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사람에게 물고기 한 마리를 건네면 하루는 먹고살 수 있지만 평생을 먹고 살수는 없다. 평생을 먹고 살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낚시대를 주고 물고기 잡는 법을 배워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 밖에는 없다. 그래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자립’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동안 이들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해법은 주로 수급권자 내지 수혜자라는 이름으로 정부보조금이나 기부금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마저도 취약한 안정망이어서 정부의 복지정책이나 사회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굶는 사람에게 물고기 한 마리 던지는 식의 외부적 지원만으로는 당장의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빈곤의 사슬을 완전히 끊고 개인이 자립과 자존을 회복할 수는 없다. 아울러 외부적 지원을 당연시하는 의존감을 더욱 고착화시킬 우려도 안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바로 일반 노동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거나 배제된 사람들을 고용하고 기업 활동을 통한 수익창출에 참여시킴으로써 그들 안에 ‘자립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가는 곳이다. 사회적 기업은 저소득 소외계층의 자립이라는 사회적 사명을 기업의 수익활동과 통합시킨다는 점에서 즉, 비영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던 기업적 수익활동을 사회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사회 서비스 전달 방식이다.
사회적 목적을 위해 기업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은 정부나 재단의 보조금 혹은 기업이나 개인들의 기부금에 재정적으로 의존하는 전통적인 비영리기관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사회적 기업은 기업활동을 통해 자금원을 스스로 개척하고 창출된 수익을 사회적 목적에 환원한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은 ‘기업적인 수익창출’과 ‘사회적 사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쫒는다. 이를 통해 ‘재정적 수익’이라는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목적 달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사명에 대한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상업적 시장(commercial market)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두 가지 목표사이의 긴장관계
‘수익창출’과 ‘사회적 사명’은 마치 함께 섞기 어려운 조합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효율성’과 ‘수익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이는 종종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사명’과 충돌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를 미국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이자 보잉사의 부품하청사인 휴먼파이어니어 인더스트리즈의 한 관리는 ‘상업적 수익성’과 ‘사회적 미션수행’ 사이의 역동적 긴장감(dynamic tension)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보자. 이러한 긴장관계는 주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과 ‘높은 인건비율’ 간의 상관관계에서 나타난다. 일반 기업들은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비용절감을 강구하고, 그러한 노력은 쉽게 인건비 절감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은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에서 사업을 운영하거나 노동력이 취약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편이어서 전체적인 수익성은 낮고 인건비율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에 인력 조정은 탄력적이지 않다. 즉 일반 기업처럼 비용절감이 절실히 필요해도 직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두 사람이 해야 하는 상황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된다.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두 가지의 목표사이에서 갈등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갈등 상황은 종종 사회적 기업 지도자들의 헌신과 개인적 희생을 오랜 기간 요구하기도 한다. 이에 지쳐서 사회적 기업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마저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수익성이나 효율성에 더 무게를 두어 사회적 임무라는 원칙을 망각하거나 저버리는 경우도 생기고, 사회적 임무에 너무 경도되다 보니 경쟁력과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어져 결국 기업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결국 이 두 가지 목표의 균형감을 상실한다면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존립마저도 위태로울 수 있는 것이다.
양 갈래에 있는 ‘수익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유지해나가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막연한 이상과 꿈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회적 기업의 성공담을 통해 이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가지 목표가 결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바 있다. 이들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볼 때, 사회적 기업의 균형은 두 가지 목표와 그 긴장관계의 본질을 냉철하게 이해할 줄 알고 때때로 갈등으로 표면화될 때마다 균형감 있게 조율할 능력과 인내를 가진 리더십의 존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기업은 혼자서 하는 여행이 아니다.
리더십은 사회적 기업 성공의 핵심적 열쇠이다. 특히 사회적 기업 설립과 초기 경영에 있어서 리더의 창업정신과 리더십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사회적 기업의 리더십은 사회적 기업의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업적 방식’과 ‘사회적 방식’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리기업이나 비영리기관의 리더십보다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의 리더들은 비영리나 지역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아 비니니스적인 경험이나 지식, 기술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 대표들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부딪쳐 가면서 배워나가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들은 좀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경영을 위한 무기를 원하고 있고 그것을 충족시켜줄 교육이나 훈련의 기회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개별적으로 그러한 욕구를 채울 자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결국 사회적 기업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은 그 출발부터 일반 기업과의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노동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거나 배제된 사람들을 고용한다. 이들은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거나 알콜 중독과 같은 사회문제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더욱이 근로의욕이나 자존감마저 상실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초기 1-2년은 내부 참여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과 씨름해야 하고 그들의 근로의욕을 회복시켜 수익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율과 책임성을 갖도록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기업이 이들과 함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니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고 기회를 포착하여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지만 자원을 동원할 신용이나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영업이나 마케팅 기술도 취약하다 . 그렇다고 전문 인력을 쓸만한 자원도 거의 없다. 오로지 자립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을 통한 자립의 여정은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여행이 되어서는 안 된다. 출발점 자체가 일반 기업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책적ㆍ사회적 관심과 지원 없이는 시장경쟁에서 기업으로서의 존립과 성장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을 하나 키운다는 것은 곧 긴 인내를 가지고 지원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기도 하다.
이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은 우선 정부 정책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정부도 장기실업과 극심해 지는 빈부격차 해소라는 우리사회의 시급한 과제를 배경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려왔다. 그러나 사실 이들 지원은 주로 일정기간동안 직접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러한 덕분에 자활 사업단들이 양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이 정부의 인건비 지원 없이도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지원이나 환경을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종료된 후 떠밀리다시피 시장경쟁에 나와 첫 번째 관문조차 넘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 예를 들어보자. 이들이 시장에 나와서 초기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바로 판로개척이다. 따라서 사업초기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사회적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구매력을 활용해 장애인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즉 ‘자비츠 와그너 오데이 법’에 근거해 연방정부는 이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장애인들의 고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용된 장애인만 해도 3만 6천여 명에 이른다. 제품구매를 통한 지원 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들이 지역사회 차원에서 필요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나 이들에 대한 교육 훈련을 제공하는 기관들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다.
민간 차원의 지원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사회적 기업들은 부족한 자원을 메우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에서 활용 가능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연계할 수 있는 채널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예로서 전문인력을 들 수 있다. 어느 출장 뷔페사업을 하는 한 사회적 기업은 좀더 고부가치를 위해 음식 데코레이션의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좀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특수영양식의 도시락 사업을 위해 영양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자를 고용하기에는 재원이 풍부하지 않다. 이러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해당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자원봉사자로 해당기업에 연계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대학의 식품영양학과와 연계할 수도 있고 은퇴한 음식 데코레이션 기술자와 연계할 수도 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사회적 기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자립의지와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료 상담서비스나 교육 프로그램 더 나아가 주거시설과 같은 사회적 서비스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들은 이들에 대한 사례관리를 전문적으로 해 줄만한 인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니드need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사회복지 서비스 기관들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할 수도 있다.
사회적 기업의 모델을 만들 때….
미국에 ‘로버츠 기업 발전 펀드(Roberts Enterprise Development Fund)’라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재단이 있다. 로버츠 재단은 현재 15개의 사회적 기업에 집중 지원하고 있지만, 이제 더는 지원 대상 기업을 늘리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함에 있어 소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장기간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여 효과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 지원함으로써 하나의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비전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로버츠 재단의 지원은 ‘투자에 따른 결과’와 ‘책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는 일종의 ‘사회적 투자social investment’인 것이다.
로버츠 재단은 1년 정도의 평가 기간을 거쳐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선정된 기업에는 비즈니스 테크닉, 자본, 전문인력, 기술, 기업 평가, 정보 제공, 교육 훈련, 비즈니스 네트워킹 연계, 전략적 사업 기획 등 다양한 지원을 장기간 집중적으로 제공한다. 특히 로버츠 재단은 각각의 사회적 기업마다 각기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세밀한 평가를 통해 각 사회적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한다. 일종의 ‘맞춤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비록 소수이지만 로버츠 재단이 지원한 기업들은 미국 사회적 기업의 모범사례로 성장했고 로버츠 재단은 사회적 기업 지원재단으로서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로버츠 재단의 사회적 기업 지원 방식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자활사업으로 대표되는 저소득 소외계층의 일자리 사업은 그 양적 숫자는 많아졌으나 사회적 기업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내는 데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이로 인해 자활사업에 대한 ‘지원의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우리의 당면 문제는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로버츠 재단이 추구했던 ‘사회적 기업의 모델 창출을 통한 지원의 효과 극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번의 교육보다 성공한 모델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육적 힘은 강력하기 때문이다. 로버츠 재단의 사회적 기업 모델 창출 노력은 “엄격한 지원 대상 기업 선정, 장기간의 관계 강화, 각 기업에 대한 세밀한 평가와 그에 맞는 지원,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역량 강화, 폭넓은 지원(인력, 기술, 자본, 정보, 평가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자활사업을 통해 작은 성공들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시장경제의 여러 관문들을 통과해 이미 ‘단련되고 검증된 기업’들로서 사회적 기업의 모델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기업들로서 (주) 컴윈, (주) 강원임업, 짜로사랑, 미래자원, 약손엄마, 삶과 환경, (주)함께 일하는 세상, 나눔공동체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이미 손익분기를 넘어 사업적 도약을 위해 변화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이 손익분기를 넘어 수익성을 높이는 단계로 들어서면 더 많은 자원과 전문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이 모델로서 성장하도록 하려면 이전보다 더 ‘폭넓고 전문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6년 02월호(제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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