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10-08   2150

[편집인의 글] 금융화와 복지 : 복지의 금융화는 당연하지 않고, 금융자본을 위한 복지는 안된다

남기철 | 동덕여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금융과 금융화는 요즈음 일반 국민들에게도 많이 화두가 되곤 하는 이야기 소재다. 주가지수는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와 같은 투기적 상품은 주가지수 변동성을 훨씬 능가하는 정도로 이익이나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경제 현실이 ‘타짜’를 관람하는 것 같다. 주택가격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제 주식 혹은 부동산 등으로 자산 증식을 모색하는 것이 FOMO의 문제를 넘어 생존을 위한 과업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혹자는 요즈음 월급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투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어떤 조사에서는 상당수의 청년층이 스스로에 대해 노동자나 창업가라기보다는 투자자로 정체성을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로 근로소득에 비해 투자(자본)소득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고 편하게 돈을 벌려는 생각만 많다고 ‘꼰대스럽게’ 눈을 흘길 수도 있다. 또 반대로 누군가는 세상의 변화를 모르는 개미와 베짱이 같은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답답함을 토로할 수도 있다. 돈을 굴려야 한다는 상황이 투기적 이해관계를 통해 사회적 균열의 심화로 연결되고 있다.

고전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진전은 금융자본의 성장과 연결된다. 금융은 자본주의 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필요한 기제이다. 통상 경제에서 금융의 비중은 단지 원활한 생산을 위한 도구적 활성화의 수준에서 점점 더 확장되어 가고 있다. 금융화는 금융상품의 중개를 통해 교환이 촉진되는 경제과정이다. 빠르게는 서구에서 1980년대 이후부터 금융자본주의 발전의 묘사에 금융화라는 용어들이 사용되었다. 부채와 자본비율이 증가하고, 금융서비스가 다른 부문에 비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양상으로 금융화가 포착되곤 한다. 금융화는 기본적으로 산업경제에서 서비스경제로 이전하는 상황의 단면이기도 하다. 어떤 학자(Goodell Ugalde, Elliot, 2024)는 자산의 교환가치와 실제 시장가격 간의 괴리를 통해 허위자본이 창출되는 과정이라고 금융화를 묘사하기도 했다.1 얼마 전부터 자산 토큰화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출, 국채, 대체투자자산 등 다양한 형태로 금융 및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상품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주택시장의 금융화는 그 엄청난 규모로 인해 특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거의 담보대출과 같은 수준을 넘어 모기지와 역모기지, 주택담보채권의 유동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거액의 자본이 이익을 좇아 세계자본시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누군가의 주택구입자금을 위한 대출은 증권으로 유동화 과정을 거쳐 곧장 다른 나라 연기금의 투자처가 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같은 양상은 아니다. 소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 촉발에서 보았듯이 미국은 주택금융화가 매우 두드러진다. 주택금융은 성장전략을 위한 중요한 동력원으로 취급되고, 부채를 통한 주택구입의 자극, 역동적인 모기지 유동화를 추구한다. 특히 주택기반의 금융화된 성장전략은 주택가격의 상승과 거품 및 불안정성을 부작용으로 가져오기도 한다. 반대로 독일과 같은 경우는 주택시장을 금융화하는 것에서 다소 보수적인 입장의 모기지 시장을 지향하였다. 제조업 수출에서의 가격경쟁력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안정성을 더 강조하는 입장이었다. 독일에서 주택시장 금융화는 미국에서만큼 성장전략의 동력원으로 부각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화는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만이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성격을 달리한다.

금융화는 사회복지와도 구체적인 측면에서 밀접한 관련성을 나타낸다. 금융화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주택금융의 확대, 사적연금에 대한 의존, 보건과 돌봄 서비스의 영리화, 사모펀드의 사회서비스 영역 진출 양상 등이 두드러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본격화되는 모습들이다. 사실 근대적 사회보장의 중요한 축이 사회보험이었던 것에서 보는 것처럼, 사회복지가 어느 정도는 금융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위험에 대응하는 지출과 소비의 여력을 만들어주고, 이를 위해 횡단적 혹은 종단적으로 자금의 분산 혹은 집중을 모색한다. 비슷한 측면에서 보험회사들은 자신들의 업(業) 특성이 복지증진과 같이 ‘시련과 역경 극복’에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맞는 이야기다. 금융은 사회복지를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공적연금기금의 안정적 운영, 생애주기상 필요한 자금의 비축과 조달을 위한 프로그램, 사회서비스 인프라에서 시설확충 등 고도화 재원으로서의 활용 등이 흔히 볼 수 있는 예이다. 그러다보니 금융화를 기술적 문제로만 여기고, 적응하고 발전시켜야 할 첨단의 환경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마치 근대화론에서의 논의처럼 금융화를 발전시켜야 할 기술적 과제로만 여기는 것이다. 파생상품의 단계가 고도화되고, 경제활동에서 적은 규모의 투입으로도 많은 이득과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금융과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화는 가치중립적이거나 고도화될수록 좋은 지식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맥락을 동시에 감안해야만 하는 사안이고, 그 고도화나 증진만큼 경계와 통제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화는 과도한 부동산 중심의 대출 금융 활용, 가계부채를 통한 지출과 사회위험 대응, 임대소득과 금융투자를 통한 소득보장 부족분 만회, 부동산 중심의 금융화, 민간 중심 돌봄과 사회서비스의 공급에서 금융자본의 비중 확산과 같이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 각각의 양상들은 사회복지 측면에서는 큰 위험요소를 내포한 것이다. 금융화는 복지와의 관계에서 그 재원, 서비스의 공급 및 이용 방식이 자산과 부채, 금융시장, 민간투자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는 구조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택과 전세보증금이 가계 금융화의 중심이라는 점, 공적인 소득보장의 부족을 부동산·사적연금·계속근로로 보완하려는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주거·생계·창업·돌봄 등 사회위험의 완충수단으로 지나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 장기요양보험 등 공적 재원에 기반하면서도 민간공급 비중이 높은 장기요양·사회서비스 체계가 금융자본의 진입에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 자산보유와 신용접근성의 차이가 생활의 안정성과 서비스 접근성까지도 좌우한다는 점 등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복지동향의 기획주제는 금융화와 복지에 대한 부분이다. 연금에서 두드러지는 금융화의 문제, 노인돌봄과 요양 분야에서 금융자본의 진출과 욕구, 실손보험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보건의료 영역의 금융자본 이해관계, 주택금융화가 주거복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4편의 글을 통해 금융화의 광풍이 우리나라의 주요한 복지영역에 야기하는 문제들을 검토하였다.

먼저 주은선 교수는 연기금의 규모 팽창과 금융시장 투입 확대, 연기금 운용에 대한 규제 완화로 나타나는 연기금의 금융화를 살펴보면서, 연기금 금융화를 가져온 기본적 맥락으로 민영화, 시장화를 추구한 국가의 연금개혁을 지적하였다. 연금개혁은 노동자의 복지를 담보로 진행되는 자본시장 개혁이자 사회보장기금을 금융자본화하려는 신자유주의적 재편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연금개혁은 금융자본의 이해에 부합하는 반면, 노후소득보장은 금융시장 변동의 위험에 노출된다. 연금제도의 소득재분배 효과 감소 및 중간층 이하 소득층의 보장성 약화, 복지국가의 기반인 사회연대성 약화와 사회구성원 개인의 투자자로서의 이해관계 형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국가 주도의 연기금 금융화는 연금 본래의 집합성과 사회연대성에 기초한 노후소득보장 체계로서의 본질보다 금융자본주의를 강화하는 물질적 정서적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권현정 교수는 노인돌봄분야 특히 요양시설과 관련하여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사모펀드를 비롯한 금융업의 진출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러한 양상을 경험했던 서구에서 영리적 민간자본에 의한 서비스의 품질이 낮다는 기존 연구의 결과들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M&A를 활용하면서 한편으로는 매각이나 폐업도 빈번하여 서비스의 안정성도 문제가 되었던 금융자본의 경험들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장기요양보험에 공적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만큼, 금융자본의 개입이 돌봄의 보장과 서비스 품질과 효율성에 긍정적인지, 혹은 공공성을 저해하며 돌봄의 계층화를 유발하지는 않는지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과 경계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김성이 연구원은 실손보험의 전개를 중심으로 금융화의 과정을 통해 금융자본의 이해가 의료공급과 공공정책의 판단기준으로 자리잡히게 된 우리나라의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된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문제를 저축과 금융투자로 각자 대비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변칙적인 필수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가가 실손보험을 통해 의료에서 금융화를 매개하고 확산하는 축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상품화를 넘어선 의료의 금융화 상황은 국가와 금융자본이 보건의료를 서비스 산업화의 성장동력으로만 주목하면서 건강권은 방기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후빈 교수는 주택 금융화에 따라 기존 주거복지정책 대상자인 저소득층과 아울러 새로운 정책대상인 (시장에서 스스로 내집 마련이 어려워진) 중간계층이 제로섬 게임에 해당하는 두 장의 청구서를 각각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화는 집값 상승으로 인해 이득을 본 사람들에게는 수익의 확대를 가져다주었지만, 그 비용의 청구는 내 집 마련이 막힌 중간계층과 주거비 부담이 커진 저소득층에게만 재정적 경합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금융화를 통해 과거보다 더 큰 자본이득을 취한 사람들에게는 주택가격과 주거비용 상승에 대한 비용이 청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필자는 주택의 탈금융화와 아울러 주택영역에서 발생하는 자본이득의 사회적 회수를 주장하고 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금융화를 복지와 무관한 남의 일로 여겨서는 안된다. 어쩌면 금융화가 사회복지의 역할과 형태에 대해 본질적인 측면에서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맥락과 조건일 수 있다. 부채에 의존하지 않는 주거보장, 연금의 공공성 강화, 자산이나 금융접근성에 따라 심화되는 생활위기 극복능력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 돌봄기관의 소유·재무구조 투명화, 자본의 수익성이 아니라 건강권에 이바지하는 보건의료 체계, 공공·비영리 사회서비스 공급기반 확충 등 금융화의 시대에 사회복지가 더 깊게 고민해야 할 주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사회복지는 금융화에 따른 종속변수만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사회복지 체계가 금융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내실 있는 공적 연금은 영리적 금융영역에 통제 기전이 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이나 주거비보조가 충분하다면 주택금융화가 비대하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융화는 사회복지가 어쩔 수 없는 사회고도화의 결정론적 양상이 아니다. 금융화 이전의 기존 사회복지 방식이 유지되기 어려운 충분히 강력한 도전을 제기하지만, 한편으로 구체적인 국가 상황에 따라 양상과 결과도 다양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 정부 정책에서는 금융투자 활성화와 서민복지증진은 모순없이 양립가능한 것처럼 병렬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내용적 마찰은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금융화 시대의 복지가 금융자본의 이익구현에 앞장서는 수단이어서는 안된다. 복지의 금융화가 무조건 당연한 것도 아니다. 금융자본의 손익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과 복지욕구가 정책적 판단의 기준이어야 한다. 취약한 집단이 배제되는 것은 금융화의 흐름에서 당연한 것으로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복지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 미주 |

  1. Goodell Ugalde, Elliot. 2024, “In Defence Of Marx’s Labour Theory Of Value: Vancouver’s Housing ‘Crisis.” , Cultural Logic: A Journal of Marxist Theory and Practice, 26 (2024): 69-101. (https://ojs.library.ubc.ca/index.php/clogic/article/view/199490) ↩︎



월간<복지동향> 2026년 10월호(제3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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