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조차 망각한 몰상식의 극치: 2008년도 장애인실태조사
남 찬 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장애인실태조사로는 일곱 번째 조사가 실시되는 해이다. 장애인실태조사는 1980년에 처음 실시한 이래 5년마다 실시하여 2005년에 여섯 번째 조사를 하였고, 2007년에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조사주기가 3년으로 단축되면서 올해 일곱 번째 조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장애인실태조사는 가장 기본적인 통계치인 장애출현율의 산출과 함께 장애인들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실태와 욕구를 조사해왔다.
그런데 올해의 장애인실태조사는 조사의 다른 내용을 모두 떠나서 치명적이고도 몰상식한 결함을 안고 있다. 그것은 조사대상이 등록장애인으로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조사대상을 이처럼 한정한 것이 치명적이고 몰상식한 결함인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등록장애인만 조사하면 장애인조사에서 가장 기본적인 통계치인 장애출현율을 계산할 수가 없다. 장애출현율은 전체 국민 중 장애인이 몇 명인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포함해서 조사해야 계산할 수 있고 이것이 있어야 장애인총수를 추정할 수 있다. 등록장애인만 조사하겠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장애인 총수조차 추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장애인 총수에 관한 추정치조차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어떻게 장애인정책을 수립할 수 있겠는가?
둘째, 등록장애인은 장애인 중 일부이다. 최근 장애인 등록율이 매우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등록장애인은 장애인의 일부이다. 아직도 상당수의 장애인은 여러 가지 이유로 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정책대상으로 삼아야 할 대상은 등록장애인도 포함되겠지만 등록하지 않은 장애인도 포함해야 한다. 또 단기적으로 비등록장애인을 포함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수자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장애인 등록도 정부가 펼치는 여러 가지 장애인정책 중 하나이다. 정부는 이 여러 가지 정책 중 한 가지 정책의 대상자들에게만 관심을 가질 것인가?
셋째, 최근 장애인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00년간 추정장애인의 연평균 증가율은 6.59%였지만 2000년부터 2005년간 추정장애인의 연평균 증가율은 8.19%로 증가율이 더 높아졌다. 2000~2005년간 총인구 증가율이 연평균 0.54%에 불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장애인구 증가속도는 놀랄만하다. 장애인구가 증가하는 데에는 두 차례에 걸친 장애범주 확대도 한 원인이지만 그보다 노인인구 증가라든지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더 큰 원인이다. 특히 노인인구 증가는 장애인구 증가에 매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구노령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따라서 장애인구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노인정책과 장애인정책 간의 자원배분이 중요한 쟁점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장애출현율을 추정하지 못하면 장래 장애인구 예측치를 추정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향후 자원배분을 결정할 때 근거자료를 갖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장애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든 말든 노인인구 중 상당수가 장애를 갖게 되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넷째, 장애출현율에 따라 장애인 총수를 추정하지 않는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정부 장애인정책의 정확한 효과를 판단할 수 없다. 예컨대 의무고용제도의 진정한 효과를 파악하려면 전체 장애인 중 의무고용제도에 의해 취업한 장애인이 몇 명인가를 알 수 있어야 하며 장애수당의 진정한 정책효과를 알기 위해서도 등록장애인 중 몇 명이 아니라 전체 장애인 중 몇 명이 장애수당의 대상이 되는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자신이 펼치는 정책의 진정한 효과를 측정하기가 싫은 것인가?
다섯째, 올해부터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장애개념은 다른 장애인정책에서의 장애개념보다 넓게 규정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을 통해 향후 어느 정도나 차별이 해소될 것인지 또 그것을 위해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투입해야 할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려면 총장애인구가 몇 명이며 그들이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설마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대상을 등록장애인만이라고 생각하는 몰상식을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올해 장애인실태조사의 조사대상이 등록장애인만으로 정해진 데에는 감사원이 관련 부처 담당공무원 및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실태조사는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고집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감사원의 어떤 자가 그런 주장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주었다고 할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가 장애인실태조사를 하면서 행정적으로 등록된 장애인만을 조사하는가? 행정적 장애인은 굳이 실태조사를 하지 않아도 정부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행정자료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장애인실태조사는 두 단계의 조사로 이루어지고 비장애인은 일단계 조사에만 포함되고 그것도 기본적인 사항만 조사되기 때문에 등록장애인만 대상으로 한다고 해서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이런 무식하고 말도 안되는 일을 누가 저질렀는가?
2006년에 유엔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을 채택할 때 여성장애인의 권리를 앞장서서 주장하여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끌었던 대한민국이 무식하기 짝이 없는 감사원의 몰상식 때문에 올해에는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게 생겼다. 장애인차별금지법까지 시행하고 교육분야에서도 그간의 특수교육진흥법을 전면 개정하여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시행하여 무상교육까지 규정한 나라의 백주대낮에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감사원의 담당자와 책임자는 처벌되어야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용감하게 일을 저질렀으니 담담하게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10월호(제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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