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인권실천가 교육과정 스케치
경기복지시민연대 정책실장
“인권에 기초한 사회복지실천은 사회복지 분야의 종사자들에게 특별한 것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에 대해 기존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 즉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Jim Ife, 2003)
1. 들어가며
최근 사회복지계는 인권(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가족부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에서 여러 차례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어 이를 근절하려는 의지로 인권(교육)에 접근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학계와 사회복지운동단체,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는 그동안 전통적인 사회복지실천으로 욕구에 기반한 접근에 대한 성찰과 도전으로 이용자의 인권에 기초한 사회복지실천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사와 이용자 간의 새로운 관계설정과 함께 사회복지실천 현장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사회복지서비스는 장애인 활동보조인 등 바우처 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도입으로 기존의 전통적인 공급자 중심의 사회복지서비스가 아닌 수요자, 이용자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의 권리와 선택의 명분으로 오히려 시장기제 도입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이 오히려 사회복지예산의 삭감, 민영화 등 ‘경제논리’가 행정부를 지배하는 사회복지의 시장 기제를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인식, 법, 제도의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환경적 변화는 사회복지실천에서 인권에 기반한 접근으로 사회복지를 재구조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복지시민연대는 도대체 인권이란 무엇이고 앞으로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인권관점이 어떻게 실현될 것인가에 대한 사회복지사들의 상황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판단되어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사회복지사 교육프로그램 ‘사회복지인권실천가 과정’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번 교육은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9일까지 매주 수요일 3시간동안 총 5회 강좌로 종합복지관, 정신보건센터, 지역자활센터 등 20여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참여했다.
이 원고는 사회복지와 인권의 이론적 내용을 다루는 의도가 아니라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프로그램의 취지와 교육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향후 과제를 모색하려는 것에 있음을 밝힌다.
2. 사회복지인권실천가 교육과정
이번 사회복지인권실천가 교육과정은 ‘step1’이라는 주제에 맞게 기초과정으로 크게 3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인권일반에 대한 기본적 이해, 둘째는 사회복지와 인권의 관계 , 셋째는 인권에 기반한 사회복지실천이라는 기본 틀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범주의 교육내용은 먼저 이론교육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인권감수성을 깨우는 시간이다.
인권에 대해 그냥 막연하게 ‘그저 좋은 것’, ‘인간의 권리’라는 생각을 ‘인권의 꽃’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5가지를 발표한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사회의 다양성과 공동체 그리고 인권 보편성 등 자연스럽게 인권의 가치를 교육참여자 간에 상호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번 교육은 아마도 항상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다른 일반직업군에 비해 인권감수성이 높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인권의 ABC라고 할 수 있는 ‘인권이란 무엇인가’라는 내용이다. 인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지난한 역사 속에서 끊임없는 논쟁과 투쟁 속에서 인권의 개념이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세계인권선언에서부터 최근의 국제인권법에 이르는 인권의 역사와 그 가운데 제1세대 인권인 자유권, 제2세대 인권인 사회권, 제3세대 인권인 집단권 등 기본적인 인권항목을 학습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교육시간은 인권의 보편성, 기본성, 상호보완성, 상호불가분성 등 인권의 성격을 이해하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 범주의 교육내용은 이제 본격적으로 ‘왜 사회복지에서 인권인가’라는 질문과 사회복지현장에서 부딪히는 인권 딜레마를 토론하는 시간이다. 최근 사회복지영역에서 인권관점이 도입되는 사회적 배경과 함께 사회복지 윤리와 철학 그리고 실천에 인권의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것을 재확인하고 인권옹호자, 인권활동가로서의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되짚어 보는 자리였다. 이러한 논의 중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이용자의 인권과 함께 사회복지사들의 인권이다. 세계인권선언, 자유권, 사회권 등 인권항목에 대비하여 사회복지사의 인권을 비춰볼 때 사회복지사에게 헌신, 봉사만을 강요하고 자신들의 인권을 애써 외면하는 현실을 극복하려는 시간이었다.
세 번째 범주의 교육내용은 교육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 있게 참여했던 교육프로그램이었다. 조별로 ‘인권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 대해 각각 3가지 다뤄보기’를 통해 인권이 사회복지현장에서 당사자들의 임파워먼트와 복지권의 향상 등을 기대하면서도 이용자와 사회복지사와의 갈등 그리고 인권과 현실의 간극, 자원의 부족 등 현실적 우려들을 솔직히 쏟아내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사회복지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장면들을 각 조별로 나누어주고 어떻게 인권적 관점에서 해결할 것인가를 역할극을 통해 다뤄보면서 적극적인 실천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사회복지사와 이용자, 공공기관, 자원봉사자 등 사회복지의 일상 현장에서 그냥 지나치거나 회피하기 쉬운 과제를 인권적으로 재구성하면서 헤쳐 나가는 모습은 어려운 과제였지만 스스로 인권옹호자로서 역할을 재확인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교육을 정리하면서 최선의 이익과 자기결정권, 욕구와 권리, 이용자와 클라이언트, 전문가주의, 권리와 선택 그리고 시장화 등의 다양한 논쟁거리를 풀어놓고 사회복지에서 인권에 기반을 둔 접근은 어떠한 실천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으로 5주간의 사회복지인권실천가 교육과정이 마무리 되었다.
3. 나오면서
그동안 경기복지시민연대는 생활시설 종사자, 활동보조인, 지역아동센터 등 다양한 집단으로부터 인권교육 요청을 받고 실제 인권교육을 진행해 왔다. 그 가운데 이번 교육프로그램은 단체에서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행했다는 점 외에도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그동안 인권교육이 생활시설 중심에서 좀 더 다양한 사회복지현장으로 인권교육을 확장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 등 공공기관에서는 인권침해의 개연성이 높고 실제 인권침해 사례들이 많은 아동, 노인, 장애인 생활시설에 집중적으로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여기 머물지 않고 다양한 이용시설에서도 인권의 부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오히려 인권감수성이 상대적으로 정체 내지 퇴보할 수 있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박태영(2002)이 지적한대로 “사회복지영역 가운데서 인권은 특수한 영역 즉 외국인 노동자, 정신장애인, 일부 시설생활자와 관련된 인권침해요소가 많은 영역에 관계하는 자들의 몫으로 여기고 일반적인 영역에서는 인권을 ‘좋은 생각이나 바람직한 것’ 정도로만 생각하고 자신의 업무에 어떻게 적용시켜 나갈지에 대한 생각이나 구체적인 실천은 미흡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인권침해의 개연성이 있는 당사자들이라는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접근을 넘어 인권옹호자, 사회복지인권실천가라는 새로운 사회복지사 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둘째로 사회복지현장에 인권관점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사회복지현장의 인권교육이 단선적이고 일회적인 현실에 머물러 그 효과를 검증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인권교육이 인권침해의 개연성을 가진 집단을 교화하는 수준으로 접근하거나 시설 및 기관 평가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경향성이 없지 않다. 또한 사회복지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권침해 논란과 딜레마를 개인의 인권인식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내부구성원들의 ‘침묵의 카르텔’을 보이는 경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다양한 시설 및 기관의 사회복지현장종사자들이 그룹을 형성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인권관점을 견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이번 인권교육에 대한 단체나 교육 참여자들의 종합적인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아서 향후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올해에 제1기에 이어 제2기의 교육 참여자들을 배출하고 심화과정을 통해 지역차원에서 사회복지인권실천가 그룹을 형성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미시적으로는 인권친화적인 시설 및 기관을 만들기 위한 지역사회의 실천과 함께 거시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사회권, 복지권 신장을 위해 도전을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참고문헌>
짐 아이프 저, 김형식 · 여지영 역(2001), 『인권과 사회복지실천』, 인간과복지
김영종 외(2006), 「짐 아이프 초청, 사회복지분야 인권관점 도입 · 확산을 위한 워크숍」, 국가인권위원회
박태영(2002),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인권에 관한 소고’, 사회복지 2002년 겨울호
월간 <복지동향> 2008년 07월호(제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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