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2-01   15057

[기획1] 일본 공공의료의 현황과 방향

이요한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학교실 교수

일본 언론보도나 자료를 볼 때마다 일본의 고민과 이에 대한 해법의 방향이 한국에서 매일 듣는 내용과 상당히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지금의 고령화 상황에서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혁들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가득하다. 본고에서는 일본 사회가 당면한 작금의 의료 문제에 대해 어떤 고민과 노력이 있었는지를, 특히 공공의료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의료는 공공병원에 대한 논의를 포함해서 정부와 사회가 조직적인 노력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돌보고자 한 의료정책 전체의 활동을 얘기한다.

일본 의료와 한국 의료의 공통점과 차이점

겉으로 드러나는 일본 의료의 기본적 구조나 현상, 문제를 보면 한국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기본적으로 사회보험을 통한 건강 보장, 매우 시장화된 민간 중심의 의료 공급 체계와 이로 인한 여러 문제-무분별한 병의원 설립과 기능 중복, 분절화된 의료서비스, 세계 최다 의료기관 수와 병상 수, 과다한 경쟁, 지역 간 의료공급 편차–에다, 주치의제나 문지기 기능없이 자유롭게 의료이용을 해서 생긴 과다한 의료 이용, 만성질환 관리 미흡 등과 함께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보상제 등에 대해 과감한 개혁을 하지 못해 초래된 여러 구조적 비효율 상황이 그러한 것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병원 수가 많아도 민간병원 대부분이 중소병원이고 병상 수가 많아도 기능이 분화되지 못해 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이 비슷하다. 일차의료 쪽도 의사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거의 자영업자와 같다. 일본도 의사들이 도시지역에 개원하기를 선호하는 데 반해 필수의료 쪽은 적게 하려 하는데 특히 외과 계열이나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잘 안 하려 한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 인력이 전체적으로 적은 것과 특히 병원급에서 유독 인력이 적다 보니 노동강도가 세다는 점도 비슷하고 이것이 필수의료 약화의 원인인 것도 비슷하다. 인력 부족을 어느 정도 보완해 줄 수 있는 디지털 헬스와 원격의료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점도 비슷하다1.

그러나 이렇게 비슷해 보이는 문제들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양국 간에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공공적으로 의료에 쏟는 재정의 크기가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훨씬 크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85%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자랑한다. 60%대 초반인 한국과 비교되지 않는다. 건강보험료율이 한국의 7%보다는 높은 10% 정도지만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편은 아닌데, 이럼에도 최고 수준의 보장률을 보이는 것은 일반재정(조세)으로 건강보험을 지원하는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같은 사회보험제도여도 일본은 국가 재정의 기여도가 훨씬 큰 것이다. 또한 일본은 이미 웬만한 항목을 이미 급여화 했고 수가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의사들이 급여 진료만으로도 안정적 수익이 가능하고 제도적으로도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을 섞어서 진료하는 혼합진료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비급여 문제가 크지 않다. 일본인들도 민간 의료보험에 상당수가 가입되어 있으나 대부분 정액제이고 공적 제도의 보장률이 높기 때문에 민간 보험은 보조적 기능에 그친다. 전공의 교육에 드는 비용도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중앙 및 지방정부가 상당 부분 책임진다.

공공병원을 살펴보면, 일본도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 작다 하나 그래도 공공병원의 병상수가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공공의료기관 전체 개수로만 보면 1,500여 개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으며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또한 500병상 이상의 공공병원도 많이 있어 우리나라의 지방국립대학 병원급의 기능을 자랑한다. 10%에 불과한 공공 병상 비중에, 필수의료나 중증진료 기능이 미진한 한국과 매우 대비되는 점이다.

일본이 한국과 다른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일본은 지방분권이 한국보다 훨씬 진행된 나라라는 것이다. 그래서 보건의료 기획과 집행에서 지역 레벨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를 위한 ‘국민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인 ‘개호보험’의 보험자가 기초자치정부인 시정촌이다. 또한 일본은 지역의료 제공에서도 지방정부의 기획 조정 기능이 강하다. 의사 수도, 병상 수도 지역단위에서 결정되고, 특히 지금처럼 지역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돌봄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이미 진행된 분권화는 매우 시의적절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양국이지만 일본의 의료 공공성과 지방분권화가 한국보다 훨씬 진전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일본 의료의 가장 큰 고민과 일본 정부의 대응2 – 지역의료구상과 지역포괄케어

현재 일본의 가장 큰 걱정은 뭐라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이다. 일본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이 30%로 3,600만 명, 75세 이상 인구는 17%로 2,000만 명이나 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행될 고령화로 2040년에는 거의 800조 원에 가까운 의료비가 발생한다고 한다3. 노인 의료비의 증가뿐 아니라 기존 가족 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혼자나 둘만 살고 있는 일본 노인들에 대한 공적 돌봄서비스 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일본 사회에 엄청난 과제이다.

일본의 ‘지역의료구상’4은 이러한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여 의료 제공 체계를 재편성하려는 국가적 전략으로 2014~2015년에 만들어지고 실행에 옮겨졌다. 특히 일본이 ‘2025년 문제’(단카이 세대의 고령화로 인한 의료 및 개호 서비스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정책으로써 그 핵심은 각 도도부현 레벨에서 지역 내 의료 자원의 현황과 병상 수요를 평가하고, 필요한 병상의 유형(급성기, 회복기, 만성기 등)과 의료 서비스를 지역별로 재배치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었고 이것은 병원 중심의 의료에서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의료로 전환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전국을 1차, 2차, 3차 의료권으로 세분화하였는데 특히 2차 의료권은 다수의 시정촌으로 구성되며, 하나의 현 단위를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눈 것으로, 지역의료구상의 기본 단위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통해 고령자들이 익숙한 지역에서 의료, 개호(돌봄), 예방, 주거, 자립 지원 등을 포괄적으로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각 지역의 실정에 따라 형태가 다르지만, 지역사회 내에서 고령자들이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지역의료구상과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추진은 병원 중심에서 지역 중심의 지역 완결형 의료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지역 내 의료기관 간의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의료 서비스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아 최근 일본 정부는 제8차 의료계획(2024~2029년)을 내놓았는데 역시 고령화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지역포괄케어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재택의료와 돌봄 서비스의 연계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각 권역에 재택의료를 담당하는 거점 지역을 최소한 한 곳씩 지정하고, 이를 통해 재택의료와 돌봄 서비스 간의 협력을 증진시키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접근은 고령화로 인해 증가하는 요돌봄(요개호) 상태를 방지하고,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강 관리, 영양 관리, 재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도 포함되었다. 이를 통해 흡인성 폐렴과 같은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개선하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와 함께 의료자원의 균형적인 분배를 위해 의사 인력의 지역 및 전문과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되었다. 일본도 계속해서 의대 정원 조정이 논의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의대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고려할 때 지역별로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5.

재택의료와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공적 돌봄서비스

위에서 언급한 일본의 중요한 정책 방안인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핵심 기전은 재택의료와 지역포괄지원센터이다. 일본의 재택의료는 일차의료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이미 일상화된 의료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고 이를 위한 세밀한 수가 체계를 갖추고 있다. 재택의료는 개호보험과 의료보험을 통해 안정적으로 지원되며, 환자들이 24시간 언제든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응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재택 복귀를 위한 재활 프로그램이 중요하게 여겨지며, 이를 통해 환자의 자립 능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본의 개호보험에서 시정촌은 보험자로서 지역 특성에 맞는 돌봄 서비스를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일본은 각 시정촌마다 걸어서 30분 이내에 지역포괄지원센터가 있다. 이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이름 그대로 주민의 다양한 욕구와 필요를 포괄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주민들이 찾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센터 같은 곳이다. 즉, 의료, 돌봄, 주거, 취업 등에 대한 종합 상담을 바탕으로 보건사, 사회복지사, 주임개호지원전문원 등이 팀 접근을 통해 서비스 연계 협력을 한다.

이렇게 일본은 2000년대 이후부터 그리고 최근 들어 더욱 의료체계를 재택의료와 포괄케어 등을 통해 지역 중심의 돌봄 의료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문제의 크기에 비해 이 전환이 여전히 더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재택의료도 완성형이라기보다는 발전 중에 있는 시도이며 재택의료 서비스의 공급이 지역별로 편차가 여전히 크게 존재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24시간 온콜 시스템도 인구밀도가 낮고 지역이 넓은 시골 지역에서는 아무래도 그 기능이 미진할 수밖에 없다6.

일본 공공병원 역량과 개혁 과정

앞에서 나왔듯이 일본의 공공병원은 그 수나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많고 각 병원의 병상수나 개설과도 훨씬 많다. 진료 역량에서 대학병원급 기능을 하는 공공병원도 많고 많은 경우 대학병원과 연계하여 전공의를 수련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 취약지에 있는 소규모 공공병원도 거의 모든 진료과를 다 운영하고 있고 전공의 수련도 담당한다. 즉 이들 병원의 기능과 역할이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큰데 특히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분권화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지역 간 의료 편차 문제가 일본에 항상 있었는데, 공공병원이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역할을 해왔다. 일본도 공공병원의 역할을 다소 보조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채산성이 떨어지나 꼭 필요한 의료’를 하는 성격을 강조하고 있고 그래서 이 부분은 민간 중심 의료구조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이런 진료를 하는 곳이 질적으로 떨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재정지원을 많이 한다.

그러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사회도 공공병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해 왔고 지난 20년간 두 차례의 큰 개혁이 진행된 바 있다. 2007년에 발표된 첫 번째 공공병원 개혁 방안 문제의식의 핵심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공공병원의 만성적인 경영 적자였고 주요 내용이 경영 효율화 방안이었다. 이 개혁 방안 집행의 결과로 일부 병원에서 경상수지비율이 개선되고, 병상 이용률이 증가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제한적이었는데, 특히 소규모 병원에서는 개선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여전히 다수의 병원이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경영 효율화의 영향이 병원 규모에 따라 불균등하게 나타난 것으로 평가되었다. 개혁 방안에 따라 병원 재편 및 네트워크화도 시도되었다. 병원과 병상 수가 감소하고, 의료 연계 강화와 기능 재편이 이루어진 사례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세 개의 공립병원을 각각 급성기병원과 회복기병원으로 기능을 나누어 운영하거나,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정보 공유시스템을 구축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재편과 네트워크화는 전체 공공병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정책적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경영 형태의 변화도 있었다. 지방 독립 행정법인으로 전환하거나 지정 관리자 제도를 도입한 병원의 수가 많이 증가하였고, 일부 병원은 민간으로 이양되었다. 이에 따라 공공병원의 경영 자율성이 높아졌으나, 동시에 공공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특히 공공병원의 본연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개혁 과정에서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2015년에 발표된 신공공병원 개혁 방안은 2007년 개혁 방안이 지나치게 경영 효율화에 있음을 인정하고 전체 의료 및 돌봄 시스템 내에서 공공병원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자 하는 좀 더 발전된 형태였다. 지역의료 구상을 기반으로 공공병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자 했고 지역포괄케어시스템과 연계하여 공공병원이 제공해야 할 의료 기능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병원의 재정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포함되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병원 간 연계를 강화하고,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의료체계를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공립병원 간 경영 주체를 통합하거나, 민간병원과 협력하여 지역 내 의료 전달체계를 최적화하려는 시도도 포함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을 조금 바꿔놓은 계기가 되었다. 환자가 급증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공공병원만으로 대응할 수 없음은 분명했지만,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병상을 확보하는 데에는 공공병원, 그중에서도 지자체병원의 역할이 매우 컸는데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일본의 공공병원이 그 비중이 크지 않아도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고 상당한 진료 역량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7. 그리고 일본 공공병원이 이러한 역량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일본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지방 공기업의 수익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특별 대책을 발표했고 지방 공공병원들에 대한 지원 역시 포함되었다. 2021년에는 코로나 확산을 근거로 공공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을 더욱 확대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팬데믹 초기 병상 확보와 안정적 대응을 가능하게 했고, 공공병원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감당하는 데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의대 정원 문제와 지역 정원제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의대 정원 문제, 의사의 지역 편중 문제를 일본에서는 어떻게 다루어왔는지 간단하게 살펴보겠다. 일본도 만성적인 의사 수 부족을 겪어 왔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늘이는 작업을 1970년대부터 오랫동안 해왔다. 그러나 한국처럼 대규모 증원을 밀어붙이지 않고, 이해관계자 간 충분한 논의로 결정함으로써, 그리고 점진적으로 증원함으로써 한국과 같은 갈등은 없었다8.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지방 의사 수 부족이 이슈화되면서 지방 의대 정원을 처음에는 지자체마다 10명씩, 다음 해에는 5명씩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꾸준히 증원해 나갔고 2017년 9,420명으로 정점을 찍자 공급 과잉 우려에 따라 ‘정원은 9,420명을 넘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웠고, 2023년 9,384명으로 다시 줄인 상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한 의대 증원인가였다. 일본은 무엇보다 ‘지역 의료 확충’에 초점을 맞춰 증원을 논의했기 때문에 사실 의사단체로부터의 반발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였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구체적 방안이 지방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2008년에 도입된 일종의 지역 정원제인 ‘지역틀(地域枠, Chiiki-waku)’ 제도이다.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지역 의대가 입학생을 모집하는 대신 대학과 지자체가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 학생은 졸업 후 지자체가 정한 지역에서 9년간 의무 근무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역틀 시행 전인 2007년에 지역 학생 선발 제도로 입학한 학생은 173명, 전체 정원의 약 2%에 그쳤으나 2008년 지역틀 도입 후 의대에 입학한 지역 학생 수는 꾸준히 늘었고, 2021년에는 1,723명까지 증가했다. 이 수는 전체 의대 정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대생 다섯 명 중 하나가 이 지역 정원제를 통해 의대에 입학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지역 정원제는 의과대학 선발, 장학금 대여, 의무복무만이 아니라 의사 면허 취득 전후의 경력 형성프로그램, 졸업한 의사의 지역 정착 대책, 지자체와 대학, 유관기관과의 협의 구조(지역의료 대책협의회), 지역 정원제 의사 지원을 위한 지원 기구(지역의료 지원센터) 등 다양한 장치를 가진 정책 패키지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완성도 높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일본 공공의료의 한국 시사점

우리보다 앞서서 고령화와 노인 돌봄, 공공병원,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의료 인력 등과 관련한 문제들을 경험해 온 일본이 어떻게 이에 공적 체계와 공공의 노력으로 대응해 왔고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과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시장화된 민간 중심 의료 공급구조에서도 일본의 공공병원들이 우리보다 훨씬 큰 비중과 역할을 가짐으로써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공급에서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는 점, 그리고 이것에는 일본 중앙정부의 공공병원에 대한 지속적인 재정 및 인력 지원이 중요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본은 한국에서 공공병원의 비중과 역할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는 필요성의 중요한 근거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 사례를 통해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의료제도 전체의 공공성과 관련된 시사점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의료와 돌봄에 대한 공적 재정 투입의 규모와 이에 대한 정부의 의지 및 국민의 합의, 의료자원의 활용에 대한 결정 내용과 과정, 지역 중심의 서비스 구조 등에서 우리는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더 의료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있고 지역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금의 한국 의료상황에서는 미시적인 정책 변화들도 많이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의료와 돌봄의 공공성이 크게 개선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며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전체적으로 함양하는 철학과 합의,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처럼 국가와 사회가 공공병원뿐 아니라 건강 보장제도와 돌봄 제도 전반에 더 많은 공적 재원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국민의 기여도도 점진적으로 높여 나가야만 한다. 의료인의 양성부터, 의료 및 돌봄서비스 산출까지의 모든 과정에 공적자금이 더 들어가도록 하고 이에 따라 공공성을 더 요구해야 한다. 가능하면 필수적이고 기본이 되는 의료행위를 충분한 수준에서 더 급여화하고 가치가 높은 의료행위에 대해 더 높은 보상을 적용해서 의료공급자의 행태를 바르게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 의료 재정구조의 효율성도 지켜나가야 한다.

이제는 의료가 병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웰빙 서비스로서의 성격이 강력히 요구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의료기관도 주민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서 지역의료와 돌봄서비스의 거점기관 역할을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 거시적으로는 이른 시간 안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돌봄 서비스를 구축해야 할지 한국만의 거버넌스를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특히 일본의 시정촌보다 훨씬 큰 인구 규모를 관리해야 하는 우리나라 기초 지방정부 상황에서 이들의 역량 강화와 효과적 서비스 전달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 미주 |

  1. S Kinoshita, T Kishimoto, 2024, “Ageing population in Japan: immediate shake-up in healthcare required”, QJM: An International Journal of Medicine. ↩︎
  2.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of Japan, 2025년 1월 14일 검색, “令和5年度第1回医療政策研修会”, https://www.mhlw.go.jp/content/10800000/001106486.pdf?utm_ ↩︎
  3.  S Kinoshita, T Kishimoto, 2024, “Ageing population in Japan: immediate shake-up in healthcare required”, QJM: An International Journal of Medicine. ↩︎
  4.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2025년 1월 14일 검색, “地域医療構想”, https://www.mhlw.go.jp/stf/seisakunitsuite/bunya/0000080850.html ↩︎
  5.  “거꾸로 가는 일본?…’의사 과잉’에 의대 정원 줄이자는 정부”, 청년의사, 2023년 6월 7일,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6542. ↩︎
  6.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2025년 1월 14일, “Regional Disparities in Japan’s Home Healthcare Resources: A Ret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Using Nationwide Data from 2014 to 2020”, https://pubmed.ncbi.nlm.nih.gov/39776399/ ↩︎
  7. 김명희, 박지은, 김다움, Tomotoshi Iseki. 2024. “일본의 코로나19 의료대응과 교훈: 보건의료체계 회복탄력성 관점에서”, 『비판사회정책,』, 83, 141-188 ↩︎
  8.  “50년 넘게 의대 정원 조정해도 갈등 없는 일본… 어떻게 성공했나?”, 한국일보, 2024년 8월 2일,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3022450003098 ↩︎

월간 <복지동향> 2025년 2월호(제3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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