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ㅣ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실장
본회의 통과를 앞둔 학교급식법 개정안
학교급식법 전면 개정안이 지난 연말 22대 국회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12.9.)와 법제사법위원회(12.18.)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습니다. 2월까지는 국회 본회의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장의 급식노동자들은 학교급식법 개정을 위해 수년간 싸워왔고, 법안 통과 소식에 고무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학교급식의 현주소, 특히 급식 노동의 위기 상황을 통해 학교급식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봅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을 위해 어떻게 호소하고, 여론을 모았는지 돌아보면서 법 개정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법 개정 이후 남은 과제를 검토합니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보편적 복지제도로서 무상급식 안착
2011년 8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편적 무상급식 시행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시도하다가 투표율 미달로 개표도 못 하고 자진해서 사퇴했습니다. 그로부터 친환경무상급식은 사회적 합의된 보편적 복지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한 아이가 유치원부터 초중고를 거치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동안, 친환경무상급식이라는 복지제도는 부모의 역할을 일부 담당했습니다. 적어도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 밥걱정은 덜었습니다. 지금 안전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학교급식은 세계적으로 소개되는 ‘K-급식’이 되었습니다.
현행 학교급식법의 목적대로 ‘급식의 질을 향상’시켜 ‘학생의 건전한 심신 발달’에 기여해 왔습니다. 그런데 급식 현장에 문제들이 나타납니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폐암에 걸리고, 산재도 많다고 하고, 최근 일할 사람이 안들어온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은 이대로는 못 버티겠다고 파업하는 날이 길어지고, 일부 학교는 다시 위탁 급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뭔가 놓친 게 있는 겁니다.
학교급식 노동의 위기
집단급식 조리 노동이 ‘고강도, 고위험, 저임금’ 노동의 대명사가 되어갑니다. 급식 노동의 위기가 커지면서 질 좋은 직영 무상급식이 위태롭습니다. 학교급식 폐암 산재가 심각합니다. 2025년 6월 말 현재, 근로복지공단 공식자료에 따르면, 학교급식 종사자 폐암 산재 승인 건만 178명, 이 중 14명이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지난해 가을, 또 한 분의 급식 조합원이 돌아가시고 분향소를 차렸으니, 정확하게 15명의 폐암 산재 사망자가 확인됩니다.
친환경무상급식이라는 보편적 복지제도가 전국의 유치원과 학교에 안착하는 동안,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잠복기 10년이 함께 지나가면서 직업암 환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국가기간산업이라는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면서 백혈병 등 직업암에 걸린 반도체 노동자가 늘어났던 것과 유사합니다.
집단급식의 일부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조리흄’이라는 유해 발암물질이 고강도, 압축노동과 맞물려 폐암을 유발합니다. 특히 학교급식실은 환기시설 노후화 문제뿐만 아니라 고질적 인력 부족은 ‘조리흄’ 유발 조리 과정 노출 빈도가 높아지고, 호흡수가 가팔라지게 해 폐암 발생 빈도를 높입니다. 현재, 학교급식실은 병원이나 공공기관 집단급식소, 심지어 군대 급식보다 조리 인력 1인당 식수 인원이 2~3배 높은 수준입니다. 학교급식 조리 종사자 1인당 평균 식수 인원은 130~140명 수준으로 지역별 편차가 큽니다.


다음으로 구조적인 ‘저임금 노동’ 문제입니다. 급식노동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집에서 밥하다가 나와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쉽게 말합니다. 그래서 ‘밥하는 아줌마’로 불리고 대우하는 겁니다. 집단급식노동은 많게는 천 명 넘는 인원의 급식을 ‘제 때, 맛있게, 위생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체계적인 고숙련노동입니다.
전국 약 6만 명에 이르는 조리사, 조리실무사 직종이 대부분이 방학 2~3개월 간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방학 중 비근무자’입니다. 노동자들의 귀책사유없이 학사일정 상 방학이라서 일을 못하고 있는데도 휴업수당도 못받습니다. 일상적 저임금에 방학 중 생계 보릿고개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6개월 내 조기퇴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도 힘든데, 방학 때 월급도 제대로 안나오니 그만두는 겁니다.
신규 채용 자체도 힘듭니다. 학교급식실 일자리 경쟁력이 떨어지고, 신규채용률이 미달되고 조기 퇴사가 늘어나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가 늘어납니다(2025년 상반기 전국 시도교육청의 신규채용 미달률이 평균 30% 이상이고, 서울, 울산, 세종, 제주, 인천, 충북 순으로 미달률이 높음). 원래 팍팍한 인력 기준인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니, 결국 남은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거나 파업을 하며 일손을 놓으려고 합니다. 일부 학교는 반찬 가지수가 줄며 부실급식 논란이 언론에 보도됩니다.
학교급식실의 딜레마와 교육당국의 대책 부재
학교급식실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가 어렵습니다. 급식노동자들은 책임감과 엄마의 마음으로 어쨌든 그날그날 밥을 해냅니다. 외부에서는 일단 급식만 나오면 내부의 고충은 잘 모릅니다. 파업을 하거나 반찬이 부실해져야 뭔가 문제가 있다고 들여다보는데 노동자들에게 파업은 늘 최후의 수단입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학교급식도 교육이라고 하면서 정작 예산 편성에는 소극적입니다. 학교급식실의 인력기준이 왜 높은지, 왜 지역마다 천차만별인지 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교육당국 관계자가 없습니다. 인력 충원과 임금인상 요구는 노사관계, 교육자치의 문제로 다 넘깁니다. 교섭장에서 안풀리면 또 해를 넘깁니다. 국민안전 불감 윤석열정부 3년을 지나는 동안, 폐암 산재자는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학교급식 종합 대책을 마련할 정부와 교육당국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결 방안 첫 번째, 학교급식법 개정!
22대 국회가 들어서자마자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2025년 7월에는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현장의 의견을 받아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두 법안의 핵심 골자는 비슷합니다. 현행 학교급식법은 급식의 질과 위생만 규정하는데 이를 급식노동의 안전과 건강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입니다. 학교급식종사자 1인당 적정 식수 인원을 정부가 마련하고, 시도교육청은 그 기준을 최저 기준으로 두고 점진적으로 인력을 충원해가자는 겁니다.
학교급식은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반대와 논란이 많았습니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부족한 급식인력에 대한 충원을 요구하면 교육당국은 예산 부족과 학령인구 감소를 얘기합니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학령인구가 대폭 감소했지만 조리종사자 1인당 식수 인원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학생이 줄면 조리인력도 현 기준에 따라 줄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로 교육 예산도 넉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예산 사용의 우선처는 늘 정치와 결단의 영역입니다. 학교급식실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급식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학교급식법’에 두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도 커졌습니다. 영양사협회와 교원단체에서는 노동안전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일반법에 규정하자고 했습니다. 조리종사자 안전과 건강 문제 대책은 그 취지에 공감하나 법규정에 따른 업무부담과 책임소재가 우려된다고 겁니다. 논란 끝에 타협안을 만들었습니다. 급식종사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조하고, 벌칙규정은 없앴습니다. 조리종사자의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함께 영양교사도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1학교 2영양교사를 두도록 했습니다.
상임위 통과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내용과 의미
2025년 12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7건의 학교급식법 개정 법률안을 통합, 조정하여 대안법률안이 마련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급식 이해관계자들(학교급식종사자, 영양교사, 급식수요공급자 등)의 입장을 최대한 조율하여 여야합의로 통과시킨 겁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과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현실에 존재하는 급식종사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조리사, 조리실무사 직종을 법률로 정의하여, 더 이상 ‘밥하는 아줌마’의 오명을 공식 벗어나게 했습니다. 2) 격무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영양교사의 배치기준을 조정함과 함께, 3)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1인당 적정 식수 인원 기준을 마련하고 시도교육감은 그에 따라 배치기준을 수립하게 했습니다. 4)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교급식종사자의 건강과 안전 시책을 강구하게 했습니다. 이는 그간 타 공공기관의 2배에 달하는 과중한 식수 인원을 감당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폐암 산재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 학교급식노동자들에게 숨통을 트게 해줄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5) 이 법의 목적에 학교급식이 ‘교육의 일환’임을 새롭게 규정한 것은, 불가역적 무상급식제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중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은 한강 작가의 말대로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학교급식 폐암 산재자는 국가가 최종 사용자인 학교에서 업무상 재해가 공식 인정된 분들입니다.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15명의 폐암 사망 노동자와 178명의 폐암 산재인정자, 이 숫자 앞에 정치권도 언론도 매몰차게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아래 글은, 작년 7월 2일, 여야의원 30명이 참여한 학교급식법 개정안 발의 국회 기자회견에서 폐암 진단 당사자(대구 ◯◯초등학교 김미숙 조리실무사)의 발언 일부입니다.
“아이들 맛있게 밥 먹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데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린 걸까? 부족한 인원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전요리, 튀김요리 하고, 독한 세제 쓰면서 마신 유해물질이 이렇게 내 몸에 쌓였구나. 과도한 식수 인원으로 동료들이 아파하면서도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제대로 병가도 가지 못했던 현실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속상합니다. 대구교육청에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습니다.
작년 11월에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고, 지금은 질병판정위원회가 열리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8개월째 무급으로 휴직하며 산재승인만 기다리고 있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빠진 자리에 업무가 서툰 대체인력이 들어와 있어 남은 동료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을 거라 미안한 마음입니다. 치료 중에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언젠가는 개선되겠지’하며 버티다가 저는 폐암 환자가 되었고, 동료들은 근골격계질환자가 되었습니다. 애들 생명을 키우는 학교급식실에서 정작 일하는 사람은 죽어가고 병들고 있는 현실이 비참합니다. 폐암 환자가 속출하고 죽어가는 동안 국가와 정치권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살아있는 자들은 ‘더 이상 동료의 장례식장에 가고 싶지 않다’는 외침으로 국회 앞에서 총파업을 하고, 단식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 100만 청원운동본부를 구성했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 학부모단체, 친환경무상급식단체, 민중행동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까지 40여 단체가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12월 말, 최종 32만이 넘는 청원 서명을 받았고, 국회에 학교급식법 개정의 필요성을 의견서로 제출했습니다. 돌아보면 윤석열 정부를 몰아낸 광장의 여러 연대단체가 비정규연합군으로 힘을 모아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향후 과제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안인 만큼 조속히 국회 본회의 통과가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법 통과 즉시 급식종사자 건강과 안전에 대한 범정부 시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법의 개정 취지대로 적정 식수 인원 연구조사와 제대로 된 시행령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급식노동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학교는 이제 교수·학습을 기능을 넘어 급식, 돌봄, 방과후과정 등 다양한 교육복지 영역으로 그 공적 기능을 확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교육복지 담당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차별받고, 법적 신분도 없이 그림자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필수노동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면 친환경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제도도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교육복지는 결국 ‘사람이 사람을 향하는 것’임을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재확인했습니다. 안전한 노동에서 출발하는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친환경무상급식을 다시 시작합니다.
월간<복지동향>2026년 2월호(제3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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