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2-01   10138

[복지칼럼] ‘요즘 청년’과 함께 복지 쿠데타를 진압하자

유만희ㅣ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4년 12월 3일, 끔찍한 그날이 될지 모르고 송년회를 핑계 삼아 지인 몇몇과 조촐한 저녁 자리를 가졌다. 현직에서 은퇴하는 친우라서 그런지 대화 주제가 널뛰듯 다양했다. 당시의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식들 결혼 문제를 포함해 초저출생 문제의 심각성과 대한민국의 장래 인구구조와 경제적·사회적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개인적 경험에 따른 ‘요즘 청년’에 대한 입체적 우려와 걱정을, 그리고 나름의 처방을 공유했다. “은퇴 후 소득 중단의 대책으로 국민연금제도의 노령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니 3중, 4중 소득 보장 방안이 필요하다”, “아직 팔팔한 나이이고 평생 일을 해왔으나, 이렇게 쉬고 있는 것이 죄스럽게 여겨지니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를, 그것도 할만한(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 자격 변동(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의 변화)에 따른 보험료 절감 방안 등에 관하여 한참 동안 의견을 주고받았다. 논의 수준은 논외로 하고 주제만 보면 사회보장론, 사회복지정책론 교과서 목차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유독 긴 시간 동안 의견을 나누었던 주제가 ‘요즘 청년’의 문제였다. 현직 시절 개인적 경험에 기반하다 보니 주장의 톤도 확신범(?) 정도로 강했고, 화자(話者)와 청자(聽者) 간 우려 섞인 공감도 상당했다. 그러나 결론은 “우리도 그 ‘나이 때’ 그러지 않았냐!”, “‘요즘 청년’이 우리보다 제 앞가림은 잘 한다”, “그들이 살아갈 미래이니 우리가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장애나 되지는 말자” 등으로 정리하고 귀가했다. 

그렇다. ‘요즘 청년’들은 우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미래의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있고,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청년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준 사건이 있다. ‘2024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 보여준 청년층의 의견 전환이다(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2024). 윤석열 정권은 여타 사회복지정책과 달리 불행히도(?) 국민연금제도 개혁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공론조사 기법(Deliberative Poll)을 활용하여 연금개혁 방안을 확정하는 사회적 대실험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득 보장(대안 1)과 재정 안정(대안 2)의 대안을 두고 주목되는 의견 변화를 이끌어낸 집단이 바로 청년층이다. 1차 조사에서 18~29세 청년층은 재정 안정(대안 2) 지지가 50.3%, 소득 보장(대안 1)이 21.2%로 재정 안정을 지지하는 입장이 29.1%P 높았다. 2차 조사 역시 재정 안정(대안 2)이 60.7%, 소득 보장(대안 1)이 33.3%로 재정 안정을 지지하는 입장이 27.4%P 높았다. 그런데 3차 조사에서 소득 보장(대안 1)이 53.2%, 재정 안정(대안 2)이 44.9%로 소득 보장을 지지하는 입장이 8.3%P 높은 결과를 보였다. 극적인 의견 변화는 특히 청년 여성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의견 변화는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청년층만큼 극적인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국민연금제도의 공론화 과정에서 청년층이 보여준 의견 변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론화 과정은 단지 의견 수렴이라는 기술적 기능을 넘어 ‘숙의’ 과정을 통해 이해당사자인 일반 국민에게 좋은 교육 현장이 되었다. 공론화에 참여한 국민은 국민연금제도에 관한 기본적 사실부터 상당한 수준의 전문적 정보를 습득하는 교육 훈련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그간 국민연금제도 개혁 문제는 전문가들의 첨예한 의견 대립과 기금 고갈,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보도 태도를 보인 보수언론이 가세하면서 건강한 토론과 합리적 의견 조율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 그 결과 국민연금제도의 이해당사자인 국민은 ‘내 돈, 내 연금’의 인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수급 불가능’이라는 공포감이 증폭되면서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불신, 불필요한 세대 갈등이 커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 공론화 과정은 그동안의 전국민적 제도 불신과 우려가 기우임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교육 현장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청년층의 의견 변화 과정은 사회복지 정책 확대 동력으로서 사회복지 교육과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 수단인지를 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어렵게 도출한 공론화 결과를 외면한 채 기이한 방안을 추진하는 국민연금 친위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 정부의 9·4 개혁안은 공론장에서 채택되지 못한 방안을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다시금 개혁 방안으로 들고나와 국민들에게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차적 비민주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9·4 개혁안은 돌출적인 것이며 일종의 연금에서의 쿠데타이자 내란이라고도 할 수 있다(남찬섭, 2025). 공론화 과정은 국민들의 복지 근육을 강화하는 좋은 교육 훈련장임을 보았다. 공론화 과정은 단지 사회복지에 관한 대중 교육 활성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행정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공론화의 경험이 겹겹이 쌓이면 국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복지 쿠데타를 진압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권에서 복지 쿠데타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약자 복지, 사회서비스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며, 이를 “약자 복지”라는 키워드로 홍보해 왔다. 저소득층, 장애인, 홀로 사는 노인 등에게 집중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겠다고 했지만 예산배정과 실행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약자복지가 사회복지 자원배분 원리에서 말하는 선별적 복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본권의 보장이라는 보편적 자원배분이 전제되어야 한다. 과연, 한국 사회가 윤석열 정권하에서 복지정책 기조를 약자 복지로 전환할 만큼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사회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약자 복지”는 윤석열 정권의 보수적인 복지관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약자를 지원한다는 명목하에 전 정부의 복지정책의 흔적을 지우고, 왜곡하고, 축소하려는 복지 쿠데타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요즘 청년’과 함께 복지 쿠데타를 진압할 시간이다.

| 참고문헌 |

남찬섭, 2024, “국민연금과 공공성: 최근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노조 광주전남지회 연금 특강자료』.

남찬섭, 2025, “소득보장의 평가와 전망: 현 정부 기간의 연금개혁을 중심으로”, 사회정책분야 2024 평가와 2025 전망 노동시민사회 포럼 자료집, 41p.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2024, “2024 연금개혁 공론화 백서”.

월간 <복지동향> 2025년 2월호(제3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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