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맞이하며 여성연합은 모든 분야의 성(性)주류화를 위한 활동을 전제로 하면서 “빈곤과 폭력 추방”을 핵심 주요 사업으로 채택하였다. 이로써 여성연합과 회원단체는 성(性)주류화 관점에 입각한 여성복지정책 실현을 여성운동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빈곤과 폭력 추방을 위한 사업 목표로는 첫째, IMF이후 더욱 극심해진 여성의 빈곤에 대한 국가적 대책 촉구·대안 마련. 둘째,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과 차별에 대한 사회적 대책 및 의식개혁의 전기 마련. 셋째, 빈곤과 폭력에 대한 한국여성운동의 지구적 이해 증진 및 여성운동단체간의 연대 강화. 넷째, 세계여성운동과의 연대로 설정하였다.
이상과 같은 목표 하에 전개된 주요 사업은 다음과 같이 범주화할 수 있다. 먼저 여성복지에 관한 관점 및 개념 정립, 둘째, 여성주의적 복지 모델과 이슈 개발, 셋째, 미흡한 제도와 법 개선, 넷째, 여성복지문제(특히 빈곤과 폭력)에 관한 국민적인 합의수준을 높이고 국제적인 연대 활동 강화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범주를 중심으로 2000년 여성운동이 전개한 여성복지활동을 정리하고 2001년의 전망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2000년 여성복지 활동과 성과
2000년 여성복지 동향 파악에서 먼저 첫째 범주에 해당하는 사업으로는 여성건강에 관한 것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소홀히 해 왔던 여성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여성건강 개념을 정립하고 이에 기반하여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의료 복지 체제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성연합은 지난 4월 “여성건강 내부 워크샵”을 통해 현재의 의료체제가 남성 중심적이고 건강과 질병을 평가하기 위한 규범이나 연구 역시 남성의 경험만 중시한 전통적인(부권적인) 관점이었기에, 여성건강 연구도 출산과 사람을 돌보는 일, 즉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에 국한된 것이었다고 비판하였다. 따라서 여성주의적 관점의 건강과 질병 이해는 여성과 남성의 경험이 통합되어 ‘여성과 남성의 공통점을 인정하면서 남녀간의 차이를 강조하고 생명의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특히 ‘여성 건강은 한 사회 안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치 곧 여성의 지위를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며, ‘여성이 주체가 되는 건강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이외에도 회원단체를 대상으로 제3차 여성복지학교를 개설하여 여성주의적 관점을 가진 복지 인력의 리더쉽 강화 훈련을 실시하였다.
둘째, 여성주의적 복지 모델과 이슈 개발 사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과 관련하여 성인지적 여성자활 모델 제시와 생애주기에 따른 여성폭력에 관한 이슈 개발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여성자활 모델 개발과 관련한 사업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는데, 하나는 회원단체인 한국여성연구소의 연구활동으로 수행된 “성인지적 여성자활모형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자활지원사업은 성인지적 관점으로 수행되어야하며, 여성자활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을 고려한 여성자활 전략은 두 가지 방식, 하나는 특성화된 여성자활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현행 자활지원 사업에 여성이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특성화된 여성 자활프로그램으로 포괄적인 지원망인 One-Stop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여성자활사업이 지향해야할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여성자활 모델 사업과 관련한 두 번째 주요한 사업은 창업시범사업이다. 이 사업은 실직 여성가장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창업을 위한 훈련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6명의 실직여성가장을 중심으로 “어머니의 뜰”이라는 한정식 집을 개업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구성원 모두가 여성으로 평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민주적인 합의 방식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이 사업은 바람직한 여성 창업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제도와 법 개선 활동이다. 이 활동은 지난 한 해 동안 여성운동이 가장 집중한 분야이기도 하다. 여성운동은 지난 10여 년 동안 성차별적인 법과 제도 개선운동을 통해 어느 정도 남녀간의 형식적 평등을 획득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여성관련법이 정부의 임기응변적 혹은 무원칙에 입각한 대응 차원에서 제정됨으로써, 여성들의 요구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복지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여전히 여성에게 불리하고 불평등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여성운동은 폭력에 관한 법 중 부부강간을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폭력특별법” 개정과 가정폭력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보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가정폭력방지법” 개정 운동을 전개하였다.
빈곤화 방지를 위한 것으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보호를 위해 노동관계법(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개정 운동을 전개하였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해 출산수당제 도입, 모성보호 사회비용 분담화를 위한 관련법 개정, 이혼시 혼인기간에 대한 국민연금수급권 부여, 방과후 아동보육 활성화를 위한 제도 모색 등을 통해 여성 및 가족 복지 기본선을 확충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 모든 분야에서의 성주류화 정책을 추구하기 위한 제도 개선 활동은 “중앙부처 여성정책 전담부서의 위상 강화”, 즉 여성부 설립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활발히 전개된 법과 제도 개선 운동은 여성부 신설, 국민연금수급권 확대를 제외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이렇다할 성과를 보지 못했다.
넷째, 여성 빈곤과 폭력 문제에 관하여 국내적으로는 국민적인 합의수준을 높이고 국제적으로는 연대 강화 사업을 전개하였다.
이 같은 국내·외적인 활동은 동시에 전개되었는데, 2000년 3월 8일 우리 여성들이 전세계 여성들과 함께 “빈곤과 폭력 추방을 위한 세계여성대행진”을 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세계여성대행진의 주요 목적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를 배격하고 정부와 국제기구, 시민사회가 구조개혁을 하도록 견인하며, 여성단체들간의 연대운동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 하에 우리 여성들은 세계 여성들과 발 맞추어 ‘빈곤 NO! 폭력 NO!’, ‘신자유주의 NO! 가부장제 NO!’라는 슬로건과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걸고 대행진에 참여하였다. 이 행진은 10월 14일 동시에 개최된 한국대회 및 세계대회를 통해 여성의 힘으로 “빈곤과 폭력 추방을 위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항”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전세계적으로 알리고 여성들간의 국제 연대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고 막을 내렸다.
성(性)주류화 관점에서 복지의 제 영역과 개념 재정립
이상과 같이 지난해 여성운동 진영의 여성복지 활동과 성과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90년대 여성운동의 노력에 의해 여성복지 관련법과 제도가 정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여성의 삶은 전기고문, 물고문 등 잔인한 가정폭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정선호 사건이나 군산 대명동 매춘업소 노예매춘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빈곤과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아울러 여성복지에 대한 관점 확립이나 개념 정립조차도 미흡한 상태이다. 따라서 이 글도 여성현실에 기반하여 정부의 복지정책과 여성운동의 활동이 여성의 삶의 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한 한계를 갖는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이후 여성복지의 과제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다.
2001년도 여성복지의 과제는 먼저 성(性)주류화의 관점에서 복지의 제 영역과 개념을 재정립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여성의 경험과 욕구에 기반한 복지 모델과 이슈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기존의 여성복지관련 법과 제도의 정착화와 함께 미흡한 내용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계층별 여성의 특수한 삶의 조건과 경험이 고려된 여성복지정책에 관한 국민적인 합의수준을 높이는 사회여론화 작업이 수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화에 따른 빈곤의 여성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연대 강화 활동이 지속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장기적·지속적인 과제와 함께 지난해 제기된 빈곤과 폭력 추방에 관한 여성복지 각론에 대한 과제 수행이 병행되어야 한다. 즉 성(性)인지적 여성자활지원사업의 정착화, 미혼여성 및 여성장애인 자립지원 방안 마련, 성폭력·가정폭력관련법 개정, 여성건강권 확보를 위한 이론 정립과 정책 제안, 2001년 아동의 해를 맞아 영유아 및 아동 보육서비스 확충 및 공공성 확보 운동 등이 중점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2월호(제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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