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2-01   15713

[기획2] 미국의 공공의료체계 현황과 트럼프 2기의 갈림길: 시장 중심 의료체계 속 공공의료의 도전과 변화

정혜주 |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서론: 위기에 직면한 미국 의료체계

2024년 12월 뉴욕 맨해튼에서 발생한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브라이언 톰슨 피살 사건은 미국 의료체계가 직면한 깊은 구조적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지연’, ‘거부’, ‘방어’ 등의 단어가 새겨진 탄피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 관행이 범행의 주요 동기였음을 암시했다1. 특히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회사의 공식 애도 성명에 대한 소셜미디어 반응의 92%가 ‘웃음’ 이모티콘이었다는 사실2은 미국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시민들의 누적된 불만과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사건이 미국 사회에 던진 파문이 컸던 것은, 그것이 미국 의료체계의 근본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과 시설을 자랑하지만, 동시에 의료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성은 미국의 의료체계가 태생적으로 시장 중심으로 발전해온 결과다. 그러나 완전한 시장 방임은 아니었다. 1965년 존슨 행정부는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라는 두 개의 공공의료 보험을 도입했고, 이는 미국 의료체계에서 정부 역할이 본격화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미국 보건의료시스템 개요

이러한 시장 중심 의료체계인 미국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크게 다섯가지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NHS3와 유사한 군인 대상의 VHA시스템, NHI4와 유사한 메디케어(Medicare), 빈곤층을 위한 의료부조5 시스템인 메디케이드(Medicaid),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시스템, 마지막으로 다양한 자선단체와 비영리기관 등을 통한 자선 활동 등이 있다.

<표 1> 미국의 보건의료시스템 개요

[그림 1] 오바마케어(ACA) 도입 전후 의료 보장률 변화 (2008-2022) 전체(좌측) 및 민간보험 가입자 제외 시(우측)

출처: U.S. Census Bureau (2023)6
* 2010년: ACA 법안 통과
** 2014년: 주요 조항(개인 의무가입, 메디케이드 확대 등) 시행
주1: 한 사람이 여러 유형의 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 합계가 100%를 초과할 수 있음
주2: 공보험 합계는 필자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합산하여 계산함

건강보험 측면에서 보면 2022년 기준 전체 인구의 약 43.6%가 공공의료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며, 이 중 메디케어 가입자가 19.0%, 메디케이드 가입자가 24.6%를 차지한다. 공공의료 보험 가입자의 큰 증가는 2010년 도입된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 ACA)에 기인한 바가 크다.

미국 공공의료 보험의 발전과 현황

메디케어: 노인 의료보장의 초석

1965년 7월 30일,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트루먼 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메디케어법에 서명했다. 이는 20년간의 정치적 논쟁 끝에 이루어진 미국 의료체계의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노인과 특정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방 의료보험 프로그램으로, 그 재원은 주로 근로자와 고용주가 납부하는 메디케어 세금으로 조달된다. 프로그램은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Part A(병원보험)와 Part B(의료보험)는 도입 당시부터 있었던 기본 구조다. 1997년에는 Part C(Medicare Advantage)가 추가되어 민간 보험사들이 메디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2006년에는 부시 행정부가 Part D(처방 약 보장)를 도입했다.

<표 2> 메디케어의 구조와 특징

※자료: 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2023)7

각 파트를 둘러싼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Part C의 경우, 민간 보험사의 참여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과도한 마케팅과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비용 증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Part D는 정부의 약가 협상 권한 제한으로 인해 처방 약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으며, 이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일부 개선되었다.

메디케이드와 ACA: 저소득층 의료보장의 진화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지원 프로그램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특징을 갖는다. 각 주는 연방정부가 정한 기본 가이드라인 내에서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메디케이드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2010년 도입된 ACA를 통한 확대다. ACA는 메디케이드 확대를 통해 연방 빈곤선(Federal Poverty Level) 138% 이하 성인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12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각 주정부가 이 확대 정책의 수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주별로 의료보장의 격차가 발생하게 되었다.

ACA는 크게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의무가입 조항을 통해 모든 미국인이 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둘째,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 지원으로 보험 가입을 용이하게 했다. 셋째, 앞서 언급한 메디케이드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2023년 기준으로 약 3,500만 명이 오바마케어를 통해 의료보험에 가입했으며, 이는 미국의 의료보장 확대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공의료기관의 현실과 도전

미국의 전체 5,249개 병원 중 956개(18.2%)가 공공병원이다. 이는 OECD 평균 공공병원 비율인 57.0%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이며, 병상 수로 보았을 때도 OECD 평균 71.6%에 비하여 미국의 평균은 21.1%보다 훨씬 낮아 미국 의료체계의 시장 중심적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표 3> 공공의료기관 현황과 특성

※자료: American Hospital Association (2022)8

미국의 공공의료기관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향군인건강청(VHA)은 이러한 공공의료기관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2022년 VHA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171개의 의료센터와 1,112개의 외래진료소를 통해 연간 900만 명의 재향군인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VHA는 PTSD, 외상성 뇌손상 등 군 복무 관련 질환 치료에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 특화된 공공의료기관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사회 보건소(Community Health Centers)는 의료 취약지역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전국 1,400개의 센터가 연간 약 3,000만 명의 저소득층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센터의 환자 구성이다. 전체 환자 중 91%가 저소득층이며, 63%가 인종적 소수자로,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의료기관들은 현재 심각한 운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공공병원들은 특히 메디케이드 환자 비중이 높고, 메디케이드의 수가가 낮은 특성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촌 지역의 의료 접근성 문제도 심각하다. 도시 지역과 비교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의료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도시-농촌 간 의료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점

미국은 잘 알려진 대로 OECD 국가 중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그러나 건강수명과 영아사망률 등 핵심적인 건강 지표는 여전히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높은 의료비 지출이 반드시 좋은 의료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표 4> 미국과 OECD 평균 간의 보건의료비 및 건강 수준 비교

출처: OECD Health Statistics 20249

분절된 의료체계와 높은 행정비용

미국 의료체계의 분절화는 의료서비스 제공의 복잡성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다양한 보험사의 존재와 복잡한 청구 절차로 인해 다른 고소득 국가에 비해 효율성이 낮다는 것이다10. 한 병원은 평균적으로 10개 이상의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각 보험사는 서로 다른 보장 범위와 청구 절차를 요구한다11. 이로 인해 의료기관은 청구와 관련된 행정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인력을 고용해야 하며, 이러한 행정 비용은 전체 의료비의 20~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다른 고소득 국가와 비교할 때 두 배 이상의 행정 비용으로, 미국 의료체계의 비효율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12. 또한 높은 수준의 분절화는 환자가 더 많은 의료기관과 접촉하도록 하여 연간 환자 1인당 의료비용을 평균 약 1,085달러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심화되는 의료 불평등

형평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인종 간 건강 격차가 여전히 크게 나타나는데, 흑인의 기대수명이 백인에 비해 평균 7.6년 짧다는 점은 의료 접근성의 불평등을 포함하는 사회적 환경의 불평등을 여실히 보여준다13. 이러한 격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심화되었으며, 흑인 지역사회의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은 백인 지역사회보다 평균 3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4. 

소득에 따른 의료접근성의 불평등도 여전히 심각하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약 35%가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데, 이는 의료비 이외에도 약값, 교통비, 병가로 인한 소득 손실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15.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만성질환 관리에 필요한 서비스 이용률이 낮으며, 팬데믹 당시 의료서비스 이용률이 감소한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러한 격차는 흑인과 히스패닉 계층에서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드러났다16.

이는 보험 미가입의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다. ACA 도입 이후에도, 2023년 기준 약 8%의 미국인(약 2,700만 명)이 여전히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어서, 의료비 부담이 커져 필요한 치료를 포기하거나 지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 또한 소득 하위 20% 가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에 더해 2012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각 주정부가 메디케이드 확대 정책의 수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메디케이드 확대를 선택한 40개 주에서는 성인 보장률이 크게 높아진 반면, 확대를 거부한 10개 주는 여전히 낮은 보장률을 보이고 있어서 의료보장의 지리적 격차 또한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메디케이드를 확대한 캘리포니아주의 무보험률은 7.0%에 불과한 반면, 확대를 거부한 텍사스주는 16.6%에 달한다.

<표 5> 주별 메디케이드 확대 현황

출처: Kaiser Family Foundation (2025)17

일차의료 접근성 미비와 예방적 의료의 취약성

미국은 일차의료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예방 가능한 입원과 응급실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 예방 가능한 응급실 방문이 전체 응급실 방문의 약 30%를 차지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의료비용은 연간 약 320억 달러에 달한다18. 한편, 일차의료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예방 가능한 입원율이 2.4배, 응급실 방문율은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9. 또한, 메디케어 환자 중 일차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이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응급실 이용과 입원율이 각각 19%와 27% 낮아졌다20. 이는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한 보건의료서비스 전달체계와 그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함을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

트럼프 2기와 의료개혁의 갈림길

선거 결과에 따른 의료정책 변화 전망

2025년 1월 20일 취임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으로의 정권 교체는 미국 의료정책의 방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의료정책 기조 차이는 ACA와 같은 핵심 개혁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임기(2017~2021) 동안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과 ACA의 폐지를 시도했기 때문에, 트럼프의 재집권 시 메디케이드 확장 축소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개혁 정책이 후퇴될 가능성이 있다21. 특히 처방 약 가격 협상 제도의 재검토와 오바마케어 보조금 축소, 시장 중심적 의료 접근의 강화가 예상되며, 이는 의료 접근성과 형평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22.

개혁의 한계와 현실적 제약

그러나, ACA의 시행 자체가 국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메디케이드 확장 정책을 통해 혜택을 받은 사람들의 ACA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약 1.5% 증가, ACA 폐지에 대한 지지율을 2.2% 감소시켰다23. 또한 ACA는 이미 미국 의료 시스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완전한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메디케이드 확장과 보험 가입 증가로 인해 약 2,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의 급격한 폐지는 정치적,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24. 게다가 ACA의 주요 조항, 특히 제약 가격 협상, 기존 질환에 대한 보험 거부 금지, 저소득층 보조금 등의 대중적 조치는 대중적으로 강력히 지지되고 있다25.

개혁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과제

미국 의료개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초당적 합의는 필수적이며, 이는 양당이 공통으로 지지하는 정책 영역에서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처방 약 가격 협상은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는 의료비 투명성 제고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데, 이는 의료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고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26.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초당적 지지 기반에서 단계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하며, 이러한 정책의 지속 가능한 확장을 위해 법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미국 의료 시스템의 장기적 안정성과 형평성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한국에 대한 함의

미국의 경험은 의료체계 개혁이 정권 교체에 따라 얼마나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에도 의료 공공성 강화라는 세계적 흐름을 따르되, 정치적 변화에 덜 취약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 효율성과 통합적 시스템의 중요성

미국 의료체계의 분절화는 의료서비스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양한 보험사가 각기 다른 보장 범위와 청구 절차를 요구함에 따라, 의료기관은 행정 업무 처리에 과도한 자원을 투입해야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의료비 상승과 서비스 제공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자의무기록(EMR)의 표준화와 의료 데이터 통합은 효율적이고 포괄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적 과제로 부각된다. 서울대학교 분당병원의 사례는 EMR 표준화와 데이터 통합이 진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정적 비효율성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27.

한국은 또한 커뮤니티 기반 통합 의료 모델을 통해 지역사회와 의료기관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적 접근은 의료와 사회적 돌봄 간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28. 이러한 통합적 의료체계는 환자와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의료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일차보건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구축에서부터 시작될 필요가 있다.

공중보건과 예방의료 강화의 필요성

심장병,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 예방을 통해 의료비를 절감하고 건강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 건강 관련 행동 개선과 조기 질병 예방이 경제적 영향을 27%까지 줄일 수 있다는 문헌29이 있다. 다른 문헌에서는 예방 서비스 사용률을 90%로 증가시키면 연간 37억 달러, 미국 개인 의료 지출의 0.2%를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30. 이는 예방적 건강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의료비를 절감하는 데에도 중요함을 시사한다. 

예방적 조치에 있어 한국 사회는 국민건강보험 시스템 내에서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일부 측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유아 건강검진은 발달 지연과 청각 이상 등 초기문제를 효과적으로 발견해 적시에 개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31하고, 성인 건강검진 역시 만성질환 관리와 암 생존율 향상에 기여한다32. 그러나, 한국의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NCSP)은 주요 암에 대한 조기 진단이 목표임에도 검사 민감도가 낮아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과잉 진단이나 불필요한 치료를 초래할 위험이 존재한다33. 또한, 영유아 건강검진 프로그램에서는 발달 평가의 기준이 다양성과 개별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여 과잉 진단이나 부모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34.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의 공중보건 정책은 흡연, 음주, 운동 부족 등 건강 관련 행동 개선을 중심으로 하는 주요 위험 요인을 다루고 있으나, 지역사회 기반의 건강 환경 조성과 강력한 환경적 개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도시 계획, 정책적 지원 및 지역사회 참여를 통해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353637

정치적 영향과 제도적 안정성

미국의 사례는 의료체계 개혁이 정권 교체에 따라 얼마나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의료정책 기조 차이로 인해, ACA의 확대와 축소를 둘러싼 갈등은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38. 이러한 경험은 한국에서도 정치적 변화에 따른 의료정책의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정치적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의 공공성과 형평성, 효율성을 포함하는 정책 기조를 확립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이러한 기본 원칙은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보편적 접근성과 국민건강보험의 확대를 통해 형평성을 강화하려는 방향으로 발전 중인 한국의 보건의료 공공성 강화 노력39을 지속적으로 경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미국 공공의료체계는 세계 최대 의료시장이 직면한 도전과 모순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 최고의 의료 기술과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심각한 의료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 GDP의 16.7%라는 막대한 의료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OECD에서 꼴찌 수준인 건강지표, 그리고 2024년 12월 발생한 보험사 CEO 피살 사건으로 상징되는 의료체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분노는 시장 중심 의료체계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ACA로 이어지는 공공의료 확대의 흐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 사회의 끊임없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록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변곡점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깊이 뿌리내린 의료개혁의 성과를 완전히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의료체계의 성공은 그것이 얼마나 시민들의 실질적인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가에 달려있다. 이는 단순히 의료 기술의 발전이나 시설의 확충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으며, 공평한 접근성, 예방의료의 강화, 그리고 효율적인 자원 활용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시장 중심적이라고 평가받는 미국에 비해서도 적은 공공의료기관 비율과 작동하지 않는 보건의료전달체계, 제자리걸음만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과 심화되어 가는 지역 간, 인구 집단 간 건강과 서비스 접근성이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보건의료시스템이지만, 공적인 건강 보장과 보건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기술과 새로운 사회적 위험 등의 도전에 대응하는 것이 한국 보건의료체계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방향일 것이다.

| 미주 |

  1. “美보험사 CEO 총격 사망에 조롱 쏟아졌다, 보험금 지급 거부 악명 높아”, 조선일보, 2024년 12월 7일,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4/12/07/ZAGC4NCPWVDK5FC7K6WL255PUY/ ↩︎
  2. “피살된 CEO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냉소적 반응, 의료보험 시스템에 대한 불만 표출”, 서울신문, 2024년 12월 7일, https://www.seoul.co.kr/news/international/USA-amrica/2024/12/07/20241207016006. ↩︎
  3.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가보건서비스. 영국과 북유럽 국가 등에서 시행, 정부가 조세를 재원으로 의료기관을 직접 운영하며 모든 국민에게 포괄적 의료서비스 제공. ↩︎
  4. NHI(National Health Insurance): 국민건강보험, 단일보험자시스템. 한국, 대만, 일본 등에서 시행. 정부가 보험자 역할을 하고 국민이 소득에 따라 납부하는 보험료를 주재원으로 하는 사회보험 방식의 의료보장 제도. ↩︎
  5. 의료부조(Medical Assistance):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부조 형태의 의료보장제도.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며, 자산조사를 통해 수급자 선정. 주로 취약계층의 필수의료 보장을 목적으로 함. ↩︎
  6. U.S. Census Bureau, 2023, “Health Insurance Coverage in the United States: 2022”, Current Population Reports, P60-278, pp. 1-25. ↩︎
  7. 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2023, “National Health Expenditure Data: Historical”, CMS-0013-2023, https://www.cms.gov/data-research/statistics-trends-and-reports/national-health-expenditure-data/historical ↩︎
  8. merican Hospital Association, 2022, “AHA Hospital Statistics, 2022 Edition”, ISBN: 978-0872589498, Chapter 3: Financial Performance, pp. 45-72. ↩︎
  9.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2024, OECD health statistics 2024, https://www.oecd.org/en/data/datasets/oecd-health-statistics.html. ↩︎
  10. The Commonwealth Fund, 2023, “Mirror, Mirror 2023: International Comparison Reflects Flaws and Opportunities for Better U.S. Health Care”, Report #2023-34, pp. 12-45. DOI: 10.26099/r95n-1m93. ↩︎
  11. Kern, L. M., Ringel, J. B., Rajan, M., Casalino, L. P., Pesko, M. F., Pinheiro, L. C., . . . Safford, M. M, 2024, Ambulatory Care Fragmentation and Total Health Care Costs. Medical Care, 62(4), 277-284. doi:10.1097/MLR.0000000000001982 ↩︎
  12. Bhattacharya, M., Sun, Z., Jacobs, B. L., Yabes, J. G., & Sabik, L. M, 2023, Identifying care fragmentation in the management of non-metastatic muscle-invasive bladder cancer.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41(16S), 10.1200/JCO.2023.1241.1216_suppl.e1352. ↩︎
  13. Roesch, P. T., Saiyed, N. S., Laflamme, E., De Maio, F. G., & Benjamins, M. R. 2023. Life Expectancy Gaps Among Black and White Persons and Contributing Causes of Death in 3 Large US Cities, 2018-2019. JAMA Network Open, 6(3), e233146. doi:10.1001/jamanetworkopen.2023.3146. ↩︎
  14. Green, M. D., Mentz, R. J., Greene, S. J., Hammill, B. G., Essien, U., Xian, Y., . . . Lusk, J. B. 2024. Abstract 48: Racial and Ethnic Disparities in Cardiovascular Multimorbidity Progression Among Older United States Adults. Circulation, 148. doi:10.1161/circ.149.suppl_1.48. ↩︎
  15. Neugebauer, J. 2024. Economic Barriers as a Large Part of the Problem with Access to Healthcare, Paper presented at the 3rd Open Scientific Conference 2024, Rome, Italy. ↩︎
  16. Light, M. T., & Vachuska, K, 2024, Increased homicide played a key role in driving Black-White disparities in life expectancy among men during the COVID-19 pandemic, Plos One, 19(8), e0308105. doi:10.1371/journal.pone.0308105 ↩︎
  17. Kaiser Family Foundation, 2025, Status of state Medicaid expansion decisions, Retrieved January 21, 2025, from https://www.kff.org/status-of-state-medicaid-expansion-decisions. ↩︎
  18. Rotenstein, L. S., Mafi, J., & Landon, B. E, 2023, Proportion Of Preventive Primary Care Visits Nearly Doubled, Especially Among Medicare Beneficiaries, 2001-19, Health Affairs, 42(11). doi:10.1377/hlthaff.2023.00270. ↩︎
  19. Schaefer, S. L., Dualeh, S. H. A., Kunnath, N., Scott, J. W. & Ibrahim, A. M, 2024, Higher Rates Of Emergency Surgery, Serious Complications, And Readmissions In Primary Care Shortage Areas, 2015–19. Health Affairs, 43(3). doi:10.1377/hlthaff.2023.00843. ↩︎
  20. Roberts, S. E. R., Claire B. , & Keele, L. J., 2023, Association of Established Primary Care Use With Postoperative Mortality Following Emergency General Surgery Procedures, JAMA Surgery, 158(10), 1023-1030. doi:10.1001/jamasurg.2023.2742. ↩︎
  21. Gusmano, M. K., & Thompson, F. J, 2024, The state of American health coverage: the 2022 elections and the Affordable Care Act. Health Economics, Policy, and Law, 19(3), 292-306. doi:10.1017/S1744133123000245. ↩︎
  22. Fiore, J. A., Madison, A. J., Poisal, J. A., Cuckler, G. A., Smith, S. D., Sisko, A. M., Keehan, S. P., Rennie, K. E., & Gross, A. C, 2024, National health expenditure projections, 2023–32: Payer trends diverge as pandemic-related policies fade. Health Affairs, 43(7), Medicare, COVID-19 & More. https://doi.org/10.1377/hlthaff.2024.00469 ↩︎
  23. Sances, M. W., & Clinton, J. D, 2021, Policy effects, partisanship, and elections: How Medicaid expansion affected public opinion toward the Affordable Care Act. The Journal of Politics, 83(2). https://doi.org/10.1086/710801 ↩︎
  24. Hoornbeek, J., Lanese, B., Albugmi, M., & Filla, J, 2018, Healthcare reform repeal efforts in the United States in 2017: An inquiry into public advocacy efforts by key interest groups. Multidisciplinary Studies in Politics and Governance, 6(3). https://doi.org/10.17645/pag.v6i3.1507 ↩︎
  25. McIntyre, A., Blendon, R. J., Benson, J. M., Findling, M. G., & Schneider, E. C., 2020, The Affordable Care Act’s missing consensus: Values, attitudes, and experiences associated with competing health reform preferences. Journal of Health Politics, Policy and Law, 45(5), 729–755. https://doi.org/10.1215/03616878-8543222 ↩︎
  26. McKeown, S., 2024, Striving for affordable medicine: Lessons in price negotiation learned from the United Kingdom. Journal of Managed Care & Specialty Pharmacy, 30(3), 259–264. https://doi.org/10.18553/jmcp.2024.23276 ↩︎
  27. Yoo, S., Hwang, H., & Jheon, S., 2016, Hospital information systems: Experience at the fully digitized Seoul National University Bundang Hospital. Journal of Thoracic Disease, 8(Suppl 8), S637–S641. https://doi.org/10.21037/jtd.2016.08.44 ↩︎
  28. Mun, H. B., Cho, K., Lee, S., Choi, Y., Oh, S. J., Kim, Y. S., Seo, M., Park, J. Y., & Pak, S. B., 2023, Patient-centered integrated model of home health care services in South Korea (PICS-K). International Journal of Integrated Care, 23(2), 6, 1–11. https://doi.org/10.5334/ijic.6576 ↩︎
  29. Wilson, J., 2009, Can disease prevention save health reform?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51(2), 145–148. ↩︎
  30. Maciosek, M. V., Coffield, A. B., Edwards, N. M., Flottemesch, T. J., Goodman, M. J., & Solberg, L. I., 2010, Greater use of preventive services in U.S. health care could save lives at little or no cost. Health Affairs, 29(9), 1656–1660. ↩︎
  31. Choi, K. Y., Park, S.-K., Choi, S., & Chang, J., 2022, Analysis of newborn hearing screening results in South Korea after national health insurance coverage: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9(22), 15052. https://doi.org/10.3390/ijerph192215052 ↩︎
  32. Kang, H.-T., 2022, Current status of the national health screening programs in South Korea. Korean Journal of Family Medicine, 43, 168–173. https://doi.org/10.4082/kjfm.22.0052 ↩︎
  33. Jung, M., 2015, National cancer screening programs and evidence-based healthcare policy in South Korea. Health Policy, 119(1), 26–32. https://doi.org/10.1016/j.healthpol.2014.08.012 ↩︎
  34. Bahn, G. H., 2020, The role of pediatric psychiatrists in the national health screening program for infants and children in Korea. Journal of the Korean Neuropsychiatric Association, 59(3), 176–184. https://doi.org/10.4306/jknpa.2020.59.3.176 ↩︎
  35. Foster, C., & Hillsdon, M., 2004, Changing the environment to promote health-enhancing physical activity. Journal of Sports Sciences, 22, 755–769 ↩︎
  36. Kim, D.-H., 2018, Study on construction of comprehensive community health databases through linkage between Community Health Survey data and other community contextual indicators in Korea. International Journal of Population Data Science. ↩︎
  37. Lee, S., 2015, Monitoring targets and indicators for the prevention and control of non-communicable diseases in Korea. Epidemiology and Health, 37. ↩︎
  38. Guchanova, A. P., 2023, Structural change in American health care. World Economy and International Relations, 67(7), 54–62. https://doi.org/10.20542/0131-2227-2023-67-7-54-62 ↩︎
  39. Kim, S. H., Joo, H. J., Kim, J. Y., Kim, H. J., & Park, E.-C., 2022, Healthcare policy agenda for a sustainable healthcare system in Korea: Building consensus using the Delphi method.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37(39), e284. https://doi.org/10.3346/jkms.2022.37.e284 ↩︎

월간 <복지동향> 2025년 2월호(제316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