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05-10   56542

[기획4] 지역은 교육격차의 단위인가, 맥락인가

김범주ㅣ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1. 들어가며

2024년 8월, 별안간 교육 이슈가 주요 언론사 경제면을 장식하던 날이 있었다. 한국은행 총재가 쏘아올린 ‘지역별 비례선발제’였다. 주장의 뼈대는 각 대학이 입학 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자는 것이었다. 서울대학교를 위시한 몇 대학의 결단을 주문했다. 입시 때문에 비서울 인구의 서울 집중 흐름을 억제하는 등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제법 응수했다. 언론이 일제히 주목했고, 한동안 세간에서 그의 말을 되새김했다. 법과 제도의 변경 없이도, 뭇사람들이 ‘교육개혁’이라며 일컫고 믿어온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라도 보는 것 같았다.

이 주장을 다시 논급하는 까닭은, 흔히 ‘교육’의 격차를 대학 진학 결과의 차이로 환원하거나 동일시하는 시각 때문이다. 교육 문제와 그 밖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혼동하지 않아야, 교육격차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과 과정을 진단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전략도 강구할 수 있다. 예컨대,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같은 시도는 고등교육 단계에서 교육기회 일부를 재배분하는 하나의 시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학 진학 결과의 차이는 ‘교육’의 격차와 동일시되기 어렵다. 이전 단계 교육에서의 학습 경험이나 성취가 곧바로 대학 진학 결과를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 정보 접근, 입시 전략, 대학 서열 구조, 재수·반수와 같은 추가적 기회의 확보 가능성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 결과의 차이가 적극적으로 조정된다고 ‘교육’의 격차가 해소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격차(disparity, 隔差)란 사전적 의미로 서로 다른 정도, 즉 차이를 가리킨다. 다만, 어떤 차이에 주목하여 격차를 논할 것인지는 바람직할 것이라고 여기는 평등한 상태가 전제되어야 한다. 즉, 바람직한 상태로부터 얼마나 충분하지 못한지를 드러낼 때 의미가 있다. 교육에서의 격차는 기회의 배분, 실행, 결과의 성취 등 과정 전반에 걸쳐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지역’은 교육격차가 드러나는 단위일 수 있지만, 동시에 그러한 격차를 만들어내는 맥락이 될 수도 한다. 같은 공교육 체제 안에 있더라도, 지역에 따라 학습 환경, 학교 선택의 범위, 사회적 관계망, 정보의 접근성, 사교육 기회를 포함한 가용 자원이 달라지는 만큼 차이는 확대될 수 있다.

이 글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기초로 작성되었다. 거칠게나마 교육격차를 살펴보면서 어떤 ‘차이’에 주목해야 할 것인지를 살펴보고, 관련하여 ‘지역’을 단위로 하여 나타나는 차이를 분석한 뒤, 어떤 관점에서 그 양상을 해석할 필요가 있는지를 제시한다. 나아가 ‘지역’이 적어도 그 차이를 확대하지 않도록 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맥락이 되도록 고민이 필요한 과제를 제안할 것이다.

2. 교육의 어떤 격차에 주목할 것인가?

교육 불평등을 살펴볼 때에는 흔히 학교의 사회적 체제(school social system) 모형이 활용된다.1 교육격차를 파악하려면 투입-과정-산출(Input–Process–Outcome), 또는 교육기회-교육과정-교육결과(Opportunity–Process–Result)의 측면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생의 학습행동이나 결과의 차이는 학교의 사회적 구조나 풍토와 같은 교육과정의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과정은 다시 학생 구성이나 교원 배치 등 학교의 투입 조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수준의 교육 평등을 목표로 삼느냐에 따라, 주목하려는 격차의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이론적으로는 네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교육이 학교 밖에서 사적으로만 이루어지고 국가가 거의 개입하지 않는 상태이다. 교육기회는 각 가정의 책임에 맡겨지고,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배분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학교교육의 평등 자체가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둘째, 기초교육의 기회가 보편화된 상태이다. 초등교육을 의무화하여 누구나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한 단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외견상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일부 계층만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으로 더 나아갈 수 있어 기존의 불평등이 유지되거나 확대될 수 있다.

셋째, 사회경제적 제약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모든 청소년에게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상태이다. 이 단계에서는 단지 형식적으로 같은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교육지원제도나 무상교육 등을 통해 배경에 따른 제약을 줄이고,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불리한 조건에 놓인 집단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교육기회의 실질적 평등을 추구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누구나 배워야 할 것을 실제로 배우는 상태이다. 이는 단지 학교에 다니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결과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초기의 불리한 조건을 상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고, 결과적으로 일정한 수준 이상의 학습 성과를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기에 포함된다.

교육 평등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불평등의 측정과 진단은 더 복잡해진다. 둘째 단계의 평등은 취학률이나 수학기간 같은 지표로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셋째 단계에서는 개인의 사회경제적 배경 정보가 함께 확보되어야 하며,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교육기회의 제약이 실제로 줄어들고 있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넷째 단계에 이르면 무엇을 ‘제대로 배운 상태’로 볼 것인지부터 논쟁의 여지가 발생한다. 학교를 마친 뒤의 직업, 소득, 사회적 지위까지 교육결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것은 교육 바깥의 경제·사회 구조에서 다루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견해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표1 교육 평등의 단계와 주요 관심 격차. 위에서 설명하는 교육 평등의 단계와 격차를 표로 정리함.

3. ‘지역’ 수준에서 나타나는 교육격차의 양상

교육결과 보장의 관점에서 지역 간 격차

지역의 교육격차를 살피려면 먼저 어떤 단계의 교육 평등을 지향할 것인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네 단계의 위계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교육격차는 취학 자체의 기회가 보편화되는 수준을 지나, 누구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실제로 배우고 있는지를 따지는 단계에 와 있다. 초·중등교육의 취학률이나 진학률만으로는 지역에 따른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기회의 제약을 줄이기 위한 제도로서 급부행정의 영역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지금의 교육격차는 학교에 다니는 동안 최소한의 성취를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 점에서 단일한 척도로 측정된 학업성취 결과가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고, 그 차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당국이 특정 지역에 대한 낙인이나 서열화의 조장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시도나 시군구 단위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지역규모를 대도시·중소도시·읍면지역으로 구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 차이를 살펴본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에 근거하여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에 대해 학생들이 교육목표를 달성한 정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1수준(기초학력미달), 2수준(기초학력), 3수준(보통학력), 4수준(우수학력)으로 구분한다. 이하에서는 수학의 1수준 비율과 3수준 이상 비율이 지역규모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다. 1수준 비율은 최소한도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나타내고, 3수준 이상 비율은 국가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두 지표를 함께 살펴보면 지역에 따른 교육격차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최근에 이를수록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다만, 여러 연도의 자료를 비교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동일한 학생 집단을 반복적으로 추적한 종단자료가 아니고, 매년 특정 학년의 학생 집단을 새롭게 조사하는 반복횡단자료이며 평가의 도구나 측정방식도 해마다 완전히 같지는 않다. 따라서 연도별 절대 수치의 변화를 그대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이하에서는 절대 수치와 함께, 각 연도 안에서 지역규모별 값이 전체 평균에 비해 어느 정도 높거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상대편차비율을 산출하여 살펴본다.

지역규모에 따른 중학교 3학년 학생의 학업성취 변화

중학교 단계에서는 3학년 수학을 중심으로, 지역규모에 따른 학업성취의 차이가 비교적 분명히 확인된다. 읍면지역에서는 최소한의 학습조차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확대되고, 일정한 성취 수준을 달성하는 학생의 비율 역시 감소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수준 비율은 대도시에서 가장 낮고 읍면지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2015년에는 대도시 4.2%, 읍면지역 5.5%로 격차가 1.3%p였으나, 2020년에는 각각 11.2%와 18.5%로 격차가 7.3%p까지 벌어졌고, 2024년에도 9.7%와 17.9%로 8.2%p 차이를 보였다. 반대로 3수준 이상 비율은 대체로 대도시에서 높고 읍면지역에서 낮다. 2015년에는 대도시 46.9%, 읍면지역 46.5%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20년에는 40.9%와 36.9%로 4.0%p, 2024년에는 39.6%와 31.4%로 8.2%p 차이가 나타났다.

표2 지역규모에 따른 수학 학업성취 수준별 비율: 중학교 3학년(2015~2024)

상대편차비율을 기초로 변화를 살펴보면, 최근에 이를수록 지역규모에 따른 중학교 학생의 교육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1수준 비율은 대도시에서 지속적으로 전체 평균을 하회하고 읍면지역에서는 이를 상회하는 반면, 3수준 이상 비율은 대도시가 전체 평균을 상회하고 읍면지역은 하회하는 구조가 지속된다. 특히 최근 시기로 올수록 이러한 편차의 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학교 단계의 수학 학업성취에서는 읍면지역 학생이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표3 지역규모에 따른 수학 학업성취 상대편차비율 변화 : 중학교 3학년(2015~2024)
그림1 지역규모에 따른 중학교 3학년 학업성취 격차의 변화(2015~2024)

지역규모에 따른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학업성취 변화

고등학교 2학년 수학의 경우에도 지역규모에 따른 학업성취의 차이가 나타나지만, 중학교 3학년에 비해 완화된 양상이다. 1수준 비율은 대체로 대도시에서 낮게 나타나지만, 읍면지역이 일관되게 가장 높은 것은 아니다. 2015년에는 대도시 5.3%, 읍면지역 5.7%로 차이가 0.4%p에 그쳤고, 2020년에는 대도시와 읍면지역이 모두 13.7%로 같았다. 2023년에는 대도시 14.3%, 읍면지역 18.5%로 격차가 4.2%p까지 벌어졌으나, 2024년에는 중소도시가 14.1%로 가장 높고 읍면지역은 11.2%로 더 낮게 나타났다. 3수준 이상 비율도 같은 점을 보여준다. 대도시에서 일정한 성취 수준을 달성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읍면지역이 항상 가장 낮은 것은 아니다. 2015년에는 대도시 49.7%, 읍면지역 54.8%로 오히려 읍면지역이 더 높았고, 2020년에도 각각 29.2%, 32.3%로 읍면지역이 더 높았다. 2024년에는 대도시 25.3%, 중소도시 24.8%, 읍면지역 25.6%로 세 지역의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표4 지역규모에 따른 수학 학업성취 수준별 비율 : 고등학교 2학년 (2015~2024)

상대편차비율을 기초로 변화를 살펴보더라도, 시간에 따라 일관된 경향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대도시의 1수준 비율이 대체로 전체 평균을 하회하지만, 읍면지역의 편차는 연도에 따라 등락을 반복해왔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전체보다 각각 31.5%와 20.2% 높았으나, 2020년에는 1.5% 높은 수준에 그쳤고, 2024년에는 오히려 전체보다 11.1%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도시는 최근 시기로 올수록 전체 평균을 상회하는 폭이 커져 2024년에는 11.9%만큼 높은 수준을 보였다. 3수준 이상 비율에서는 대도시가 전 기간 동안 전체 평균을 상회하고, 중소도시와 읍면지역은 대체로 이를 하회한다. 다만 읍면지역의 하방 편차는 중학교 단계만큼 크지 않고, 2024년에는 -2.1%로 전체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표5 지역규모에 따른 수학 학업성취 상대편차비율 변화 : 고등학교 2학년(2015~2024)
[그림2] 지역규모에 따른 고등학교 2학년 학업성취 격차의 변화(2015~2025년)

4. 지역의 교육격차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지역규모에 따른 교육격차의 양상은 학교급 간에 다소 차이가 있다. 수학 과목을 기준으로 중학교 3학년에서는 대도시와 읍면지역의 차이가 비교적 분명하고, 최근으로 올수록 그 편차도 확대되는 흐름이 확인되었다. 반면 고등학교 2학년에서는 같은 방향의 격차가 일부 나타나지만 중학교 단계만큼 구조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떤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우선, 앞서 살펴본 지역에 따른 차이를 곧바로 지역 자체의 직접 효과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엄밀하게 지역이 미치는 영향력을 검증하려면,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학교의 특성 등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들이 통제되었을 때의 비교 결과가 필요하다. 즉,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읍면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학생이 교육적으로 불리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참고로, 한국교육개발원 학업성취 영향요인을 충분히 통제하여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중학생 수학 학업성취에 대하여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집단의 경우 읍면지역과 도시 지역 간에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고, 기초학력 이상 학생 집단에서는 읍면지역과 도시 지역 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 즉, 적어도 중학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3수준 이상 비율로 나타난 지역적 격차는, 지역이 맥락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추정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지역의 의미를 축소해서도 곤란하다. 학생의 학업성취를 직접 설명하는 요인으로서의 지역과는 달리, 학생들이 놓인 조건을 오랫동안 형성해 온 배경으로서의 지역 맥락이 구조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지역이 단지 지리적 표지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기회와 학습 경험, 학교 선택, 정보 접근, 사교육 활용, 또래 구성 등에 차이를 구조적으로 반영하는 생활 조건의 집합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서 2018년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의 격차 중 92%가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했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3

5. 지역이 교육격차를 완화하는 맥락이 되려면

지역이 지니는 직접적이고 순수한 효과의 결과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상대적으로 비서울·비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은 최소한의 교육결과조차 충분히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러한 경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학생의 성장과정을 종단적으로 살펴보면, 초기 학업성취 수준은 이후의 교육경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기에 기초학력 미달 상태에 놓인 학생이 이후 학교급에서 기초학력 이상 학생을 따라잡는 일은 쉽지 않다. 결국 읍면지역에서 성장한 청소년은 대학 진학이나 이후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서울과 도시 지역의 학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기 어렵게 된다.

이 점에서 지역의 교육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은 대학 입학 단계에서의 결과를 조정하는 데 그쳐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은 학생을 선별하는 기준이 아니라, 취약한 조건을 보완하는 정책 단위가 되어야 한다. 즉, 입시 이전 단계에서 공교육이 잘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와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이른 단계에서 형성되는 학업성취의 차이를 줄이고,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교육 조건이 최소한의 성취 보장을 가로막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조기에 파악하고, 보충학습과 개별 지도를 충분히 제공하며, 학습결손이 누적되지 않도록 학교 안에서 더 촘촘한 지원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교육결과의 평등이 진정한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문화·사회·경제적 조건의 집합으로서 지역이 지니는 초기 불평등 상태에 국가가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초기의 불이익을 상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과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결과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물론 교육 내적 조건을 정비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의 교육격차를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역을 떠날 수 있는 사람과 떠날 수 없어 남는 사람 사이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유지되는 ‘지역 식민화’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높은 열의와 우수한 역량을 가진 교사를 확보하기조차 어려워질지 모른다.

|미주|

  1. B. Brookover, C. Beady, P. Flood, J. Schweitzer, & J. Wisenbaker, 1979, School Social systems and student Achievement: School can make a difference, New York: Praeger Publishers ↩︎
  2. 박경호 외, 「2020 한국교육종단연구: 고등학생의 교육 경험과 성장(II)」, 한국교육개발원, 2020. ↩︎
  3. 정종우·이동원·김혜진, 「입시경쟁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BOK 이슈노트」 제2024-26호, 한국은행, 2024.8.27. ↩︎

월간<복지동향> 2026년 5월호(제3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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