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11-01   62943

[복지칼럼] 공공의료 없는 필수의료법안 유감

나백주ㅣ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지난 9월 24일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안(이하 ‘필수의료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를 통과하였다. 이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지역 간 건강불평등 및 감염병유행 대비 의료역량 부족 등 의료재난의 시대에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생 2천 명 증원 및 공공정책수가 도입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거의 모든 영역에 그 의도와 정반대인 망국적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최악의 정책 실패는 특히 2020년부터 시작한 코로나19 범유행을 겪은 시민들의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열망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시민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입법발의된 이 필수의료법안이 과연 정말 시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를 면밀히 따져보는 것은 앞으로 한국사회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와 시민들의 건강불평등을 극복하는데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필수의료법안의 의미를 분석하기 전에 먼저 이 필수의료법안이 과연 시민들의 어떤 열망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가를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열망은 수익성이 떨어져 지방에 가려고 하지 않는 의사들이 갈 수 있는 안정적인 공공병원과 보건소 등을 확충하여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공공병원과 보건소는 건강보험 수가체계로 작동 하면서도 지방에 위치하여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적자에 대해 정확히 따져서 정부 재정으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수익성 때문에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의 임금을 낮추고 일자리를 줄였던 민간병원과는 다른 형태로 작동하는 공공병원을 만들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건소와 협력하고 집근처 개인의원에서 쉽게 질병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배경은 바로 이러한 지방의료 확충과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자는 것도 있다. 그동안은 응급실 환자가 생겨 갈만한 병원이 없어도 해당 병원 책임과 제대로 된 수가를 주지 않는 중앙정부 책임만 탓하는 무기력한 지방자치단체의 모습을 시민들이 보아왔다. 기껏 생각해낸 것이 결국 지방에 의과대학을 유치하자는 것이었지만 사실 지금의 현실은 지방에 의과대학이 있는 곳도 수도권 대도시로의 환자 유출을 막지 못하고 있다. 주민의 건강과 의료이용에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열망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필수의료법안이 얼마나 제대로 만들어졌을까? 한마디로 말해서 실망스럽다는 것이 일차적인 평가이다. 왜 그런가를 하나씩 따져 보겠다. 우선은 필수의료 부족을 해결하는 방식의 문제이다. 지역의료가 붕괴하고 있다는 진단은 같지만 그 원인을 규명하는 방식에서 공공의료 부족을 근본 원인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공공의료 확충이란 표현은 필수의료 법안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분야로서 필수의료의 부족은 현상이다. 그 근본원인은 이야기 하지 않고 단지 필수의료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과거 윤석열 정부 때의 논리와 똑같다. 결국 이 논리는 이러한 필수의료 분야에 공공정책수가 지원을 통해 민간의료기관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가 적어서 환자도 적고 의료이용이 적은 지방은 어떻게 수가를 올려도 결국 큰 혜택을 보는 곳은 지방이 아닌 수도권 대도시 병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설사 그렇게 지방에서 생긴 병원 수입이 해당 병원의 인력을 확충하는 인건비 상승과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지도 확실하지 않다. 수익성이 해당 병원의 생존에 중요한 전제로 된다는 것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방에 있는 병원들이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필수 의료행위 분야 수입을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확충해도 정부와 지자체는 어떻게 말릴 수가 없다. 의료기관 생존이 중요하는 것은 지금의 지 방 민간의료기관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인데 필수의료법안 통과로 무엇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 겠는가? 

두 번째로 비판하고 싶은 부분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수의료가 무엇인지 정하는 것도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진료권을 정하는 것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수립한 필수의료종합계획을 시행하는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 물론 중앙정부의 기본계획을 통보 받아 해당 지자체 특성에 맞는 시행계획을 수립 시행하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기존 중앙정부의 응급의료, 심뇌혈관질환의료, 중증외상의료 등 사업을 수직적으로 수행하는 방식과 비슷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해당 지자체의 의료이용 부족 민원에 대해 책임지는 형태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제시한 사업을 지방이 매칭으로 시행하는 방식의 기존 사업은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높이는 데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러한 중앙정부 사업 수행을 위한 지방비 매칭으로 자율적 지방자치단체 사회 간접자본 확충 사업이 소홀해 진다는 것이 큰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러한 문제가 있는 사업을 다시 재현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기존 중앙정부의 수직적 사업을 수행하기는 하지만 각 부서 간 칸막이로 협력이 어렵고 주민 입장에서는 해당 서비스의 중복 혹은 사각지대가 생기는 불편을 현장에서 고통스럽게 바라만 봐야했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사업은 예산이 소진되면 서비스도 종료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필수의료법안은 앞에서 지적한 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도 하다. 바로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로 매년 약 1조 원 가량의 큰 금액을 법안에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에 거의 있지 않았던 큰 규모의 재정을 별도로 확보한 것이다. 앞으로 지역 필수공공의료 확충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액수이다. 그러나 과거 담배값 인상으로 마련된 건강증진기금이 있었지만 결국 금연, 영양개선, 절주, 운동실천 등 사업에 주로 쓰이던 이 기금이 나중에 사업 중복성 비효율성 때문에 대부분 국고재정으로 흡수되었고 관리 부서도 보건복지부에서 기획재정부로 전환되었다. 지금 이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도 명확한 재정 목적과 집행 방식을 정리하지 않으면 결국 지역필수 공공의료 활성화와 무관해질 수 있다는 것이 슬픈 예측이다. 

한 가지 이 법안을 관통하는 철학에 대해서도 한마디 보태고자 한다. 바로 필수의료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반 시민들이 바라보는 시민들 가까이 흔히 이용할 수 있는 필수의료와 목소리를 많이 내는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필수의료에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안을 설계할 때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필수의료 보다는 상급종합병원 전문가 중심의 필수의료 관점이 더 많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인다. 정말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필수의료는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빨리 질병을 발견해서 빨리 치료받아 질병의 고통을 최소화 한다는 관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필수의료법안은 문제가 생겨 민원이 발생하는 중증응급의료 문제 해결에 집중되어 있다. 의료라는 입장에서 보면 근본원인 보다는 당장 불편한 증상에 집중하는 정책이다. 진정 한국사회가 당면한 이 시대에 필요한 필수의료는 중증응급의료부터 일차의료 그리고 건강돌봄에 이르기까지 연결되고 협력이 가능한 모습으로 되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을 높이고 중앙정부의 지도 감독이 결합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못하면 추운 겨울 여의도, 한남동, 남태령, 광화문에서의 시민들의 목소리와 열망으로 만들어진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시대과제를 놓치게 된다. 얼마 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필수의료법안이 이러한 시대과제를 반영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부족하다. 이후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에는 일정한 시간과 절차가 남아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 부족 한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어 정말 시민들의 공공의료에 대한 열망이 반영되었으면 한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11월호(제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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