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진ㅣ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인장기요양보험이 금융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많은 분들이 의아해할 수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금융자본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보험사 요양서비스 진출과 임차 허용
2024년 10월 2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주형환 부위원장은 민간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수도권 지역의 요양시설 공급 부족 문제를 이유로 “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 방안을 제안했다. 이 방안은 2021년 금융위원회가 보험회사들이 요양서비스 산업 진출을 촉진시키기 위해 임차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던 것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이란, 시설 운영자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임차 형태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시설 운영자는 건물 소유주에게 임차료를 지불하고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설의 소유와 운영의 분리, 부동산으로 전락하는 노인요양시설
이러한 변화는 시설 소유와 운영의 분리를 가능하게 하고, 노인요양시설을 부동산 자산으로 바라보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나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보험회사 등의 금융자본이 장기요양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한다([그림 1] 참조). 임차 허용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되었던 작년에 여러 사회복지 학자들은 이 방안이 실현되면 금융자본이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기반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결과적으로 투자자만 이익을 누리게 되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2021년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 별첨된 자료에서 ○○○(노인요양시설을 개발/소유회사)는 “리스크가 회피된 투자”를 하게 된다고 기술하고 있는데,1 이는 보험업계에서 노인요양시설의 운영에 대한 위험(학대, 사고 발생 및 이로 인한 소송 등)은 회피하고 민간 자본 투자로 인한 과실만 챙기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지게 한다.
[그림 1]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서 제안한 운영리스크 완화를 통한 민간자본 투자촉진 방안(예시)
장기요양사업에 뛰어든 사모펀드나 리츠 등의 금융자본은 사업 확장을 위해 과도한 부채를 동원하고,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 무리한 임대료 인상 등을 감행할 수 있다. 이들이 소유하는 시설 운영자들은 불리한 조건의 임대 계약에 묶이게 되고, 매년 인상되는 임차료로 재정적 압박을 받아 파산 또는 폐업에 처하게 될 수 있다. 또한 COVID-19 등과 같은 외부환경의 변화가 발생하여 시설 입소자가 감소하면 운영은 더욱 어려워진다. 운영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당청구, 비급여서비스의 비용 인상, 인건비 및 운영비 절감, 추가 대출 등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서비스질 저하, 직원 이직, 학대나 사고 발생 증가, 폐업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금융자본은 시설 운영에 관여하다가 상황이 악화되면 해당 자산을 매각해 떠나는 식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미국, 영국, 독일의 경험: 파산, 부채증가, 학대의 발생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 미국, 영국, 독일의 사례는 이를 증명한다.2 미국의 영리 요양시설 매너 케어(ManorCare)는 과도한 임대료로 인해 2018년 파산했으며, 부채는 71억 달러(약 9.7조 원)에 달했다. 그러나 사모펀드 회사 칼라일(Carlyle)은 5년 동안 매너케어의 임대료로 15억 달러(약 2조 원)를 벌어들였다. 이 기간 동안 매너케어의 심각한 건강 코드 위반 사례는 29% 증가했다. 사모펀드, 리츠가 투자했던 제네시스(Genesis) 헬스케어는 연방 당국과 5,270만 달러(약 7,200억원)의 합의에 도달하여 요양시설 등의 부당한 청구 관행에 대한 혐의를 해결했다. 영국의 서던 크로스(Southern Cross) 요양시설은 2011년 파산하면서 약 3만 명의 입소자와 직원이 큰 혼란을 겪었다. 심지어 “규제가 엄격하고 관리가 잘 되는” 독일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였다. 독일 알로하임(Alloheim) 요양시설은 사모펀드 투자자 중심의 운영을 하면서 종사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 서비스 질 저하, 학대사례 발생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3
미국의 전국 요양시설 서비스의 질: 사모펀드, 리츠 투자시설의 낮은 서비스 질
서비스의 질에 대해 오랜 평가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자료를 보면, 사모펀드, 리츠가 투자한 시설의 서비스 질은 다른 영리시설이나 비영리시설에 비해 낮다. 아래 <표 1>은 미국 전국 요양시설에 대해 서비스의 질 등을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조사 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전반적인 평가지표(overall rating)를 보면 비영리(non-profit) 시설은 3.87점인데 반해, 사모펀드(PE) 투자 시설은 2.91점, 리츠(REITs) 투자 시설은 3.19점으로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DID(Difference-in Differences) 분석을 통해 사모펀드가 투자한 시설을 보면 투자 이후 간호사의 서비스 제공시간이 상대적으로 12% 감소하고(다른 영리 시설과 비교), 돌봄의 결함지수는 14% 증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리츠 투자 역시 유사하여 간호사의 서비스 제공시간은 7% 감소하고, 결함지수는 1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미국 소유주체별 요양시설의 지불혼합, 민감지수, 서비스의 질(2013-2020)
국내 사모펀드 투자 장기요양기관 사례: 국외와 닮은 꼴?
국내 금융자본이 진출한 장기요양기업 사례를 분석한 권현정 외(2024)4의 연구에서도 사모펀드 투자를 받은 장기요양기업은 거액의 투자유치금(평균 257억 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산 대비 부채 수준은 40% 수준에 달하였다. 또한 경영손익은 평균 -10%로 나타났는데, 이는 단기수익에 중점을 둔 영국의 영리 금융화 ‘레버리지’ 모델과 유사하였다. 사모펀드 장기요양기관의 서비스 질은 공공, 비영리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었으며, 사모펀드 장기요양기업은 활발한 인수합병, 영업권의 증대, 매각 활동을 활발히 하므로 서비스 불안정성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누가 국내 요양시설 임차 허용에 대한 의사결정으로 파생될 결과를 책임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초기에 노인요양시설 임차를 허용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시설의 경영 불안정 문제가 발생하자, 2010년부터 시행규칙을 변경해 임차를 불허하고 토지와 건물의 소유를 의무화했다(이미진 외, 2024).5 이러한 국내외 경험에 비춰볼 때, 노인요양시설 공급 부족을 이유로 임차를 다시 허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폐해와 문제는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기 이전 진보적 사회복지학자들과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 단체 등은 민간 영리주체가 장기요양서비스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그 당시 정부는 노인요양시설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민간 영리주체의 참여를 허용했고, 이후 나타난 시장화의 폐해는 상당히 심각했다. 윤석열 정부가 보험회사 등의 민간기업을 위해 다시 노인 요양시설 임차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그 이후 벌어질 문제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주
- ○○○. 2021.7.16.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의 별첨자료. 노인요양시설 활성화를 위한 논의자료. ↩︎
- Batt, R., Appelbaum, E., & Katz, T. 2022.6.9. The Role of Public REITs in Financialization and Industry Restructuring.Working Paper No. 189 ↩︎
- 이미진, 남현주, 권현정, 전용호. 2024. 주요 선진국의 장기요양시장 금융화와 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 도입의 위험. (사)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연구용역 보고서. ↩︎
- 권현정, 이미진, 송선주. 2024. 공적 장기요양서비스 공급체계의 금융화 사례분석 – 소유구조, 레버리지, 서비스 질, 그리고 영업권 -.사회복지정책, 51(1), 137-163. ↩︎
- 이미진, 남현주, 권현정, 전용호. 2024. 주요 선진국의 장기요양시장 금융화와 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 도입의 위험. (사)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연구용역 보고서. ↩︎
월간 <복지동향> 2024년 12월호(제3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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