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6-10   927

[칼럼] 6.2 지방선거와 사회복지

이영환
성공회대 사회복지학 교수



선거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첫째, 재미있고 안타까왔다.


집권 한나라당의 참패와 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난 이번 6.2 지방선거 개표과정은 드라마틱한 반전의 재미를 선사하였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재미있었고 한편 안타까움도 적지 않았음을 토로하였다. 언론장악과 천안함 사태를 이용한 안보몰이, 그리고 여권의 압도적 승리를 예견한 여론조사 등에 비추어 선거 결과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젊은 층들의 대오각성(?)과 후보단일화 등 야권연대의 위력, 전통적 지역감정의 붕괴 징후, 4대강 강행과 세종시 수정 그리고 전교조 몰아붙이기 등 강압정치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보여준 면에서 이번 선거는 특별하였다. 진보 교육감의 대거 당선을 결과한 교육감 선거도 ‘교육정책 역시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나아가 교육이 정치적 논란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재확인해주었다.



둘째, 국민들은 냉정한 심판관이다.


4년 전 한나라당의 싹쓸이로 끝났던 지난번 지방선거와 이번 선거를 연결해보면 국민들의 선택이 정말 잔인할 정도로 냉정함을 볼 수 있다. 정치가들 입장에서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일이고, 예측 가능성도 없고, 따라서 결과를 승복하기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씁쓸한 것은 두 번 모두 승리한 정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집권당의 실정에 대한 실망이 가져온 결과라는 점이다. 따라서 국민정서가 언제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며,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권을 잡았을 때 잘하는 것만이 국민들의 냉혹한 심판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분명히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셋째, 모든 선거는 ‘정책선거’일 수밖에 없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천안함 안보몰이가 강화되면서 정책선거의 실종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역시 정책은 모든 선거의 핵심이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는 뉴타운 공약이 부유층은 물론 서민층의 이기적 욕망을 자극하면서 ‘욕망 연합’의 승리를 견인했던 반면, 이번에는 뜻밖에 ‘무상급식’ 공약이 진보적 사회정책의 구심적 상징이 되었다. 상대방의 실수를 잘 이용하는 것이 승리의 필요조건이라면, 효과적인 정책 슬로건은 승리의 충분조건인 것이다.



넷째, 복지정책이 선거의 중심 화두로?


반가운 것은 ‘무상급식’이라는 복지이슈가 선거의 중심 화두가 된 것이다. 물론 이것도 어느 정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경기도의 김상곤 교육감이 추진한 무상급식 정책을 보수적인 경기도 의회와 도지사가 끈질기게 방해하면서 진보진영의 상징적 의제로 부각된, 다분히 우연적 결과이다. 보수 후보들도 이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그 증거로 볼 수 있다. 물론 그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방법론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논란은 앞으로 세심하게 검토되어야 하겠지만, ‘무상급식’이 진보적인 사회정책에 대한 믿음을 결집하는 상징적 이슈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즉, 보다 바람직한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확산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의 선거도 복지이슈 중심으로 전행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몇 해 전 민주노동당이 내걸었던 ‘무상의료, 무상교육’ 이슈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더 것은 시기상조 때문이었을까? 앞으로는 진보적인 분배이슈가 ‘욕망 이슈’를 넘어서는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뉴타운이나 무상급식의 어떤 측면이 사람들의 정치적 성감대를 자극한 것인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와 진보는 ‘성장과 분배’, ‘안보와 평화’ 등과 같은 대립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서 보수는 담론적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성장과 안보가 우선해야 분배와 평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과 안보에 대한 대항담론을 넘어 이를 포괄하는 대안담론을 형성하지 못하면 보수가 가진 담론적 기득권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상급식’ 이슈가 어떻게 이러한 대안담론 역할을 한 것인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생각할 점은 뉴타운이나 무상급식 모두 전통적 복지영역이 아니라, 복지와 교육, 복지와 시장의 접점에 위치하는 이슈라는 것이다. 즉 복지와 재분배 그리고 개인적 성취와 경쟁이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영역의 이슈들이 우리 사회의 지향에 대한 대중의 정치적 결단을 이끄는 상징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탈 시장’보다는 ‘대안적 시장’에 대한 믿음이 정치적으로 더 중요한 것 아닐까?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민주주의 훈련은 어떻게 가능할까?


앞에서 언급한대로 우리나라의 선거민주주의를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보다는 이기적 욕망에 좌우되거나 감정적인 민심의 격변을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진보적 사회정책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는 것이 과제이다. 이러한 과제를 풀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일상 생활에서 민주주의를 훈련하고, 진보적이고 대안적인 사회를 미리 맛보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다. 과거 사회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조차 시장경쟁과 가족이기주의에 매몰된 삶을 살아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기득권의 입장을 내면화하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훈련하고 진보적 대안사회를 맛보는 일이 전적으로 새로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NGO, NPO들이 그동안 추구해왔던 일들이 곧 그런 일들이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해 참여하는 경험(NGO), 친환경적이고, 평등지향적인 대안적 사회경제를 만드는 일(사회적 경제, 사회적기업), 창의적이고 발랄하며 참여적인 대중문화를 확산하는 일(문화운동), 대안적인 보육과 교육을 확산하는 일,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일(복지와 봉사) 등이 그러한 일들이다. 또한 건전한 신체운동을 확산하는 일(스포츠)도 중요하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에서 과거 독재시절 감옥에서 정치범들이 만들어낸 축구리그가 민주화운동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역사를 알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보다 넓게, 특히 지역적 차원에서 그리고,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여 주류를 형성하게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결국 일상생활에서 자유와 민주 그리고 진보적 삶을 즐기는 일만이 우리 사회를 진보적으로 만드는 관건이라는 것이다. 한번 자유를 맛본 사람이 어떻게 굴종의 삶을 받아들이겠는가?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6월호(제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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