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5-01   9589

[동향1] 울산 북구 장애인거주시설 태연재활원 거주인 상습학대사건에 대하여

윤현경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울산지부 사무국장

지난 2월 4일 울산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다수의 종사자가 거주 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해왔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전체 종사자 80여 명, 거주인만 180여 명이 넘는 전국적인 규모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학대에 가담한 종사자만 20여 명, 한 달 CCTV에서 확인된 폭행 건수가 수백 건, 직접적인 학대 피해자가 29명이라는 충격적인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지역사회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게 되었다.

4월 9일 관련 피의자 21명 중 4명 구속, 시설 대표를 포함한 17명이 불구속 송치되면서 경찰 조사는 일단락되었다. 경찰이 발표한 한 달간 폭행 건수는 346건이었다. 하루 평균 11건 이상 학대가 발생하였고, 29명의 직접 피해 거주인 한 명이 한 달간 평균 약 12회의 심각한 학대를 당했다는 것이다. 한 거주인은 한 달에 140여 차례의 학대를 당했다. 하루 약 4차례 이상 맞았다는 말이다. 경찰서에서 CCTV를 확인한 거주인 가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학대 장면들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했다. CCTV를 보고 난 후 가족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질 정도로 오열하였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겨우 한 달 치의 CCTV 자료에서 확인된 것일 뿐이다. 그 이전에 얼마나 많은 학대가 어떻게 자행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경찰도 CCTV 영상이 녹화된 시점 이전에도 학대 정황이 있었는지에 대한 추가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할 정도이다. 울산지역 최대규모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거주 장애인이 이렇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 왔는데 지금까지 은폐되어왔다.

태연재활원의 시작

태연재활원을 운영하는 주체는 1987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태연학원(대표이사 오세필)이다. 태연재활원(시설장 장용석)은 1988년 개원하여 2월 현재 거주인 179명(정원 185명), 종사자 정원 95명(80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국에서도 몇 안 되는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이다. 거주인 대부분이 발달장애인이고, 전체 거주인의 약 76%가 30, 40대이다. 태연재활원은 원장 및 생활지원부(총괄실장), 운영지원부(사무국장), 재활지원부(과장) 등의 구조로 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약 70억 원의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

올해 37년째 되는 태연재활원의 시작은 바로 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었다. 당시 장애인을 위한 교육은 물론이고 법과 제도마저 지원되지 않았던, 장애인과 가족에게는 척박하고 열악한 시절이었다. 부모들은 십시일반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면서 땅을 사서, 당시 유력 정치인에게 기대어 태연법인을 만들고 총 2천 평이나 되는 땅을 기꺼이 주고 자녀를 맡겼다. 부모가 연로하여 양육할 수 없더라도 자녀가 안전하고 즐겁게 살아가길 바랬을 것이다. 당시 30, 40대였던 부모들은 70, 80대가 된 지금도 태연재활원에 대한 애착과 기대가 특별하다. 하지만 시설 폭력은 부모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무참하게 벌어졌다.

이번 학대 사건 관련하여 원장 등 책임자는 “전혀 몰랐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최근 불구속기소가 된 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는 원장을 비롯하여 총괄실장, 사무국장, 과장, 팀장 등 태연재활원 학대 사건의 핵심 책임자들은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서 운영하고 있다. 시설운영법인 또한 대표이사, 상임이사가 사임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이번 사태의 책임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거주인 지원인력이 부족하니 인력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정도였다.

태연재활원 상습학대사건, 드러나다

작년 11월 초, 울산 소재 거주시설에서 생활지도원이 거주인을 때려서 갈비뼈 두 대가 부러졌고, 시설에서 자체조사한다고 하지만 상당 기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는데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상담 전화가 부모연대 울산지부 사무실로 걸려왔다. 익명을 요구하여 시설과 피해자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로 학대신고 방법, 증거자료수집 등을 알려드렸다. 며칠 후 또 다른 학대 관련 상담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태연재활원 거주하는 A 씨 어머니라고 밝히며 학대를 당한 추가피해자로 CCTV 확인을 하러 오라고 문자를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오셨다.

권익옹호기관 연락처를 드리고 신고하시라고 요청하고, CCTV 확인 후 상담을 이어가기로 하였다. 권익옹호기관에 연락하여 추가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 같은 상황이니 전수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태연재활원 담당국장과 통화하여 사실확인 후 가해자, 피해자 분리조치, 경찰 수사 협조 등을 요청하였다. 그때는 이미 시설에서 감당이 어려워 학대신고와 경찰 수사 의뢰가 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상담이 하나의 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으로 연결된 것이었다. 권익옹호기관에서 학대 피해 전수조사 실시를 위해 조사관을 파견하고, 진행 상황을 주시하던 중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학대 규모가 너무 크다, 상습적으로 폭행 및 학대가 발생하였다는 이야기들이 번져나갔다.

지역 방송 기자들이 취재하기 시작했고, 2월 4일 첫 방송이 나갔다. 다음날 부모연대는 성명을 발표하고, 즉시 지역 사회복지법인, 기관, 시설, 자립생활센터 등에 제안하여 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하여 기자회견을 하였다. 파장은 컸다. CCTV를 보고 난 부모들의 분노와 처참함이 공대위로 전해져 왔다. 피해 부모가 피해증언에 나섰고 연일 언론 보도가 되었다. 태연재활원 거주인 부모들의 오래된 모임인 자모회도 시설운영법인의 공적 기관으로 교체, 시설 소규모화, 의무화 등에 동의하며 공대위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랜 기간 시설에 의존해 온 부모들은 피해가 있었어도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구속 소식에 피해자 가족들은 경찰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하면서도 피의자들 모두가 무거운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아직도 풀리지 않은 분함을 토로한다. 이번 구속을 시작으로, 한 달 치의 CCTV 자료에서 확인된 346건의 학대 건뿐만 아니라 이전에 얼마나 많은 학대가 어떻게 자행되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하고 가해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태연재활원, 일상이 된 학대와 폭력

“우리 OO이를 이유 없이 수없이 폭행한 옆 반 K 선생, OO이 담당 선생님이면서도 옆 반 선생이 자기 반 거주인을 폭행하는 걸 보고도 말리지도 않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심하게 폭행당하고 있는데도 신고도 하지 않았던 G 선생님, 신변처리하고 샤워 후 고관절 수술한 아이를 빨리 들어가지 않는다고 발로 차고, 기저귀 갈고 옷도 올리지 않고 내버려 둬서 다치게 하고, 심장 수술하고 잘 놀라는 아이를 강제로 멱살 잡고 당겨와 손톱 깎고 발로 차는 행동, 가만히 앉아 놀고 있는 아이를 그렇게 때리고 발로 차고 있었으면서, 몇 번이고 시설에서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봤는데도 불구하고 “잘 있다”라고 거짓말한 것 등 피의자들의 행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이름도 모르는 선생까지도 OO이 등을 잡아당기고 손바닥으로 때리는 모든 행위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시설을 믿었다. 처음에 우리 OO이가 폭행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 사실을 믿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CCTV를 보았다. 비통했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원통하다. 아직도 시설장과 책임자들이 그대로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오빠는 몇 년 전 시설에 들어갔을 때 웃으면서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지금은 일어나서 걷지도 못하고 있다. 바닥에 앉아만 있고, 화장실 갈 때도 앉은 상태 그대로 들어서 가야 한다. 바닥에 누워서 잠만 자고 있을 때가 잦다. 치매도 왔다. CCTV를 보니 한 달에 150여 차례나 폭행을 당했다. 밥 안 먹는다고 때리고, 잠을 잔다고 때렸다. 아무 이유 없이 맞았다. 왜 때렸는지 묻고 싶다. 도대체 우리 오빠가 무슨 잘못을 해서 때렸나. 운영법인과 시설책임자들이 아무도 바뀌지 않았고 울산시는 책임지지 않고 있다.

태연재활원 피해거주인 보호자 피해 사실 증언의 일부이다. 심지어 식사시간에는 식판이 바닥에 모두 놓여 있는 상태에서 종사자가 거주인을 질질 끌고 들여놓는다든지, 양쪽 뺨을 손으로 후려치고, 머리를 때리고 발로 세게 차는 모습들이 CCTV에서 확인되었다 한다. 피해 사실을 확인한 한 거주인 가족은 자녀가 한 달간 여러 종사자에게 40회 이상 얼굴, 머리, 배 등을 폭행당했다며, “인간의 탈을 쓰고 그렇게 사람을 때릴 수 있나”라며 억울함과 분함을 호소하였다. 이렇게 무참한 시설 폭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심지어 거주인에게 다른 거주인을 폭행하라고 시킨 사실까지 드러났다.

거주인이 생활하는 공간은 세 개의 방과 거실, 화장실인데 이 중 CCTV는 거실에만 설치되어있다. 거실에 CCTV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한 달에 수백 건의 학대가 벌어졌다는 것은 이미 태연재활원에서 거주인에 대한 학대와 폭력은 일상이었다는 것이다. 각 방과 화장실에서는 과연 어떤 폭행과 학대가 얼마나 일어났는지, 그리고 한 달 이전에 얼마나 오랜 기간 폭행과 학대가 가해져 왔을지,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울산시는 무엇을 했는가

더 큰 문제는 거주인 학대가 일상적으로 자행되었음에도, 매해 진행되는 지도점검에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 지도 감독해야 할 책임이 결국은 울산광역시에 있다고 본다. 울산광역시의 미온적이고 안일한 행정이 그 어떤 곳보다 민감해야 할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를 방치해 온 것이다. 울산광역시 행정이 감시는커녕, 가해자들이 눈치 볼 것 없이 마음껏 거주인들을 학대하도록 인권침해를 양산했다.

이번 장애인거주시설의 학대 사태를 바라보며, 집단수용시설에서 작동되는 전형적인 권력 관계, 구조적인 인권침해 문제를 확인했다.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된 공간에 집단으로 수용되어 통제하는 반인권적 운영구조,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인권침해, 거주인의 보호자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묵살되고 은폐되는 폐쇄적인 운영 등 모두 집단수용시설의 구조적인 문제들이다. 결국 ‘장애인에 대한 격리수용’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성찰하지 않는다면, 시설의 인권유린은 결코 해결될 수 없다.

그간 학대시설들은 구조적 인권침해에 대한 성찰은커녕, 갈 곳 없는 거주인들의 처지를 볼모로 시설을 유지하는 데만 급급했다. 태연재활원 또한 문제를 제기하는 부모들에게 ‘그럼 자녀 손 잡고 집으로 가세요’라는 식으로 퇴소를 무기로 가족들을 겁박하는 작태를 은연중에 보여 왔다. 따라서 피해자 보호 조치, 가해자에 대한 엄벌은 기본이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기간 관할 장애인거주시설의 학대를 방치해 온 울산시 행정의 책임 문제 규명, 상습학대 시설과 운영법인에 대한 강력한 행정처분과 거주인 후속 조치 역시 필수적이다. 울산광역시가 책임지고 거주인과 그 가족들에게 후속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계획을 밝히고, 거주인들이 지역사회로 돌아와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29명의 직접 피해자 중 2명만이 학대피해자 쉼터에 나올 수 있었다. 울산시가 그동안 시설을 통해 피해 가족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달라는 식의 소극적인 접근만 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부모 간담회조차 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부재했다. 그래서 아직도 학대를 당한 그 공간에 학대 피해자들이 머물고 있다. 30년 넘게 시설에 의지하고 다른 정보를 잘 모르고 있던 거주인과 보호자들에게 “자립하실 의사가 있으실까요” 묻는 것은 “시설에 있으실래요, 퇴소하실래요”라고 양자택일하라는 말과 동일하다.

이 점에 있어서 울산시도 시설 입장과 다를 바 없다. 학대사건이 알려졌을 때 울산시가 먼저 피해거주인과 가족들에 대해 간담회를 열어서 피해 가족들의 요구를 듣고 피해지원, 자립정책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직접 전달해야 했다. 시설을 통해 정보를 전달했다고 면피하고 있지만, 학대 사건이 발생한 시설에 시청의 권한을 대리하게 하여, 잘못을 한 시설에 오히려 힘을 실어 준 결과를 가져왔다.

앞으로의 과제

공대위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장애인 지원제도에 대해 알리고,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을 위한 상담을 받도록 안내하고, 법률지원간담회를 개최하여 법률지원을 진행하는 등의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장애인에 대한 어떤 서비스들이 마련되어 있고, 예전과 다른 제도들이 있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다. 나아가 울산시청 앞에서 가해자, 책임자 엄벌과 피해거주인 자립대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함께 하고 있고,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하는 태연재활원 상습학대 규탄 및 책임자 엄중 처벌을 위한 공동투쟁에도 나서고 있다. 

공대위는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아래 요구안을 울산시에 제안하고 있다.

“울산시의 미온적이고 안일한 행정으로 그 어떤 곳보다 민감해야 할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를 방치해 온 것에 대해 울산시장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하라!”

“시설운영법인에 대해 엄중한 행정처분을 하고 시설운영법인을 사회서비스원으로 교체하라!”

“아직도 학대당한 장소에 머물고 있는 피해거주인들의 지역사회 자립대책을 마련하라!”

마무리하며

태연재활원 상습학대사건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고 얼마나 실현될지도 모른다. 태연재활원 거주인 전체를 직간접적 피해자로 규정하고 모든 거주인 가족들과 함께 요구안을 실현해나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힘을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지켜지고, 함께 지켜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갖게 된 희망이다. 이 글을 통해 어딘가에서 이미 준비하고 있는 당신의 지지와 연대로 이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05월호(제3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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