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구 박은지
길고도 짧았던 한 달이 지났습니다. 체험이 끝난 지 며칠이 흘렀지만 아직도 아침마다 돌던 반찬 배달, 요구르트를 전해주던 할머니, 대문이 없던 하늘 닿은 집이 생각납니다. 첫 날 136만원을 받아 시작하면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마지막 날 22만원이 초과되고 나니 그 날 느꼈던 다짐이 부끄럽게만 느껴졌습니다. 한 달 체험이었지만 살아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았던 4인 가구 하늘 닿은 집은 창고를 개조한 방으로 실제 장수마을의 주민이신 할머니 한분과 저를 포함한 체험단 3명이 생활했습니다. 개수대에는 물이 나오지 않아서 밖에 있는 화장실에서 호수를 연결해 썼고 가스렌지의 한 쪽은 고장이 났었습니다. 야외에 있는 욕실은 비가 샜고 곱등이란 벌레의 서식지였습니다. 4인이 살아야 하는 23만 원짜리 방에서 7만원이나 초과한 주거지였지만 환경은 열악했습니다, 처음엔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사실 많이 걱정도 됐지만 20일여일 차 되니 걱정이 무색 할 정도로 잘 적응했습니다. 지내다 보니 익숙해지긴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습한 환경 때문에 아토피가 재발해서 병원신세를 져야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달 동안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실제 수급자분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고작 한 달 지내고 가는 체험인 저희와는 다른 실제 생활이신 분들과의 만남은 저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약 50만원에 실수급비는 약 40만 원 정도인데 반이 주거비로 들어가고 20만원으로 근근이 밥도 제대로 못 드시고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최저생계비가 50만 원이라고하면 그걸로 왜 못사느냐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 1인의 가장 많은 대상이 되는 독거노인층은 근로 능력이 없고 몸이 불편한분들 입니다. 남은 20만원도 먹는 데 쓴다면 다행이지만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라도 간다면 당장 먹을 걸 걱정해야하는 현실인 것입니다. 실제로 한 할아버지는 비급여 추가 검사비가 걱정 되 검사자체를 미루는 것까지 보았습니다. 체험단들은 젊은 사람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큰 질병의 무서움은 없이 최저생계비로 그나마 살아갈 수 있었지만 실제 수급자들의 받는 최저생계비에 현실성이란 없었습니다. 어느 그 누구도 최저생계비 계측 기준인 마켓 바스켓 방식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도 없었으며 먹고 살기에만 급급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체험인 4인 가구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시작은 최저생계비의 사전적 의미에 따라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지만 그 생각은 일주일 만에 무너졌습니다. 첫날부터 크고 작은 돌발적 지출이 계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4인가구인 우리 가족은 예상치 못한 지출이 1인 가구의 비해 4배가 되었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학교에 시험 보러 내려가는 교통비 4만원, 할머니가 맞으신 영양제 5만원, 어쩔 수없이 밖에서 먹게 되는 2100원이 넘는 점심 값 등은 불가피한 지출 이였지만 마켓바스켓 비목별에는 없는 지출 이었으며 이는 고스란히 가계에 부담이 되어버렸습니다. 비목에 없는 예상치 못한 지출이 계속되면서 결국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90만 원 가량을 지출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장담할 수 있는 건 단 한 번도 사치라고 부를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식비까지 줄여가며 생활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같은 4인 가구 내 체험단인 김만철씨는 15일 만에 5kg이 빠지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첫 날 다졌던 포부와 다짐은 점점 약해졌고 20여일 차 되니 무기력해지고 자꾸만 힘이 빠졌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돈 안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단 한 달이지만 최저생계비에 대한 비현실성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체험을 하면서 마지막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이 체험이 나에게 주는 의미’였습니다. 사실 계기는 확실하지만 나에게 주는 의미는 뭘까 대답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해서 딱히 한가지로 대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에게 최저생계비 체험은 다른 나의 모습을 변화된 모습을 볼 수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던 경험이었습니다. 최저생계비라는 틀 안에서 돈이 사람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사람이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난이란 걸 정말 피부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가난을 체험한 것이 추억으로 남는다는 건 남겨진 사람들에게 너무나 죄송한 말인 것 같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저생계비가 하루빨리 현실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체험을 위해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 특히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주신 장수마을 주민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잊을 수 없는 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8월호(제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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