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사회참여의 기초를 세워야
등록장애인 인구 100만명 넘어 우리 나라의 장애인구는 전국 실태조사에 의하면 15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지난해 6월에는 국가에 장애인으로 등록한 인구가 100만을 넘어섰다. 장애인 개인이 국가에 등록한 장애등록인구는 장애인이 구체적으로 국가에 사회복지 서비스를 요구한 의사표현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등록장애인 인구가 2000년 12월 말 현재, 95만 8천 여명이었다. 그런데 1년 후인 2001년 12월 말 현재는 113만 4천 여명으로 증가하였다. 1년 사이에 17만 6천 여명이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등록 장애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현재의 법적인 장애 범주에 속한 인구가 150만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향후 단계적으로 법적인 장애 범주도 선진국들의 경우처럼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 장애인구의 수를 전체 인구의 10%정도라고 하고 있다.
법적 선언 있지만 장애인여건 “살얼음판”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최저 생활 이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보장, 적절한 교육기회의 제공, 고용에서의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의 보장, 교육의 기회균등, 사회참여 활동을 위한 이동 편의시설의 확보, 특별한 보호나 지원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의 제공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국가의 책임을 실현하기 위하여, 우리 나라에서도 장애인복지법, 특수교육진흥법,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임산부·노약자·장애인등을위한편의증진법 등을 제정하여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들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선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장애인의 현실은 극히 열악한 조건에 있다. 만약, 우리 나라에서 제정되어 있는 장애 관련 법률들의 선언된 입법 취지들만 달성된다고 하더라도 지금 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법적 선언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장애인들이 극히 열악한 ‘살얼음판’의 조건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이유는 정부의 재정의 할당 과정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일로 취급되어 왔기 때문이다.
있으나 마나한 수당제도들
소득보장은 장애의 특성상 장애로 인한 소득의 상실과 이로 인한 추가비용 부담증대라는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장애인복지의 핵심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발전해 온 장애인에 대한 소득보장제도는 적극적인 의미에서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금전으로 보전하는 성격인 장애수당, 아동부양수당, 보호수당 및 자립자금 대여와 소극적인 의미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데 소요되는 경비를 감면하는 성격인 의료비·자녀교육비 지원 등과 각종 세제 및 요금감면 등이 있다.
장애인의 소득보전을 위한 장애수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생계급여 수급자로서 중증장애인의 조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월 5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그리고 장애아동의 부양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아동부양수당은 18세 미만 저소득층 1급 장애아동의 보호자에게 월 4만 5천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18세 이상의 성인 중증 장애인의 보호에 소요되는 추가비용을 지원하는 보호수당제도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시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 월 평균 157.9천원 추가로 지출
장애수당은 장애인복지법 제 44조에 의해 장애정도와 장애인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여 장애인의 소득보전을 위해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아동부양수당은 동법 제 45조에 의해 장애아동의 보호자에게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의 보전을 위하여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보호수당은 19세 이상의 성인 장애인의 보호자에게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보전을 위하여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2000)에 의하면 장애로 인하여 월 평균 157.9천원을 추가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추가비용의 지출비목별로 보면, 의료비가 83.3천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교통비로서 29.1천원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추가비용으로 인하여 장애인 가구의 빈곤 문제는 일반 가구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에 있다.
장애인의 사용금지를 선언하고 있는 대중교통
1997년 제정된 편의증진법은 공공 시설과 공중이용 시설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편의시설의 개선을 시행하고 있으나, 장애인이 실제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대중교통의 개선은 크게 이루어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하철내 장애용 휠체어리프트 설치율 58.6%불과
지하철의 경우 역사내 점자블록 설치율은 매우 높으나 휠체어 장애인 등 이동 제약이 큰 장애인의 지하철 이용에 결정적인 편의시설인 엘리베이터 또는 훨체어 리프트의 설치율은 서울의 경우 263개 지하철의 가운데 5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버스의 경우는 버스 터미널 등의 시설은 편의시설 기준이 법적으로 상세히 규정되어 있어,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가고 있으나, 버스 이용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승강구의 높이 낮추기, 승강보조설비 설치 등은 강행규정으로 되어 있지 않아, 전혀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택시 등의 보조적인 대중교통수단의 경우도 훨체어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된 차량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교육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특수교육
통계상으로 밝혀진 우리 나라의 장애학생 수는 223,700명이다. 그런데, 2000년 현재 특수학교, 일반학교 특수학급, 일반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의 수는 50,269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73,500여명의 학생들은 장애라는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특수교육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 나라 전체 장애학생 중 절반 이상이 적절한 교육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적절한 교육기회의 상실은 장애 학생의 학습권에 대한 침해일 뿐만 아니라, 이후 성인기의 직업적 준비의 미흡이라는 결과로 나타나, 장애인의 고용 문제로 직결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육 측면에서의 통합을 위하여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을 확대하여 설치하고 있으나, 전문교사 확보의 미흡과 학생대 교사의 비율의 과다, 통합에 필요한 환경적 준비의 부족 등으로 실효성 있는 통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지키지 않고 있는 법정 의무고용 제도
장애인고용 관련 법률 및 시행령에 의하여 공공기관과 기업에 대한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의무고용제도에도 불구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의무고용 이행 상태는 기준고용율에 현저히 미달하는 수준이다. 300인 이상의 민간기업의 경우에도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 기준에 훨씬 미달하는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장애인의 실업율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취업하고 있는 장애인의 경우에도 영세자영업 종사비율이 전체 취업 장애인의 50%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300인 이상 의무고용 사업장의 경우 199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의무고용인원은 38,903명이나 실제 고용된 인원은 17,840명으로 고용의무 인원의 45.9%에 불과하며, 장애인 고용율은 의무고용율인 2%에 크게 못미치는 0.91%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고용 현황은 2000년 현재 5,380명으로, 이는 의무고용인원의 66.7%에 불과한 수준이며, 장애인 고용율은 2%에 크게 못미치는 1.33%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림의 떡인 사회복지서비스
현재 장애인복지서비스는 전국에 생활시설 200여개소, 장애인복지관 80여개소 등으로 로 전체 장애인의 복지욕구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장애인이 생활시설에 입소하는 경우 등록장애인으로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긴급한 시설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도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장애인복지관 등은 공급 자체가 매우 적어서, 극소수의 장애인들에게만 이용할 수 있고, 대부분의 장애인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우리 나라의 생활시설, 지역사회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사회복지서비스를 받고 있는 인구는 전체 등록장애인의 7-8%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애인의 긴급한 사회적 서비스에 필요한 시설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중증장애인의 경우 외부의 사회적 서비스에 접촉할 기회 자체가 차단되어 있는 실정이다.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 것인가
1. 수당제도의 현실화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기준으로 볼 때,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장애에 대하여는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전 의미의 수당제도가 현실화 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장애수당, 아동부양수당 외에도 보호수당제도도 시급히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각 수당들의 지급 대상을 대폭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차상위 계층에 속하는 장애인들을 포함시키는 일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각 수당들의 지급액을 현실화하여야 할 것이다. 장애로 인한 추가소요 비용이 국가 조사사업을 통해서 확인된 만큼, 실제의 추가소요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액수로 상향되어야 할 것이다.
2. 대중교통시설 정비
대중교통에서 최소한의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며, 대중교통에서의 이동권 보장에 미흡한 편의증진법의 요소들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하철의 경우는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 또는 훨체어리프터의 설치율을 전국적으로 100%가 되도록 하는 연차계획을 조속히 수립하여야 할 것이며, 버스의 경우 저상버스의 도입, 버스내 승강보조기구의 설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연차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택시 등의 보조적 대중 교통수단들에 대해서도 일정한 수의 택시는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된 택시들을 일정 비율 이상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교육권 확보
최근에 최초로 이루어진 전국 단위의 학생들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특수교육에 관련한 장애 범주 및 기준을 재조정하고, 모든 장애학생들이 특수교육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수학교는 일반학교의 특수학급과 기능을 차별화 하여 중증·중복 장애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데 그 기능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특수학급은 현재처럼 학습 수행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분리하여, 별도의 분리 반으로 운영하는 경우 통합의 효과를 전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영 형태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특수학급은 일반 원적 학급에 배치된 학생들을 개별적 또는 집단적으로 특수교육 욕구에 따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수학급에 대한 지원 예산이 특수학교 수준으로 현실화되어야 할 것이다. 2000년 현재 특수학급의 지원 예산액은 1천 134억 6천만원으로 특수학교의 지원 예산액 1천 996억 9천 7백만원의 56.8% 수준이며, 이는 특수학급의 학생수가 26,627명, 특수학교의 학생수가 24,196인 점을 감안하면, 특수학급에 대한 지원은 매우 취약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특수학급에 대한 지원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통합교육에 필요한 인력의 배치, 학생 수와 교사의 비율, 교육치료교사의 필요정도, 학습공간의 정비 등을 포함한 통합교육 확대 방안이 마련되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4. 고용의 강화
우선적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모범적으로 2%의 장애인 의무고용을 준수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의 의무고용 준수를 위한 유인 장치들이 강도 높게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장애인고용촉진에 소요되는 비용이 대부분 기업의 고용 미이행 부담금으로 충당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여 장애인의 직업 준비와 훈련에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의 실질적인 투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의무고용 사업장의 규모를 현재 300인 이하에서 보다 하향 조정하여,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 제외 직종을 축소하여, 실질적인 고용 기회를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5. 사회복지서비스의 강화
생활시설의 입소제도를 대폭 개선하여 모든 국민들이 긴급한 주거보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긴급한 주거 보호 욕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활시설만으로는 부족하며, 주거 수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생활시설을 확대하기보다는 지역사회 생활에서 일반인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공동생활가정을 대폭적으로 확대 설치하여야 할 것이다.
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단기보호센터, 심부름센터, 수화통역센터 등의 사회복지 서비스 시설을 대폭적으로 확충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서비스 시설로는 전체 등록장애인 중 7-8%의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장애인이 전체 등록장애인의 최소한 30%정도가 되도록 확충하여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2년 05월호(제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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