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정ㅣ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 /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벌써 작년이 되어버렸다. 2024년 6월 24일 아침, 1차 전지를 만드는 ㈜아리셀에서 발생한 전지 폭발로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부상을 당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 2025년 1월 9일. 그로부터 200일이 되었고, 그 사이 ㈜아리셀의 모기업인 ㈜에스코넥의 대표이사이자 아리셀 대표이사인 ‘박순관’ 씨는 구속되어 형사재판을 받고 있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피고 측 대리인단은 파견도급 이슈조차 알지 못하는 “작은 규모 사업장”이라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리튬/리튬배터리가 가진 위험성이 방치되고 관리되지 않은 점 ▲㈜아리셀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가 가진 허점 ▲위험의 외주화·이주화를 양산하는 문제적 고용구조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주요 공정에 비숙련 노동자들을 대거 투입하고, 공정 과정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거나 조치하지 않은 채 생산 물량만 채웠던 아리셀의 무리한 생산방식이 전지 폭발의 위험성을 현실화시켰다. 또한 평상시 안전보건 조치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이 되지 않았던 상황, 일차 전지 제조・보관・관리의 문제점,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알지 못하는 비상구, 안전교육의 부재 등이 전지 폭발을 죽음으로 이어지게 했다. ㈜아리셀과 불법 인력 공급업체(메이셀, 한신다이아)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있고, 취업 업종 제한이 적으며, 작업 지시를 위한 의사소통이 일정하게 가능한 이주 중국 동포 노동자의 조건을 활용했다. 불법적인 인력 공급구조를 통해 책임과 부담은 지지 않은 채 안전보건 조치와 체계, 유해 위험업무에 대한 어떤 조치도 없이 노동자들을 이윤 획득의 도구로만 사용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피해자들은 이주노동자, 중국 동포 노동자, 최저임금과 먼 거리 출퇴근을 감내할 노동자,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노동자들이었다.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했던 메이셀은 평소 중국 동포 노동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에 채용공고를 올려왔다. 특별하게 따지는 조건도 없다. 출퇴근이 가능한 위치에 거주하고 있으면 되고 나이가 너무 많지만 않으면 내일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아리셀이 간접고용 방식을 유지하며 생산을 진행한 것은 물량에 따라 인원을 조정하기가 쉽고, 책임에 따르는 여러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30명의 생산직 인원을 55명으로 늘리기도 하고, 15명으로 줄이기도 했다. 이런 조건에서 언제든 사업장을 바꾸는 것이 문제 되지 않으며, 작업 지시를 하는 데도 언어적 어려움이 적고, 체류 기간의 제약도 적은 이주・중국 동포 노동자들은 회사와 업체가 원하는 최적의 대상이었다. 이렇게 다수의 중국 동포 노동자들이 ㈜아리셀의 직접고용 회피책으로써 불법적인 방식으로 고용되어 왔고, 근속 기간은 길지 않고 물량에 따라서 당일 해고되고 다음 날 채용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불안정한 조건과 짧은 근속은 노동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요소들로 가득한 사업장에서, 평소에는 간단하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더라도 특정 상황에서 의미 전달이 단절될 수 있게 만든다. 작업장 건물의 구조를 알고 있다고 해도 위급한 시기에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일 정도로 익숙해질 수가 없다.
통근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작업공간으로 가는 노동자들이 전체의 건물 구도나 위치, 비상구 등 빠져나갈 길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래서 교육하고 알려주고 보여주고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첩된 위험 속 권리 주장이 어려운 이주노동자
통계청1에 따르면 2023년 전체 노동자 2천63만 7천여 명 중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천37만 2천여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50.26%를 차지하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 재해자는 전체 재해자의 61.6%를, 사망자는 전체 산재 사망자의 54.27%를 차지하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이든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더 많은 산업재해와 죽음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발표 기준, 이민 체류 이주 임금노동자(귀화자 제외) 87만 3천 명 중 63만 8천 명(취업자의 73.08%)이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2. 그들 중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위험한 노동으로 삶을 이어가다가, 그 노동으로 생명을 잃고 있을까.
2023년 한해 전체 취업자 중 이주노동자가 3.2%인데, 산재 사고 사망자 중 이주노동자는 10.5%를 차지하고 있다. 산재 사망자 비율을 보면 이주노동자가 정주 노동자보다 3배 이상 높다. 30인 미만이든 50인 미만 사업장이든 정주 노동자와 동일한 사업장에 있어도 이주노동자의 노동은 더 위험하다. 같은 사업장이라도 다른 위치에서 일을 하고 있고, 법적으로 주어진 권리라 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애초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고용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면 권리행사는 훨씬 어렵다.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 유입은 1980년대 말 중국 동포의 유입과 함께 시작됐다3. 한국의 노동력 수요에 따른 것이었지만 정부는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고 불법체류, 위장결혼, 밀입국, 비자 브로커 등이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후 정부는 해외투자 기업 연수생제도(1991년), 산업연수생제도(1993년), 고용허가제(2003년) 등 제도 변경을 통해 외국인 고용 문제에 대응했고, 재외동포법 제정 이후 동포 노동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방식으로 비자 제도를 운용하여 관리해 왔다.
지금까지 이주노동자 운동은 고용허가제를 둘러싼 권리 확보 투쟁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고용허가제로 인한 사업장 변경 제한을 견디지 못해서 사업장을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구직 등록 기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사업주가 이탈 신고제도를 악용해서 미등록 체류자가 되기도 한다. 이주노동운동 진영은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 요구를 중심으로 노동권과 건강권 보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 왔고, 고용허가제의 대안으로 노동 허가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이주노동자들의 고용허가제에 맞선 투쟁은 지역별로 이주노동자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조직이 필요함을 알게 했고, 삶과 노동의 문제를 지원하고 연결하는 구조로 이어지게 했다.
그러나 동포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 정책은 고용허가제 중심의 이주노동자들과는 다른 대응을 하게 했다. 중국 동포 노동자들도 초기에는 다른 국적 이주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미등록 노동자로 불법체류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재외동포’로 분류돼 체류자격에 있어서 다른 이주노동자와 달리 사업장 변경 제한 조치 등을 받지 않고 있다. 재외동포에게 발급되는 방문취업비자(H2)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에게 발급되는 비전문취업 비자(E-9) 같은 분야, 즉 제조, 농축산, 어업, 건설, 일부 서비스 등에서 일할 수 있으면서도 사업장 변경에 제한이 없다.
재외동포법 개정 요구 투쟁으로 다른 이주노동자들과는 구별된 체류자격이 주어지기 시작했고, 동포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요구보다는 ‘동포’로 한국에 체류하고 노동하기 위한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모였다. 민족, 핏줄, 조상 등의 특수한 조건으로 중국 동포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로 포함되기도, 그냥 ‘조선족’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존재였다.
동포 노동자의 평등한 노동권 요구
2023년 외국인 취업자는 92만 3천 명, E9 비자 취업자는 26만 9천 명, 중국 동포들이 주로 소지하는 재외동포비자(F4)와 방문취업비자(H2) 취업자는 31만 3천 명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라고 할 때는 ‘고용허가제(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노동자라는 인식이 다수였다. 그러나 많은 수의 동포 노동자들이 오래전부터 일터에 존재했지만, 이주노동자로도 정주 노동자로도 속하지 못한 채 그들의 노동권은 제대로 제기된 적이 없다. 동포 노동자들이 현재의 사업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이주노동자들과의 차이점이지만, 비자에 따른 제한이 있다. 더 나은 비자 취득을 위한 소득 기준과 근속기간 등의 조건을 채우는 것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동포 노동자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체류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안 된다. 사업장 이전을 위해 사업주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 빼면 동포 노동자라고 해서 다른 이주노동자들에 비해 더 좋은 조건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사업주들이 좋아하는 조건은 많다. 일정하게 일상생활에 대한 언어 소통이 가능한 경우가 많고 사업장 이전의 자유가 있으니 아무 때나 급할 때 일을 시킬 수 있는 합법적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포 노동자들이 주로 취득하고 있는 비자 종류에 따라 단순 업무 가능과 불가능 등의 구분이 존재하고 있지만, 기업이 동포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킬 때는 그런 구분이 필요 없다. 산재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될 때는 비자에 맞게 취업하지 않은 노동자 책임이라고 한다. 아리셀의 대리인도 F4 비자를 가진 동포 노동자는 아리셀에서 시킨 단순 업무를 하면 안 되는데 그 일을 했으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알고도 일을 시킨 회사는 책임이 없고, 시키는 대로 일을 한 노동자에게만 법적 기준을 들이민다.
이주노동자들의 거주지는 어떤 일을 위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동포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수도권에 집중하여 살고 있는데 고용 허가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들과 취업하는 업종이 다르다 보니 주요 거주지역도 다르다. 취업을 위한 정보는 주로 가족·친구·친인척·사적 기업(직업 소개소, 용역회사 등)을 통해 얻는다. 책정된 기준 임금이 낮다 보니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집 가까이, 잔업이 많은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런 일자리는 불법적 고용구조를 통해 제공되는 경우가 흔하다.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사람을 불러 쓰는 곳이니, 언제든 필요 없을 때는 해고해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업체들이다. 아리셀처럼 제조 현장에 파견노동자를 쓰면 안 되니 도급업체라는 형식을 빌려서 불법파견을 하는 경우가 그래서 생겨난다.
또 동포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 체결, 산재 신청, 4대 보험 가입, 정직원이라는 노동조건을 그들과 관계없는 이야기로 인식하고 있다. 2010년 한국으로 들어와 현재 F4 비자를 취득하고 있는 동포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용역회사나 직업 소개소 통해서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거쳐 간 회사 20여 개 중 근로계약서는 3~4개의 공장에서만 썼어요. 그거 하면 4대 보험을 회사에서 들어주잖아요.” 또 다른 동포 노동자는 20년을 한국에서 일했지만, 실업급여를 아직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나마 퇴직금을 반이라도 주는 회사는 나은 편이라고 했다. 그걸 아는 용역회사도 “우리는 이렇게 퇴직금 절반이라도 챙겨준다”며 생색낸다고 한다.
산재 신청도 어렵고, 위험을 알아채고 멈추는 것도 안 된다. 고용 형태가 다르니 노동환경이 다르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질 낮은 노동환경에서 일할 사람을 채우기 위해 이주 동포 노동자를 찾아서 이들을 그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동포 노동자들은 권리가 주어지지 않으니 위험한 상황에서도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문제를 집단으로 해결하고 요구하기보다는 상황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비자 정책은 동포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많이 끼친다. 머물 수 있는 자격, 노동의 자격을 복잡한 비자 정책으로 나누어놓은 현실 속에서, 한국에서는 안정적인 노동을 할 권한도 자격도 없다고 여겨지는 동포 노동자들이 모여서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동포 노동자들이 당장의 문제해결은 필요하다고 여기나, 장기적으로 그런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 동포 노동자들의 공동체나 조직은 노동을 중심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편이다. 사회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보에도 노출되는 빈도가 취약한 상황에서 자체 공동체의 도움이나 지원이 없다면 지인을 통한 도움 외에는 기댈 수 있는 게 없다. 공적인 구조가 움직이지 않으면 사적 구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 차원의 동포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와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동포 사회 내에서도 동포 노동자들의 일터에서 불합리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동’을 중심에 놓고 활동하는 단위도 필요하다.
유해 위험 요인이 드러나 있어도 관리되지 않는 사업장에 더 많이 취업하고, 작은 사업장에서 일시적으로 인력을 바꿔치기할 때도 손쉽게 구해지는 노동력이며, 법적으로 고용 과정이나 사업장 배치에 고려해야 할 점이 거의 없고, 일터에서의 업무 지시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 있는 노동자들이 중국 동포 노동자들이다. 동포 노동자들이 가진 이런 특성은 한국 노동시장에서 자본이 이들을 선호하는 이유가 되지만 같은 노동자들이 이들을 경쟁상대로 여기게 만들기도 한다. 일자리 갈등이라는 현상은 결국 노동자들 간의 문제이기보다는 ‘자본의 목적과 선택’으로 인해 발생한다.
동포 노동자들은 민족성, 동포, 언어적 동질성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한민족 동포로 규정하면서 정주 노동자들과 다른 처우에 대한 차별 행위에 개선을 요구하게 된다. 이렇게 이주노동자 일반으로서 고용, 거주, 일터 안전보건에 대한 투쟁에서 연대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동포 노동자의 사망이나 산재는 사회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었다.
경계를 넘나들며 위험 허물기
지난 2024년 9월 26일 법무부 장관은 ‘신(新) 출입국·이민정책 추진 방안’을 브리핑했는데, 동포 국적에 따른 차별 해소를 위해 F4, H2로 이원화된 비자를 F4 비자로 통합하고, 취업 범위를 비전문 분야까지 확대하는 방안이었다. 한국 정부의 이주비자 정책은 복잡하고 변화가 많았다. 이런 복잡한 비자 정책은 개별 노동자에게는 불안감과 고용 불안정성을 높이는 것으로 작동하고, 질 낮은 일자리라도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다. 비자 제도의 목적이나 필요성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주노동자는 소비하기 위해 수입한 물건이 아니다. 한국에 부족한 노동력을 제공하며 같이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 정책의 기준이 효율적인 인력 관리가 아니라, 이주노동자들과의 공존과 사회적 융합이 되어야 한다. 이주 동포 노동자들이 결과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여러 제도(작은 사업장에 대한 제도, 불안정노동에 대한 제도 등)를 재검토해서 배제되는 이가 없도록 한다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산재보험 배상액은 정주 노동자, 이주노동자 간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배상액은 차이가 확연하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에서도 회사 측은 같은 작업을 하다 사망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체류자격·비자에 따라 다르게 제시했다.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본국의 경제 규모에 따른 기준이 적용되어 차별을 당하고 있다.
동포 노동자들은 미등록 상태가 아니어서,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있어서 오히려 불법적인 고용구조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그렇게 일하게 되는 사업장의 다수가 소규모사업장이다. 이런 사업장에서 더 많은 사고와 죽음과 질병이 발생함에도 ‘자본의 영세성’을 이유로 정부 스스로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불법 고용구조와 사각지대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처벌이 지금보다 더욱 강화돼야 한다.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국적별로 문화적 사회적 경험을 고려하는 지원방안이 마련될 필요도 있다. 지원해 주는 기관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 동포 노동자들이 체화하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지원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주하기 전 사회에서 가져왔던 정부 기관·사회단체에 대한 인식이나 경험에 따라, 임금체불 대응 방법이나 부당한 권리침해에 대한 지원요청 대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를 정부가 나서서 바로 해결하지 않고, 사업주 처벌이 바로 이뤄지지 않는 지난한 상황을 유족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한국 사회에서 ‘위험의 외주화’는 어느 사이 일상 언어가 되었고, ‘위험의 외주화’는 ‘위험의 이주화’로 바뀌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이주화는 주어져 있는 틀 안에서는 아무도 위험을 책임지지 않고, 그 틀 바깥에 있는 누군가가 짊어지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권력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위험이다. 기존 이주노동자 운동과는 다른 결의 요구가 필요한 동포 노동자들과 고용허가제 중심의 이주노동자 운동, 정주 노동자들의 노동 권리 향상 운동은 어떻게 만나고 함께 할 수 있을지를 찾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이주노동자로 존재해 온 중국 동포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였던 시민사회 운동이나 노동조합 운동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를 계기로 주체들과 만나며 ‘이주노동’에 대한 고려 지점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이 글은 필자가 연구진으로서 지난 2024년 11월 27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를 통해 본 이주노동자의 안전할 권리」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미주
- 고용노동부, 2024, “통계청 e-나라지표 산업재해현황(통계표)”,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514 ↩︎
- 통계청·법무부, 2023, “2023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
- 중국은 1970년대 말부터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면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경제적으로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지만, 중국동포가 주로 거주하고 있는 동북 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지역은 중국 중앙정부의 불균형 경제발전 전략에서 소외됐다. 오정은 외, 2017, “국내체류 중국동포 현황 조사”, 재외동포재단. p.18 ↩︎
월간 <복지동향> 2025년 2월호(제3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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