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 지도부 표적 탄압으로 시작된 이명박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탄압
이정원
이주노조 교육선전차장
이명박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검거 작전을 시작했다. 탄압의 시작은 이주노조 간부들에 대한 표적 단속으로 시작됐다.
지금 광우병 쇠고기 수입,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미친 교육 정책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의 반민중적 강경 드라이브가 대중의 막강한 저항에 부딪혀 주춤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아직 그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대통령 이명박은 3월 19일 법무부의 업무 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불법체류자들이 이주노조를 만들어서 관련 사건이 법원에 가 있으며 이것은 전 세계에 이례가 없는 일이다. …… 불법체류자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법무부가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꼬집어 말했다.
그 뒤 3월 31일 법무장관은 이주노조 설립 관련 상고심 재판을 맡고 있는 대법원 재판부에 ‘법률적 의견’을 제출했고, 노동부도 4월 7일 2차 상고이유보충서를 제출했다. 물론 이 문서들의 핵심 내용은 절대 이주노조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5월 2일에는 이주노조 3대 보궐 지도부인 토르너 위원장과 소부를 부위원장을 ‘불법체류자’라는 명목으로 기습 체포했고, 사회 각계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5월 15일 추방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가 판결한 ‘긴급 구제 결정’조차 무시하고 추방을 집행했다.
법무부의 초법적 행위
국가인권위는 5월 15일 오전 11시 경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토르너 위원장과 소부르 부위원장 관련 진정 및 긴급구제신청건에 대하여 “피진정인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에게 우리 위원회에 접수된 사건번호 08진인 1550호 진정사건의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이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서의 집행을 유예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긴급구제 결정을 했다.
국가인권위가 긴급 구제 결정까지 내린 것은 이미 지난 해 11월 27일 이주노조 3대 지도부 까지만 위원장, 라쥬 부위원장, 마숨 사무국장이 표적 단속된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된 상태에서 진정 조사가 완료되기도 전에 강제 출국시켜버린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인권위는 긴급구제 결정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우리 위원회가 진정사건을 조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위원회에 아무런 사전 통보도 하지 않은 채 그 사건의 진상과 경과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피해자들을 조기에 강제 출국시킨 바가 있고 이 때문에 실제로 우리 위원회는 사건 조사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8조 제2항은 우리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당사자 또는 관계인 등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과 명예의 보호 또는 증거의 확보나 인멸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관계인 및 그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그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주된 진정요지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피해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림부 토르너를 체포할 때에는 오른쪽 팔을 꺾고 무릎아래 부분을 발로 가격하는 등 심각한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것이고 소부르 압두스를 체포할 때에는 10여 명의 직원이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가택에 침입하였으며 표적단속을 당하였다는 것이므로 이 모든 사안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충분한 진술과 피진정인 측과의 교차신문, 대질신문 등을 통한 증거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 결정을 내린 날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담당과장은 긴급구제 결정사실을 우선 유선상으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조사집행팀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이 통보를 받은 직후 법무부는 강제 출국을 집행했다.
이 시간 이주노조는 국가인권위의 긴급 구제 결정 사실을 전하려고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면회를 신청했다. 그런데 청주외국인보호소측은 아무런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고 “이들이 안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항의와 수소문 끝에 강제 출국 집행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국가인권위 역시 이 황당한 소식을 접하고 법무부측에 강제 출국 집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이 요구를 결국 묵살했다.
이 날 오후 국제 엠네스티 역시 긴급히 강제 출국 집행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법무부에 전달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강제퇴거가 집행될 때, 토르너 위원장과 소부르 부위원장은 현재 행정소송과 인권위 진정 등을 제기해 진행 중이라고 말하고 변호인 등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역시 묵살당했다.
‘법질서 확립’을 외치는 법무부 자신이 이렇게 치졸하고 황당하게 무리한 집행을 강행한 것이다.
법무부는 그 동안 이주노조 1대 위원장이었던 아노아르 위원장과 까지만, 라쥬, 마숨 3대 지도부, 그리고 이들이 추방된 후 다시 세워진 지도부 토르너, 소부르 씨에 대한 표적 단속을 계속 부인해 왔다. 그저 우연한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이것은 명백한 표적 체포였고, 법무부는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는 것이 불편한 것이다.
법의 이름으로 공정한 공권력을 행사해야 할 법무부가 이주노동자들의 자주적 조직을 무력화시키고 와해시키기 위해 수년 동안 이들 조직의 간부들을 미행하고 잠복해 체포한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주노조와 법률 지원을 맡은 ‘민변 이주모임’은 김경한 법무장관, 추규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원형규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국가위원회가 하는 긴급구제조치를 방해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가인권위원회법 60조 위반과 직권남용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법무부의 계속되는 인권 탄압
며칠 전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국가인권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한국이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분야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복지와 인권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에서 어두운 측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 동안 한국 정부는 유엔 이주노동자 특별보고관의 권고, 국제 엠네스티의 우려, 국가인권위의 숱한 권고들을 사실상 거의 외면해 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이 더욱 역행하는 일이 속출할 지경이다.
얼마 전 대구노동청은 노동부로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권리 구제를 신청해오면 우선 신병을 확보해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한 후 권리 구제 절차를 진행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확인해 주었다고 한다.
이 지침은 사실상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퇴직금, 체불임금, 직장 내 성폭행 등을 당해도 노동부를 찾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 가뜩이나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법적 보호 밖에 방치된 이들 이주노동자들이 그나마 권리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 노동부였는데 이 조차도 이제 어렵게 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 집중 단속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각 출입국관리소 단속반들은 단속 실적을 채우기 위해 임신한 여성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잡아들이고 있다.
지난 7월 4일 마석에서는 임신 8개월인 필리핀 여성 샤론의 집으로 쳐들어 온 단속반에게 잡혀갔다. 그리고 이틀 뒤 그녀의 남편도 단속이 됐다.
그녀는 단속 된 뒤 하혈 증세까지 보였지만 출입국 담당 공무원은 항공사 규정에 임신 32주 전까지는 탑승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는 규정을 들이밀며 문제없다는 식이다. 법무부는 항의가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부랴부랴 이들 부부를 풀어주었지만, 샤론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또 다른 임신 5개월 상태인 베트남 여성과 4개월 된 젖먹이 아이를 둔 필리핀 아기 엄마와 함께 있다고 알려왔다. 출입국측은 이들 여성들은 석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2월 의정부출입국관리소에서 고위험성 임신 상태인 방글라데시 여성의 남편을 보호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단속했다. 후에 위험한 상황임을 알고 이 남편을 풀어주었지만 풀어준 뒤에도 불쑥 집에 찾아와 출국을 종용했고 두려움에 떨던 임산부는 쌍둥이 아이들을 유산하고 말았다.
이런 사건이 있어도 법무부는 임산부 또는 임산부의 유일한 보호자인 남편을 대수롭지 않게 단속해 추방해 버리고 있다. 법무부에게 이런 일들은 소위 ‘법 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차적이고 귀찮은 사건들일 뿐이다. 누구에게 해를 가한 것도,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다 준 범죄자도 아닌 이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이 ‘법 집행’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정부가 이런 억압을 더욱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인력과 단속 장비를 확충하겠다고 하고 외국인수용소를 더 짓겠다고 한다. 이미 이주노동자들에게 자의적 권력 행사로 문제를 숱하게 일으키는 상황에서 출입국 직원들의 권한도 더 확대하겠다고 하고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을 우범지역으로 정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현행의 반인권적, 불법적 단속을 정당화하도록 출입국관리법을 개악하려 한다.
과연 이런 일들이 정부가 말하는 민주주의 증진과 인권 옹호와 양립할 수 있는가?
정부는 이런 조치가 ‘국익’과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확인되지도 않은 ‘국익’과 ‘안보’의 위험을 논하는 것의 허구성은 별도로 하더라도, 이 칼날은 언제 국민에게 향할 지 모를 일이다.
우리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말할 때,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인권과 관계된 것이다. 이주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이런 끔찍한 탄압, 그리고 그것에 맞서 저항하려는 이주노동자들의 조직인 이주노조에 대한 탄압을 모두 함께 반대하고 나서야 하는 이유는 그 탄압이 부당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07월호(제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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