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03-10   2521

[복지칼럼] 내란 이후 대한민국, 여전히 궁금하다

김진석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용한 대한민국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반 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언론도, 정부도, 국회도, 청와대도 복지국가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특히 청와대의 주요한 발표나 대통령의 발언에서 복지가 주요한 의제였던 경우에 대한 기억이 없다. 유튜브에 생중계되는 국무회의에서도 복지 관련 의제는 주요하게 논의된 바가 거의 없다. 혹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에서 복지가, 복지정책이 사라졌다고 한탄한다. 낯선 풍경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정부들에서 복지와 복지정책은 진영을 막론하고 임기 시작과 함께 어떤 식으로든 주요한 의제의 목록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깝게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예산안에 해당하는 2023년 보건복지부의 예산은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복지를 위한 투자 확대”라는 타이틀을 달고 보도자료가 배포된 바 있다. 심지어 내란으로 몰락한 직전 정부에서도 악명높을지언정 “약자복지”라는 타이틀이 일찌감치 자리 잡고 있었던 셈이다.

새정부 탄생의 과정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내란과 탄핵이라는 극도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딛고 출발한 이재명 정부는 시작부터 내란종식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부여받았고,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의지에 부응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법원과 검찰을 대상으로 하는 사법개혁과 이를 위한 입법 및 행정적 과제 등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휘발성 높은 개혁 과제에 우선 순위를 둘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돌이켜보건대 긴긴 겨울날 낮과 밤의 거리를 채우던 시민들은 내란종식과 더불어 사회대개혁을 목청껏 외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어처구니 없는 내란을 신속히, 하지만 완전하게 종식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우선 간절했지만, 당연하게도 거기에 머무를 리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내란이 종식되고 나면 과연 내 삶이 달라지나 하는 자연스러운 의문을 품고, 달라진다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던 셈이다.

눈에 보이는 시도들

뭘 하고 있는 지는 알겠는데, 뭘 하려는지는 알 수가 없다. 새 정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는 일찌감치 발표된 바 있고, 그전부터도 대통령과 정부는 부지런히 일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만 직전 정부에서 방치되고, 악화되어 온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결단력과 실행력을 가지고 대응해온 바 있다. 정부 출범 초기에 산업재해와의 전쟁이라고 불릴만큼 강력한 대응을 통해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명확하게 드러낸 바 있으며, 노동 관련 사안에서는 대통령과 여당이 국회와 뜻을 함께 하여 노동계 최대 현안 중 하나였던 노조법 2, 3조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지라 평가를 내리기 조심스럽지만, 부동산 측면에서도 수요와 공급 정책 모두를 동원하여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으며,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 충실의무 강화 등을 입법화하는 등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코스피 5000과 AI G3로 대표되는 산업영역에서의 행보는 이보다 훨씬 과감하다. 대통령이 직접 투자를 하면서까지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했고, 몇 차례의 상법 개정까지 거치더니 이미 6000 포인트를 찍을만큼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 관련해서는 한발 더 나아간다. 이재명 정부는 소버린 AI 모형 개발 및 인공지능 3대 강국 (AI G3) 도약의 목표를 걸고, 1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기존 대통령령에 따른 자문위원회로 작동하던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인공지능기본법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로 전환하여 운영하는 등 전례없이 과감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내달리는 모습에 환영의 목소리도 있으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추격자 모형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 “일단 AI 진도는 빼고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아니면 우리만 뒤쳐지고 말아요.”라는 당위에 압도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개인정보보호, 사회적 효용, 이익의 정당한 분배, 인권과 안전, 불평등, 차별, 배제의 심화 등의 우려와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은 ‘뒤쳐짐 공포증’에 밀려 주변으로 밀려나고, 부차화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겠다.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눈과 귀를 닫지 않은 바에야 국무회의까지 유튜브에 생중계되고, 깊은 밤과 새벽을 마다하지 않고 대통령이 포스팅을 하는 마당에 이재명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잘 알겠다. 하지만 뭘 하려고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코스피 5000과 AI G3,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언론에서도 주변에서도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만들어낸 대통령과 정부가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고 있는데 괜찮겠지 하면서도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그게 내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이제는 궁금해지고 있다.

믿고 따르기로 작정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냥 이 정부가 하는 대로 박수치고 응원하면 되니까.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과 시민의 관계가 무슨 아이돌과 팬덤의 관계도 아니고, 박수치고 응원하는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란의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사람들은 이제 냉정을 되찾고, 차분한 마음으로 묻고 있다. 이대로만 따라가면 내 삶이 달라질 것인가? 정말 달라진다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 )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함께 해주세요.” 이제는 대통령이 빈 칸을 채울 때이다.

월간<복지동향>2026년 3월호(제329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