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러한 회신은 현장에 커다란 혼란을 불러왔다. 그간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사업주의 불법행위는 여러 차례에 걸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고 이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요양기관들에게 4대보험과 퇴직금 지급을 강력히 종용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에 따라 보험 가입률은 계속 올라가고 있었으며 당연히 요양보호사는 기관에 고용된 근로자라는 것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던 시기였다. 더구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에도 모든 종사자는 기관의 장과 근로계약이 체결된 자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나아가 보건복지부는 근로계약을 임금, 근로시간, 휴일, 유급휴가 등이 포함된 「표준근로계약서」로 체결토록 하고 필요시 임금수준 등 공개하도록 하며, 정규직 비율, 사회보험 가입, 정기검진, 근로계약 체결, 휴가, 직원교육 등 ‘종사자 복지수준’을 장기요양기관 평가지표에 반영하는 등 요양보호사의 고용안정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신이 나오자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가입신청을 속속 반려했고 고용지원센터는 심지어 실업급여 신청자에게 “근로자가 아니므로 줄 수 없다. 그동안 낸 보험료를 환급해주겠다”는 망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10월이 되자 영남과 서울에서 다양한 사건들이 속속 터졌으며 이러한 사태가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리라고 우려했듯이 장애인활동보조바우처 종사자에게까지 파급되었다. ▷ 4월 질의회신 이후 8월까지 대구에서만 4개 재가장기요양기관의 산재보험 가입신청이 ‘요양보호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반려됨 ▷ 마산의 한 재가장기요양센터는 내부 사정으로 일시 사업장을 폐쇄한 뒤 다시 설립 신고를 한 후에 8월에 요양보호사의 고용․산재 신청을 하였으나 받아들이지 않다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니 한참이 지난 이후에야 성립신고를 받아줌. 또 기존에 가입했던 요양보호사가 산재 신고를 하였는데 근로자성 인정이 안되어 산재 인정이 안된다며 시간을 끌다가 이후에 인정을 함. ▷ 부산의 한 사회적기업이 지난 10월 신규로 요양보호사에 대한 고용․산재보험을 신청하고자 했으나 공단에서 직접 기업으로 찾아와 요양보호사를 근로자로 볼 수 없어 가입이 불가하다고 설명하면서 굳이 들고 싶으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만 선택적으로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 ▷ 서울 서부지역-마포 상암-에서도 노동부 지침에 따라 공단이 고용산재보험 가입신고를 반려처분. ▷ 인천의 한 요양보호사가 사대보험 가입이 안되어 있어서 11월 초에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하자 ‘의무가입이 아니니 안들어도 된다’고 답변 ▷ 11월, 서울의 한 요양보호사가 기관장에게 우리는 4대보험이 안되느냐고 묻자 재가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하여 그런 줄 알고 있었다고 함 ▷ 서울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다 그만 두게 된 장애인활동보조인이 11월에 고용지원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하였으나, 요양보호사의 노동자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실업급여 처리를 보류함. 노동부의 해석, 과연 타당한가? 그렇다면 이렇게 하루아침에 요양보호사를 ‘개인사업자’로 만든 노동부의 해석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공공연하게 시비 만드는 노동부
– 요양보호사 근로자성 부정의 경위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사무처장)
현장에 혼란을 불러온 노동부의 ‘불법행위’
지난 4월 30일 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질의에 대해 ‘출·퇴근 시간이나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 업무수행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점, 요양보호사 개인의 근무가능시간에 따라 요양보호대상자수가 결정되는 점, 사업주의 업무지시를 거부하여도 별도의 제재가 없는 점,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개인사업자소득세를 납부해온 점,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회신함으로써 현장에서 상식화되고 있던 요양보호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업장 폐쇄 과정에서 그만둔 요양보호사가 실업급여를 신청했는데 11월 중순 현재 승인이 안된 상태임. 신청자가 고용보험료 다 냈는데 왜 안되느냐고 항의하자 고용보험료 환급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답변
노동부 판단근거 | 재가 요양보호사 노동현황 |
출·퇴근 시간이나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 | 매월 이용대상자가 결정되면 출퇴근 시간, 근로시간이 정해짐. 이 때 결정된 출퇴근시간이 최소 1개월 이상 대상자가 변경되기 전까지 유지됨. 매일매일 호출을 받아서 가는 노동형태가 아님 |
업무수행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점 | 삼중의 지위, 감독을 매일 받고 있음. –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다음과 같이 지휘감독을 받고 있음.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에서 ‘장기요양급여제공기록지’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고 있음. 별지 제16호 서식에는 재가요양서비스의 업무가 규정되어 이 범위 내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일할 것을 지시하고 있음. 노인장기요양사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노인요양 현장이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음. – 건강보험공단은 요양보호사가 이용대상자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어떻게 매일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요양계획을 공단 홈페이지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음. 그리고 지역공단은 이 등록 일정을 근거로 요양보호사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전화와 현장방문을 통해 감시감독하고 있음. 최근에는 200명의 암행감찰반이 요양보호사의 실제 업무 여부를 확인하고 있음. – 기관은 요양보호사를 이용대상자에게 배정할 시에 이용대상자의 상태와 요구에 따라 주로 해야 할 업무와 주의할 점을 지시하고 있음. 일하는 도중에도 지시한 대로 업무를 수행하는지 이용대상자와의 문제는 없는지 점검하며, 이용대상자와의 마찰이 있을 시에 갈등을 조정하며 새로운 업무지시를 하고 있음. 또한 매일 장기요양급여제공기록지를 작성하여 요양 항목별로 요양 시간을 기입하고 요양대상자와 요양보호사의 날인이나 서명을 받아 주1회나 월 1회 기관에 들러서 제출하도록 하고, 이 제공기록지를 토대로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를 신청하고 5년간 이 기록지를 보관하고 있음. |
요양보호사가 개인 근무가능시간에 따라 요양보호대상자수를 결정하는 점 | 요양보호사가 자신의 재량에 따라 요양보호사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는 요양보호대상자의 이용시간대와 이용시간량에 따라 이에 적합한 요양보호사를 재가요양기관이 배치하고 있음. 따라서 요양보호사의 근무가능시간과 요양보호대상자의 서비스요청시간을 협의하나 이것은 업무조정의 문제이며 최종적으로 재가요양기관이 승인해야만 가능하므로 결국 근무시간에 대한 지정권은 시설에 있음. |
사업주의 업무지시를 거부하여도 별도의 제재가 없는 점 | 요양보호사의 업무가 미흡하거나 적절치 않을 시에 재가요양기관에서 요양보호사를 관리하는 자가 업무에 대한 지시를 하고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았을 시에 이용대상자를 배정해 주지 않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음. 또한 심지어 요양보호사가 법적으로 수행하도록 되어 있는 업무 이외의 부당한 업무(가족에 대한 업무, 성적서비스 등)를 거부하거나,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였을 시에도 재가요양기관이 요양보호사에게 이용대상자를 배정해주지 않는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음. |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개인사업자소득세를 납부해 온 점 | 이는 일부 시설`기관에서 이루어지는 불법행위를 오히려 일반적 행위인 것처럼 착각한 판단임.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는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는데 이는 요양보호사에게 지급하는 대가는 소득세법 제20조에 따른 근로소득이라는 보건복지가족부 지침[요양보험운영과-4762(09.09.21) 방문요양기관 운영 관련 협조요청]에 의한 것임. 일부 고용주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기관이 요양보호사로 하여금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도록 유도하고 있음. 보건복지가족부가 요양보호사를 개인사업자로 등록하지 못하도록 한 이유는 요양서비스가 노인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어 있는 서비스이므로 서비스 제공 과정과 결과를 공적으로 감시통제, 책임지기 위함이었음. 개인사업자로 이 사업이 진행되면 사업 중 발생하는 사고와 돌봄의 결과를 요양보호사 개인이 책임지게 되므로 노인의 건강과 안전이 제도 안에서 담보되지 못하기 때문임. |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점 | 이것 역시 시설`기관의 불법행위를 일반 행위인 것처럼 착각한 데에서 오는 것임. 복지부의 강력한 종용으로 요양보호사의 사회보험가입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어 2008년 요양보호사협회 조사결과 76.7%, 2009년 사회공공연구소 조사 결과 86.6%가 4대보험에 가입해 있었음 |
※요양보호사 노동자성 부정하는 노동부 규탄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자료집에서 발췌. 2009.10.7,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일치된 대응
이러한 노동부의 ‘불법행위’ ‘반노동자적 행위’에 대해 가장 먼저 대응을 한 것은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하 ‘공공노조’)이었다. 공공노조는 확대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관련단체들과 함께 법률스터디를 하고 있던 중에 이러한 사태가 터지자 6월 연대단체들과 함께 토론회를 조직하였고 9월에는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 공대위 차원에서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본격화된 것은 10월이었다. 먼저 10월 7일 공공노조를 비롯한 노동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부의 부당성을 규탄했다. 뒤늦게 이 소식을 알게 된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는 돌봄노동네트워크에 이를 알렸고 네트워크는 이 사안이 단순히 요양보호사뿐 아니라 바우처 사업 등 확대되고 있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도미노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적극 대응해나가기로 했다. 이에 10월 28일, 11월 3일 양대노총, 공공노조, 보건의료노조 등과 연석회의를 열었으며 11월 11일에는 민주노총이 노동부를 면담해 강력한 항의와 함께 공식 입장을 요청하였다. 16일에는 돌봄노동네트워크 명의로 성명서가 발표되었고, 공공노조는 연일 집회와 일인시위로 노동부를 압박하였다.
그 결과 노동부는 ‘사안별로 다르겠지만 근로자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는 비공식적인 견해와 함께 지침을 만들고 있으며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겠다고 밝힌 뒤 11월 말 다음과 같은 판단기준을 보내왔다. 단체들은 일단은 이러한 판단기준이 타당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으며 이후 이 기준에 입각한 지침이 어떤 내용으로 나올지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근로자성 판단기준>
①사업주가 지정한 장소에서 지정된 시간에 근무하고, 근무시간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에게 사전에 통보하여 조정해야 함
②장기요양급여제공기록지 등을 통해 사업주에게 근무상황을 보고해야 함
③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음
④시간당 일정액에 정해진 근무시간을 곱한 금액을 보수로 지급받을 뿐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지 아니함
장기적으로 새로운 근로형태에 대한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
이상이 황당하게 벌어져 급박하게 진행되었던 ‘요양보호사 근로자성 부정’ 사건의 경위이다. 우리는 이 사안에서 노동부가 얼마나 ‘반노동자적 행위’를 하고 있으며 그것이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 개개인들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미쳤는지 똑똑히 볼 수 있다.
사실 요양보호사 노동권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해지고 있는 근로형태, 확대되고 있는 사회서비스부문 일자리 전반과 연결되어 있다.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가사간병노동자, 4대보험 가입과 퇴직금은 적용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상의 여타 보호에서는 제외되고 있는 바우처사업 종사자 등의 근로형태는 대공장 정규노동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현행 법제도와는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노동`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이번 사안을 계기로 확대되고 있는 비정형근로, 비공식노동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법과 제도를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12월호(제1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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