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04-20   1138

[심층분석 2]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넘어 시행령 확보까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넘어 시행령 확보까지

 



배융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 법제위원
ipauler@hanmail.net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시작에 불과했다. 종합법의 성격을 지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많은 내용을 시행령(대통령령)으로 위임을 했고, 시행령에서 담길 내용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자칫 법을 제정하고도 시행령에서 내용이 축소되어 명색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인 유명무실한 법이 될 우려가 높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차별금지를 4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해 제한․배제․분리․거부를 하는 직접 차별, 직접적으로 차별을 하지는 않지만 비장애인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실제적으로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간접 차별, 장애인에게 필요한 환경의 제공을 거부하는 정당한 편의제공의 거부, 마지막으로 광고매체를 통한 차별 또는 차별 조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시행령에서의 핵심은 바로 정당한 편의제공이었다. 시행령으로 위임된 19개 항목 가운데 16개 항목이 정당한 편의제공을 위한 단계적 범위와 정당한 편의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행령 제정의 싸움은 정당한 편의 시행을 위한 단계적 범위와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정당한 편의는 영어의 “합리적 배려/편의”(reasonable accommodation)에 대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용어이다. 장애인의 경우 신체적․정신적 손상이나 기능의 상실로 인해 활동이나 참여에 제한을 받게 되고 이를 보완해주기 위한 사회환경적 지원이 바로 정당한 편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이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정당한 편의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제4조(차별행위) ②제1항제3호의 “정당한 편의”라 함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정당한 편의는 첫째,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고, 둘째,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이다. 첫 번째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방법과 관한 것이고, 둘째는 정당한 편의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반면에 2007년 3월에 UN에서 서명식을 가진 장애인권리협약은 정당한 편의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정당한 편의’(reasonable accommodation)는, 특별한 사례에서 필요한 경우, 다른 사람들과 대등하게 모든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향유하거나 행사하도록 장애인에게 보장하기 위한, 과하거나 부당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필요․적절한 변경과 조정을 의미한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정부대표들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사용주와 시설주의 입장이 보다 고려되어 있다. ‘과하거나 부당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이라는 조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이야기하는 ‘정당한’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영어의 합리적(reasonalble)에 해당하는 용어를 “정당한”으로 규정하였다. 제공되어야 하는 편의가 장애인에게 있어서는 정당한 권리여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면 시행령에서 왜 정당한 편의제공이 가장 논점의 핵심이 된 것일까? 장애인차별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네 가지 차별(직접, 간접, 정당한 편의제공의 거부, 광고에 의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 이 가운데, 간접 차별을 줄이는 방법의 대표적인 방법이 정당한 편의제공의 거부이며,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현대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직접 차별보다는 간접 차별과 정당한 편의를 거부하는 차별이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결국 장애인차별을 근본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금지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편의를 얼마나 지원해주는가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정당한 편의 제공의 거부가 차별로 인식되어오지 않았으며, 따라서 수많은 건물과 사회환경에서 장애인은 정당한 편의제공을 제공받지 못해왔다는 데 있다. 반면에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과 함께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지나치게 많이 포함시키고, 단계적 범위를 확대할 경우 시설주, 고용주, 교육책임자의 늘어나는 부담과 이에 따른 예산확보의 어려움과 국민적 반발을 우려하여 단계적 범위의 축소와 정당한 편의의 내용 축소를 시행령의 목표로 삼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정당한 편의에 대한 선례가 없었던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한 편의를 무엇으로 정의하고 어디까지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웠다.

정당한 편의에 대한 기준을 먼저 마련하고 제시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장추련)였다. 장추련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초안을 마련했던 법제정위원회를 소집하고 법제정위원을 중심으로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의 초안에는 공공시설의 범위, 사업장의 적용 범위와 정당한 편의의 내용, 교육시설의 적용범위와 정당한 편의의 내용, 건물 등 시설물의 적용범위와 정당한 편의의 내용, 교통수단과 교통시설의 적용 범위와 정당한 편의의 내용, 정보통신과 의사소통에 있어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해야 하는 공공시설의 범위와 정당한 편의의 내용, 문화시설과 체육시설의 적용 범위와 정당한 편의의 내용, 직장보육시설의 설치 의무 사업장의 단계적 범위를 3개년으로 나누고 매년마다 해당되는 시설의 범위와, 제공해야 하는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표로 정리하였다.

 

장추련이 시행령 제정안을 만들어가는 8월 말에 마침내 정부에서 시행령안을 민간단위와 함께 만들자는 제안을 장추련에게 제의해 왔다. 장추련 내부 논의를 통해 정부와 간담회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장차법 시행령안 마련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장차법 대상 범위를 가능한 좁히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장추련은 그 대상을 확대하려는 입장을 고수해 상당한 갈등이 일어났다. 또한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의 내용 역시 정부는 줄이려하고, 장추련은 확대하려는 입장이었고, 시행 시기에 있어서도 장추련은 그 시기를 최대한 5년 이내에 모든 것을 시행하자는 원칙인 반면에 정부는 5-8년의 장기적인 시행시기가 원칙이어서 쉽게 해결이 나지 않았다. 총 3차례의 간담회와 각 개별부처와의 면담은 20여회 진행됐다.

오는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시행이 된다. 정부는 시설이용과 이동에 있어서 기존의 법률에 준하는 대신 기존 법률인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의 개정을 통하여 정당한 편의제공을 보장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들 두 법률이 개정되지 않고 현행 법대로 운영된다면, 시설과 이동에 있어서의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이 당하는 차별을 금지하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에 맞추어 이 두 법률의 조속한 개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시설에 학원도 조속히 포함되어 장애인들이 학원에서도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으며 동등하게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법률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당한 편의는 간접 차별을 금지하고 동등한 활동과 참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실효성 있는 정당한 편의의 제공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더욱 살아움직이는 법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04월호(제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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