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2-10   758

빈곤과 불건강의 악순환을 깨야

의료보호법 개정 방향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에 따라 수급권자의 의료급여의 내용을 새롭게 정해야 할 의료보호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기존의 의료보호법에서 큰 변화가 없는 새로운 의료급여법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이에 맞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정신을 살리는 의미의 새로운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장을 위한 법률인 "국민기초건강보장법"을 최영희 의원(민주당)이 발의하였다.

올바른 의료보호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로 약함)에서는 의원입법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며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의 개정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두 법은 우선 명칭부터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종별구분과 본인부담금이 가장 큰 쟁점이다.

정부 입법안에 의하면 수급권자를 근로능력에 따라 구분하고 근로 능력이 있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는 가구를 2종 의료급여 대상자로 하여 이들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을 부과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대위를 위주로 한 시민단체에서는 다음과 같은 근거에서 종별구분과 본인부담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첫째, 기존의 1종 환자들도 각종 비급여 항목으로 인하여 실제 본인부담금은 높기 때문에 법정 본인부담금을 없애더라도 정부가 우려하는 바와는 달리 도덕적 해이현상으로 인한 의료이용의 폭증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들 저소득층에게는 약간의 본인부담금도 의료이용의 장벽으로 작용하여 필수적인 의료이용을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여러 조사 자료에서 증거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현재 기초생활보장법에서 평가하는 근로능력 유무는 소득과는 무관한 것으로서 근로능력이 있다해서 진료비를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많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능력에 따라 종별 구분을 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설사 근로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 수급권자로 지정된 이들의 근로능력은 매우 미미하여 이들에게 본인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회적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더욱이 선진외국의 경우 공공부조 대상자가 최소 전체 인구의 10%를 상회하나 우리 나라의 경우 3%에 불과한 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국제적인 관행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종별 구분 기준은 사회적 형평성에도 어긋나

셋째 이를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단체 간에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것이 2종 본인부담금을 철폐하였을 경우 추가 재정소요액이다. 정부가 근로능력 유무에 따라서 종별구분과 본인부담금을 부과하였기 때문에 근로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2종 환자의 의료이용은 당연히 근로능력이 없는 1종 환자에 비하여 적을 것이다. 의료이용의 필요 자체가 낮은 이들은 아무리 본인부담금이 없다 한들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점에서 모순에 봉착하고 있다. 즉 근로능력이 있는 이들이 의료이용을 할 경우 본인부담금을 없앨 경우 진료비 사용액이 근로능력이 없는 1종 환자와 같아질 것을 전제로 하고 재정소요추계를 하였다. 이는 정부의 근로능력 평가가 잘못되었거나 재정소요 추계에서 잘못된 가정을 세웠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시민단체는 정부의 추가재정소요 추계는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임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가정대로라면 추가재정소요액은 6,500억원으로 추계되나 이러한 정부의 중요한 오류를 교정하고 나면 약 2,500억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 재정소요액 추계에 문제 있어

다음으로 쟁점이 되는 것은 급여확대 부분이다. 저소득층의 건강 상태와 의료이용양상 및 의료이용을 위한 자원은 중산층과는 달라서 이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현재 건강보험에서 책정하고 있는 급여 범위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간병이나 방문보건서비스,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및 예방, 재활에 이르는 서비스는 중산층에 비하여 필요도가 훨씬 더 높다. 대표적인 것이 의치이다. 주로 저소득 독거 노인이 많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은 의치 등 노인에 필요한 보장구가 급여 범위로 되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에 큰 차이가 나게 된다.

그밖에 의료급여와 관련된 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가칭 중앙기초건강보장위원회)의 상설화와 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권자가 되지 못하는 사회보장 사각지대의 소외계층에 대하여 의료급여만이라도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조항들이 쟁점이 되고 있다.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쟁점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임시국회가 막을 내렸다.

공대위에서는 각종 여론과 지역단체의 활동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의 장벽을 없애고 빈곤과 불건강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다른 많은 과제가 남아 있으나, 우선적으로는 의료보호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의 정신을 살려서, 저소득층이 최소한 병에 걸렸을 때 의료서비스만이라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하여야 할 최소한의 과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를 중심으로 한 협의의 입법운동 뿐만 아니라 실제 이 법의 혜택을 받을 저소득층 중심의 활동과 사회적 연대를 위한 시민운동이 결집하여 힘을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 연대가 강조되지 않는 사회는 결코 성숙한 사회라고 할 수 없으며, 저소득층과 함께 발 맞추어 나가지 않는다면 시민운동 또한 21세기에 걸맞는 성숙한 운동으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경제가 악화되고 실업이 극대화되려는 이 시점에서 시민운동의 과제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조경애 / 건강연대 사무국장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2월호(제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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