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부터 중증장애인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활동보조란 말 그대로 장애인이 장애로 인해서 혼자서 하지 못하는 일상활동을 보조하는 서비스이다.
2005년말 경남 함안에서 장애인이 방안에서 수도관이 터져 얼어죽은 사건이 일어났고, 또 그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서는 전국에 10만명이 넘는 장애인이 한 달에 한 번 꼴로도 외출을 못한다고 보고되었다. 이렇듯 활동보조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도 누리지 못하고 있거나 생존의 위협에 처한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1974년에 시행된 제도였지만, 한국에 도입되기까지에는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의 눈물과 투쟁이 있었다. 그 처절한 투쟁의 과정은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보건복지부 장애인활동보조 지원사업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장애인들의 투쟁에 의해 보건복지부가 급작스럽게 사업을 시행하게 되었지만, 정작 사업집행 과정에서 장애인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고 일방적인 사업지침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초 사업시행 과정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국가예산을 들여 수백명을 모아놓고 조사원교육을 시켜놓고는, 정작 조사원은 다른 기관에서 파견했다. 보건복지부의 사업지침은 일관된 기조도 없이 수시로 바뀌었고, 현장 공무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서비스신청을 못하게 막는 일이 수없이 벌어졌다.
둘째, 터무니없이 부족한 예산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사업계획이라는 점이다. 장애인들의 요구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권리로서 보장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필요한 장애인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조사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사업규모를 예상조차 못했다. 결국 2007년 사업예산으로 확보한 약410억원(국비약280억원 포함)을 가지고, 최대한 신청자를 제한하고, 서비스제공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집행하였다. 최초에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1급․성인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월최대 80시간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2007년 1월 장애인들의 집단단식투쟁으로 소득기준과 연령기준은 철폐되었다. 그리고, 최중증장애인에 대해 월최대180시간까지 제공할 것을 약속하였으나, 아직까지 보건복지부장관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셋째, 바우처를 매개로한 서비스전달방식을 통해 사회서비스에서 공공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바우처제도를 악용하여 중증장애인에게 서비스 이용료를 강요하고, 활동보조인의 4대보험을 비롯한 노동기본권과 사고시 대책 등 모든 책임을 민간의 사업기관에 전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현애자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다른 사회서비스 사업은 4대보험 가입률이 100%에 근접하는 반면, 보건복지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바우처사업의 경우 4대보험 가입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장애인활동보조인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산재보험 18.9%, 고용보험 17.1%, 건강보험 12.7%, 국민연금 12.4% 등 10%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그 책임조차 민간의 사업기관에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활동보조지원 사업지침 주요내용>
◦ 기간 : 2007년 4월 1일부터 계속
◦ 서비스 대상 : 만6세이상~만65세미만 장애1급 장애인에 한함.
◦ 인정 절차 : 서비스 신청자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정한 ‘인정기준표’에 따라 방문 조사.
◦ 서비스 시간판정 : 인정기준표에 의해 4등급으로 구분하여 각 월30,50,70,90시간 제공.
(2007년의 경우 월20,40,60,80시간 제공),
독거장애인인 경우 20~30시간 추가지원.
18세 미만인 경우 각 월30,50시간 제공. (2007년의 경우 월20,40시간 제공)
◦ 서비스 내용 : 가사지원, 일상생활 및 사회활동 등 포괄적 제공.
◦ 서비스 단가 : 시간당 8천원. (2007년은 시간당 7000원)
◦ 장애인 본인부담 : 가구소득기준 기초수급권자는 자부담 없음.
최저생계비 120%이내는 월2만원. 최저생계비 120%초과시 월4만원의 서비스이용료 부과.
◦ 전달체계 : 시군구별로 사업기관을 2개소씩 지정 (사업경험이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복지관 및 자활후견기관 우선 지정). 활동보조인 교육기관은 시도별 2개소씩 지정.
◦ 활동보조인 자격 : 학력제한없이 만18세이상의 신체적․정신적으로 활동보조가 가능한 자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자.
◦ 활동보조인 교육 : 기본교육 60시간, 보수교육 20시간.
교육비는 전액 정부지원. (2007년의 경우 사업기관과 활동보조인 각 25,000원씩 부담)
◦ 활동보조인 임금 : 활동보조인 시간당 임금은 8천원의 75%이상으로 사업기관에서 결정.
(2007년의 경우 시간당 7천원의 75%이상)
처음 서비스가 제공된 2007년 5월에는 2천명에 불과하던 장애인이용자가 2007년 9월말에는 총 1만218명(복지부 사업목표는 1만6천명)으로 급격히 늘어났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활동보조인은 2007년 9월말에 이미 복지부 사업목표인 8천명을 넘어섰고, 지금도 계속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 사업의 문제점은 너무나 많아서 짧은 지면에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장애인의 입장으로는 제공시간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현재 월최대 90시간, 독거인 경우 월최대 120시간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그나마 가장 높은 등급의 시간판정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하루에 24시간 혹은 한달에 300,400시간 필요한 사람에게 고작 한달 50시간, 70시간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도로는 장애인의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지원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장애인의 자기결정을 지지한다는 활동보조인서비스의 원래 성격조차 발휘할 수 없다. 이름은 활동보조라고 달았지만 실제 서비스는 기존의 가사파견서비스와 차이가 없다. 활동보조의 이념이 장애인의 신변처리, 외출, 가사, 문화, 취미, 교육, 직업 등 다양한 욕구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시간을 가지고는 신변처리와 가사에 이용하기에도 급급하기 때문이다.
대상제한의 문제도 심각하다.
2005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정신지체, 발달장애, 뇌병변장애 등의 유형에서는 2,3급 장애인도 일상활동에 타인의 도움이 상당히 필요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현재 사업대상은 1급장애인으로 제한되어있다. 또한 18세 이하의 장애인은 월최대 5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고, 65세 이상의 장애인은 아예 사업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다른 서비스로 대응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서비스에서 배제되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애인에게 자부담을 강요하는 문제는 중증장애인의 지불능력 문제보다 활동보조인서비스를 권리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며, 바우처를 매개로 한 사회서비스시장화 전략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현장에서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말은 너무나 익숙한 평가가 되어버렸다.
사업시행 초기에 일어나는 혼란이 반영된 평가도 있지만, 구조적인 원인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구조적인 문제의 핵심에 사회서비스 시장화의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활동보조인에 대해 시간당 임금 이외에 아무런 보장이 없고 야간과 휴일노동에 대한 보상도 없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야간과 휴일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교통비와 식대도 없고, 서비스제공시간도 적기 때문에 현재 활동보조인의 90% 이상은 30대중반 이상의 기혼여성이다. 극심한 연령비와 성비의 불균형은 장애인이용자에게 절대 불리한 환경이다. 마음에 드는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대도시와 지방의 편차도 심각하다. 대도시에서는 그나마 문제많은 시장경쟁을 통해서라도 운영이 되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서비스 제공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비스 신청자가 단 한명인데 사업기관은 두 군데인 지역도 있다.
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사업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지만, 아무런 보장이 없다.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업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활동보조인교육이 있다고는 하지만 소양교육 수준이고, 실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장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업기관, 공무원, 장애인이용자에 대한 교육은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남성장애인이 여성활동보조인에게 소변 활동보조를 요청해서 도와주었는데 알고보니 이 장애인은 혼자서 용변을 보는 사람이었던 사례가 있다. 물론 현재 활동보조인교육에 없는 성폭력예방교육도 의무화되어야 하지만, 사업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사례관리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였다.
이처럼 사업기관의 입장에서는 활동보조인의 4대보험과 노동기본권보장, 서비스파견과 관련한 상담, 교육, 사례관리, 갈등조정, 사고대책 등의 모든 문제를 자신의 책임으로 가지고 있지만, 오직 시간당 2천원 수준의 수수료로 운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사업량 경쟁을 통해 운영을 안정적으로 하는 것이 급선무 일텐데, 그나마 대도시 이외에는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장애인단체와의 약속도 파기하는 상황에서 서울,인천,대구,대전,부산,광주,울산,전북,경남지역의 몇 개 시 단위에서 장애인들의 투쟁으로 지자체가 추가로 100시간을 제공하고, 대상을 2,3급까지 늘리고, 아동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등 실질적 사업개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개선의 효과는 상당히 크다. 오히려 이렇게 지자체투쟁을 통해 사업이 개선된 지역에서 비로소 활동보조인서비스 다운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원래의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장애인의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절실한 요구인 대상제한-시간제한-자부담 철폐가 이루어져야 한다.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의 이해관계는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활동보조인이 불안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조건에서, 장애인의 질 좋은 서비스 이용과 평등한 관계는 불가능하다. 또한 활동보조인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그 자체로 중대한 문제이다.
사회서비스의 가치와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낮게 위치지으며 열악한 환경을 강요하는 지금의 구조는 사회적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장애인의 인권과 그것을 보장하는 사회서비스는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처우도 개선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버리고, 민간의 사업자에게 시장경쟁을 통해 운영을 내맡기는 시장화전략은 이미 실패했다. 장애인과 활동보조인과 사업기관과 담당 공무원까지 모두가 불만에 쌓여있고, 장애인은 권리를 부정당하고, 활동보조인은 휴가와 퇴직금과 수당은커녕 4대보험조차 가입이 어려우며, 사업기관은 어이없는 시장경쟁에 뛰어들어야 할 판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만큼 권리로 보장하라”
이것은 최초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투쟁에서부터 지금까지 활동보조 투쟁의 흔들림없는 원칙이다. 활동보조 전면시행 1년을 맞이하는 지금에도 이 원칙은 유효하며,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의 권리가 올바로 보장되고,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이 올바로 보장될 때만이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원래의 아름다운 목적과 의미를 지닐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04월호(제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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