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7 2007-12-01   1649

[동향1] 2008년 건강보험 수가,보험료 협상결과와 평가



 

이 재 훈(민주노총 정책차장)


지난 11월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내년도 수가와 보험료, 그리고 보장성을 결정했다. 보험료율은 6.4%인상시켰고, 지난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결렬된 의협과 병협의 수가는 각각 2.3%, 1.5% 인상했다. 특히 식대 본인부담을 50%로, 어린이입원비 본인부담을 10%로 올리는 결정을 강행처리하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가입자단체 일부가 이에 반발해 퇴장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협상은 끝났고, 결과만 본다면 참담하다. 하지만 수가․보험료 협상을 단순히 ‘얼마나 낮추느냐’가 아니라 건강보험제도의 질적 내실화를 위한 폭넓은 정치적 공간으로 이해한다면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협상결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유형별 수가계약


현재 건강보험 수가(환산지수)는 공단이 가입자단체를 대표해 요양기관과 협상을 하고, 결렬될 경우 건정심에서 최종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동안 수가는 유형별 차이가 무시된 채 단일하게 결정되어 왔는데, 그러다보니 병원, 의원, 약국 등 각 종별로 제공하는 의료행위의 특성과 비용의 차이를 제대로 감안하지 못했다. 2005년 수가협상 당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형별 수가계약’을 진행키로 합의했지만 진통 끝에 올해서야 이행되었다. 작년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건정심에서 가입자단체가 전원 퇴장한 약효가 발휘된 셈이다.

사실 올해에도 공급자단체가 집단적인 저항으로 유형별 계약을 거부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지난 10월 18일 치협, 한의협, 약사협 등과의 수가협상은 타결됐다. 다만 의․병협은 결렬되어 건정심으로 넘어갔는데, 여기서도 의협은 6.9%, 병협은 3%를 최종안으로 제시해 난항을 겪다가 결국 의협과 병협이 퇴장한 가운데 각각 2.3%, 1.5%인상을 결정하게 됐다.
애초에 공단연구결과는 수가를 인하해야한다는 나왔다. 그럼에도 가입자단체는 유형별 계약의 안착화를 위해 ‘평균 2%미만’에서 협상을 체결하려 했으나, 의․병협은 이조차 거부한 것이다. 만약 건정심에서 이것이 관철되지 않았다면 ‘버티면 유리하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 내년 유형별 수가협상까지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가입자단체 또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6.4% 보험료율 인상과 식대 및 6세미만 어린이 입원 본인부담 인상


이번에 복지부가 처음 제출한 보험료율 인상안은 8.6%였다. 하지만 가입자단체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었다. 단순히 수치가 높기 때문만이 아니다. 낭비적인 공급체계에 대한 개선에 대한 약속이나 보장성 확대계획이 포함되지 않았고, 법에서 정한 국고지원이 올해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법 개정으로 국고지원기준이 ‘보험료예상수입액’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인상율이 결정되면 이를 반영해 지원해야하나 아무런 담보가 없었다. 여기에 기존에 의료급여에서 국고를 통해 보장하던 차상위계층을 정부재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으로 전환시키는 문제까지 겹쳐 있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식대와 6세미만 어린이 입원의 본인부담을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된 소위 ‘지출합리화방안’ 제시했다. 본인부담을 올려 지출이 절감되는 만큼 보험료율을 낮추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추진된 보장성을 ‘인기영합주의’라는 정치적 비난도 줄이고,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도 줄이려는 ‘얕은 수’였다. 그러나 협상이 막바지로 가면서 가입자단체 사이에서 입장이 갈리기 시작했고, 결국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만이 이에 대해 반대하며 퇴장한 가운데, 표결로 강행 통과됐다.
가입자단체와 공급자단체가 공동으로 제안했던 ‘국고지원 준수’에 대한 건정심 결의문 채택은 가입자와 공급자 위원만 서명하고, 공익을 포함한 정부위원은 거부했다. 법을 제대로 지키자는 것을 결의해야 하는 상황도 우습지만, 이 조차 거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여전히 남아있는 쟁점과 과제


협상은 끝났지만, 여전히 많은 쟁점이 남아있다. 먼저 앞서 언급한 국고지원 문제이다. 현재 정부안은 보험료예상수입에도 1,847억 적게 편성됐다. 이번에 결정한 보험료율을 반영한다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일단 이번 국회에서 이것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고지원기준을 변경해야 한다. 장기노인요양보험의 국고지원기준 역시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로 되어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이중 6%가 건강증진기금에서 나온다. 그러다보니, ‘담뱃값이 인상안돼서 보험료를 올려야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 건강증진기금법에는 부담금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65를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규정 때문에 올해의 경우를 보더라도 3,419억 적게 들어오는 셈이다. 이 규정을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건강증진기금은 애초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공공보건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투입하고, 국고지원은 순수 일반회계로 해야 한다. 또한 ‘보험료 예상수입액’이라는 기준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표> 2002~2006년 국고지원 실적 및 2007년 국고지원 예상액

또한 이번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제가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전환 문제이다. 내년 차상위계층 중 희귀난치성 질환자(08년 기준, 약 22,437명)를 우선 전환하고, 2009년부터 18세미만(131,000명), 만성질환자(09년 기준, 약 88,014명)을 포함해 전면화시킨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그러나 국가가 책임지고 있는 차상위계층을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는 것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일 뿐이다.

둘째, 낭비적인 공급체계를 개편하는 일이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 문제는 오랫동안 수없이 많이 제기되어왔다. 이미 검증된 대안들이 존재함에도 의료공급자의 눈치만 보느라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포괄수가제는 몇 년째 시범사업만 진행하고 있다. 보험료인상이 보장성강화로 연결되지 못하게 하는 지금의 공급체계가 지속되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번 협상에서 가입자단체의 가장 우선적인 요구이기도 했다.
그나마 한 가지 성과가 있다면 이번 건정심 부대결의로 ‘진료비지불체계 개편’을 12월 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했다는 점이다. ‘하도 주장하니, 그래 논의나 해보자’는 식으로 상정됐으나 이를 잘 활용해 공세적으로 여론화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가입자단체 간 입장차는 ‘보장성에 대한 접근’을 근본적으로 차분히 논의해야할 숙제하나를 남겨줬다. 2005년 정부가 스스로 목표했던 건강보험 보장성 목표는 71.5%였다. 노무현대통령의 공약 80%는 제쳐놓더라도, 최소한 이 목표라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 보장성이 더욱 확대되어도 모자를 판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병원식대와 어린이 입원비 본인부담을 인상한 것이다.

2004년 이후, ‘보장성 강화’는 보험료와 수가를 판가름하는 우선 변수였다. 그동안 진행된 급여확대 역시 이에 대한 나름의 결실이라 평가한다. 그런데 올해는 ‘보장성’을 인질삼아 보험료를 낮추는 꼴이 되어 버렸다. ‘급여확대의 우선순위’에 대한 입장 차이라고 보기엔 너무 무책임하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식의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넷째, 건정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중적 대응이 필요하다. 2003년 재정통합완료 이후 건강보험의 핵심과제가 외형적 확대에서 질적 내실화로 자연스럽게 전환된 조건에서, 건정심은 ‘반쪽짜리 보험’이라는 꼬리표를 떼는데 유용한 정치적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건정심 구조상 한계는 많다. 가입자단체가 1/3밖에 되지 않고, 이조차 정말 가입자를 대표하는 단체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많다. 이번 마지막 협상에도 가입자단체 가운데 3개 단체나 불참했다. 정부와 공익위원, 공급자단체에 대한 대응 뿐 아니라, 가입자단체에 대한 대중적 통제가 필요하다. 물론 이 대상에서 민주노총도 예외는 아니다.


마치며


올해는 건강보험이 서른 살 되는 해이기도 했다. 사람으로 치면 혈기왕성할 청년기지만, 외형적 성숙과는 달리 속내를 들춰보면 아직 부실하기 짝이 없다.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문제와 과제들이 제시되고 있고, 17대 대선후보들 역시 ‘의료’는 국가가 책임지겠노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런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내년 건강보험 수가 및 보험료, 보장성을 둘러싼 정부와 공급자, 가입자단체 간 치열한 전쟁은 조용히 마무리됐다. 멀리 내다보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멀리 가기위해서라도 한발 한발 제대로 딛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건정심 협상결과의 소중한 경험과 반성적 평가가 건강보험제도를 국민에게 보다 친숙하고 유용한 공적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대중적 실천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07년 12월호(제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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