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ㅣ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약자 복지란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는 ‘약자 복지’를 내세웠다. 대학생들에게 “그 사회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이웃을 최우선으로 돕는 것이 복지의 출발”이라는 윤 대통령의 말을 들려주면 대부분 공감한다. 내 주변에서도 약자 복지에 찬성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윤 정부 전반기를 돌아보면 진짜 약자 복지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윤 대통령이 처음 약자 복지를 강조했을 때부터 약자의 정의와 범위가 궁금했지만,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듯하다. 집권 초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우면 저소득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기에 새 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복지정책의 핵심 대상으로 삼고 국가가 직접 찾아 지원하겠다”라고 했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빈곤정책 전문가라면 대부분 ‘사각지대 해소’와 ‘약자 우선 보호’를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가?’ 라는 점이다.
약자 복지의 성과는 무엇인가?
윤 정부가 내세우는 약자 복지 대표 성과는 기준중위소득의 높은 인상률(2025년 4인 기준 6.42%)과 생계 급여 기준 상향(기준중위소득 30%→32%)이다.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저소득층 복지제도의 수급자 선정과 급여 수준을 정하는데 사용되는 상대적 기준선이다. 기준중위소득은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심의 결정하게 되어 있는데, 이 기준이 높아지면 수급자 수와 급여 수준이 올라가 추가 예산이 필요하므로 재정 당국에서는 통상적으로 대폭 인상을 꺼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에서는 ‘윤 정부 기간에 결정한 인상률은 10년 내 최고치’라고 밝히면서 그것을 약자 복지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분명 10년 내 최고치는 맞지만, 최근에는 코로나 19 기간에 많이 높아진 물가·소득 상승분을 반영하여야 했고 판단의 근거 자료로 사용된 통계자료의 변경(도 시가계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현실을 반영한 격차 해소 차원에서 이전 정부에서 한 약속과 원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나온 수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일 수 있다. 한편 생계급여액의 인상(기준중위소득 30%→32%)은 기준중위소득의 35%까지 인상하겠다고 한 공약 이행 과정에서 나온 결과로 윤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약자 복지를 구현하려면 소득기준의 인상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다른 여러 가지 조치가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약자 복지의 성과를 내려면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준중위소득과 생계급여 수준의 인상만으로 약자 복지를 윤 정부의 대표 브랜드로 내세우기에 부족해 보인다. 왜냐하면, 기준 인상에 비해, 그리고 이전 정부의 직전 2년간과 비교해 보아도 오히려 수급자의 증가율이 줄거나 별로 늘지 않았고, 진짜 약자를 포괄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약자 중의 약자는 빈곤정책 사각지대인 비수급 빈곤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가구의 소득 과 재산이 선정기준 이하임에도 부양의무자 존재 등의 이유로 수급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로 정부 추산만으로도 66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노인이나 장애인과 같은 근로 무능력자이고,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랜 시간 동안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널리 알려졌듯이 우리나라 노인 상대빈곤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40%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노인 인구 중 기초보장수급자의 비율은 11.5%에 불과하다. 가난한 노인들이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재산 기준이다.
윤 정부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수급 신청을 막고 있다. 수급 신청을 하려면 부양의무자의 금융정보 등 제공 동의서를 받아 제출해야 하는데, 그들에게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주거급여에서 2018년에 이미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한 경험이 있고, 그것을 통해 더 이상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아주 어려운 것이 아니고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 있어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는 것은 약자 복지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또한, 윤 정부는 사각지대 발굴에 힘쓰겠다고 하지만, 그 조치 또한 역대 정부에서 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사각지대는 발굴하기가 어렵고, 발굴한다고 해도 현재의 제도상으로는 제대로 도와줄 것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 8년간 발굴된 527 만 명 중 기초생활 수급자가 된 이는 2.4%에 불과했고, 절반 이상은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국민에게 약자 복지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하루빨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부터 수립할 필요가 있다.
약자 복지를 하려면 보편 복지도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어렵고, 발굴해도 제공할 복지혜택이 부족하기 때문에 약자 복지를 제대로 하려면 역설적으로 보편복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선별적 복지를 선호하지만, 선별 복지는 기준에 따라 욕구가 제한되고, 정보 부족으로 인해 대규모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누구를 약자로 보고 어디까지 보호할지 예산 사정을 고려해서 결정하다 보면, 처지는 비슷한데 누구는 수급자로 누구는 비수급자가 되는 역차별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선별복지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보편적인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선별적 복지에는 극빈층만을 위한 선별적 복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 전체 재정 수입과 지출 분석을 하게 되면 어느 계층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 감세와 보유세 인하 등 부유층을 위한 또 다른 방식의 선별적 복지도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또한, 보편복지라는 이름으로 빈곤층을 배제한 선별적 복지도 존재한다. 건강보험은 보통 국민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에 보편적 복지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해서 건강보험은 보험료 납부 가능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선별복지이기도 하다. 즉 납부 능력 없는 가구는 배제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는 생계가 어려워 건강보험 보험료를 체납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있고, 본인부담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이들이야 말로 약자 중에 약자이다. 부양의무자 등의 이유로 의료급여 수급자에 편입되지 못하는 빈곤계층이 크게 존재한다. 이들을 하루빨리 의료급여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정부 예산 중 의료급여 예산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의료급여 예산이 2001년에는 정부 예산의 1.58%였지만 2022년에는 1.30%로 감소하였다. 약자 복지를 강조하는 윤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매우 궁금하다.
약자 복지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실적을 기대한다
약자 복지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실적을 기대한다. 윤 대통령이 정치복지라 지칭한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어떤 예산을 줄였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줄인 만큼을 그대로 선별복지 혹은 약자 복지에 사용했다는 것이 확인되면 사람들은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나 현재는 그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그것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일부에서 ‘윤 정부가 말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약자들을 위한 복지를 축소하였다’라고 지적하고 있고, 윤 정부의 복지를 두고 ‘복지 축소’나 ‘복지의 시장화’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실적과 증거가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한다.
월간 <복지동향> 2024년 12월호(제3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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