니다. 의료복지체계 전반의 ‘창조적 파괴’가 벌어지는 난장판이다.

이런 ‘창조적 파괴’의 순간은 지나고 보면 어떤 재앙적 변화의 시발점이기도 하고, 개혁의 계기이기도 하다. IMF 외환위기가 대표적 예로, 불행하게도 그 이후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작금의 이중노동구조 고착, 사회정책의 후퇴, 시장만능주의 추종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의료대란도 보건의료 부분의 이중보험구조, 의료영리화 확대, 시장주의적 변화를 촉발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 국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의료제도는 사회서비스 일부로 사회보장제도의 핵심 근간 중 하나다. 의료 부분의 영리화는 궁극적으로 연금, 교육의 영리적 변화도 부추길 수 있다. 또한, 노인복지, 아동복지, 노동문제도 의료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 사회복지영역은 당사자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의료대란과 관련해 시민사회와 복지운동에서 중요한 입장과 계획은 제출되지 않고 있다. 이는 의사집단이 반동적 저항을 주동하고 있고 기간의 반복지 행태를 보여 개혁의 대상이 된 측면 때문이다. 즉 의정갈등에서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는 딜레마에 일부 빠져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문제를 몇 가지 측면에서 정리하고 향후 더 큰 문제를 대비할 과제를 미룰 수 없다.

8개월째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되돌아보면 윤석열 정부의 의사증원안은 세 가지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첫째는 세간의 전망을 훌쩍 뛰어넘는 2,000명 증원수는 실제 증원보다 다른 목적이 컸음은 분명하다. 아마도 의사집단이란 기득권 카르텔을 진압하는 모습을 통한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총선 승리와 지지율 상승의 마중물로 쓰고 싶었을 것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의사들을 쉽게 진압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자신감을 보였고, 이는 화물연대, 건폭(건설 폭력) 프레임 등에 동원한 공권력에 대한 과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두 번째는 2,000명 증원안은 시장주의적 증원안으로 의료산업화 전략의 일부였다. 이는 지난 7개월간 정부의 대응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사실 단순히 의사만 늘리자는 주장은 2018년 경총의 핵심 요구였으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유출에서 보듯이 병원자본의 요구이기도 하다. 또한, 민간보험을 위시한 금융자본도 과도한 의사소득을 하락시켜 병원사업 수익성을 올리고 싶어 한다. 이런 문제로 낙수의사론이 나왔고,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는 거부했다. 공공의료나 공공적 계획이 전무한 배치계획이 사후에 나온 점도 이 때문이다.

끝으로 윤석열 정부의 수월성 교육 확대를 위한 교육 민영화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의사증원이 수월성 교육의 최상위 수요를 폭증시킨다는 점은 교육경쟁을 격화시키고, 사교육 시장과 자사고 수요 등을 확장했다. 실제 의사 배치계획을 교육부에 위임하고,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의대 지역인재 할당 폐지’를 주장한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다시 말해 이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사실상 그 목적과 수단 모두 파산 상태다. 이에 시민사회는 이제 새로운 대안을 논의해야 하는 당위에 봉착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호 복지동향은 중요한 4개의 글을 실었다.

신영전 교수는 의료대란의 원인과 전망을 분석하고, 중요한 시민사회 과제를 제시한다. 그는 ‘다층적 시민연대’로 돌봄 위기, 의료민영화, 환경문제 등을 의료위기와 함께 논의할 시민사회연대운동을 제안한다. 전진한 국장은 윤석열 정부의 현시기 의료민영화 시도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위기 속에서 돈벌이에 연연하는 각종 자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나백주 교수는 의료대란 속에서 중요한 과제가 공공의료라는 사실을 주장한다. 공공병원을 만드는 일이 왜 중요한지 주장하고 있다. 끝으로 김진환 교수는 지역의료공백과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서 일차의료가 왜 중요한지 잘 설명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요구해야 할 일차의료는 다른 새로운 의료를 요구하는 일임을 설명한다.

더 많은 논의와 분석과 전망이 필요하지만, 급한 대로 의료대란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이제 이런 논의가 사회정책수립과 대중운동에서 확산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번 의료대란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자들만의 호재는 아니다. 시민사회운동과 복지운동도 이 파국에서 중요한 공공의료, 일차 의료, 의료공공성 확보를 쟁취할 수도 있다. “이성으로는 비관하되 의지로는 낙관하라”라는 발언을 곱씹어볼 시점이다.

월간 <복지동향> 2024년 10월호(제3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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