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12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미신고복지시설 내 생활인, 어떻게 살고있나?”라는 제목으로 미신고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관합동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는 전국의 275개의 미신고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한 민관합동 조사결과 중 민간위원 ¹들의 조사내용만을 먼저 분석하여 발표하는 자리였다.
복지부는 그동안 미신고시설 안에서 지속적인 인권침해가 일어나 비판이 계속되자, 2004년 3월부터 5월까지 각 시군구 담당자를 통해 미신고시설들의 인권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조사로 인해 정작 문제시설들이 밝혀지지 않았고, 오히려 공무원에 의해 기금지원까지 이루어지는 등 시설생활인의 인권침해가 방조되는 결과까지 가져왔다. 결국 관주도의 조사만으로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아래, 복지부는 『미신고시설 지원 및 관리대책(2005.6)』을 다시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민관이 합동으로 실시하는 최초의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민관합동조사는 생활인에 대한 직접적인 면대면 조사라는 점에서 기존 조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번 조사는 ‘생활인의 인권’의 관점에서 미신고복지시설을 평가한 후 2006년 심사청문을 통해 시설의 존폐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복지사업법이 정작 중요한 ‘시설생활인의 인권과 삶의 질’에 대한 평가가 빠져있는 한계를 극복한 첫 조사여서 앞으로 사회복지시설평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칙적으로 선평가 후지원 방식은 아니지만, 신고시설로 전환하지 못한 미신고시설들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고 조사를 통해 존폐여부를 논하겠다는 최초의 개입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민관합동 조사과정은 쉽지 않았다. 먼저 일부의 시군구에서는 ▲복지부의 지침과 상관없이 민관합동조사를 전혀 이행하지 않는 곳(서울 은평구, 강서구, 광주광역시 등)이 있었고, ▲하루에 7개의 시설을 한꺼번에 조사하자는 등 내용에 대한 이해 없이 빨리 해치우려고만 하고, ▲시군구 추천 민간위원 중 다른 미신고시설장이 포함되어 객관적인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 ▲조사과정에서 시군구 공무원이 ‘시간 없으니 그만 하고 가자’며 오히려 시설장과 식사약속을 하는 경우 등도 있었다. 또 각 시군구 담당자의 마인드에 따라 조사대상이 주관적으로 결정되어 조사대상을 축소하는 경우 등 공무원의 무책임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하였다.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였지만, 최초의 민관합동조사는 일단락되었고, 전국 275개 미신고복지시설에 대한 인권실태 조사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이 조사는 총 20개 대항목에 따른 51개 평가지표를 통해서 생활인 인권실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였다. 조사는 원칙으로 최소한 3명이상의 생활인을 직접 면접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사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조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시설장과 직원 및 친인척들이 옆에서 엿듣거나 버럭 소리를 지르는 등 생활인들을 위축시키고, 일부 생활인들의 경우는 무조건 긍정적인 답변만을 준비한 듯 보여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조사의 어려움도 있었다.
[표] 미신고복지시설 생활인 인권실태 조사항목별 응답내용 – 생략
*총 275개의 시설을 조사하였으나, 데이터는 262개 시설만 취합되었다.
[표]종합의견 – 생략
[표]행정처분 내용 여부 – 생략
[표]행정처분 필요에 따른 처분내용 – 생략
조사결과를 종합하여 보면, ‘생활실태 및 인권실태 문제있음’이 53.0%며, ‘일부 문제시설’까지 합하면 81.1%여서 미신고복지시설의 심각한 인권실태를 알 수 있다. 또한 행정처분이 필요한 시설이 67.2%이며, 행정처분의 내용으로는 ‘시설폐쇄’가 38.9%나 되었고, 전원조치도 14.9%나 되어 앞으로 미신고복지시설에 대한 시군구의 강력한 조치와 관리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몇가지는 ▲기본권인 자유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시설(입퇴소의 자유, 신체의 자유 및 안전, 종교의 자유)과 그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무한 점, ▲의식주와 의료, 노동, 교육 등 사회권 전반에 있어서도 매우 열악한 점, ▲특히 수급권을 일괄관리 하는 등 재산권에 있어서도 80%이상이 침해되고 있다는 점, ▲결정적으로 연령과 장애유형에 상관없이 하루 종일 시설 안에 갇혀서 아무것도 할수 없는 방임상태가 계속되어 이는 ‘사회복지서비스기관이 아닌 단순 수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일부 노동력이 있는 생활인들은 없는 직원들의 노동을 전담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가는 전혀 지불되지 않는 점, ▲시설환경이 열악한 경우도 매우 많아 도저히 사람이 살 곳이 아님에도 시군구는 속수무책이라는 점 등이다. 이렇게 시급히 대응이 필요한 시설조사 결과를 놓고도 시군구와 복지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복지부는 이러한 민간위원의 조사결과를 단독으로 발표함으로써 복지부의 입장이 곤란해졌다는 것만을 불평하였다.
앞으로 민관합동조사 결과는 2006년 3월부터 5월까지 각 시군구에 구성될 ‘청문심사위원회’²로 그 결정이 넘어가 있다. 청문심사위원회가 얼마나 ‘생활인의 인권’의 잣대로 ‘탈시설’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시설의 존폐여부가 달려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신고운영자들의 거센 민원을 고려해 폐쇄보다는 시설양성화 방안을 주로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실제 일부에서는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따라서 청문심사위원회의 구성과 논의방향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는 청문심사위의 결정이 지금까지 수용시설 일변도의 복지정책을 미신고시설에서부터 전환하고, 운영자라는 이익집단의 입장이 아닌 ‘시설생활인 인권’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인정하느냐의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설인권연대 ³를 비롯한 전국의 민관합동조사에 참여한 단체들은 지금까지 진행한 민관합동조사내용을 바탕으로 무분별한 양성화가 아닌, ‘보편적으로 사람이 살만한 주거 공간’과 ‘인권과 삶의 질’을 보장받는 ‘주거서비스 중 하나’가 되도록 당사자들과 연대하여 정부대응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제는 탈시설과 지역중심적 복지체계로의 재편, 자립생활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라는 기본원칙을 가지고 사회복지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야 할 때이다.
[사진 ] ㅇ시설 생활인 방 벽면의 곰팡이 – 생략
[사진 ] ㅇ시설 생활인 방 벽면의 곰팡이 – 생략
[사진 ] 충북 ㄱ시설생활인들이 방에서 변기로 사용하고 있는 고무통 – 생략
[사진 ] 충북 ㄱ시설 생활인들이 침대로 쓰고 있는 스티로폴 – 생략
<각주>
1)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단체들은 다음과 같다. 광주인권운동센터, 광진주민센터, 다산인권센터, 다산인권재단, 대구DPI, 대전참여자치연대, 미신고시설 민주적 운영과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충북공동대책위, 민노당경기도당 장애인복지위원회,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부산인권센터, 부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부산장애인총연합회, 부산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에바다복지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위례지역복지센터, 인천사회복지연합,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참여자치연대,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북평화인권연대,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공대위, 춘천노동복지센터,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태안지회,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강릉지부,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대구경북지부,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부산지부,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인천지부, 한국인권행동 (이상 가나다순, 30개 단체 및 공동대책위)
2) 청문심사위원회는 각 시군구별로 사회복지협의체의 인력을 중심으로 별도로 구성할 계획이다. 청문심사위원회에는 시설조사에 참여한 민간위원은 심사의 객관성 유지를 이유로 참여치 못하게 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청문심사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조사결과 반영여부와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3) 시설인권연대는 ‘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의 준말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활동한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공대위’가 발전적 해체되어 전환한 연대체이다. 소속단체는 각주2)에서 밝힌 바와 같다.
월간 <복지동향> 2006년 02월호(제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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