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기 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의 시설중심 노숙인 복지체계와 비가시화
한국의 노숙인에 대한 본격적 대책은 1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초기의 응급대책 시기를 넘어서면서 차츰 미흡하나마 주거지원에 대한 내용의 강조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노숙인에 대한 주거지원은 주택정책이나 혹은 주거복지의 전반적 프로그램으로 체계화되어 있다기보다는 특별한 취약계층에 대한 특수한 서비스 조치로서의 성격을 많이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노숙인에 대한 법적 규정은 ‘노숙인및부랑인복지시설설치운영에관한규칙’ 제2조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는 “노숙인이라 함은 일정한 주거 없이 상당한 기간 거리에서 생활하거나 그에 따라 노숙인 쉼터에 입소한 18세 이상의 자를 말한다”는 것으로 정의한다. 또한 같은 시행규칙 제2조 1항에서는 부랑인을 정의하고 있는데 “부랑인이라 함은 일정한 주거와 생업수단 없이 상당한 기간 거리에서 배회 또는 생활하거나 그에 따라 부랑인 복지시설에 입소한 18세 이상의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노숙인과 부랑인이 모두 법적 개념으로 규정되고 있으며 상당부분 모호하게 중첩되어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선 현장의 복지업무에서는 노숙인과 부랑인의 구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업무로 규정된 노숙인 복지체계와 중앙정부 업무로 규정된 부랑인 복지체계는 서로 분리되어 있고 매우 상이한 서비스 환경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동일한 대상에 대해 서로 분리되고 상이한 속성의 서비스 체계가 병행되고 있다는 점이 한국 상황의 가장 큰 특징이 된다.
이와 관련된 다른 특징은 생활시설 중심, 특히 부랑인 복지시설의 경우에는 혼합수용성격의 생활시설이 서비스의 중심을 이루어왔다는 점이다. 생활시설 중심으로 사회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한국 사회복지에서의 잔여적 복지 패러다임을 나타내는 전반적 특징이기도 하다. 20세기 말 노숙인에 대한 응급구호체계가 출발한 이후 2005년 노숙인 복지체계가 법적 제도적 근거를 갖출 때에도 시설보호 중심의 틀은 계속 유지되어 왔다. 다른 영역의 사회복지에 비해 낙후된 양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숙인 비가시화라는 내면적 지향과 관련된다.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에 대한 관심이나 후속적인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거리노숙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의 노숙인 복지체계는 비가시화 정책이 매우 두드러진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일부 지방에서의 ‘노숙인 위로 여행’ 계획을 입안했던 점이나, 최근 G20 개최와 관련하여 주거지원이 특히 주요지역 거리노숙인을 중심으로 대폭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다.
시설입소를 중심으로 하는 비가시화 전략은 보이지 않도록 하는 조치와 그 유지만을 주로 감안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주거안정성 확보’라는 목표는 부각되지 않는다. 노숙에 대한 사회적 개입의 효과성도 주거 안정성의 확보가 핵심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나 아직까지 한국의 공공 노숙인 프로그램에서는 이것이 성과지표로서 활용되고 있지 않다. 노숙인 공공정책의 결과는 주로 시설입소, 프로그램 연계, 혹은 자활성공 등으로 묘사되곤 한다. 시설의 입소나 프로그램 연계는 사실상 투입(input)체계에 대한 묘사이다. 자활성공은 궁극적인 성과(outcome)중심의 지표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대단히 모호하여 적절하게 조작화되기 어렵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복지부의 복지종합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종합평가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노인, 아동, 장애인,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를 투입, 과정, 산출의 영역별로 모두 평가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에 대한 내용에는 자활,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등도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주거욕구나 노숙인과 관련된 내용은 평가지표나 내용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보건복지백서에서도 노숙인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추진실적과 성과’라는 부분에서 노숙인의 수와 분포 현황, 그리고 이에 대해 쉼터와 상담보호센터, 무료진료소, 주거지원프로그램, 직업재활사업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만 나타내어 투입 자체를 성과로 보고 있다.
노숙인이 밀집되어 나타나는 서울 등 대도시 지역에서는 노숙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보다 높게 나타난다. 서울의 경우 2007년부터 2010년까지의 제1기 지역사회복지계획에서 8개 분야 사회복지 계획 중 하나로 노숙인 복지를 제시하며 “기본권 존중과 사회참여를 통한 자활”을 그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노숙인 보호의료체계의 강화, 직업재활사업 확대, 자립지원확대를 기본방향으로 하고 거리노숙인에 대한 상담, 일자리사업, 주거지원확대를 중점사업으로 제시하였다. 주거지원이 3개 중점사업, 3개 일반사업 등 총 6개의 노숙인 복지 사업 중 중점사업의 하나로 중요한 위치인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4개년의 예산은 노숙인복지분야 총 906억원 중 8억 4천만원으로 1%에 미치지 않는다. 중점사업이지만 다른 5개 사업분야는 물론이고 그리고 기타사업의 87억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비예산사업으로 단신자용 매입임대사업 지원에 대한 내용이 제시되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100호 사업을 4년간 운영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물론 노숙인 분야 전체 금액도 8개 사회복지 분야 중 가장 적으며 4개년 전체 계획예산인 12조 7200억원의 1%에 미치지 못한다. 노숙인 복지 그리고 주거지원사업이 명시되고는 있지만 사업의 규모나 내용이 빈약한 탓에 성과평가의 지표는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노숙인 주거지원 프로그램
최근 들어서 한국에서도 지역사회 주거를 중심으로 하는 노숙인 서비스 변화의 모색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공공의 계획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민간의 시범적 활동이 공공의 역할을 견인하고 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노숙인에 대한 프로그램 중에서 주거지원과 관련되는 양상을 몇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생활시설이다. 생활시설은 그 자체가 주거지원서비스를 핵심구성요소로 포함하고 있다. 부랑인 복지시설과 노숙인 쉼터가 이에 해당한다. 부랑인 복지시설은 과거 단기보호시설이라는 표현이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사실상 대규모의 혼합수용과 장기보호를 수행하고 있다. 노숙인 쉼터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거리 노숙인 증가 상황에 맞추어 개소된 일시보호형, 지역사회근접형 소규모 생활시설이다. 생활시설에서는 자활의 집이라는 후속 주거지원 서비스도 일부 운영하기도 하였다.
두 번째는 이용시설에서의 서비스이다. 노숙인 주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상담보호센터이다. 서울, 대구 등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약 10개소가 있는데 이중 일부는 ‘응급잠자리’ 형태로 단기의 숙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거리노숙인에 대한 근접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설체계이므로 노숙인에 대한 임시주거지원이나 공공임대주택사업 운영기관으로서 연결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많다. 상담보호센터 이외에도 광의의 홈리스와 관련된 이용시설에서도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곤 한다. 전국 10여 개소의 쪽방상담소 역할도 이와 관련될 수 있다. 주거복지센터 역시 최근 역할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는 노숙인에 대한 주거지원서비스라고 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지역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위기를 다루고 있어 노숙생활 예방적 차원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용시설은 외부 주거지원과 관련된 사업의 지원체계로 보통 역할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주거지원은 상담보호센터 내의 응급잠자리 형태 운영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는 임시주거지원서비스이다. 이는 민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재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업이다. 3개월 이내의 월세 지원을 통해 단신자용 주거를 마련하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공복지서비스와의 연계나 지역사회 정착과정을 도모한다. 사업의 운영은 노숙인 복지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12개 혹은 13개 기관이 공동모금회와 매해 계약을 체결하여 운영기관의 역할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2006년부터 사업이 시작되어 2009년 말까지 4년간 약 2,300명에게 주거지원을 실시하였고 이 중 80%가 주거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네 번째로 공공임대주택사업과의 연계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사업은 임대아파트 건설을 중심으로 하며 매입 및 전세임대주택 등 여러 형태로 확장되어가고 있으며 그 전체적인 사업량도 수십만호 이상에 이르지만 이 중 노숙인이 직접 연계될 수 있는 내용은 극히 일부이다. 매입임대주택사업 중에서 단신자용 매입임대주택사업과 쪽방비닐하우스주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사업이 주로 노숙인과 관련되어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추진되고 있는 사업량은 5,000호 가량이지만 아직까지 노숙인과 관련해서 입주가 완료된 것은 수백가구 정도이다. 노숙인 관련 매입임대주택사업은 일반 매입임대주택사업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와 LH공사의 체계만을 활용하지 않고 민간기관을 운영기관으로 선정하여 전달체계로 활용하고 있다. 민간 운영기관이 활용되는 이유는 주로 사업의 대상이 행정적 절차로서 그 욕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상표적과의 접근성을 고도화하기 위함이다. 운영기관으로는 주로 노숙인 이용시설이나 생활시설, 쪽방상담소 등과 관련된 조직체계가 활동하고 있다.
그 밖의 기타형태로 순수 민간 재원을 이용한 개별적 프로그램들이 있다. 임시주거비 지원이나 공동가정(group home)과 유사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일부는 당사자 자치적 활동과 결합되기도 한다. 이는 융통성과 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소수이고 확장에는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각 주거지원 프로그램의 목표나 위상은 분명하지 않다. 명시적으로 공언된 목표는 다소 혼란스럽다. 상대적으로 생활시설의 주거지원은 이후의 ‘지역사회 주거준비’ 속성에 초점이 두어지고 있다. 그러나 생활시설 이후의 후속주거가 연계되는 비율은 높지 못하다. 이용시설의 주거지원 성격은 다른 주거지원사업으로의 의뢰와 연계가 초점이 되고 있으며 이를 표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응급잠자리 성격으로 운영되는 숙소가 제공되고 있기도 하며 ‘종합기관’으로 모호한 기능을 한다. 임시주거지원과 매임입대주택사업은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주거지원초점의 노숙인 지원프로그램인데 상대적으로 전자는 기능수준이 취약한 경우, 후자는 지역사회독립생활이 가능한 경우를 지원한다는 구도를 가지고 있으나 역시 실제에서는 다소 모호하게 운영되고 있다. 목표의 조작화 수준이 낮기 때문에 그 성과의 파악도 기준이 불분명하다.
주거지원 프로그램별로 분명한 결론을 내릴만한 성과 근거자료가 구축되어 있지는 못하다. 부분적으로 일부 프로그램에 대한 자체자료를 분석하여 후속주거 안정성을 비교한 것이 있다. 사건사분석방법(event history analysis)인 Kaplan-Meier 분석방법에 의해 주거유지기간의 평균값을 추정한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남기철, 2009). 이 자료는 2008년까지의 사례관리기록을 통한 분석이므로 일반화에서는 제한이 있다.
<표 1> 사업유형별 후속주거 유지기간 추정값(단위 : 日)
구분 |
Kaplan-Meier 생존분석에 따른 생존시간 평균 추정 |
|||
평균추정값 |
표준오차 |
95% 하한 |
95% 상한 |
|
임시주거지원 후속주거유지 |
674.269 |
15.990 |
642.929 |
705.609 |
매입임대사업 후속주거유지 |
614.363 |
12.734 |
589.405 |
639.321 |
쉼터입소자 쉼터유지 |
245.809 |
11.803 |
224.086 |
267.532 |
쉼터퇴소자 후속주거유지 |
726.441 |
11.507 |
703.886 |
748.995 |
여기서 눈에 띠는 점은 임시주거지원사업의 대상자가 주거를 유지하고 있는 기간이 쉼터입소자의 쉼터생활 유지기간보다 현저히 길게 나타나며 쉼터퇴소자의 후속주거유지기간 추정값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매입임대사업을 이용하는 경우 그 유지 안정성이 높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예측될 수 있다. 그러나 임시주거지원사업의 경우에 674일 이상이라는 평균 추정치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개 이 사업에서 2개월 정도의 월세 금액을 보조한 후, 월세 지원은 종결된다. 따라서 평균 추정값이 23개월에 가깝게 나타났다는 것은 월세 지원이 중단된 이후에도 해당 주거를 상당히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추진되어온 사업의 결과들을 감안하여 규범적 수준에서 한국 노숙인 주거지원 유형별로 <그림 2>와 같은 비교가 가능하다.
생활시설과 이용시설은 사업량은 상대적으로 많은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생활시설은 제공되는 주거의 안정성과 사례관리의 측면에서는 보통수준, 주거의 적절성은 낮은 편이고 예산대비 비용효율성도 높지는 않다. 이용시설은 주거(?)를 제공하는 비용효율은 높은 편이지만, 주거의 안정성, 적절성이 낮고 사례관리도 충실하지 않다. 임시주거지원과 매입임대주택지원은 상대적으로 사업량이 적다. 임시주거지원은 비용효율은 대단히 높은 사업이지만 제공되는 주거의 적절성이나 안정성은 낮다. 사례관리도 취약하다. 매입임대주택사업은 제공되는 주거의 안정성과 적절성의 면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예산의 투입이 많이 요구되고 사례관리도 취약하다.
전체적으로 보아 사업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설사업과 사업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거 프로그램으로 구별된다. 주거지원의 경우 임시주거지원은 ‘좋지 않은 수준’의 임시주거를 적은 비용으로 제공하고 임대주택사업은 상대적으로 ‘좋은 수준’의 주거를 높은 비용을 들여 제공한다. 모든 사업에 걸쳐 사례관리가 취약하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한국 노숙인 주거지원 관련 쟁점
주거지원의 방식으로 ‘주거우선(housing First)’과 ‘주거준비(housing Ready)’ 전략의 차별성과 적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곤 한다. 주거와 심리사회적 서비스의 결합방식에서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주거우선은 일단 거주할 수 있는 독립주거를 제공하고 이에 기반하여 심리사회적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이라면 주거준비는 지역사회에 거주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심리사회적 서비스를 통해 클라이언트의 기능수준을 끌어올리고 이후 독립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접근방법 중 어느 하나가 우월하다고 할 수 없고 상호 배타적인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노숙인 주거지원은 어떤 논리에 기반하고 있는 것일까?
일견 생활시설을 활용하는 주거지원 프로그램은 주거준비의 논리, 지역사회 주거제공과 관련되는 사업은 주거우선의 논리에 입각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주거와 서비스의 결합방식이 관건이 된다. 또한 심각한 사회적 기능수준의 문제(알코올, 정신건강 등)가 두드러지는 노숙인에게는 주거준비, 문제가 별로 없는 노숙인에게는 주거우선 접근을 활용한다는 연결도 적절치 않다. 역사적으로 주거우선 전략은 알코올 문제가 심각한 노숙인에 대한 서비스 효과성 제고에서 출발하였다.
한국에서 노숙인 주거지원에 대한 공공의 입장은 주거우선보다는 주거준비의 모형에 입각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설사업에서 향후 지역사회 일반적 주거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을 상정하고 있다. 매입임대사업 혹은 자활의 집 운영에서는 소위 ‘준비된’ 입주대상자를 전제로 하곤 한다. 반면, 민간의 경우에는 주거준비가 비현실적이라고 보면서 주거를 권리로서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많이 나타낸다. 이는 주거우선의 전략과 유사한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주택과 함께 제공되어야 할 사례관리 및 지원서비스의 취약성을 넘어서지 못하곤 한다. 민간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임시주거지원사업의 경우 주거우선의 논리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지만 제공되는 주거가 수준이 낮아 ‘영구주거’로서 상정되지 못하는 점도 제약이 된다.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한국의 기존 노숙인 복지체계가 과거에 기본적으로 상정해왔던 거리노숙인 => 생활시설(쉼터) => 주거준비(임시주거) => 영구주거(임대주택) 방식이나 혹은 거리노숙인 => 이용시설(상담보호센터) => 주거준비(임시주거) => 영구주거(임대주택) 방식의 ‘단계론’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다. 노숙인 시설에 대해서 쉼터와 상담보호센터를 주거지원의 연속선 상에 놓여 있는 과정의 하나로 파악하는 관점도 늘어나고 있다. “응급잠자리 => 중장기 노숙인 쉼터 => 임시주거지원사업 => 매입임대주택의 연속선 상에서 쉼터와 상담보호센터의 역할은 영구적 주거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조망(김의곤, 2009)”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과거 대규모 복합시설에서 영구적으로 수용․보호한다는 패러다임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주거준비에서 영구주거로 진행한다는 부분에 대한 단계론이 현실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노숙인 복지체계에서 각 단계별 주거상황(?)에서 정체되어 있는 양상이 많이 나타난다. 상담보호센터의 장기적 이용, 쉼터에서의 고착화, 임시주거지원 프로그램의 주거에서 이후 주거안정성 상승의 단절 등은 일반화된 사실이다. 이는 한국에서 암묵적으로 전제되었던 주거준비 전략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해보고 이제는 주거우선 접근방식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보아야 함을 나타낼 수 있다.
관련된 기존의 다른 연구에서도 미국의 주거우선전략, 일본 도쿄도의 노숙인 지역생활이행사업 등을 검토하면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먼저 확보하면서 개인의 욕구에 따라 관련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이는 실질적으로 노숙생활 기간을 최소화하여 지역사회 정착의 가능성을 더 높이는 것으로 보았다(김윤이, 2009). 이를 위한 과제로 기존 저소득층 지원프로그램과의 연계, 단독법안, 주거와 서비스의 결합, 저렴주택형태를 활용,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 지방정부의 역할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 주거우선 전략을 모색하려 할 때 핵심적 관건은 사례관리의 강조에 있다. 개인에게 영구주거를 제공하면서 이에 필요한 서비스를 결합하려면 각각에게 개별화된 사정(assessment)과 사례관리는 주거준비에서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주거우선이 ‘우선적으로 주거만 제공’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서비스 결합을 위해서는 사례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노숙인 주거지원에서 사례관리의 취약성은 주거우선 전략이 성과를 거두는데 치명적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임시주거지원사업이나 매입임대주택사업에서 사례관리의 취약성은 계속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이다. 이는 당연히 사례관리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서 해답이 찾아져야 한다.
서비스 수준의 적절성과 형평성의 갈등상황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주거와 서비스의 결합이 취약하고, 주택정책의 공공성이 취약하다는 점은 노숙인 주거지원을 ‘주거권의 확보’, 혹은 ‘주거욕구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아니라 특수 인구에 대한 특수한 활동으로 만들곤 한다. ‘주거’ 욕구가 사상된 특수인구층 지원 복지 프로그램의 성격이다. 노숙생활을 경험하는 노숙인은 주택정책에 포함되는 대상으로 잘 연결되지 못하는 배제(exclusion)현상이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한국에서 노숙인(과 보다 넓은 의미의 홈리스)에 대한 주거지원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늘 ‘시장상황에서 노력하는 일반 저소득층과의 형평성’이라는 논리를 장애물로 만나곤 한다. 소위 복지급여에 대한 도덕적 해이의 제기와 유사하다. 노숙인에 대한 주거지원은 특수한 상황의 극히 잔여적이고 제한적 서비스로 국한시켜 전반적 주택정책의 공공성 논란과 결부될 요소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전반적 주택정책의 (형편없이 낮은) 공공성 수준을 전제하여 형평성을 감안하면, 노숙인에 대한 주거지원은 확장되기도 어렵고 서비스의 수준이 향상되기도 어렵다. 서비스 수준의 적절성을 확보하는 것과 사회적 형평성의 긴장관계는 결국 한국 주택정책의 공공성 확보 주장과 주거욕구의 인정 속에서 근원적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8월호(제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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