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영ㅣ성공회 용산나눔의집 활동가
들어가며
한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이주배경 아동 가운데에는 법과 제도의 울타리 밖에 놓인 아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미등록 아동과 무국적 아동은 가장 취약한 지점에 서 있다. 미등록 아동이란,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체류 요건과 행정 절차를 충족하지 못해 공식적인 등록 상태에 놓이지 못한 아동을 말한다. 이들은 서류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행정 체계 안에서 존재가 불명확해진다. 무국적 아동 역시 어느 국가에도 법적으로 속하지 못한 채, 최소한의 보호 단위로부터 배제된 상태로 살아간다.
교육은 모든 아동에게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이다. 국적과 체류자격은 아동의 책임이 아니며, 교육권을 제한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아동과 무국적 아동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학교에 다니는 동안, 그리고 졸업 이후의 전환 단계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배제를 경험한다. 이 글은 미등록 아동과 무국적 아동을 중심으로, 교육권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위협받고 있는지를 접근-재학-전환의 세 단계에 따라 살펴보고자 한다.
1. 접근 단계에서의 배제
1) 보이지 않는 아이들 : 통계의 공백
한국 정부는 미등록·무국적 아동이 몇 명인지, 그 가운데 몇 명이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몇 명이 학교 밖에 있는지에 대해 국가 차원의 통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출입국 통계는 철저히 체류자격을 기준으로 집계되고, 출입국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국내에서 태어났지만 출생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은 아동을 구조적으로 포착하기가 불가능하다. 시민사회는 여러 행정 자료와 현장 사례를 종합해 국내 체류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이 약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11이며, 이는 어디까지나 비공식적 추정치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무국적자의 규모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2020년 말 기준 국내에 체류 무국적자는 총 156명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한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출생등록을 하지 못해 사실상 무국적 상태에 놓인 아동22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출생 단계에서부터 행정 체계에 포착되지 못한 아동이 존재한다면, 그 이후의 통계에서도 이들이 정확히 드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무국적 아동 역시 별도의 세밀한 범주로 관리되지 않으며, 그 규모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교육 통계 역시 학교에 등록된 학생을 중심으로 집계된다. 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아동, 중도에 학업을 중단한 아동, 미인가 대안교육을 선택한 아동은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도는 ‘학교에 들어온 학생’을 집계하지만, 그 바깥에 있는 아동은 여전히 흐릿한 사각지대에 남겨둔다. 나아가, 2025년 4월 1일 기준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가정 자녀는 52,876명으로 집계하지만, 이러한 분류 체계로는 그중 몇 명이 미등록 상태인지, 몇 명이 무국적 상태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 어떤 통계에서도 미등록 아동과 무국적 아동은 보이지 않는다.
통계의 부재는 단순한 행정상의 한계를 넘어선다. 지원 대상의 규모를 알지 못한 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취약한 이주배경아동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할 것을 권고33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제도 밖에 놓여 있는가”라는 질문에 여전히 답하지 못하는 현실은, 이들이 정책 설계의 출발점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존재는 보호받기 어렵고, 교육권을 포함한 권리 역시 온전히 보장되기 어렵다.
2) 의무교육의 문턱 : ‘국민’ 중심 구조
현행 「초·중등교육법」 및 관계 법령에 따라 체류자격 여부와 관계없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는 모든 아동에게 교육 접근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위법인 「교육기본법」은 의무교육의 권리 주체를 여전히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미등록·무국적 아동을 법적으로 의무교육의 범위 밖에 두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법률상 ‘입학 가능’과 실제 현장에서의 ‘입학 보장’은 동일하지 않다. 일부 학교에서는 여전히 미등록 이주배경아동의 입학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서류 미비를 이유로 사실상 거부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특히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작동하면서, 입학은 권리라기보다 ‘허용’의 문제처럼 다뤄진다.
취학통지 제도는 이 구조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한국의 초등학교 입학은 학령기 아동에게 자동으로 발부되는 ‘취학통지서’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주민등록번호 기반 전산 시스템으로만 운영된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미등록 이주배경아동이나 무국적 아동은 취학통지서를 받을 수 없으며, 이를 보완할 강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부모가 직접 학교를 찾아가 입학을 신청해야 하고, 입학 여부는 학교장이나 교육감의 재량에 맡겨진다. 자동 보호 체계가 아니라, 신청과 승인에 의존해야 하는 불안정한 구조다.
의무교육 체계에는 미취학 아동 관리, 중도탈락 예방, 복지 연계 등 다양한 안전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법이 ‘국민’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는 이상, 미등록·무국적 아동은 이러한 관리 체계에서 비껴가게 된다. 부모의 방임이나 행정적 소극성이 결합될 경우,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명확한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그 결과 일부 아동은 장기간 교육 체계 밖에 방치된다. 이는 의무교육 대상에 미등록·무국적 아동이 포함되는 것이 교육권 보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2. 재학 단계에서의 배제
1) 평등하고 안전하지 않은 환경
입학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교육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생활은 단순한 수업 참여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스쿨뱅킹 계좌 개설, 각종 지원금 신청, 자격증 시험 응시, 현장실습 및 방과후 활동과 각종 대회 참가, 온라인 학습 플랫폼 이용 등은 일상적인 학교생활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를 전제로 설계된 시스템 속에서 미등록·무국적 아동은 매번 예외적인 존재가 된다. 교실 안에 머무는 것은 허용되지만, 그 외의 행정적 절차와 부가 활동에서는 반복적으로 소외되는 것이다.
안전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하교길에 자녀가 실종되어 보호자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사례44가 있었고, 학교 내 학대 의심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자, 진상 규명 대신 “비자가 있어야 학교에 다닐 수 있다”라는 말로 가정을 압박한 사례도 있었다. 교육권이 법적으로 명확히 보장되지 않고, 누군가의 재량이나 관용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정당한 권리 주장조차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된다.
이러한 장벽은 개별적으로 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누적될수록 결정적인 격차로 이어진다. 예컨대 특성화고 학생이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면 취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형식적으로는 교육의 문이 열려 있으나 실질적인 참여가 제한되는 구조는 아동의 학업 의지를 꺾고 중도 탈락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2)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중퇴와 대응의 한계
이주배경 청소년의 학업 중단율이 내국인보다 높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무국적·미등록 아동은 여기에 더해 언어 장벽, 경제적 부담, 신분 불안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더욱 취약한 위치에 놓인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이 집단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추적할 수 있는 통계와 정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중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그 경로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대응하는 체계는 미흡한 실정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경우 학업 중단율이 전체 학생 1.55%보다 높은 2.05% 수준이며55, 이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중퇴 이후의 대응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제도는 존재하지만, 상당수 프로그램이 주민등록번호나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전제로 운영된다. 상담, 검정고시 준비, 직업훈련, 자립 지원 등 핵심 서비스에서 신분 요건이 장벽으로 작동하여,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다시 사회로 연결될 통로를 차단하고 있다.
3. 전환 단계에서의 배제
1) 고등교육의 문 앞에서 멈추다
고등학교까지는 우여곡절 끝에 마칠 수 있다 하더라도, 대학 단계에 이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현재 국내 대학에 등록하려면 유효한 체류자격과 신분 증명이 필수적이다. 미등록 아동과 상당수 무국적 아동은 대학 입시에 합격하더라도 등록 단계에서 멈추게 된다. 시험은 통과했지만, 행정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쥐고도 입학하지 못하는 현실은 교육권의 그 경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고등교육은 단순히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직업 선택의 폭, 소득 수준, 사회적 이동성을 결정짓는 핵심 경로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는 사실상 고등학교 졸업까지만을 허용된 한계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다른 접근도 존재한다. 미국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미등록 청소년에게도 대학 진학 기회를 보장하며, 독일 등 여러 국가는 장기 체류 무국적 아동이 성인이 되기 전 법적 지위를 안정화할 수 있도록 국적 취득 경로를 마련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체류와 교육 사이에 거대한 공백이 발생하며, 이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단절이다.
결국 무국적·미등록 아동의 교육권은 고등학교 이후 급격히 약화된다. 교육의 기회가 형식적으로 열려 있더라도, 전환 단계에서 닫히는 구조라면 그것은 온전한 권리라 보기 어렵다.
2) 인정받지 못하는 학력
공교육 진입이 어려운 아동들 가운데 상당수는 학습을 이어가기 위해 미인가 대안학교를 선택한다. 하지만 미인가 대안학교 졸업장은 공식 학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뒤늦게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을 인정받으려 해도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힌다. 국내 검정고시 응시 체계가 한국 국적자나 안정적인 체류자격 소지자를 전제로 하기에, 미등록·무국적 아동은 응시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다.
이 구조는 아이들을 두 번 밀어낸다. 한 번은 공교육의 문턱에서, 또 한 번은 사회적 학력 인정 단계에서다. 학력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취업, 직업훈련, 고등교육 진학 등 사회 진입의 거의 모든 경로에서 다시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학력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효력을 발휘하지만, 미등록·무국적 아동에게 그 ‘인정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나가며
미등록·무국적 아동의 교육권 문제는 특정 제도의 결함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통계의 공백, 의무교육의 문턱, 안전하지 않은 환경, 높은 중퇴율과 취약한 사후 대응, 고등교육의 단절, 학력 인정의 한계가 서로 얽혀 거대한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교육권은 국적이나 체류자격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권리가 아니다. 국제인권규범 역시 아동의 권리는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교육을 ‘국민만을 위한 제도’로 좁게 해석해 왔다.
교육이 보편적 권리라면, 접근-재학-전환의 모든 과정이 단절 없이 연결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분적 보완이 아니라 구조의 전면적인 재설계다. 교육권이 조건부 허용이 아니라 실질적 권리로 작동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이 세 단계의 단절을 직시하고 제도적 연결고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미주 |
-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권 실태조사(2019) ↩︎
-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배경 아동 가운데 상당수는 출생 직후 본국 공관에 등록해야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난민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난민신청자의 경우 박해의 주체가 되는 본국 정부 기관에 방문해 자녀의 출생을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출생등록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사실상 무국적 상태로 남게 된다. ↩︎
- CERD/C/KOR/CO/20-22 Para 6. 위원회는 협약 제1조 제1항과 제4항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일반권고 제8호(1990)와 협약상 보고지침을 상기하면서, 당사국이 자기 식별의 원칙에 기초하여 민족 및 민족-종교적 집단, 아프리카 후손, 무국적자, 그리고 특히 이주민, 난민신청자, 난민을 포함한 비국민에 대한 통계를 비롯하여, 인구 구성에 관한 신뢰할 수 있고 최신의 포괄적 통계를 수집하고 이를 위원회에 제공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위원회는 당사국이 이들 집단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이들의 교육, 고용, 의료, 주거 접근성에 관한 젠더 및 연령별로 세분화된 통계를 생산하여 협약에 명시된 권리의 평등한 향유를 평가할 수 있는 경험적 기반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 ↩︎
- 아이 찾으러 경찰서 갔다가 강제 출국 위기 처한 미등록 이주민 “한국 살면서 개가 된 기분이었다.” (2021. 05. 04) 뉴스앤조이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2694 ↩︎
- 이주배경학생 인재양성 지원방안(2023~2027년) ↩︎
월간<복지동향>2026년 3월호(제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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