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11-02   1020

[심층분석 2] 국민의 기초생활보장은 능동적 복지의 관심사항이 아닌가?

국민의 기초생활보장은 능동적 복지의 관심사항이 아닌가?
– 2009년 기초생활보장 관련 정부 예산안 –

 



 

 

남 기 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지난 10월 드러난 2009년도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예산 기금 운용계획안 개요를 보면, 현 정부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도 얼마나 빈익빈․부익부의 정책기조에 혈안이 되어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경제위기상황을 직접적인 생존의 문제로 맞닥뜨리게 되는 저소득층에 대한 기초생활보장 예산의 내역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을 통해서나 혹은 국정과제를 통해서 상대빈곤선의 도입과 사각지대 축소 등 기초생활보장의 강화를 내세운 바 있었던 이명박 정부의 첫 예산편성인 2009년도 예산을 보면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 사실상 감소한 기초생활보장예산

 

2009년 안에서의 기초생활보장예산은 전체적으로 약 6조 9379억원으로 전년도 예산 6조 8505억원에 비해 874억 정도가 증가하여 약 1.3% 증가하였다. 하지만 이를 증가라고 말하기는 참 낯부끄러운 이야기이다. 만약 2008년의 추경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전년도의 7조 2644억원에 비해 3265억원이 줄어들어 4.5%나 감소한 셈이 된다.
기초생활보장분야 예산의 대략적인 내용을 보면 다음 <표 1>과 같다.

 

기초생활급여는 4.3% 상승, 의료급여는 12.2%의 대폭적인 감소, 긴급복지지원 2.1%와 자활지원은 0.5%의 미미한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 그나마 4개 영역 중에서는 기초생활급여가 조금 상승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내부를 살펴보면 ‘기초생활보장 관리’사업 부분만 100%를 넘는 상승을 나타내고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빈약한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기초생활보장급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최저생계비이다. 내년도 최저생계비는 2008년 올해에 비해 4.8%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사실상 비계측년도 최저생계비 결정 관행이 물가상승률 +α 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연간 물가상승률을 얼마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현재 전년 대비 4.8% 미만의 물가상승을 보인다고 하면 얼마나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제는 기초생활보장예산 증가는 그나마 4.8%라는 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동결 내지 사실상의 감소라는 점이다.

 


▣ 기초보장에 대한 MB 정부의 태도 변화

 

경제가 나빠지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확충이 긴급하게 필요해지는 법이다. 그런데 오히려 예년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증가, 아니 사실상의 의미에서 동결 내지 감소한 기초보장 예산을 들고 나온 배짱이 기가 막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배짱은 예견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MB 정부가 처음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에 대해 부정적인 정책방향을 명시적으로 표방한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 후보 당시 시민단체의 공약에 대한 질의답변을 통해 상대적 빈곤선 채택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게다가 올해 초 인수위 활동과 정책과제를 제시하면서 사회복지와 관련해서 ‘능동적 복지’라는 선언과 4대 전략과 42개 과제를 표방하였다. 4대 전략목표는 ‘평생복지기반마련’, ‘예방·맞춤·통합형 복지’, ‘시장기능을 활용한 서민생활 안정’,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이다. 이 전략목표 하에서 나타난 42개 국정과제 중에는 8개 핵심과제와 15개 중점과제, 19개 일반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중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직접 관련되는 과제로 ‘맞춤형 개별급여’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중점과제의 하나로 제시된 바 있다. 만약 ‘상대빈곤선 도입’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그리고 취지대로의 충실한 예산반영이 포함된 ‘개별급여화’ 논의가 진행된다면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안고 있는 보장수준의 지속적 하락문제,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문제,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의 문제 등 주요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방향이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태도를 보인 것은 선거의 국면 혹은 정권 초기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국면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내용을 선언해야 할 필요에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 사회복지와 관련된 많은 전문가들은 MB 정부의 정책기조로 보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충실한 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 비관적인 예측들을 내어놓곤 했다.

이 공공부조 영역에서의 비관적 예측을 현실화시킨 움직임은 역시 예산과 관련하여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4월 29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09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서이다. 여기에서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등 의무지출 사업은 사업대상 확대, 지원단가 인상 없이 실소요만 요구”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업대상의 확대, 지원단가 인상 등이 불가피한 경우 지출한도 내에서 여타 사업소요 감축”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에 나타난 상당히 극적인 태도의 변화이다. 법으로 정해져 있으니 공공부조 급여를 지출해야 하겠지만 이 예산 소요를 절대 늘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굳이 예산을 늘리려면 관련된 다른 부분을 줄여서 알아서 돈을 만들라는 고압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결국 대선 후보로서 기초보장에 대한 적극적 공약을 강조하던 시점으로부터 1년 후, 능동적 복지의 구호를 외쳐대던 시점으로부터 불과 몇 달 만에, 국민의 기초생활보장에 대해서 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2009년 예산편성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납득할 수 없는 기초보장예산 ‘축소’의 근거 : 수급자 수는 줄어들 것이다?

 

MB 정부는 이번 예산을 짜 놓고도 복지부분의 팽창은 다른 영역보다 크다는 식의 홍보전도 전개한 바 있다. 기초보장예산에 대해서도 ‘증가’라는 표현에 주력하였다. 하지만 분명 이는 (2008년의 추경부분은 제외하고 이야기하더라도) 기초생활보장지출에서 주요한 기준인 최저생계비 인상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리고 절대치로 보아도 1.3%라는 미미한 증가인(만약, 이 예산을 원화가 아니라 달러화나 엔화 혹은 금으로 해당 시점의 그 가치를 살펴본다면 엄청난 감소라는 점이 나타날 것이다), 사실상의 감소예산이다.

이 감소의 합리적 근거를 예산 속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예산안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예산 특히 급여예산이 취약해지는 근거로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은 대상자 수가 줄어든 점이다. 2008년에 일반수급자 151만 3천명을 포함하여 전체 수급자 수가 159만 6천명이었던 것을 2009년에 일반수급자 수를 2만 3천명 감소한 149만명, 전체 수급자 수를 2만명 감소한 157만 6천명으로 추계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심각해지고 거리에 노숙인이 다시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수를 전년도 예산 편성 때보다 줄어드는 것으로 추계하는 것을 국민에게 어떻게 적절하다고 납득시키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당연히 수급자 수를 늘려 잡는 것이 상식이다.
 
최근 몇 년 간 계속 증가해온 부분이다. 게다가 정부가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떠들어놓고, 수급자 수는 줄어든다고 예측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비합리적이다.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합리적 설명은 제약된 기초보장예산 규모 총액을 정해놓고 여기에 세부근거를 짜맞추려다 보니 나타난 왜곡현상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도 기초보장예산을 ‘삭감’할 수 있는 타당한 논리가 얼마나 없었으면 이 경제위기에서 대상자 수를 줄이는 궁색한 비논리적 방법을 써야 했는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어쩌면 최근에 보수언론 등을 통해 ‘부정수급자 이야기를 떠들어 왔고, 기초보장예산 중에서 관리업무 예산이 유독 대폭 늘어난 만큼, 부정수급자를 적발해 수급자 수를 줄이겠다는 복안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기가 막히게 진행되어 가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후 서민생활고에 대한 정부 인식의 문제점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11월 3일 긴급하게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내어놓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1만명 증가시키고, 긴급복지지원 대상자를 8천명 증가시키겠다고 생색내며 발표하였다. 전체적으로 10조원을 넘는 규모의 수정예산안이라고 발표한 이 계획의 내면은 (적어도 기초보장예산의 관점에서) 성실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157만 6천명에서 158만 6천명으로 늘리고 긴급복지지원 대상자를 3만 1천 가구에서 3만 9천 가구로 늘린다고 하고 있지만 10월의 예산안에서 근거 없이 축소편성하였던 대상자 수의 축소규모를 조금 완화한 것 뿐이다. 즉,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를 2008년 159만 6천명에서 157만 6천명으로 축소했다가, 다시 1만명을 늘려 158만 6천명으로 추계한 것이다. 이 근거 역시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현 정부 식대로 표현한다면 부정수급자 적발을 조금 덜 하겠다는 뜻인가?

결국, 그 기초생활보장 예산을 들여다 본다면, 이 경제난국극복종합대책에 의한 수정예산이라는 것도 근거 없이 수급자 수를 2008년보다 2만명이나 줄여 잡아서 예산제약의 논리근거를 내세웠다가, 경제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자 수급자 수가 2008년에 비해 2만명보다는 조금 덜 줄어들 것 같다는 ‘선심성 일기예보’를 언론에 크게 떠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

 


▣ 예산을 들이지 않는 MB 정부 기초생활보장 마술(魔術)의 끝은?

 

기초생활보장예산은 사실상 경직적인 부분이 많아 사회경제상황이 급격히 좋아지지 않는다면 감소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사실상의 감소를 나타내었다는 것은 둘 중 하나의 상황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첫째는 이명박 정부는 올해와 내년 서민들의 생활수준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으므로 기초생활보장예산을 감소시켜도 좋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현 정부의 기본적 상황판단능력에 손상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의 경우는 기초보장을 국가가 감당해야할 기본적 의무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국가는 시장이 운영 되는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보고, 기초생활보장마저도 국가가 과도하게(?) 감당해서는 안되니 그 보장수준을 어떻게든 낮추어보려는 입장일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예산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부조제도가 가장 적절한 형태인가를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기초생활보장이 국가 예산으로 담당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한 현대국가의 의무라는 점이다. 이를 예산을 들이지 않고 수행하겠다는 것은 다른 심각한 부작용을 낳거나 아니면 공공 행정이 아닌 마술의 영역일 것이다. 문제는 현재 정부가 예산은 들이지 않고 기초생활보장을 하겠다는 인식이다. 사각지대 축소를 ‘부정수급자’의 수급액 환수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어이없는 발상이 그 한 예이다. 부정수급자의 규모를 부적절한 추계를 통해 홍보(?)해가며 담세자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이간질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는가 하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이나 관련 구조를 보건복지부에 만들면서 사실상 ‘감시단’을 창출하고 있다. 그야말로 예산을 들이지 않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어리석은 효율화 방안이다. 부정수급의 규모와 사각지대의 규모가 유사하다는 인식인가?

최근 정부의 행태는 그나마 초라하기 짝이 없는 우리사회의 복지수준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예산 없이 기초생활을 보장하겠다는 마술의 시도가 자칫 국민의 최저생활 혹은 생존권을 권리성으로 보장했던 기초법 정신마저 퇴색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 정부는 (비록 언어적 수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능동적’ 복지를 선언하면서, ‘예방적’, ‘통합적’, ‘맞춤형‘ 복지 등을 이야기해 왔지만, 2009년 예산을 통해서 어떤 적극성도 찾아볼 수 없다.

위험한 마술은 가끔 잘못되면 다치는 사람이 나온다.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되겠지만, 만약 사고가 난다면 다치는 사람은 무대 위 마술사인 것이 차라리 낫다. 신기한 마술이라기에 구경왔던 관객이 다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예산 없이 하는 기초생활보장 마술에 선량한 우리사회 서민과 수급자들이 다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현 정부가 예전에 약속했던 상대빈곤선의 논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논의, 차상위 계층에 대한 보호를 지향하는 급여구조 개편의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 이번 예산편성에서처럼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왜곡되어 버리지는 않는지 잘 감시해야할 때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11월호(제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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