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4-01   1844

[심층분석2]지적장애인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지적장애인과 장애인차별금지법


김진우(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1. 시작하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단순히 원칙적인 수준에서 차별금지를 웅변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리구제체계까지 갖추면서 행정기관도 차별주체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천명하고 있어 장애인 인권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여러 가지 사유를 들어 장애인을 그렇게 대우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입증하면 차별로 간주하지 않는 등 처벌을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인 차별종류을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어 차별이 행해진 경우 이 법에 기댈 수 있는 폭이 상당히 넓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한 법의 지난 시행 1년을 되돌아봄에 있어 그러한 획기적 입법조치가 실효성있게 집행되는가를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별로 혜택을 못 받는 장애종별은 없는가 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차별임을 스스로 주장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법한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이 법이 적용이 되는지에 관해서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과연 장애인 인권역사에서 큰 전환적 계기를 가져왔다고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적장애인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아래에서 비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주요내용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제2조에서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에 있는 사람’을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6조에서는 ‘누구든지 장애 또는 과거의 장애경력 또는 장애가 있다고 추측됨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현재 장애가 있은 경우뿐만 아니라 과거에 그리고 미래에 생길 법한 장애에 대해 모두 이 법에서 정하는 차별금지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람에게 가해지는 차별의 종류에 대하여 제4조에서는 장애인을 의도적으로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인 ‘직접차별’, 형식적으로는 불리하게 대우하지는 않으나 결과적으로 불리하게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간접차별’, 편의제공을 구체적으로 요청하였으나 이를 거부한 경우인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 등을 들고 있다. 아울러 장애인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대리․동행자와 보조견 및 장애인보조기구에 대한 차별행위 및 광고를 통한 차별도 금지대상이 된다.
 차별이 실제로 일어난 경우 장애인 등은 차별로 인해 받은 피해를 구제받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한 시정권고, 법무부장관에 의한 시정명령, 손해배상, 법원의 구제조치 등이 있게 된다.


3. 지적장애인을 무시한 장애인차별금지법?

 문제는 그러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적장애인에게는 별로 큰 실익이 없고, 실익을 갖게 하려면 아래와 같은 일련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거나 전략적 접근이 신중하게 모색되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1) 지적장애인에게 정보접근권을 허(許)하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적장애인이게 의미가 있게 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거론되어야 할 것은 지적장애인 모두가 의사소통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다수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장애인의 잣대와 기준에 의해 지적장애인의 의사소통능력을 재단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왔다는 것을 우리의 관심영역에 끌어들여 공론화시킨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그들도 그들의 눈높이에서 대화하면 얼마든지 자신들의 선호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자신들의 선호와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흐름을 알기위한 다양한 주요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제23조에서는 의사소통에서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와 관련하여 ‘수화, 구화, 점자, 큰문자 등의 습득 및 학습지원서비스’만을 규정하면서 신체장애인만 염두에 두었지 지적장애인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제외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적장애인이 적어도 행정기관에서 발표하는 주요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영국과 같이 시청각 보조자료 또는 읽기 쉬운 버전을 따로 만들어서 제공해야 할 것이다.


2) 지적장애인에게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허하라

 지적장애인에게 자립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것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적 지원을 통해 의존적 상태를 최소화시키는 것을 포괄한다. 이것은 지적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기본 토대가 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제7조에서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적장애인에게도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이 보장되는가이다. 지금까지는 지적장애인은 의사결정능력이 없기 때문에 부모 또는 서비스제공자가 대신 결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례이며 지금도 그러한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자신의 의사가 분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 등에 있어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하는 것이 그러하다. 그러나 지적장애인이 자신의 선호와 의견을 피력하더라도 사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차별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야 하고, 차별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이야기해야 하고, 차별임을 법정에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그 어느 기관도 지적장애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지적장애인의 의견을 ‘대신(代身)’해서 부모, 전문가 및 후견인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민감한 대처가 필요한 부분을 메워나감으로써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목표로 설정되어야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적장애인에게도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지게 된다.


3) 지적장애인에게 간접차별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하라

 우리나라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외국의 사례와는 달리 정당한 편의제공거부와 간접차별을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당한 편의제공이 지적장애인의 의사결정능력에 대한 사회적 통념의 변화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생겨날 수 있는데 반해, 간접차별을 적극 활용하면 폭넓은 권리구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5조 차별판단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5조에서는 ‘이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차별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장애인 당사자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지적장애인의 특성, 지적장애의 정도를 고려하여 이들에 대해 결과적 불평등을 가져오지 않도록 하지 않으면 간접차별에 해당될 수 있다. 이것은 사인(私人)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정책과 예산 또한 지적장애인이 지적장애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욕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차별에 해당하게 된다. 이것은 개별적인 편의제공만으로는 차별적인 정책 자체에 대한 시정요구나 개선에의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는 한계를 간접차별을 적용하면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지적장애인에 대한 간접차별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법, 관련 규정, 예산뿐만 아니라 사인관계 영역에서도 배려되어야 하는데, 이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실질적 평등을 어디까지 배려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착된다.


4) 지적장애의 특성을 감안한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

 지적장애인은 장애인의 다수를 점하는 신체장애인에 비해 상대적 열세에 있으면서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고 주장하는 경험이 부족하고 부모 등 관계자 또한 당사자 입장에서 한 발 비껴나 있으므로 장애정책 내에서의 상대적 불리를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 결과 관련법률에서 지적장애인에 대해 실질적 평등을 제고시키려는 내용을 담보한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장차법은 지적장애인에게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 법률에 대해서는 차별로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즉, 장차법 제5조(차별판단)제2항에서는 ‘차별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장애인 당사자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획일적 규정이 종국적으로 지적장애인에게 구조적으로 불이익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정책 자체가 지적장애인의 정도와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차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로서는 법률과 정책이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했는지에 대해 법적, 정책적 재검토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법률에서의 개별 조항들을 모두 찾아내서 개정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절차적 측면에서의 권리보장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라고 보면 별도의 지적장애인지원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소득보장 및 사회서비스 수급과정에서의 자기결정을 포함한 자기결정 등 절차적 측면에서의 권리보장과 실질적 평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본원칙 및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동 법률에서 지적장애인 가족을 포함한 관계자들에 대한 지원내용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4. 글을 맺으며

 이제 경우 시행 1주년을 맞이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대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위에서 제기한 문제는 법 제정에 따른 반사적 이익이 있을지는 몰라도 차별에 따른 권리구제를 실효성있게 구현하기에는 그 전제조건도, 법 내용도 지적장애인에게는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은 법 시행경과 기간과는 무관한 것이다. 대놓고 정면에서 거론하지는 않지만 장애종별 내에서 상대적 무관심에 갇혀 있는 지적장애인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2등 시민으로 전락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적장애인을 포함하여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부족한 의사소통능력, 자기결정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국가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정책적 공백이 큰 문제임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미비점이 보완될 때 비로소 장애인차별금지법 집행과정에서의 사각지대는 사라질 것이며 그것이 법 시행 1년을 맞는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4월호(제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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