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05-10   28136

[복지톡]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사회적 재난입니다 :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이끈 연대의 힘

이철빈ㅣ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박효주ㅣ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활동가
인터뷰 및 정리ㅣ 전은경·정성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지난 4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 순간 본회의를 방청하던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전세사기 피해가 우리 사회를 덮친 지 3년, 누군가는 보증금을 잃는 것을 넘어 삶의 의지를 놓아야 했고, 누군가는 여전히 채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잔혹한 ‘사회적 재난’의 현장에서 ‘전세사기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를 외치며 특별법 제정과 개정을 이끌어온 두 사람,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과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활동가를 만났다.

2026.4.27.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이철빈 공동위원장(좌측)과 시민사회대책위 박효주 활동가(우측)가 복지톡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철빈: 안녕하세요. 저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이하 피해자대책위) 공동위원장 이철빈이라고 합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인지한 지는 4년이 지났고, 피해자 대책위를 결성해서 활동한 지는 3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전세사기 당하고 나서, 대책위 활동하면서 점차 활동가의 삶을 살고 있어요. 현재는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대책위 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박효주: 안녕하세요. 저는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이하 시민사회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박효주입니다. 저는 2017년부터 주거권 보장을 위한 활동,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위한 주거권 관련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철빈님도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피해를 겪었고, 어떻게 피해자대책위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철빈: 제가 전셋집을 계약한 건 2021년 10월쯤이고 11월에 입주했습니다. 그때 당시 제가 주택 임대관리업 관련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대장도 꼼꼼하게 확인했고, 근저당이 없다는 점도 살펴봤어요. 임대인은 보증보험 가입도 약속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끊겼어요. 등기부등본을 다시 떼어보니 세무서 압류가 걸려 있었고, 임대인은 세금 체납 문제라고 기다리라고 했지만 이후 완전히 잠적했습니다. 그게 2022년 2월이었고, 전세사기라는 걸 직감했죠. 

이후 건물 안에서 다른 피해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우리 건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피해자들도 만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2022년 10월, 임대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어요. 상속 문제도 얽히고 임대인이 체납한 세금이 60억 원이 넘다 보니 경매로 넘어가도 세금이 우선 변제되어서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회수하기는 불가능한 구조였거든요. 기존 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그때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힘을 모아 법과 제도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부동산 쪽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고 움직일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여러 피해자들을 만나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와도 만나게 되고 함께 대책을 논의하던 중 2023년 2월 28일, 대책위에서 활동하시던 피해자분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거예요. 국회 토론회 마치고 대책을 논의하는 와중에 소식을 듣고 모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문제가 돈을 잃는 수준이 아니라 생명과 삶을 위협하는 문제라는 걸 절감했고, 그래서 국가가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더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희생자의 49재 날인 2023년 4월 18일에 피해자대책위가 공식 출범했고, 저도 공동위원장으로 함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과 개정 활동을 이어왔고, 이제 꼬박 3년이 됐습니다. 특별법이 제정되고 기한 연장까지 포함해 3번이 개정되었는데, 최근에는 피해자들이 처음부터 요구해 왔던 중요한 내용들이 일부 반영되면서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제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3년 시민사회대책위에서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해오셨는데요. 시민사회대책위는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효주 :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전세사기 문제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미 전세가율이 높아 위험 신호가 있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예방 중심으로 논의했고, 전세대출 확대 문제나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계속 제기했어요. 그러다 2022년 하반기, 이른바 ‘빌라왕’ 사건이 알려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본격적으로 인식해 긴급 좌담회 등 대응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행법으로는 피해자 구제가 어렵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피해 규모가 이렇게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2023년 초부터 특별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해 법안을 만들고 2월 28일 피해자 증언대회와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그날 첫 번째 피해자가 사망하셨어요.

시민사회는 과거 여러 사회적 피해 사건에 대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사회대책위와 피해자대책위를 어떻게 함께 조직할지 논의했습니다. 참여연대 내부에서는 특별법 초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 설득 작업도 진행했어요. 당시에는 여야 모두 적극적이지 않았고, 특히 국민의힘은 “사기에 대해 선구제 후회수한 전례가 없다”라며 특별법 제정 자체에 결사적으로 반대했습니다.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절박해졌습니다. 시민사회대책위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꾸려졌고, 현재는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와 진보당, 기본소득당, 녹색당, 정의당 등 60여 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2023년 4월 18일 시민사회대책위와 피해자대책위가 함께 출범했는데 피해자대책위가 피해 구제 요구를 중심으로 활동했다면, 시민사회대책위는 특별법 제정과 제도 개선, 전세가율·보증대출 규제 강화 같은 예방 대책도 다뤄왔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기자회견과 농성 등 여러 입법 촉구 활동 등을 함께 진행하며 긴밀하게 연대해 왔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규모는 어느 정도로 봐야 하나요? 

이철빈 : 공식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인원은 올해 4월 기준 누적 3만 8,503명인데 인정 요건이 엄격해서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봅니다. 국토부가 따로 집계하지 않은 보증보험에 가입했다가 사고 난 사례까지 포함하면 넓게는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기도 합니다. 아직 정확한 전체 규모는 누구도 추산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별법이 마무리된 뒤에 피해 인원과 피해 금액, 추가 재정 투입 규모까지 포함해 전세사기 사태가 남긴 피해를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박효주 : 네, 맞습니다. 보증보험 대위변제, 그러니까 보증보험을 가입한 피해자에게 HUG가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건수만 해도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만 건 정도로 보고 있고, 여기에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했거나 요건이 애매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까지 더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10만 명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분들 중에 돌아가신 분들도 여러분 계시는데요. 

이철빈 : 공식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기준으로 하면, 전세사기 피해로 돌아가신 분이 약 10명 정도인데,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지 “어느 지역에서도 누군가 돌아가셨다더라”는 이야기를 훨씬 더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자살하신 건 아니에요. 제가 정말 가슴 아팠던 사례는 저와 같은 임대인의 피해자분이셨는데, 그분은 투잡, 쓰리잡을 하며 버티다가 과로로 돌아가셨어요. 처음 계약할 때 전세대출 이자가 월 60만 원 정도였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가 두 배 이상 뛰니까 계속 부업을 하셨던 거예요. 은행에 가려고 서류까지 챙겨뒀는데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신 거죠. 이런 사례를 들을 때 굉장히 가슴이 아픕니다. 

2023.3.8. 인천 미추홀구 첫번째 희생자 추모행진을 기점으로 시민사회와 피해자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게 되었다.(사진=참여연대)

시민사회대책위는 전세사기 문제가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정책 실패’와 ‘제도적 방치’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제도적 실패가 누적된 결과라고 보시는지 짚어주실 수 있을까요?

박효주 :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건, 전세가 사적 계약이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고 여겨졌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가족이나 주변에도 피해 사실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시민사회대책위는 이 문제를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전세 제도의 구조적 위험과 정책 실패가 누적된 결과라고 보았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전셋값 불안에 대응한다며 전세대출과 전세 보증을 계속 확대해 왔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 자체를 줄이는 제도 개선은 충분히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임대 사업자 제도와 결합하면서 자기자본 없이 대규모 전세 계약을 반복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결국 수백·수천 명의 피해자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전세사기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시민사회도 기존에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던 위험들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신탁, 다가구·다세대 공동담보 같은 복잡한 계약 구조들이 대표적이었고, 이런 위험이 제도적 사각지대 속에서 방치돼 있었던 거죠. 결국 다양하고 위험한 전세 구조와 미비한 제도가 결합되면서 지금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사회대책위는 피해자들과 함께 사각지대를 줄이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발생 초기, 전세사기를 개인의 계약 문제로 바라보았습니다만 이후 여러 노력으로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현장에서 보셨을 때, 국가 책임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철빈 : 저는 “제 사례만큼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얘기를 많이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도 깨끗했고, 건축물대장에도 안전하다고 되어 있었고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까지 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임대인은 이미 6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한 상태였던 거예요. 문제는 세입자 입장에서 그 사실을 알 방법이 전혀 없었다는 거예요. 나중에 세무서 압류가 걸리고 나서야 상황을 알게 되었는데, 이미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기 어려운 상태였던 거죠. 이런 상황을 세입자가 어떻게 미리 알고 피할 수 있었을까요?  

2022년과 2023년 당시에는 전세사기는 세입자가 부주의해서 꼼꼼하게 알아보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기 때문에 이런 사적인 문제에 대해서 국가가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논리가 굉장히 강했었거든요. 하지만 활동을 하면서 반례가 너무 많이 나왔어요.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가 속이는 경우도 있었고, 세입자가 아무리 꼼꼼히 확인해도 알 수 없는 정보들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다가구주택은 선순위 임차보증금 규모를 사실상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이런 제도적 허점이 계속 발견된 거죠. 그리고 정말 말도 안 되는 계약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다 돌려줄 수 없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전세대출과 보증보험을 끼고 계속 거래됐던 거예요. 집값이 오를 때는 이런 문제가 가려져 있었지만, 2022년 이후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시작되면서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세사기는 너무 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2023년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은 분들이 전세사기 피해를 “되게 딱한데 일반적인 문제는 아니다.”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2023년과 2024년을 지나면서는 주변에서도 피해 사례가 계속 나오고, 막상 문제가 생겨도 아무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다는 현실을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 거죠. 특별법이 만들어졌는데도 피해자들이 여전히 거리에서 “더 바꿔야 한다”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도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구나”라고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게 더 이상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문제라면 결국 구조적인 문제라는 공감대가 커졌고, 특별법을 더 보완해 피해자를 확실히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도 훨씬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시는 과정들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어오실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박효주 : 처음 특별법이 제정됐을 때는 경·공매 절차만 중지되었을 뿐이지 피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보증금 회복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어요. 그래서 법 제정 직후부터 피해자분들과 함께 법 개정 운동을 하게 되었어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반대로 인해 야당 주도로 특별법이 개정되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거예요. 그때 피해자분의 사망 소식까지 들려왔고요. 돌이켜보면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활동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피해자들이 매일매일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에요. 국토부는 피해 규모가 줄었다고 하지만, 아니에요. 여전히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요. 전세사기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신 분들도 계셨고,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이야기들도 계속 들려와요. 그런 상황에서 이 일을 지속하지 않을 수가 없죠. 

이철빈 : 저도 윤석열이 본회의까지 통과한 개정안을 거부권 행사했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피해자들은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활동을 하다 보면 “이게 내 문제만 주장해서는 풀리지는 않는구나. 우리 모두의 문제가 풀릴 때 내 문제도 같이 풀리는구나”를 어느 순간에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피해자분들이 계속 돌아가실 때의 절망과 패배감, 무기력함, 그런 것들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죽음을 막아야 한다”라는 절박함이 굉장히 커서 계속 활동을 해온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오기도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안 되는가 하면서요. 저희가 3년 전에 요구했던 내용이 결국 3년이 지나서 다른 형태로 수용이 된 건데, 이렇게까지 어렵고 오래 걸릴 일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물론 다른 사회운동에 비해서는 굉장히 빨리 된 거라고는 하지만 피해자들이 처한 시급하고 절박한 심정을 헤아렸을 때는 우리 사회가 빠르고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면서 활동을 했던 것 같아요. 생계를 거의 내팽개치다시피 하면서 활동해 왔는데, 피해자 대책위가 각자 알아서 활동하는 건 아니고 서로 의지하면서, 힘이 되어 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피해자 대책위 활동을 하는 게 해당 사건, 해당 지역에서는 좀 외로울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우리가 서로 연대하고 있고, 의지하고 있고, 서로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문제를 바꿀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활동을 해올 수 있었어요.

2024.5.29.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즉각적인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피해자 대책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전국적으로 계시면 어떻게 소통하시나요? 시민사회 대책위는 또 어떻게 소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철빈 : 피해자 대책위는 격주 정기 회의를 온라인으로 하고 있어요. 안건이 많건 적건 꼭 격주 화요일 저녁에는 회의하는 것으로 정해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프라인으로 모이는데, 국회나 정부를 만나는 중요한 자리가 있을 때, 그리고 반기마다 워크숍도 하거든요.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만나서 장기적인 계획을 같이 수립하기도 하고, 같이 모여서 먹고 마시면서 서로 얘기도 많이 하고, 응원해 주면서 계속해서 신뢰 관계를 쌓아갔던 것 같아요.

박효주 : 시민사회 대책위에는 주거 관련 활동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지지와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하는 단체들도 있어서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기는 쉽지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주로 메신저로 소통하고 있어요. 또한 오랜 기간 주거 활동을 함께해 온 연대기구인 ‘주거권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부정기적으로 만나 논의하고 중요한 부분들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세사기 관련 사업이 메인이지만 사실 처음 시민사회 대책위가 발족했을 때만 해도 한 축은 피해자 지원, 또 다른 한 축은 예방 대응을 함께 추진하려고 했었어요. 다만,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가 워낙 긴박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보니 예방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전세사기특별법 제정과 개정까지 가장 중요했던 전환점이나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다고 평가하시나요?

이철빈 : 시기상으로는 피해자분들이 돌아가셨던 게 제일 컸고, 제일 먼저였어요. 그리고 윤석열이 파면된 게 정말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이미 거부권을 썼던 대통령인데 계엄 선포를 안 하고 있었으면 지금까지도 임기 중인 거잖아요. 그러면 추가 개정이 정말 어렵지 않았을까요? 작년에 정부가 바뀐 다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이 좀 더뎠는데요. 지난해 11월 무렵부터 법 개정과 예산안 편성을 위해 저희가 계속 압박했는데도 안 움직이더라고요. 참 망연자실한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어요. “대통령과 민주당은 왜 약속을 안 지키냐, 약속을 지켜라.”하면서 대통령실 앞에 가서 기자회견하고, 제가 쓴 손편지도 전달하고 그렇게요.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기자회견을 했던 그 주간에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부 업무 보고받는 자리에서 “전세사기 피해 구제, 예전에 약속했던 거 안 지키냐고 뭐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왜 안 하냐, 약속한 건 지켜야 되지 않겠냐, 관련된 선구제 방안 검토해서 보고해라” 이렇게 발언하셨어요. 그 이후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이 급물살을 타게 된 거죠. 그전까지는 재정 당국이 ‘최소 보장 비율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사적 계약에 국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게 안 맞다, 다른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라는 이유로 계속 반대했거든요. 그렇게 올해 3월 중순에 관련된 법안이 발의되고,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 겁니다.

박효주 : 피해자들을 만나보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분들이 많으셔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만큼 기자회견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 피해자 한 분이 돌아가신 이후에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도 진행했는데요. 사실 그때만 해도 법이 실제로 제정될 거라고는 쉽게 기대하기 어려웠어요. 제정법이라는 게 원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피해자분들의 사망이 이어지면서 미흡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법이 제정되었어요. 이후에는 피해자분들과 함께 법 개정을 요구하며 계속 다녔는데 개정안이 발의되기까지도 4~5개월 정도 걸렸어요. 그래서 정말 이게 가능할지 의문도 들었지만, 절박한 마음으로 대통령실 앞을 찾아가고 릴레이 퍼포먼스도 이어가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전환되었던 것 같아요. 여러 노력을 기울여도 이후에도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됐고, 그래서 기자회견을 반복해서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과정을 거쳐 이렇게 개정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이번에 통과된 법을 보면 선구제 후회수, 최소 보장이 들어가 있는데, 피해자분들이 원했던 내용이 모두 들어간 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이철빈 : 원하는 내용들이 상당 부분 담기긴 했지만, 점수로 매겨보자면 한 60~70점 정도인 것 같아요. 아주 후한 점수도 아니지만 또 규탄할 정도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저희가 요구했던 내용들이 어느 정도 얼개는 갖춰서 들어간 것 같아요. 특히, 저희가 쟁점으로 보고, 요구했던 최소 보장의 구조는 기본적인 방향이 반영되긴 했어요. 저희 요구는 최소 보증금의 2분의 1은 보장해 줘야 한다라는 거였는데, 재정 당국 쪽에서는 다른 사례와 비교했을 때 보증금의 3분의 1 정도가 최대 수준이라는 입장이어서 계속 조율이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3분의 1 수준으로 결정됐습니다. 저희가 2분의 1로 얘기했던 이유는 피해자분들 가운데 약 80% 정도가 전세대출을 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회생까지 고민하고 계셨는데, 가능하다면 개인회생 없이도 특별법을 통해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그렇게 가능한 금액대를 계산해 보니까 보증금의 한 2분의 1 정도 회복되면 개인회생을 하지 않더라도 회복률이 거의 비슷하게 나온 거예요. 그래서 보증금의 2분의 1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만큼 반영이 안 되어서 좀 아쉽긴 합니다. 

그리고 굉장히 특수한 사례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공동담보 문제인데요. 개별로 등기는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20~30채가 하나의 권리관계로 다 묶여 있는 거예요. 사실상 연대보증처럼 연결된 셈인데,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서 경매 절차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자라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법원 쪽에서 반대했어요. 그렇게 하면 경매 시장이 교란되고, 여러 채권자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해서 결국 반영이 안 되었어요. 수원이나 부산에는 이런 피해자분들이 수천 명 정도 되는데 이분들은 특별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외국인 분들인데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없어요. 사실상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거의 없는 거죠. 저는 이 부분이 매우 차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외국인과 내국인이 같은 권리관계에 묶여 있는 경우도 꽤 있어요. 외국인 피해자들은 쫓겨나고 싶지 않아서 계속 경매를 유예시키고, 반대로 내국인은 빨리 해결하고 나가야 하는데 경매가 진행이 안 되니까 내국인과 외국인 피해자 간 갈등도 생기고 있어요. 

그렇다면 외국인 피해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그분들과도 소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철빈 : 규모는 500명 정도인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무적으로 너무 민감한 사안인 겁니다. 내국인도 못 들어가는 공공임대주택에 외국인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보니까 도저히 감당 못 하겠다라는 거죠. 그래서 다 배제가 되고 있어요. 이분들과 소통이 되기는 하는데 한국 체류 문제가 있어서 거주지가 불명확하면 추방 우려도 있고, 괜히 이런 활동을 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앞에 나서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거의 없어요. 그래도 한 번씩 연락이 되는 분은 있는데 이제 다 지치셨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정부나 사회가 이것을 수용해 주지 않으니까 지쳐서 포기하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이 부분에 대한 대안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박효주 : 말씀하신 것처럼 법 개정 이전에는 경매 차액이 없거나 피해 지원받기 어려운 경우, 공공임대주택 임대료를 10년간 지원하는 방식이 있었는데요. 외국인 피해자들은 이런 지원 자체를 받을 수 없어요. 그리고 긴급주택 제도를 통해 재난 상황 등에 제공되는 임시 주거 지원을 기존 2년에서 최대 6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임대료를 부담해야 해서 형평성에 맞지 않죠. 게다가 긴급 주택은 재고가 적기도 하고, 원룸형이 많아서 가족들이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집이 못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외국인 피해자들은 금전적 피해 규모가 더 큰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대출을 못 받기 때문에 계약한 돈이 모두 자기 돈인 경우가 많거든요.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서 본회의장에서 눈물을 흘리시던 분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개정된 법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철빈 :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최소한 보증금의 3분의 1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에는 LH가 피해 주택을 매입하고 피해자에게 경매 차익(LH 감정가-경매 낙찰가)을 돌려줬는데, 편차가 0~100%까지 매우 크게 났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100% 다 회복하고 어떤 사람은 한 푼도 못 건지고 강제로 공공임대주택에 살아야 해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는데, 개정된 특별법에서는 피해자가 적어도 보증금의 3분의 1은 회복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 주는 겁니다. 피해자가 경매 과정에서 배당받은 금액, 그리고 LH가 매입하면서 발생한 경매 차익, 공공임대 주거 지원이나 다른 민사 절차로 변제받은 금액들을 다 합한 금액이 보증금의 3분의 1보다 적으면, 나머지 부족분은 국가가 재정 지원으로 지급하는 것이에요. 피해자로서는 나중에 최소한 보증금의 3분의 1은 보장해 주는 거라서 큰 의미가 있고, 절차가 굉장히 오래 걸리지만 심리적으로 안정된 효과를 가져옵니다. 국가를 믿고 기다릴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외에 또 중요한 건 지자체에서 피해 주택 관리에 대해서 조금 더 좀 전폭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마련이 되었습니다. 기존에도 지자체가 피해 주택 관리에 개입해서 임대인이 해결하지 않는 여러 시설 하자나 공용 시설 문제들을 조치하긴 했는데요. 법 개정으로 단전, 단수, 하자 문제, 승강기, 소방시설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해 지자체가 전부 다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줄 테니까 임대인이 방치하고 떠난 주택에 대해서 안전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라는 근거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임대인들이 전세사기를 저지르고 전세 보증금을 탕진한 다음에 돌려줄 돈이 없어서 파산 신청을 많이 했거든요. 법원에 파산 신청해서 파산 면책 결정을 받게 되면 임차인에 대한 채무가 완전히 소멸하는 문제들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완전하지는 않지만, 임대인이 파산하면 임차인의 보증금 채권 중에 일부는 효력이 없어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방안이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임대인들이 이 파산제도를 굉장히 악용해 온 건데, 이것을 막을 방안들도 중요하게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효주 :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상당수가 위반 건축물인데, 이런 경우는 양성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LH에서 매입할 수 없어요. 그런데 지자체에서 양성화 심의위원회를 거치고 이런 과정들이 각각 다르고 오래 걸리거나 심지어 거절되는 경우들도 있어서 실질적인 주택들의 피해 회복이 굉장히 더뎠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절차 개선이 포함되어서 피해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마련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자나 누수의 경우 지자체가 소유권이 없어서 피해자들이 요청했을 때도 그동안에는 실효성이 없었는데 이제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되었어요. 승강기나 소방 같은 경우에 피해자끼리 직접 안전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승강기나 소방 같은 경우에는 법적으로 관리자가 임명돼야 하고 다세대 주택 같은 경우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직접 한 거죠. 그런데 이제 지자체에 권한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맡아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특별법에 포함되는 제도 개선 방안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박효주 : 처음에는 국회의원들도 어떤 내용의 피해가 있는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참여연대 논의를 통해 만든 것이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고, 이를 바탕으로 참여연대 이강훈 변호사님이 전세사기특별법 제정안을 만드셨어요. 그 안을 가지고 국회를 찾아다니며 설득을 했는데, 전세사기 피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어떤 입법이 필요한지를 정리한 ‘10문 10답’을 만들어 의원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이후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피해자들 안에서도 여러 이견이 있었지만, 시간이 더 지연되지 않도록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여러 쟁점에 합의하고, 조율하면서 개정안을 만들었어요. 특히 ‘선구제 후회수’ 방안의 예산 규모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정작 정부조차 어느 정도 예산이 필요한지, 최소한의 변제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국도시연구소를 통해 1,500명 정도 피해자 대상으로 등기부 등본도 다 떼서 설문조사하는 작업도 진행했어요. 그걸 근거로 소요 예산을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철빈 : 최초에는 피해자들이 원초적인 호소를 하면 시민사회 대책위에서 정책화하는 형태로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다음에는 피해자 대책위도 정책을 계속 접하면서 요구안을 같이 만들어서 전달하기도 했어요. 이번 개정의 경우는 작년 8월에 피해자 대책위, 시민사회 대책위,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을 다 모아서 참여연대에서 워크숍을 했었어요. 앞으로 우리가 어떤 내용에 주안점을 두고 개정 활동을 할 것인가, 우리의 요구 사항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서로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던 거죠. 그래서 5대 요구 사항으로 한번 정리를 했어요. 그리고 그에 맞는 법안이나 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정리하고, 그것을 가지고 피해자 대책위가 독자적으로도 많이 다녔습니다. 국회의원실도 가고, 국토부도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의원실 찾아다니면서 정리한 내용들로 발의 요청, 질의 요청과 같은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하나하나 쌓여가면서 특별법 개정까지 이르렀던 것 같아요.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다음으로 생각하시는 앞으로 운동 방향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철빈 : 당면 과제는 지방선거 대응인데, 지방자치단체에서 피해 주택 관리나 중앙 정부가 신경 쓰기 어려운 피해 지원 사업들을 하므로 어떤 단체장이 되는가, 어떤 사람들이 지방의회에서 활동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방선거까지는 피해자 대책위가 각 지역에서 열심히 후보들, 정당들을 만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개정되고 지원 체계들이 갖춰지는 건 너무 좋은데, 피해자 입장에서 이게 근본적으로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고 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거든요. 한편으로 세입자의 관점에서는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잃은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전세에 대한 포비아로 인해 월세로 가거나 혹은 집을 매매하는 흐름이 있는데, 그러면서 매매가가 치솟거나 월세가 올라가는 일들이 여전히 있거든요. 이런 부분에서도 세입자의 권익이 보호되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효주 : 당사자들과 오랫동안 주거 운동을 함께해왔지만, 이번처럼 일정 수준의 요구안이 제도화된 경우는 없었어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사기는 평등하다, 절대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줄 수 없다”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전세사기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고, 피해자가 만족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원 제도가 만들어진 점은 의미 있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전히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고요. 특히,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예방 대책의 주요한 부분인 주택임대차법 개정 운동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지 논의해 보려 합니다.

2026.04.23.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후 기뻐하는 피해자와 활동가들 (사진=염태영 의원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박효주 : 의외로 많은 분들이 주택 임대차와 관련된 중요한 제도들을 잘 모르세요. 특히 소액임차인 제도 같은 경우는 내용도 복잡해서 일반 시민들이 한 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시장 자체가 안정돼야 하는데,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전세 제도와 함께 대출·보증 같은 금융 구조도 같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세사기를 피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정부는 전세를 ‘주거 사다리’로 보는 관점이 굉장히 강하고, 언론에서도 전세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지금의 전세 제도가 안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의문이 들어요. 결국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작년 6월 1일 이후에 계약한 사람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는데, 그 부분도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느꼈어요. 예방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피해인데도, 일정 시점 이후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이재명 정부도 근본적인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아 아쉽기도 합니다. 주택 유형이 다양하다 보니 전세사기를 예방하려면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주택 상태나 권리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근거 자료들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게 없어요. 등기 의무화가 되어 있다거나, 다가구주택의 경우 내가 이 건물에서 몇 번째 임차인인지, 추후 경매로 넘어갈 경우 어느 정도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방법이 지금은 없는 거죠. 정부는 이런 등기 의무화 같은 대책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있어요. 부동산 정상화를 위해서는 주택 가격 안정이 중요하고, 주택 가격이 안정돼야 세입자들의 주거가 안정될 수 있어요. 그런데 정작 세입자 제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서울 아파트 가격만 정상화하면 주택 시장이 다 안정되는 게 아닌데도 말이죠. 그동안 어느 정부든 임대차 제도 개선에는 의지도 관심도 부족했고, 그 결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도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 전세사기 문제를 계기로 세입자 운동이나 임대차법 개정과 같은 더 근본적인 세입자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철빈 : 저는 두 가지 정도 얘기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정부든 국회든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 정보 비대칭 해소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어요. 세입자에게 정보를 많이 알려주면 전세사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미 임대차 시장에 위험한 주택 자체가 너무나 많고, 세입자로서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데, 미시적으로만 보고 위험한 주택은 피하고 다른 주택을 찾으라고 하는 거죠. 보증금 반환이 잘 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집을 선택할 때는 집의 시설 상태가 어떤지, 통근이나 통학하기에 괜찮은지, 주변에 어떤 입지가 있는지 등을 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정보 공개만 확대한다고 해서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자면 싱크홀이 발생했는데 ‘싱크홀이 여러 곳에 있으니 피해 가세요’라고 하는 것은 국가나 지자체의 온당한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싱크홀이 왜 발생을 했는지 어떻게 막아야 할지, 그리고 싱크홀을 메우고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게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로 들어선 정부에 아쉬운 점 중 하나는 계속 아파트 위주의 주거만 얘기한다는 겁니다. 대통령이 부동산 전쟁이나 초고가 1주택에 관해 얘기하시는데 저는 굉장히 먼 나라의 얘기처럼 느껴집니다. 소형 주택, 비아파트 시장에서의 주택 임대차는 윤석열 정부 때와 다를 바 없이 너무나 불안정하고 전월세값이 폭등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아파트에 의한 주거 안정을 계속 얘기하는 거 아닌지, 세금이든 재개발과 재건축이든 계속 아파트만 늘리면 주거가 안정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비아파트 주택 임대차를 어떻게 안정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고, 대통령 직속이든 국무총리 직속이든 주거 정책을 다루는 관계 부처들이 모두 모이는 회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월간<복지동향> 2026년 5월호(제3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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