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공동모금의 발전

시민참여로 이뤄내자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활동, 특히 지원사업과 관련된 논의가 분분하다.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측에서는 공동모금회가 전통적인 사회복지 영역, 즉 사회복지법인인 시설·기관·단체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며, 오히려 사회복지법인이 아닌 민간비영리단체(시민사회단체, 종교법인 등)의 사회복지사업과 비인가·미신고시설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이며, 이러한 지향이 잘못됐다는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지적들은 사회복지계 전체를 대표하는 의견이 아니며, 그동안 사회복지사업기금에서 지원을 받아왔던 일부 단체와 공동모금회 신청사업에서 선정되지 못한 일부 단체, 그리고 공동모금회 활동에 소왜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일부의 의견이 마치 사회복지계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제기가 사회복지 영역내의 토론을 통해 일정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일부 언론과 일부 국회의원을 통해 제기됨으로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활동에 대한 흠집내기 혹은 정치공세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사회복지 영역내의 협력 및 연대의식의 부재, 이분법적인 사고, 토론의 수준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는 사례이다. 또한 최근 사회복지계의 변화 – 투명성 제고, 평가, 경쟁력 제고, 제도 개선 등 – 에 대해 부응하지 못한데서 이러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활동과 관련,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중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일반시민단체들이나 엉뚱한 사업에 지원됨으로써 헛되이 사용되고 있다. 둘째, 공동모금회가 직접적인 생계비지원보다는 심리치료나 교육훈련사업 등에 지원비중을 크게 두었다. 셋째, 고아원, 양로원 등에 지원됐던 춘계부식비, 김장비, 피복비 등에 대한 지원이 2000년 지원사업에서 전액 삭감됨으로써 복지시설 입소자에 타격을 입혔다. 이밖에 '엉뚱한 지원', '푼돈 지원', '너도나도 복지', '외면되는 지원 요청' 등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열거함으로써 앞서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보도내용은 우선 공동모금회 배분결과에 대해 몇가지 지엽적인 자료와 수치를 매우 주관적이며 자의적으로 해석, 인용했다는 점에서 정확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공동모금회의 20명에 이르는 배분심사위원들이 현재 한국사회복지계의 문제와 향후 발전방안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공정한 심의절차와 선정과정을 거쳐 배분대상 사업을 선정하였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복지에 대한 단순하고도 편협한 인식을 기준으로 그 결과를 해석함으로써 일반 국민의 복지에 대한 인식을 오도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부적절한 지원사업들의 예로 몇가지 사업들을 거론하면서도, 그 사업에 대해 지원하게 된 심사위원들의 심사 근거에 대해서는 전혀 거론하지 않으면서 사업 실행상의 부분적인 오류와 특성을 확대하여 전체 사업의 성격을 변질시키거나 또는 사업에 탈락한 사업자들의 견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기사의 형평성이 심각히 훼손된 결과가 되고 말았다.

공동모금회는 이러한 문제제기가 향후 공동모금제도의 발전을 통한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폭넓은 지원방안, 한국사회 후원기부문화의 확대를 통한 시민사회의 확장방안, 고실업사회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회복지계의 협력과 연대 방안 등 더욱 적극적인 측면에서의 토론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공동모금회는 이러한 논의와 토론의 과정을 통해 공동모금회의 투명성, 책임성, 포괄성 등을 더욱 제고하고 공동모금회가 '시민공동의 장' 으로, 그리고 '공동체 건설' 을 향한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도록 더욱 노력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첫째, 공동모금회가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일부의 문제제기는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밝혀 둔다. 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계의 핵심적인 주체가 사회복지법인 또는 비영리법인(종교법인등)이 운영하는 사회복지기관·시설임을 인정해, 지원결과도 1999년사업에는 전체 지원사업의 80%정도가, 2000년 사업에는 74%정도가 이에 집중되어 지원되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의 사회복지사업도 결식아동 지원, 무의탁 노인 지원, 자원봉사 참여 증진 등 사회복지 중간집단의 육성 및 사회복지서비스의 발전을 위한 사업들이다.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공동모금회의 지원대상이 되지 않는다거나 더 나아가서 이들 시민사회단체의 사회복지사업 참여를 비전문가의 어설픈 참여 정도로 폄하하는 것은 민간사회복지와 관련된 지역사회의 참여 증진, 시민사회단체의 역할 강화라는 사회복지 영역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영역다툼' 혹은 '기득권 주장'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0여년간 사회복지의 발전은 지역사회에서 빈민아동, 결손아동, 도시빈민 복지를 위해 헌신해 온 지역운동가들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들의 노력에 의해 아동보육의 발전이 이루어졌고, 저소득층 자립·자활 모델이 확산되고 있으며, 서로돕는 지역사회의 공동체 모델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지금까지의 사회복지 폐쇄성을 극복하고 전통적인 사회복지 기관·시설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참여집단 간의 연대와 협력의 과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사회복지예산 확보 등 사회복지계의 다양한 과제가 시민사회단체(NGO, NPO)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복지계는 이들 시민사회의 사회복지활동 참여를 백안시하거나 영역의 상실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계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펼침으로써 아직도 산적해 있는 사회복지계의 숙원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동반자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미인가·미신고시설에 대한 지원은 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서비스의 발전이 시설의 사회화, 지역사회의 통합적인 접근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되고 있다. 공동모금회가 미신고·비인가 시설을 높은 비율로 지원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미신고·미인가 시설의 경우 각종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부재, 행정력 미흡 등으로 공동모금회, 기업복지재단, 정부 등의 프로젝트 사업에 신청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이는 그동안 사회복지사업법이 민간의 사회복지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육성 정책을 펼치기 보다는 신고 및 인가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진입규제 정책을 펴 많은 수의 미인가·미신고시설이 존재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결과 이러한 시설들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로 남아, 투명한 운영, 적절한 프로그램개발, 후원자 확보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신고·비인가 시설은 그동안 학대 아동, 매맞는 여성, 가출청소년, 노숙자, 부랑인, 나장애인 등 시설보호가 어려운 '이웃' 들을 보호해 왔으며, 이러한 활동이 어느 정도 사회안전판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각종 '쉼터' 등의 일시이용시설, 중장기이용시설, 공동체 가족모임 등 소규모 중단기형 프로그램의 확산은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구축을 위해 그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물론, 일부 비인가·미신고 시설들의 경우 종교적, 개인적 이유로 잘못 운영되고 있는 곳도 없지는 않지만, 그러한 곳은 공동모금회 지원대상에 포함돼지도 않는다.

정부 역시 이러한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중요성을 인식,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해 미인가·비신고 시설을 신고 및 인가시설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향후 공동모금회는 이들 시설이 적절한 환경조성, 전문사회복지사의 참여, 투명한 운영 등의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데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사회복지인력, 프로그램, 재정 등 전문성과 투명성을 갖춘 사회복지법인 기관·시설들의 이들 미신고·미인가시설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통한 비전문성 및 영세성의 탈피 및 시설의 사회화 강화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셋째, 시설보호자 등에 대한 직접적인 생계비 지원 문제는 국가의 복지책임주의에 의해 지원되어야 하며, 공동모금회는 다양한 사회복지 욕구에 대응하는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지원함을 밝혀 둔다.

공동모금회는 1999년 춘계부식비 및 김장비 약 10억원, 자립정착금 및 피복비 약 10억원, 경로식당 및 무료급식소 운영비 약 10억원 등을 포함해 약 41억원을 나장애인재활수술, 나정착촌 양로시설 운영, 혼혈아동 가정지원, 65세 이상 노인 실명예방사업, 시각장애인 안마수련원 운영비 등에 지원했다. 이중 자립정착금 및 피복비, 경로식당 및 무료급식소는 2000년 보건복지부 예산사업에 포함됐으며, 춘계부식비 및 김장비, 나정착촌 양로시설 운영 등의 사업도 국가 지원사업으로 판단해 추후 정부 예산사업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모금회는 2000년도 지원사업을 예로 할 때 지원대상자에게 금품상 또는 의료서비스상의 지원이 직접 지급되는 사업을 전체의 48.7% 선정했으며, 이를 통해 저속득층에 대한 직간접적인 생계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욕구 충족이라는 측면에서 아동학대 예방, 수양부모확산사업, 매매음여성 자립지원활동, 외국인노동자의료공제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공동모금회의 지원방향은 기존 전통적인 사회복지사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회복지에 대한 시민참여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시민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미신고시설 등을 지원대상으로 포괄하고 있다. 또한 시민참여로 마련되는 기금의 규모를 확대해 더 많은 사회복지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공동모금회가 갖고 있는 기부금품 전액에 대한 손비처리, 연중모금 등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사회복지 영역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크기를 확대할 수 있다.

공동모금회는 앞으로 '이웃의 발견', '공동체 건설'을 향한 노력을 통해 우리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지원하는데 적극 참여할 것이다. 공동모금회는 또한 한국사회의 후원·기부참여를 확산하는데 밑거름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더욱 많은 사회복지사업이 활성화되고 한국사회를 지탱해가는 수많은 중간집단, 자원봉사집단, 자조집단 등이 육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적극적인 시민참여를 통해 서로돕고 살기좋은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공동모금회의 활동에 많은 조언과 격려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한명섭 / 공동모금회

월간 <복지동향> 1999년 10월호(제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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