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12-03   2091

[복지동향 칼럼]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지적장애인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지적장애인

 




임성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장

 


금년 4월 11일에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장애인차별금지법 제1조)하기 위한 장치이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주의에 입각하여, 장애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도록 하였으며, 장애인차별에 대한 판단기준 제시 및 권리구제 절차 마련을 통해 장애인인권보장의 전환점을 마련하였다는 의의를 가진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2장에서 장애의 개념과 장애로 인한 차별을 폭넓게 금지할 수 있는 근거로, 차별의 영역을 고용, 교육․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사법․행정 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 모․부성권과 성 등, 가족․가정․복지시설 및 건강권 등 여섯가지 영역별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3장에서는 “장애여성과 장애아동 등”을 별도로 규정하여 이중적 차별 또는 새로운 차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장애인의 차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을 받은 장애인에 대해서는 권리구제 절차를 법적으로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과연 모든 장애인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률인가? 안타깝게도 그 답은 부정적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지적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차별실태를 개선할 수 있는 법률로 작용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7조제1항은 “장애인은 자신의 생활 전반에 관하여 자신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47조제1항에서는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차별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인이 의사표현 또는 의사소통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사회가 지적장애인의 의사소통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느냐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전제하지만 장애인, 특히 지적장애인에 대해서는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능력이 부족(또는 부재)함을 전제로 이러한 능력의 증명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한다. 이러한 문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내에서도 발견된다. 가족․가정 및 복지시설 등의 구성원은 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의사결정과정에서 장애인을 배제하여서는 안 된다(제30조제1항)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적장애인에 대해서는 의사소통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의 부재를 “정당한 사유”로 해석하여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의사소통과 관련된 문제를 살펴보면, 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공공기관 등은 자신이 주최 또는 주관하는 행사에서 장애인의 참여 및 의사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수화통역사․문자통역사․음성통역자․보청기기 등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하며(제21조제2항),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에 따라 수화, 구화, 점자, 큰문자 등을 습득하고 이를 활용한 학습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제23조제3항). 그러나 제시된 법 조항의 내용은 시각 및 청각장애인만을 고려한 것이지 지적장애인의 의사소통능력을 고려한 규정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는 차별 여부를 판단할 때 장애인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제5조제2항)을 위배한 지적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법 제4조제1항제3호 및 동조제2항에 명시되어 있는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통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음으로 인한 간접차별(제4조제1항제2호)을 초래할 수 있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배제적 및 집단적 판단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이면서도 전체를 포괄하는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지적장애인의 의사소통능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의사소통과정에서 지적장애인의 특성과 정도를 고려하여 이들에게 필요한 의사소통양식을 개발․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사소통에서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의무(제23조)에 ‘시․청각 보조자료’,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보조자료’를 포함하도록 명시하고,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의 입증에 어려움이 있는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입증책임의 전환이 고려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의사결정과 관련된 문제를 살펴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7조제2항에서 “장애인은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선택권을 보장받기 위하여 필요한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각 차별 영역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 주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적장애인 본인의 동의를 얻고(제22조), 장애인 스스로 인식하고 작성할 수 있는 서식의 제작 및 제공을 요구하거나(제26조제5항), 가족․가정 및 복지시설에서 자신이 표명한 의사에 반하여 역할 강요 및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배제 등을 할 수 없도록(제30조) 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지적장애인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거나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지적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자기결정권 문제는 자신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보장되어야 하며, 특히 지적장애인과 관련해서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각종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서비스 이용 시 지적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해 주도록 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장치에 대해 세밀히 검토하고 이를 상세히 기술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함에 있어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 필요한 환경적 지원 또한 검토되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지적장애인이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어려움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받을 수 있는 피해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예를 들면, 성년후견인제도의 도입)이 마련되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12월호(제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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