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4-01   7670

[복지칼럼] 탄핵과 예정된 파면, 그 이후

황영민 ㅣ 변호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2024년 12월 3일,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100일이 훌쩍 지나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의 변론이 종결된 지도 한 달이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시민들은 대답 없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오늘도 광장으로 나왔고, 설마 하는 불안감에 ‘내란성 불면증’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3월 마지막 주에도 아직 윤석열이 대통령의 자리에 있을 줄은…

2024년 12월 17일 저녁, 탄핵 심판 사건의 국회 측 대리인으로 참여하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일주일 뒤에는 유치원에 다니던 둘째가 꿈(?)에 그리던 발리 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비상계엄으로 나라도 내 마음도 뒤숭숭했지만, 자주 놀아주지 못한 미안함을 며칠 간의 여행으로나마 덜어내려 결행하려던 참이었다. 그날 저녁, 생각할 것도 없이 여행을 취소하고, 아이의 원망은 애써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에 대한 미움으로 돌리며 두 달 반을 쉼 없이 탄핵 심판 사건에 임했다(그래서 복지칼럼 취지와 다소 맞지 않게 탄핵 얘기가 주됨을 이해해주셨으면!).

윤석열 탄핵 심판, 극우 유튜버의 가짜 뉴스로 국정을 운영한 실상이 드러나

비상계엄 그 자체의 위헌, 위법성을 따지는 자리였지만, 내내 드는 의문은 ‘그 동기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윤석열은 왜 이런 짓을 벌였을까?’였다. 명태균이나 김건희의 문제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설이 중론인 듯하나, 그 부분은 여전히 밝혀져야 할 문제이다.1 아무튼, 12.3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과 12.12 담화문 등에서 밝힌 공식적인 입장은 ‘야당의 입법독재, 예산 폭거, 탄핵 남발, 부정선거 의혹’ 등등이었다. 그 말이 백번 맞다 한들 군대를 동원해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했지만, 탄핵 사건 내내 한사코 윤석열 측은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지지자들에 대한 정치 선동의 장을 만들려 했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측에서 신청한 증인들도 비상계엄의 위헌, 위법성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탄핵 사건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었지만, 이른바 ‘야당과 국회의 반국가적 패악질’을 드러내, 12월 3일 평온했던 그 날이 ‘국가비상사태’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며 다수의 고위 관료들을 헌법재판소 심판정으로 불러냈다. 그러나, 증인으로 출석한 박춘섭(경제수석), 신원식(안보실장), 한덕수(국무총리) 등의 입을 통해 밝혀진 내용은 윤석열이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 뉴스를 내세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사실 뿐이었다.

특히 윤석열은 12.3 담화문에서 ‘야당의 예산 폭거’를 국가비상사태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지만, 2025년 예산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않았고 비상계엄 선포 일주일 뒤인 12월 10일에 처리된 사실(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도 않은 예산안으로 국정이 마비될 수 있을까), ‘초급간부 처우개선’ 등 야당의 ‘패악질’로 감액되었다는 국방예산은 정부가 2025년 예산안에 편성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정부가 포함하지도 않은 예산을 국회가 감액할 수 있다니), 원전 감액 예산을 야당이 거의 전액 삭감했다는데, 불과 며칠 뒤 주무부처 장관은 삭감된 예산이 없다고 말한 사실(국회 산자위 회의(12.19)에서 산자부 장관은 윤석열의 담화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했다.) 등이 밝혀졌을 따름이다.

공교롭게 윤석열이 12.12 담화에서 언급한 예산 감액 사안 중 거의 유일한 팩트는 ‘취약계층 아동 형성 지원 사업, 아이 돌봄수당’ 등 복지 분야 예산이 감액되었다는 내용이었다(해당 예산은 국회 예결위에서 일부가 감액되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전년도 예산 불용액 등을 고려해 일부 금액이 감액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사업 추진과는 관련이 없을 정도일 뿐 아니라 ‘국가비상사태’라 볼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윤석열은 위 사업이 어떤 내용인지도 제대로 알지도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탄핵 심판에서 진행된 증인신문 중 경제수석, 안보실장과 국무총리 증인신문에 연달아 관여하며, 떠나지 않은 질문은 ‘윤석열은 그동안 도대체 어떤 정보에 기초해 무슨 생각으로 나라를 운영해 왔던 것일까?’였다. 증인신문 후 답답함에 찾아본 어느 극우 유튜버(윤석열이 안보실장 등 주변인들에게 추천했다는 유튜버였다)의 동영상에는 12.12 윤석열의 담화문이 올라오기 며칠 전에, 표절 프로그램으로 돌려봐도 좋을 정도로 담화문 속 주요 사실관계가 담긴 영상이 게재되어 있었다. 윤석열이 극우 유튜버를 보며 국정을 운영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그 주변의 참모, 고위 관료들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방식으로 대통령을 보좌했고, 어떤 인식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 왔는지를 알게 된 것도 탄핵 심판의 성과라면 성과다.

예고된 파면, 다가온 선거 국면에서 돌봄 중심 복지 등 미래를 논쟁할 수 있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여전히 윤석열은 파면되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 글이 게재된 시점에는 더는 윤석열이 대통령의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언제 걱정했냐는 듯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오고, 적어도 윤석열과 그에 동조한 내란 세력이 아닌 이들이 시대정신을 두고 논쟁하는 선거 국면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이 사라지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시작이고, 실상 윤석열 이후도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드러난 국민의힘 구성원 다수의 반헌법적 태도, 권력기관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내란동조 세력, 수면 위로 떠올라 역사의 한복판에 등장한 극우세력 등등, 한국 사회가 퇴행을 극복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 사이에도 여전히 의대 정원 문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의료대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돌봄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서비스원법은 복지부의 반대로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회생이 쉽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수년간 공론화 과정을 거친 연금개혁안은 국민의힘과 이에 동조한 민주당의 합의로 내란 와중에 최소한의 소득대체율 인상에 그친 채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선거 국면이 도래했다 하더라도, ‘내란’ 후유증 극복에 쓰이는 에너지만큼 미래지향적 복지 아젠다가 들어설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윤석열을 파면하고자 한 이유는 직접적으로는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내란 행위 때문이지만, 종국에는 비정상적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갈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또다시 열린 선거의 공간에서 돌봄 중심 복지국가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미래가 치열하게 논쟁 되길, 그래서 단지 퇴행을 막기에 급급하기보다 미래를 얘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추신: 만약 이 글이 게재된 시점에도 여하간 사유로 여전히 윤석열이 대통령의 자리에 있는 상상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다면, 어쩔 수 없이 광장에서 만나기를).

| 미주 |

  1. 실제로 전 국방부장관 김용현은 검찰 조사에서, 2024년 11월 24일, 윤석열과의 티타임에서 윤석열이 검사 등 탄핵과 함께 윤석열과 그의 처 김건희가 연루된‘ 명태균 공천개입 사건’을 언급하면서,‘ 비상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고 두 번이나 반복해서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의 특검법 의결, 탄핵소추 의결 등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2024년 11월 4일,‘ 명태균 공천개입 사건’에 관한 검찰 수사보고서가 작성되어 대검찰청에 보고된 시점에 이 같은 대화가 오갔다는 점, 하필‘ 명태균이 기소된 날’인 2024년 12월 3일에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는 점은 적어도‘ 명태균 기소가 비상계엄 선포의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하는 정황이다. ↩︎

월간 <복지동향> 2025년 4월호(제3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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