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7-01   17606

[기획3]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개혁

남원석 |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들어가며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혁신적인 공약들이 경쟁하면서 새 정부 주거정책의 동력이 되기를 바랐지만, 기대만큼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이라도 주거정책의 개혁과제를 공론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텐데,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핵심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글은 향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개혁과제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하나의 완성된 목록이라기보다는 시민사회를 포함한 공론장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써 활용되기를 바란다.

어떤 공공임대주택 정책인가?

개혁과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 전에,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짚을 필요가 있겠다. 우선,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지속적·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전 정부에서는 공공임대주택보다는 ‘뉴:홈’이라는 이름의 공공분양주택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었고 상대적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예년과 비교하면 감소했다. 다시 공급량을 회복시키고 매년 일정량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수요자 중심의 정책적 접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1989년 영구임대주택 공급 이래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공급자 중심의 접근이 지배적이었다. 일정 공급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나, 수요자인 중·저소득층에게 효과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거나 수요층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정책이라면, 혹은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제대로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정책일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사회가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일정 정도 확보했기 때문에, 대량공급에 대한 긴박성은 다소 완화된 상태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좀 더 진일보한 정책체계로서 수요자 중심의 접근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셋째,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재생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확대되어야 한다. 서구에 비하면 일천한 역사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역사도 이제 35여 년을 경과하고 있다. 영구임대주택, 50년 공공임대주택, 재개발임대주택 등을 중심으로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주택이 등장하고 있으며, 리모델링을 통해 성능향상이 필요한 국민임대주택 재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한 민간 전·월세 임차인들의 주거소요를 생각하면,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정비할 예산으로 한 채라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노후화된 공공임대주택의 방치가 자칫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매년 기존 임차인의 이주 등으로 인해 재공급되는 물량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노후주택에 대한 정비는 신규공급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임대주택 정책 전반에 있어서 분권화가 구현될 필요가 있다. 분권화는 크게 두 방향에서 고려할 수 있는데, 하나는 행정주체로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권화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 주체로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분권화이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중앙공기업(LH)이 주도했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주택의 양을 늘리고, 짧은 시간 내 많은 주택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수요가 있는 곳에 효과적으로 공급이 될 수 있는 체계로서 행정의 분권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부문 중심의 공급체계도 민간부문과의 협력 또는 경쟁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수요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공공임대주택의 ‘대량공급’은 다른 정책과제들이 개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우선적인 과제였다. 그러나 이제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성숙기에 접어들 필요가 있으며, 그에 발맞춰 더욱 정교화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수요자 중심의 접근, 노후주택 정비와 신규공급의 균형, 분권화가 핵심 키워드로서 고려되어야 한다. 이하에서는 이상의 네 가지 기본방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개혁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 주택공급량 회복

국토교통 통계누리(stat.molit.go.kr)에 따르면, 2018년 17.9만 호, 2020년 12.7만 호였던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사업승인 기준)이 2022년 8.3만 호, 2023년 9만 호로 줄어들었다. 반면, 공공분양주택 공급량(인허가 기준)은 2018년 1.8만 호에서 2024년 6.6만 호까지 늘어났다. 게다가 2023년에 수립된 제3차 장기주거종합계획(2023~2032년)에서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살펴보면, 건설임대주택과 매입·전세임대주택을 연 9.5만 호, 공공분양주택을 연 10만 호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위의 수치들을 볼 때 확실히 이전 정부는 자가소유 촉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23년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해보면, 임대료가 월 소득의 1/4을 넘는 가구가 임차가구의 30%에 육박하고 있고, 임차가구 중 공공임대주택 및 등록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를 제외한 543만 가구는 주택시장에서 자신의 주거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상존하는 중·저소득층의 주거소요에 대응하여 예년 수준의 공급량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공공분양주택 역시 임차가구의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지만, 매월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소득수준과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 통합공공임대주택의 운영·배분 방식 개선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공공임대주택의 신규 유형을 고안하면서 매우 복잡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 늘 지적됐다. 이에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유형들을 단일화한 ‘통합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고, 정부 지원을 받아 건설되는 주택은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만 공급하도록 하였다. 통합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시행 자체는 수요자들의 혼란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주택의 운영이나 배분 기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례로 현재 입주가구의 60%를 우선 공급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는데 자칫 계층혼합보다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또한,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가구소득 구간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화하다 보니 주변 시세가 높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가구소득 대비 높은 수준의 임대료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이라도 통합공공임대주택의 입주자격과 배분 방식, 임대료 산정방식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입주가구들의 주거안정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주택으로 변모시킬 필요가 있다.

  • 매입·전세임대주택의 하위유형 단순화

현재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은 다수의 하위유형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주택업무편람」 등에 근거할 때, 매입임대주택은 일반, 신생아·신혼부부Ⅰ, 신생아·신혼부부Ⅱ, 청년, 기숙사, 청년리모델링Ⅰ, 청년리모델링Ⅱ, 청년리모델링Ⅲ, 다자녀, 다자녀 리모델링, 고령자 리모델링, 공공전세 등으로 구분된다. 전세임대주택도 매입임대주택만큼은 아니지만, 일반, 신생아·신혼부부Ⅰ, 신생아·신혼부부Ⅱ, 다자녀, 청년(1인 단독거주, 2인 공동거주, 3인 이상 공동거주)으로 나뉜다. 시기에 따라 정책적으로 강조해야 하는 가구 유형이 차별화되면서 주택 유형이 과도하게 구분된 것이다. 이는 해당 제도에 대한 수요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켜 정책에 대한 접근성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특정 지역에 어떤 유형의 매입·전세임대주택이 들어서는가에 따라, 혹은 특정 시점에 주력으로 공급하는 매입·전세임대주택 유형이 무엇인가에 따라 자칫 배제되는 가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과도하게 세분화된 현행 매입·전세임대주택 유형을 통합 또는 단순화하고, 가구특성별로 고르게 배분하는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 대기자명부 도입

현재 공공임대주택은 주로 공모방식으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공모방식은 특정 시점에서 공모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공공임대주택 입주 신청의 기회 자체를 놓쳐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생업에 바쁜 저소득층이나 정보접근성이 부족한 취약계층에게 공모방식은 적절한 입주자 선정방식이 아니다. 이런 배경에서 그동안 대기자명부 제도의 도입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중앙정부에서도 검토한 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행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건설방식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유형들이 이미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단일화되었고, 매입·전세임대주택의 하위유형도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이를 바탕으로 공공임대주택 전반에 대한 입주자 선정방식의 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전체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지역별 대기자명부를 도입하고, 대기자명부는 소득구간별·연령세대별로 할당하여 명부에 등재된 명단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시킨다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중·저소득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대기자명부에 등재된 가구 규모와 가구특성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장래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계획하기도 용이해질 것이다.

  • 노후주택의 재생

2009년 「장기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삶의 질 향상 지원법」 제정 이후, 노후주택의 시설개선, 리모델링, 재정비(재건축) 등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시행되고 있거나 계획되고 있다. 또한, 주거복지사를 일부 영구임대주택에 배치하여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노후 공공임대주택 개선을 위한 사업예산 규모는 제한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공급단계에서만 보조금이 지원되며, 운영단계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사업 주체가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위 법률에 따라 지원되는 국비 규모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 한편, 노후주택에는 노인가구,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져 단지 내 커뮤니티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노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정책은 단순히 물리적인 주거환경 개선에 그치기보다는 ‘단지재생’이라는 관점에서 입주가구의 사회경제적 개선까지 아우르는 접근을 취할 필요가 있다. 재정비를 통한 주택공급량 확대가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재생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 전세임대주택의 품질 보장

전세임대주택은 민간 소유 주택을 공공주택사업자가 전세로 임차하여 정책대상층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공급·운영된다. 공공주택사업자가 소유·운영하는 건설·매입임대주택은 일정 수준의 품질이 보장되지만, 전세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미 여러 현장에서 전세임대주택이 갖는 문제점 중 하나로 주택의 열악한 상태가 지적됐지만,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다. 전세임대주택이 중·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주택품질과의 연동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는 적정 주택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전세임대주택 입주자로 선정된 가구가 주택을 탐색할 때 이 기준을 활용하도록 하며, 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주택품질과 연동할 경우, 전세임대주택에 대한 호당 사업비 지원 규모는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공공임대주택으로서 전세임대주택이 갖는 성격을 감안한다면 주택품질과의 연동은 필수적이다.

  • 주택개량으로 확장

공공임대주택 정책에서 주택개량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으며, 주택개량에 대한 정부 정책 자체도 미흡한 실정이다. 하지만 초고령사회가 도래하고 저성장·성숙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 주택에서의 지속 거주를 원하는 가구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노후주택에 대한 개량을 통해 주택성능을 향상시키고 주택 내에서의 낙상 등 사고를 방지하는 정책이 점점 더 긴요해질 것이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수급자 중 자가가구에 대해 주택개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앞으로 수급자에 한정되지 않는 중·저소득가구를 대상으로 주택개량정책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주택개량은 비단 자가가구뿐 아니라 임차가구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임대인이 임차인 거주 주택에 대한 개량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정부에서 정하는 공적 의무를 일정 기간 이행한다면, 이 주택 역시 광의로 공공임대주택의 하나로 간주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향후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여건에 발맞춰 주택개량을 광의의 공공임대주택 개념에 포섭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

쪽방, 비닐하우스, 거리 등에서 생활하는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이 본격화된 것은 2007년부터였다. 이를 계기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이 마련되어,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등이 시행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원대상 유형이 다양해지고 지원방식도 체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원실적은 연 1만 호 내외의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 중 매입임대주택은 2천 호 규모로, 나머지는 주거안정 수준이 낮은 전세임대주택으로 공급됐다. 그밖에 서울시에서 지원주택 정책 등이 시도되었지만, 지원 규모는 확대되지 못하고 현상 유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거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크지 못한 게 원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별도의 지원프로그램과 별도의 공공임대주택 물량 배정이 야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주거취약계층과 일반 중·저소득가구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분리하여 운영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소홀하게 다뤄진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20여 년 가까이 시행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돌아보면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대안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민간조직이 참여하는 공공임대주택 정책

본래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에는 민간기업이 참여해 왔다. 공공임대주택 유형 중 하나인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의 주요 공급 주체가 민간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기업을 활용하여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크게 늘릴 수 있었지만, 5년 또는 10년이 지나면 주택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일반주택으로 전환되고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감소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 후 2015년 「공공주택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주체는 공공부문 중심으로 재편되고 민간부문의 역할은 감소하였다. 공급 주체의 측면에서, 2015년 이전을 ‘1세대’, 2015년 이후를 ‘2세대’라고 명명한다면, 이제는 민간비영리조직 혹은 제한적 민간영리조직이 참여하는 ‘3세대’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이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 지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지원을 받고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전과 구분되는 ‘3세대’라고 명명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공공부문과 민간조직의 협력 또는 경쟁이 궁극적으로는 중·저소득가구의 주거소요를 충족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조직의 참여를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중앙정부와 중앙공기업(LH)이 주도하는 중앙집중적인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공공임대주택의 양적 확충이 긴요했던 시기에 적합하지만, 가구 유형별 또는 지역별로 주거소요가 다양화되고 있는 여건에서는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관할지역의 특성 등 지역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체계로 전환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가 LH, 지방공사, 민간조직들과 협의하여 당해 지역의 주거소요 특성에 부합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및 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수립한 계획에 근거하여 예산을 배분하는 한편, 지방정부의 예산집행 및 정책추진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방정부 주도의 정책은 초기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겠지만, 지역별로 특색있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정착됨으로써 중·저소득가구가 실질적인 주거안정을 향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나오며

지난 2021년 일부 연구자들이 함께 펴낸 「공공임대주택, 이렇게 바꿔라(학고재, 2021)」에서 저자들은 현행 공공임대주택 정책체계를 ‘89 체제’로 규정하고 혁신의 대상으로서 규정한 바 있다. 물량주의에 기반한 대량공급, 중앙집중적 공급체계, 임기응변식 유형 도입과 배분, 파행적 자금조달 구조를 ‘89 체제’의 특징이자 취약성으로 간주하고, 이를 혁신하기 위한 복수의 과제들을 제시하였다. 이 과제들 중 대부분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리고 위에서 제시한 10개의 개혁과제는 그 ‘미완의 과제’와 맥이 닿아 있다. 그만큼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개혁 또는 혁신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 파면으로 급하게 시행된 대통령 선거라고는 하지만, 이를 핑계로 새 정부에서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개혁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모든 제안이 결국은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길임을 인식하고, 정책변화를 목표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07월호(제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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